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권능의 반지-90화 (90/173)

<-- 그들의 사정 그리고 정산. -->

민우는 잠시 가까운 벤치에 앉았다.

‘이걸 어떡한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현재 민우가 들고 있는 물건은 크게 2 종류였다.

하나는 유적에서 가져 온 무기(곤봉, 검, 손도끼)였고, 나머지 하나는 음식이었다. 전자는 일단 팔든 쓰든 식별 먼저 해야 했고, 후자는 무조건 팔아야 했다.

‘저걸 어디다 팔아?’

제일 만만한 곳이 각성자 거래소였지만, 음식도 거래하는지는 미지수였다. 페커리 때도 그랬듯, 음식은 보통 국가 지정 식품 업체에서 정산했다.

하지만 유적에서 만년이나 방치된 검증되지 않은 물건을 어떻게 일반 식품 회사에 판단 말인가?

저런 물건 함부로 유통했다간,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일반인들 사이에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 수도 있었다.

‘그래. 이건 음식보다는 연구 물품으로 봐야지.’

결정은 났지만 또 고민스러웠다.

연구 물품을 각성자 물품 거래소(정부) 쪽으로 가져가면, 빠른 정산을 할 수 있었지만 가격이 낮았다.

반면 보사(BOSA)나 기타 연구 업체에 가져가면, 시간은 오래 걸리더라도 물건에 합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돈과 시간.

고민할 게 뭐 있겠는가.

민우는 당연히 돈을 선택했다.

근래에 들어서 반강제로 ‘큰 개’ 한 마리 키우게 된 지라, 사료 값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보사로 가자. 아마 시연누님이 계시니까 정산이 빨리 끝날지도 몰라.’

“언제까지 여기에 앉아 있을 거야? 시간 아깝잖아!”

지루했는지 지현이 담배를 피우며 까칠한 척 쳐다봤다.

얼굴을 오래 쳐다보려는 티 팍팍 나는 연기였으나, 민우는 왠지 그 모습에 지훈이 겹쳐보였다.

- 샷건 맞고 싶지? 샷건, 새끼야. 샷건!

‘히익!’

민우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가, 가죠. 아티펙트 상점 먼저 갔다가 보사로 갈게요.”

“그래. 내 시간 낭비하게 만들면 죽을 줄 알아!”

지현이 주먹을 들어 보였다. 사실 지현은 민우에게 호감이 살짝 있었지만, 피는 그 무엇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그녀도 지훈처럼 감정 표현에 서툴렀다.

“넵, 가죠.”

민우가 짐을 들고 일어섰다.

휘청.

아직 무릎에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무거운 짐을 들고 움직이기 어려웠다.

실제로 자살숲에서도 아예 지훈이 업고오지 않았던가.

“야! 너 왜 그래!”

“유적에서 조금 다쳐서요… 지금은 괜찮아요.”

지현은 속으로는 엄청나게 걱정됐으나,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대신 민우에게서 짐을 뺏어들었다.

“뭐, 뭐하시는 거예요?”

“내놔!”

“이걸 왜 지현 씨가 들어 주세요?”

“시끄러워! 딱히 너 좋아서 들어주는 거 아니니까, 괜히 이상한 오해 같은 거 하지마라!”

민우는 표백제 섞인 웃음을 흘리며 짐을 건네줬다.

“드, 드리겠습니다.”

☆ ☆ ☆

아티펙트 상점에 들어가자 지현이 서울 처음 온 시골 처녀마냥 헬렐레팔렐레 주변을 훑었다.

보통 아티펙트 상점은 각성자 혹은 아티펙트 유저 말고는 쫓아내는지라, 직원이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 매장은 일반인 손님은….”

“아니, 저 그게… 그런 게 아니고….”

키가 190은 되어 보이는 경비 직원이었다.

지현이 당황해서 버벅이고 있자니, 민우가 끼어들어 경비의 말을 잘라버렸다.

