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권능의 반지-70화 (70/173)

<-- 반격 -->

누군가 총을 겨누고 있는 것 같은 섬뜩한 감각.

그럼에도 주변에 위험해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분 탓인가.’

약 10분 남짓한 시간동안 총격전이 계속됐다.

슬슬 양측 다 총알이 떨어져 갔기에 총성이 드문드문 해졌지만 안심할 순 없었다.

조금만 몸을 내놓아도 귀신같이 저격당했기 때문이었다.

전투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기에, 지훈도 슬슬 몸을 움직여 트럭 쪽으로 돌아왔다.

“어떡하지?”

사격에 능숙하지 못한 칼콘은 발만 동동 굴렀다.

“지원 요청 했으니까 아마 헬기 띄웠을 거야. 시간만 끌어도 우리가 이긴다.”

맞는 말이었다.

지금으로선 호위 측이 매우 불리한 싸움이었지만, 지원이 도착하면 모두 끝낼 수 있었다.

헬기가 공중에서 기관총만 쏴도 강력한데, 미사일까지 탑재하고 있으니 개미 싸움에 말벌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저쪽도 모르진 않았다.

거리상 아무리 헬기가 빨리 도착한다고 해도 약 1시간.

언더 다크는 무조건 그 전에 이 일을 끝내야 했다.

치직.

- 엄폐하고 있던 짚단을 굴리며 전진하라.

현재 언더 다크는 골든 하플링들이 쌓아놓은 짚단에 엄폐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짚단이라지만, 지름 2M에 너비 1M 정도로 거대하면 소총탄 따윈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 낼 수 있었다.

게다가 둥그렇게 말려있어 밀면서 전진하기도 수월했다.

“개새끼들! 짚단 밀고 전진하고 있어! 어떡하지?”

호위 일행이 술렁거렸다.

이대로 있다간 바로 눈앞까지 접근을 허용하게 될 터였다.

“씨발 기다리다 죽으나, 나가서 죽으나!”

어느 용병이 엄폐물 밖으로 나가 짚단을 갈겼지만, 소총 가지곤 두꺼운 짚단을 뚫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지훈 역시 애가 탔다. 평원이라 도망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전진을 막을 뚜렷한 수도 없었다.

폭발탄환을 써봤지만 막을 순 없었다. 잠시 주춤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여러 발 쏟아 부으면 모를까 무리였다.

관통탄도 마찬가지였다. 짚단 뒤 누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도 몰랐고, 탄환도 겨우 20발이었다.

결국 속수무책으로 10M 까지 접근을 허용했다.

언제 적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신경만 곤두세우고 있길 약 120초.

휘익 - 톡.

토르르르….

용병 사이에 섬광탄이 떨어졌다.

‘이런 씨발!’

이쪽에서 쓸 때는 참 편리했던 물건이, 상대방이 쓰자 미친 듯이 짜증나는 물건으로 변했다.

“귀 막고, 눈 감고, 입 벌리고, 엎드려!”

퀴피이이이이잉!

엄청난 소음과 함께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아아악!”

섬광탄 바로 옆에 있던 용병이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을 신호로 샷건을 든 돌격병이 나타났다.

“죽어!”

탕!

섬광탄에 정신이 없던 용병이 피를 뿜으며 쏟아졌다.

돌격병은 이후 다시 트럭 사각으로 돌아가더니….

휘익 - 톡. 토르르르….

교수가 없는 걸 확인했는지 이번엔 수류탄을 던졌다.

‘이런 미친!’

섬광탄에 정신없는 사이 저게 터졌다간, 전원 사망할 게 분명했다. 절대로 터지게 놔둬선 안됐다.

“씨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 가속 이능을 활성화 시켰다.

갑자기 온 몸에 피가 빠르게 뛰는 듯 한 착각!

지훈의 몸이 쏜살같이 움직이더니, 바닥에 떨어진 수류탄을 그대로 걷어 차 버렸다.

빡!

“고개 숙여, 새끼들아!”

지훈의 말을 들은 칼콘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곤, 바로 용병들 앞을 방패로 가로막았다.

쒜에에엑 -

발에 차인 수류탄은 트럭 끄트머리로 날아갔다.

침투조가 숨은 곳 바로 앞이었다.

‘이게 왜 여기에…!’

수류탄을 확인한 녀석들은 바로 엎드리려 했지만….

애석하게도 수류탄이 터지는 게 더 빨랐다.

콰아앙!

