소설리스트

권능의 반지-116화 (116/173)

<-- 야오과이? -->

저녁 전까지 아티펙트를 수집했다.

D등급 아티펙트를 1개 더 찾을 수 있었고, 수색 도중 칵톨레므를 1개 제거, 휴식 중 1기 추가로 더 제거했다.

‘도대체 뭘 했길래 이렇게 뿔뿔이 흩어져 있는 거지?’

현재까지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음에도, 왠지 모를 불안감이 떠나질 않았다.

제 발로 도살장에 기어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 정도 사냥했으면 다른 헌팅 팀과 만났을 법했음에도 이상하게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단지 멀리서 풀오토로 긁는 소리만 났을 따름이다.

페커리 같은 대형종을 사냥할 때 제외하고는, 풀오토로 긁는 일이 적다는 걸 봤을 때… 분명 뭔가 이상한 게 돌아다니는 다는 뜻이었다.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

고위험 고소득 임무를 선호한다고 해도 정도껏 이다.

FS 유적이야 칼콘을 되살리기 위해 맡았다고 쳐도, 이번 임무는 단순 돈이 목적인 임무.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었다.

석중에게 한 소리 듣긴 하겠지만 감수할 수 있었다.

‘여기서 멈출까?’

솔깃했다.

경계하며 이동하는 것도 굉장히 피곤했고,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불안감도 한몫했다.

적당히 벌었으면 그만둬도 되겠다 싶어 얼마나 벌었는지 살짝 가늠해봤다.

[중간 정산]

의뢰 대금 - D등급 아티펙트 3개 (1,000만 원)

칵톨레므 3마리 손(발)톱 판매대금 - (1억 2,000만 원)

획득 - 인당 3,250만 원.

짰다.

짜도 너무 짰다.

머릿수가 늘어난 만큼 개인의 몫도 줄어든 것은 물론이오, 이동에 들어간 기름값 및 뇌물, 정보료, 주괴 가공 비용, 터렛 및 미끼 구입비, 기회비용 등을 따져보면 엄청난 적자라고 봐야 옳았다.

‘환장하겠네.’

한숨만 푹푹 나왔다.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좀 아까웠다.

칵톨레므는 마리당 4,000만 원을 벌 수 있는 질 좋은 사냥감이었다. 운반도 쉬워서 손발만 툭 잘라다 가져가면 돼서 20마리든 30마리든 잡을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주변에는 경쟁자도 없지 않던가?

‘한 마리 잡으면 인당 1,300만 원. 조금만 더 있자. 어차피 식량도 넉넉하고, 뭐 이상한 거 만났다 싶으면 미끼 던지고 도망치면 된다.’

조금 더 위험을 감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생각 정리가 끝나니 그제야 잡담을 하는 동료들의 얘기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노을인데 벌써 쉬어? 너무 빠른데.”

“칼콘 말이 맞다. 이 정도 어둠 가지고 뭘 그러지?”

가벡과 칼콘은 벌써 쉬냐며 킁킁 소리를 냈다.

“그거야 가벡이랑 칼콘은 밤눈이 밝으니까 그렇지. 인간은 어두우면 시야가 좁아진다고. 게다가 야행성 동물들은 위험한 거 많아서 안 돼.”

물끄러미 듣고 있자니 셋의 눈동자가 이쪽으로 향했다.

의견을 묻는 듯했다.

“뭔가 끈적한 기분이 들어. 밤 사냥은 너무 위험하다. 그냥 쉴 수 있을 때 푹 쉬고, 내일 아침에 나갈 거야.”

칼콘과 가벡이 아쉽다는 듯 쩝 소리를 냈다.

“터렛 확인했냐?”

“넵. 천장 위에 잘 고정해 뒀습니다. 뭐 나타나면 바로 총알 뱉어낼 거예요.”

“일단 꺼봐. 쉬기 전에 위장 먼저 하자.”

“위장이요?”

“어.”

여태껏 위장은 하지 않았기에 민우가 되물었다.

장갑차라면 상관없었지만, 아무래도 일반 SUV였기에 살짝 불안함 감이 있었던 것.

결국 터렛을 끄고, 가까운 초목들과 낙엽 그리고 칼날초로 차량을 덮었다. 최근까지 전쟁을 하다 온 가벡이 훌륭한 솜씨를 발휘했다.

작업은 30분 만에 끝났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바위 위에 풀이 덮여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후 차 안으로 들어가 식사를 한 뒤, 가벼운 잡담 후 긴 휴식에 들어갔다.

“미끼는 어떡해요?”

“내가 알아서 할게.”

칼콘을 케이블 타이를 제 왼손에 쓱 묶더니 미끼를 죽부인마냥 끌어안았다. 미끼가 희번덕거리며 저항했지만, 우악스러운 칼콘의 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저 정도면 충분하겠지. 어차피 저놈도 여기서 도망가 봐야 2시간도 안 돼서 죽을 걸 잘 알 거다.’