“식별하러 왔어요. 제 일행이에요.”

“아, 죄송합니다. 실례했습니다.”

직원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 물러섰다.

지현은 그런 민우를 호감 섞인 시선으로 쳐다봤다.

“감정실로 안내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위이이이잉 -

도끼, 곤봉, 검 순으로 검사기에 넣고 돌렸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프로토콜 수정 도구 13번]

종류 : 손도끼

등급 : B

재질 : Error code 495 #NO DATA

기록실 건설자가 되신 걸 축하합니다.

비록 저희 일족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당신의 이름은 기록과 이 장비에 담겨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ehitustööline님.

이 도구는 건설 도중, 혹시라도 음모론 자에 의해 경비 기계가 폭주할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 졌습니다.

만약에라도 그런 경우가 생길 경우, 이 도구를 이용해 기계를 제압하시길 바랍니다.

[오류기기 파괴용 곤봉]

종류 : 곤봉

등급 : B

재질 : Error code 495 #NO DATA +

기록실 수호자가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희 일족에게 … … … 것입니다, Hurmuri(님)

오류 기기가 생겼을 경우, 이 곤봉을 이용해 파괴해 주십시오. 매우 단단하게 제작되어 있으니, 사용 시 반작용으로 인한 부상을 주의해 주십시오.

[업을 짊어지는 자]

종류 : 검

등급 : Error code 305, Guess from B to A

재질 : Error code 495 #NO DATA +신원 불명의 영혼

축하합니다, 순례자님. 그리고 죄송합니다.

저희 일족은 절대 사라져서도 당신의 손에 묻은 피의 대가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데이터 열람시 관리자 권한 필요)

(식별 마법을 통한 강제 열람, 저항 실패)

이 유적은 종말에 딱 맞춰 완성되게끔 되어있습니다. 그 말은 곧 이 유적이 완료됨과 동시에 절대로 열리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최상위 관리자님의 결정에 따라, 이 유적은 완성과 동시에 영구 밀폐됩니다. 그렇기에 순례자님이 필요한 것입니다.

순례자님께서 맡은 임무는 단 하나입니다.

유적 완성과 함께 유적 내에 남아있는 동족을 모두 사살해 주십시오.

창고에 있는 식량과 식수는 그들을 위한 물건이 아닙니다. 후발 주자들에게 저희의 기술과 문화, 그리고 식량 보존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표본입니다.

절대로 일족이 소비하게 둬서는 안 됩니다.

어차피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순간 식량 부족으로 서로 죽고 죽이게 될 결과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시간에 짓눌려 짐승이 되지 않게끔. 우리 일족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문명인다운 최후를 맞을 수 있게끔 해주십시오.

그렇게 기계화가 완료 된 최상위 관리자와 올텅만 남기고 모두 사살한 후에 이 검으로 자결해 주십시오.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순례자님.

저희는 절대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B등급 아티펙트가 3개였다.

하지만 민우는 설명을 읽고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이렇게 된 거였구나.’

멀찍이서 듣기만 해서 무슨 일인지는 몰랐지만, 대충이나마 유적이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알 수 있는 민우였다.

민우는 마지막 남은 동족을 자기 손으로 죽인 뒤 자결했을 순례자를 생각하니 입 안이 쓰려졌다.

아마 최상위 관리자도 같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업을 짊어지는 자를 사용했던 순례자처럼 대의를 위해 기꺼이 희생했으리라. 하지만 3만년 이라는 긴 시간에 짓눌려 타락해 버렸겠지.

이미 사라져버린 종족에게 잠시 묵념했다.

“B등급 아티펙트 발굴 축하드립니다, 고객님. 근데 식별에 번역되지 않은 부분 및 고고학적 측면이 엿보이는 설명이 보입니다. 만약 원하신다면 연구 단체를 통해 번역을…”

직원은 지훈이 들었던 것과 비슷한 말을 쏟아냈다.