트럭 모서리 건너편에 있던 적들이 육편이 됐다.

지근거리 위협이 사라졌기에, 이제 역공을 할 수 있는 찬스가 온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건 적이 먼저 다가와 줘서 이쪽도 적과 가까워 졌다는 것 정도였을까?

만약 거리가 500M라면 도착하기 전에 벌집이 됐겠지만, 30M 내외라면 충분히 다가갈 수 있는 거리였다.

'어떡하지.'

현재 상태라면 총알을 맞아도 죽지는 않겠지만, 쓰러진다.

만약 쓰러진 상태에서 집중 포화를 받거나, 샷건 슬러그 탄 따위를 맞았다간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몰랐다.

'일단 조심하는 쪽으로 간다. 아직 전부 견딜 수 있을 정도는 아니야.'

이동할 수 있는 엄폐물이 필요했다.

“칼콘! 방패!”

“알겠어!”

지훈의 부름에 칼콘이 다가와 방패로 엄폐물을 만들었다.

“앞으로 이동해. 측면은 내가 처리한다.”

방금 한 무리가 육편이 됐으니 이제 남은 적은 18명 즘.

일제히 돌격한다면 역전할 수 있었다.

“우리가 먼저 가서 주의를 끌 테니까, 적당히 눈치보다 돌격해! 알았냐!”

용병들이 웅성거렸으나, 그들도 가만히 있어봐야 사냥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형님 저는요!?”

민우가 어찌해야 할까 모르는 얼굴로 물었다.

“너는 가서 교수 보호해. 나가봐야 죽는다.”

“알겠습니다!”

이후 가벡에게도 명령을 내릴까 싶었지만, 어차피 저쪽은 숙련된 전사였다. 알아서 잘 할게 분명했다.

“가자!”

지훈은 돌 피부 마법을 걸곤 칼콘 뒤에 바짝 달라붙었다.

티티티티팅!

경계사격이 날아왔지만 전부 방패에 박혀버렸다.

장갑이 3cm도 넘는 D등급 금속 덩어리였다. 중화기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에야 뚫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칼콘이 현재 입은 갑옷도 D등급 아티펙트였다.

집중 포화를 맞아 방패를 잃는다고 해도 쉬이 목숨을 잃을 리 없었다.

“계속 가?”

“쟤네 엄폐물까지 이동해. 이후 난전에 돌입한다.”

“알겠어!”

적들은 계속해서 칼콘에게 총을 갈겼지만, 단 한발도 방패를 뚫지 못했다.

휘익 - 톡.

그러던 와중 수류탄이 날아와 방패에 부딪쳤다.

“수류탄이야!”

총알도 뚫지 못하는 장갑을 수류탄으로 뚫을 수 있을 리 만무했지만, 걱정스러운 부분이 하나 있었다.

바로 폭발이었다.

아무리 장갑이 뚫리지 않는다고 한들, 힘에 못 이겨 넘어진다면 제압 될 가능성이 있었다.

“뒤에서 민다. 버텨!”

지훈 역시 그 사실을 알았기에 칼콘을 세게 밀었다.

콰앙!

바로 앞에서 수류탄이 터졌음에도 칼콘은 쓰러지지 않았다.

단지 약간 흔들린 게 다였다.

“저거 뭐야. 뭐 저딴 새끼가 다 있어!”

총격을 버티고 있는 이쪽도 힘들었지만,

공격하고 있는 언더 다크 입장도 죽을 맛이었다.

병력 대부분이 일반인인 언더 다크 측은 조금이라도 접근을 허용하면 안됐다.

각성자나 아티펙트 유저(비각성자지만 고등급 아티펙트로 무장한 자)에게 일방적으로 사냥당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칼콘이 방패를 앞세워 밀고 들어오니, 점점 구석에 몰리는 기분이었다.

“각성자! 각성자 어디 있어!”

언더 다크 소총수가 희번덕거리며 외쳤다. 그에 뒤에 있던 남자가 씩 웃었다.

“기다리다 지쳤다고. 이제야 내 차례가 온 건가?”

방탄복이 아닌 가벼운 가죽 갑옷에 단검을 든 남자였다.

“빨리 가서 어떻게 좀 해봐!”

“이 몸이 전부 처리해주지. 얌전히 기다리기나 해라!”

언더 다크 각성자가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그는 다른 능력치는 전부 낮았지만, 특이하게 민첩 능력치만 높은 독특한 각성자였다.

‘총알 따위 가볍게 피해서 목에 칼을 박아주마!’