배부른 호랑이를 피하고 배고픈 늑대를 마주하는 꼴이다.

그렇다면 아예 배부른 호랑이를 끼고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하는 쪽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겠지.

물론 저쪽이 그 정도 가늠도 못 하는 바보라도 상관없었다. 그때는 제압하면 됐다.

“자, 그럼 자자.”

불침번은 민우, 가벡, 칼콘, 지훈 순으로 서기로 했다.

얼마나 잤을까?

꿈도 꾸지 않고 잘 자던 중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타타탕!

명백한 지근거리 사격음!

천장 위에 터렛이 발동됐다는 얘기다.

벌떡 일어났다.

“씨발 뭐야!”

바로 가속 이능을 발동하고는, 품에 안고 있던 빈토레즈를 돌격자세로 잡고 차문을 열었다.

이후 빛 마법을 사용, 문밖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반대쪽?’

반대쪽을 살피자, 민우와 가벡이 창문을 열어 총을 겨누고 있었다. 가속 이능을 해제하며 물었다.

“뭐 좀 있냐?”

“저는… 잘 안 보이네요.”

“시체가 있다. 대충 보니까 휴머노이드 같은데, 관절을 보니 인간은 아닌 것 같군.”

가벡의 말에 바로 터렛을 끄고 차량에서 내렸다.

“경계 서. 시체는 내가 확인한다.”

가까이 다가가니,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동양인 남자가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끄으어….”

어깨, 가슴, 배 순으로 총알이 잔뜩 박혀있었다.

‘응급처치로 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곧 죽는다.’

“이봐, 정신 차려.”

남자를 툭툭 두드리니 남자가 중국어로 중얼거렸다.

뭐라고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단순 저주의 말이나, 고통 없이 죽여달라는 일반적인 내용일 가능성이 컸지만… 왠지 모르게 내용이 궁금해졌다.

“미끼 데려와 봐. 통역하게.”

미끼가 남자에게 다가가서 중국어로 묻자, 남자는 몇 마디 내뱉고는 눈을 감았다.

“What did he say? (뭐래?)”

“he said he saw the yaogoai. (야오과이를 봤대요.)”

야오과이라니?

아무리 머리를 뒤져봐도 모르는 짐승이었다.

“what is that? (그게 뭔데?)”

미끼는 계속 야오과이, 야오과이 하고 반복했다.

저게 뭘까 싶길 잠시.

민우가 끼어들었다.

“야오과이… 그거 설마 요괴 아니에요? 아마 요괴를 중국어로 읽으면 야오괴이 쯤 될 것 같은데.”

미끼가 ‘요괴’와 ‘야오괴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때로는 정답이 질문보다 훨씬 더 아리송할 때도 있는 법이었다.

“요괴라고? 그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글쎄요. 괴물이나 몬스터를 뜻하는 걸까요? 우리보고 괴물이라고 했을 수도 있구요.”

남자 입장에서는 길 가다 총 맞은 꼴이니 저런 저주의 말을 해도 납득할 수 있었다.

지훈 역시 보통이었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겠지만, 이상하게 자꾸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어째서 밤에 혼자 돌아다닌 거지?’

나이트 비전을 낀 상태도 아니었다.

그 말은 곧 뭔가에 습격당해서 도망쳤다는 건데, 불침번이었던 칼콘은 주변에서 전투음이 들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지훈, 빨리 시체 처리하고 들어가자. 추워.”

칼콘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냐, 시체 내버려 둬. 어차피 칵톨레므가 와봐야 터렛 탄환 남아 있으면 세 마리까지는 괜찮다.”

네 마리 이상부터는 기다리며 함정을 팔 테지만, 밤새 네 마리나 따라붙을 가능성은 적었다.

시체는 그 자리에 두고 다시 차 안으로 들어왔다.

잠자리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칼콘이 초코바 까먹는 소리만 나는 가운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기분이 이상해. 내일까지만 수색하고 바로 이탈해야겠다.”

내일.

그게 감수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피로가 심했는지 불안했어도 잠은 잘 왔다.

오전 6시에 일어나 MRE로 끼니를 해결한 뒤 식수를 이용해 가볍게 고양이 세수를 했다.

다음에는 터렛을 끄고 위장을 제거, 새벽녘 옅은 햇빛에 의지해 차를 몰고 이동했다.

운전대는 가벡이 잡았다.

덜컹, 덜컹 … 덜컹.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딱히 별다른 일은 없었다.

오전 10시쯤에 D등급 아티펙트를 하나 더 찾았고,

다음 폐품을 위해 이동하던 중 사슴을 차로 쳤다.

“… 야 이 빌어먹을 새끼야. 이 정도면 보험 처리 안 되니까, 다음부터는 일단 멈춰.”