“괜찮습니다. 제 물건이 아니라서요.”

“예,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민우는 들고 있는 아티펙트들을 내려다봤다.

곤봉과 도끼는 B등급,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검은 보기 드문 B+ 등급이라고 했다.

B등급 아티펙트 가격이 보통 3~5억이었다.

게다가 설명을 보니, 고고학적 연구가치가 더 메겨져 자루 당 10억 이상 나갈 게 분명했다.

그 말은 곧 제 손에 30억이 들려있다는 뜻이었다.

‘30억, 의외로 가볍네. 옛날에는 상상도 못할 돈이었는데.’

순간 욕심이 솟았지만 흩어버렸다.

만약 중배 같은 인간 밑에서 일했다면 당장이라도 들고 도망갔을 테지만, 지금은 지훈과 함께 일하는 민우였다.

처음에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엮였지만 지금은 믿어 의심치 않는 동료였다.

적어도 민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상한 생각 그만하고, 이제 보사로 가자.’

민우는 좀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보사로 이동하는 사이 지현은 계속해서 재잘거렸다.

“우와 멋있다! B등급 아티펙트면 진짜 억 단위야?”

“네. 저도 그렇다고는 들었어요.”

☆ ☆ ☆

프론트에서 시연을 찾았지만,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실 전화해 보니까, 요즘 계속 안 나온다고 하네요. 보니까 지인인 것 같은데, 핸드폰 번호로 걸어보세요.”

안타깝게도 번호를 모르는 민우였다.

“지현 씨, 혹시 형수님 전화번호 아세요?”

“몰라. 아마 오빠가 알 걸?”

머리를 긁적거렸다. 나중에 다시 찾아도 되겠지만, 될 수 있으면 지금 당장 끝내고 싶었다.

“전화 한 통만 빌리겠습니다.”

뚜르르 - 뚜르르 … … … 뚜르르 - 뚜르르 -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뭔가 퍽퍽 거리는 소리와 함께 멀찍이서 나는 걸로 추정되는 비명이 들렸다.

“어… 이거 사람 패는 소리 아니에요?”

“그건 아니고, 칼콘이 지금 샌드백 때려보고 있다.”

“네? 샌드백요? 병원은요?”

☆ ☆ ☆

뻐 - 억!

칼콘의 주먹이 샌드백을 뚫어버렸다.

보통 샌드백은 사람이 때리라고 만드는 물건이었다. 그렇기에 될 수 있으면 내구성 있게 만드는 게 보통이었다.

게다가 현재 칼콘이 서있는 곳은 판크라테온 체육관.

각성자들이 넘쳐나는 장소인지라 샌드백 역시 몬스터 가죽으로 만든 아주 단단한 물건이었다.

근데 그 샌드백이 뚫렸다.

그것도 주먹 한방에!

“우와, 이거 진짜야?”

칼콘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뽑아냈다.

샌드백이 내장 토해내듯 모레를 우수수 뱉었다.

“가짜 같으면 아티펙트로 한 번 때려 줘?”

“아니, 괜찮아.”

칼콘이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훈! 나 이거 몇 번 더 쳐볼래. 다리로도 차봐야지!”

“적당히 해라, 미친놈아. 그거 다 때려 부수면 변상해야 돼.”

“하지 뭐!”

지훈은 신이 나서 샌드백을 죽이는(?) 칼콘을 보며 한숨을 내뱉고는, 다시 전화기로 신경을 돌렸다.

“병원에 10일이나 있어서 더 이상은 싫대. 어차피 몸도 다 나았고 해서, 잠깐 바람 쐬러 나왔어.”

☆ ☆ ☆

저런 까닭이었다.

“형님, 근데 저희가 가져온 식량 있잖아요. 형수님 통해서 정산할까 싶은데 출근을 안 하셨네요. 어떡해요?”