그는 이런 지근거리에서 단 한 번도 총알에 맞아본 적이 없었다. 언더 다크 각성자는 이번에도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달려 나갔다.

쑤욱 - 타타타탓!

“우악! 저거 뭐야! 빨라!”

칼콘이 비명을 질렀다.

앞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각성자가 튀어 나왔음을 알 수 있었다. 지훈이 과감하게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이능 발동. 집중.’

몸이 붕 뜬 상태 그대로 시간이 느려졌다.

마치 무중력 공간에 있는 것 같았다.

‘저 녀석이 각성자인가.’

지훈은 현란하게 움직이는 녀석을 발견했다.

이능 미발동 상태였다면 동체 시력으로 쫓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움직임이 하품 나올 정도로 느려 보였다.

현재 적은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접근하는 상황.

아마 동선을 무작위로 움직여 적에게 혼란을 주려는 것 같은 시도였으나, 안타깝게도 지훈에겐 통하지 않았다.

‘좌, 우, 좌, 우.’

지훈은 녀석의 리듬을 읽은 뒤…

푝!

빈토레즈의 방아쇠를 당겼다.

퍽!

결과는 깔끔하게 명중.

우악스런 9x39mm짜리 OTN 탄두가 갑옷 째로 적을 관통해 버렸다. 언더 다크 각성자의 눈동자가 부풀어 올랐다.

‘어, 어떻게!’

무슨 일인지 이해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더 이상 그에게 남은 시간은 없었다.

힘을 잃어 관성에 따라 그대로 돌진한 각성자는 그대로 칼콘의 가시 방패에 들이 받혔다.

“꺼져!”

뻑!

칼콘이 온몸으로 방패를 휘두르자 각성자가 온몸에서 피를 뿜으며 날아갔다.

그 사이 지훈은 재빨리 칼콘 뒤로 돌아가 숨을 골랐다.

“허억… 허억….”

“괜찮아?”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져. 신경 쓰지 말고 전진해.”

마지막 방어수단이었던 각성자가 당했기 때문일까?

짚단 뒤에 숨어있던 녀석들이 전부 도망쳤다.

‘그딴 짓 벌여놓고 살아 돌아가려고? 우습군.’

푝푝푝!

녀석들은 전부 등에 탄환을 맞고 쓰러졌다.

지훈은 그렇게 짚단 하나를 소탕한 뒤 다음 짚단으로 향했다.

한편, 가벡과 민우는 교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괜찮아요?”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저도 잘 몰라요. 일단 여기에 숨어 계세요!”

민우는 교수를 진정시킨 후 앞을 내다봤다.

계속해서 전진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거리를 지키며 총을 쏴대고 있었다.

‘어떡하지?’

능력만 됐다면 민우도 지훈처럼 달려 나가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비각성자였다.

괜히 영웅 흉내를 냈다간 수명만 짧아질 뿐이었다.

“가벡! 이럴 땐 어떡해?”

“기다려라. 적이 강할 땐 몸을 웅크리고 있어야 한다.”

“아까도 이렇게 기다리다가 섬광탄 맞았잖아!”

“조용히 해. 소리 듣는데 방해된다.”

민우는 이 상황에 눈을 감고 있는 가벡을 보곤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나라도 뭔가 해야 돼!’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공격받아도 반응할 수 있게끔 신경을 곤두세웠다.

틱!

그리고 그 순간!

미세한 소리를 감지한 가벡이 눈을 부릅떴다.

휘이이익!

뭔가가 바람을 타고 날아오기 시작했다.

섬광탄이었다.

‘이걸 기다렸다. 멍청한 인간들.’

가벡이 순식간에 몸을 일으키며 검을 꺼냈다.

그리곤 검을 90도 꺾어 그대로 야구하듯 섬광탄을 검면으로 쳐버렸다.

깡!

시원한 안타!

이쪽으로 던졌던 섬광탄은 정확히 짚단 뒤에 떨어졌다.

콰-앙!

“어떻게 하냐고 물었던가? 따라와.”

가벡은 그렇게 말하곤 짚단 쪽으로 달려 나갔다. 그런 그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전쟁! 나는 전쟁이 좋다! 내게 명예로운 죽음을 달라! 내 영혼은 죽어서도 위대한 신들의 전쟁터에 있을지어다!”

“미, 미친 새끼가 뭐라는 거야! 죽지 마!”

민우는 그런 가벡 뒤를 전속력으로 쫓아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