오후 1시쯤에는 민우가 활력초라는 풀을 뜯었고,

풀 뜯던 와중에 칼톨레므를 2마리 더 잡았다,

“근데 이름이 왜 활력초냐?”

“각성효과가 있어요.”

“마약류?”

“아뇨, 카페인 비슷한 효과에요. 집중도를 높여준다고 해서 수험생, 고시생 자녀를 둔 부모들한테 잘 팔려요.”

“얼만데?”

“아마 이 정도면 천만 원은 나갈 것 같네요.”

“적당히 캐고 가자.”

오후 2시쯤에는 C등급 아티펙트를 찾을 수 있었다.

정글 중층부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체분시가 돼 있었다.

“딱 봐도 이게 C등급 아티펙트네요.”

칵톨레므 손톱이 조잡하게 고정된 건틀렛이었다.

보기에는 싸구려 같아도 위력 하나는 절륜하리라.

물론 상대방에게 접근할 수 있고, 근접전 및 격투에 자신이 있다는 전제가 돼야겠지만 말이다.

“챙겨라. 이제 2개 남았으니까, 돌아가서 15분 쉬자.”

이제 남은 아티펙트는 D등급, C등급 각 1개.

칵톨레므는 5마리를 잡았다.

‘이제 어쩔까?’

시계를 살펴보니 3시였다.

늪에서 시체를 건져내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했던 것.

지금 돌아가면 딱 해가 질 무렵에 정글에서 나올 수 있겠지만, 왠지 모르게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 강한 녀석들을 만날지 모른다. 더 좋은 장비를 마련해 놔야 해.’

유적에서 봤던 최상위 관리자부터 저번에 만났던 ‘그 녀석’의 부하 그리고 정체불명의 흑인 발현계 이능력자까지.

저런 녀석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더 강력한 힘, 더 좋은 장비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장비를 얻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것도 꽤 많이.

‘조금만 더 있다 가자. 야간 운전이야 칼콘한테 맡기면 될 테고, 칵톨레므는 차량 이동 속도를 쫓아오지 못한다.’

불안한 마음이 걸리긴 했지만, 욕심을 이기지는 못했다.

결국 지훈은 조금만 더 정글에 남기로 했다.

원인 모를 이유로 경쟁자가 없어진 지금이 사냥이자, 폐품 수집을 하기 딱 좋은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차를 운전하기를 다시 30분.

심층부부터는 헌터들이 다니질 않았기에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큰 길이 없었다.

“흠… 어쩔까요?”

차가 없다는 건 마음 놓고 쉴 수도 없고, 물건을 운반하기도 힘들다는 얘기였다.

‘쩝, 아쉽지만 어쩔 수 없나.’

욕심은 여기까지만 부리기로 했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한들, 칼날 정글에서 차 없이 이동하는 건 무리였다.

잠깐 내려서 수색하고 돌아오면 모를까, 장거리를 걸어서 이동하면 뒤에 칵톨레므가 따라붙기 때문이었다.

“차 돌려라, 가자.”

“그러지.”

가벡이 거친 솜씨로 후진, 이후 차를 돌리려다가…

끼이익, 뻑!

실수로 전방에 있던 나무를 살짝 들이받았다.

뒷목부터 꼬리뼈까지 찌르르하고 아려왔다.

“이 새끼야, 운전 좀 제대로… 에휴, 됐다. 나와 새끼야.”

1억짜리 수표를 똥 닦아 버린 놈이었다.

그런 놈에게 고급 운전 기술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였기에, 그냥 포기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차를 돌려서 이탈하려는 순간…!

삑 … 삑 … 삑 … !

“어? 형님, C등급 하나 잡혔어요.”

GPS에 C등급 아티펙트가 하나 감지됐다.

그 얘기를 듣자 입에 미소가 드리웠다. 그렇지 않아도 끼니 대신 요기만 한 것처럼 살짝 부족하다고 느끼던 참이었다.

“가자. 저게 마지막이다.”

일행 모두 장비를 챙겨 GPS 지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약 20분 후.

일행이 모종의 사건에 맞닥뜨리기 직전.

칵톨레므 무리가 일행의 차량에 도착했다.

약 10기 정도 되는 무리.

그 중 덩치가 제일 큰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끼긱, 끼기긱?”

“끽! 끼에익-”

제일 작은 녀석이 지훈 일행이 향한 곳을 가리켰다.

칵톨레므 무리는 차량을 무시하고 그 방향으로 이동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동하려고 했다.

나무에 남아있는 거대한 손톱자국을 보기 전까지만.

차마 일행이 발견하지 못한 흔적이었다.

“끼에에에엑! 겍! 께게겍!”

큰 칵톨레므가 기겁을 하며 물러나는 것을 신호로, 순식간에 무리가 해산됐다. 이후 도망치는 칵톨레므들의 등 뒤로 거대한 포효가 들려왔다.

… 그워워워워 -

지훈 일행이 향했던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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