시연이라는 말에 지훈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냥 네가 알아서 해. 굳이 시연이 안 통해도 괜찮아.”

“그럼 그냥 제가 마음대로 할게요.”

“응, 그래 마음대로… 야, 야, 칼콘! 미친놈아! 그건 때려 부수면 안 돼지, 너 이 새…!”

뚝 - 뚜우 - 뚜우 - 뚜우 -

칼콘이 사고라도 쳤는지 전화가 뚝 끊어졌다.

민우는 짧은 웃음을 흘리고는 경비에게 용무를 전했다.

“FS유적에서 식량을 가져왔어요. 보관상태 보니까 만 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식품 연구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민우는 유적에서 가져온 식량들을 연구 물품으로 판매했다.

‘칼로리 블록처럼 보이는 거랑 식수는 죄다 팔고… 술은 두 병만 남기자.’

FS산 만 년짜리 술이었다. 굳이 연구물품으로 팔 것 없이, 먹어도 만족. 애주가한테 팔아도 만족이었다.

식량 판매 대금은 만족스러울 정도로 챙겨줬으나 그 조건으로 몇 가지 질문 및 면담을 했다.

아프진 않냐, 병에 걸리지는 않았냐 등의 건강적인 부분부터, 맛이 어떠냐 같은 미식적인 질문도 있었다.

대부분 대답해 준 뒤 일행과 합의한 대로 유적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팔았다.

FS 유적 연구는 1~2순위를 다툴 정도로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였기에 큰돈을 받고 팔 수 있었다.

☆ ☆ ☆

[정산]

획득.

B등급 아티펙트 2개 (정산시 개당 최소 5억) (연구가치)

B+등급 아티펙트 1개 (정산시 개당 최소 7억) (연구가치)

첫 번째 개척자들의 식량 판매 대금 : 1억 9천만 원

유적, 기록 보관실 위치 정보 판매 : 10억

지출.

M33 + 유탄 : 5000만 원 (지훈 지출)

D등급 아티펙트 : 2300만 원 (지훈 지출)

EMP 수류탄 2발 : 1500만 원 (지훈 지출)

C4 2개 : 무료 (석중네 가게 입구에서 떼어 옴)

가벡의 방패 + 9mm 폭발탄환 : 2000만 원 (민우 지출)

MRE 10봉 + 칼로리 블록 : 50만 원

침낭 하나 : 15만 원 (나머지 하나는 하수구 때 샀음)

자살숲 지도 : 500만 원

가벡 택시비 : 12만 원 (민우 지출)

아티펙트 식별비 : 300만 원

총액.

아티펙트 미정산시 11억 8150만 원 획득.

3인 분배 시 약 3억 9천만 원.

[결과]

[지훈]

최종 정산, 현금 3억 200만 원 획득.

- 장비 손상 : M33 분실, 티셔츠 1장, D등급 방탄외투

- 부상 : 총상, 화상, 자상, 타격상, 근육파손(재생 됨) 영양실조, 어지럼증, 현기증 (재생 휴우증)

- 능력 : 티어 업 5번, 이블 포인트 5 감소.

- 기타 : 칼콘의 신뢰. 전우애.

- 잔고 : 약 3억 9000만 원

[칼콘]

현금 획득 없음.

- 기타 : B등급 의수를 달았음.

[민우]

3억 7000만 원 획득.

- 장비 손상 : D등급 경량 방탄모 파손.

- 부상 : 무릎 인대 부상. (치료 필요)

- 능력 : 저항 -1, 근력 +1, 이능 +1(!!!!!)

[가벡]

최종 정산, 2억 9000만 원 획득.

1억 원의 행방 : 아무 생각 없이 수표로 밑 닦고 변기 내림.

- 장비 손상 : F등급 방패 (수리는 가능하나 파기)

- 부상 : 찰과상 및 얕은 자상 여러 개.

- 능력 : 근력 + 1 저항 + 1, 티어업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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