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권능의 반지-65화 (65/173)

<-- 석중과 민우의 악연.-->

반면, 민우는 석중이라는 이름에 고개를 푹 숙였다.

“저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아는 왜 좆 쳐다보고 있니. 가까이 오라. 지훈이 동생이면 와서 인사를 해야지. 쓰애-끼가 버릇이 없디.”

“예, 예? 저요?”

“거 이 쓰애끼 너밖에 더 있니?”

지훈은 민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 말만 저러는 거니까 그냥 맞춰 줘. 좋은 사람까진 아니어도, 그럭저럭 상대할 만하다.

애써 움직이려는 민우의 머리에 어떤 말이 스쳤다.

- 우리가 석중 할배 먼저 치러 간다.

거꾸로 보면 곧 석중이 중배를 죽인 흑막이라는 얘기였다.

중배 일행이 모두 죽었는데, 혼자만 살아있다는 걸 알면 지금 당장 죽이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가면 안 될 곳에 질질 끌려가는 것 같은 기분일까.

“아, 안녕하세요.”

“아직 덜 컸나 숫기가 없디. 바지 함 까보라. 고추 없는 거 아이야?”

“그만 하소. 아 잡겠네.”

“이름이 뭐니.”

이름이라는 말에 민우의 말이 덜컥 막혔다.

불편한 침묵이 계속됐기에 대신 말해줬다.

“민우요. 우민우.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요.”

“형님, 잠….”

민우가 급히 말렸지만, 이미 물은 쏟아지고 난 후였다.

석중의 표정이 사나워지며 분위기가 싸늘하게 굳었다.

“우… 민우라? 그 쓰애끼 중배 식물잽이 아니니?”

“맞소. 문제 있소?”

“내가 그 패거리 다 죽이라 했디.”

민우는 당장이라도 총알이 날아올 것 같은 분위기에 벌벌 떨었다.

“뭔 개소리요. 중배 물건만 가져오라며.”

“당장 죽이라. 꼴 뵈기 싫다.”

민우가 놀란 닭 같은 표정으로 지훈을 쳐다봤다.

“혀, 형님….”

“그만하소. 지금 얘 내 사람이오. 어차피 이 쪽 피아구분 모호한 거 알면서 왜 그러오?”

“저 새끼 보면 중배가 죽이 삔 지수 생각이 난디.”

“씨발. 좀 놔 주소. 아, 지금 천국에서 딴 놈이랑 떡 잘 치고 잘 살고 있답디다. 와 자꾸 뒤져삔 년 갖고 그러는 건데? 보니까 그 년 처먹은 개도 전부다 생으로 파묻었다며. 이제 그냥 보내주쇼. 주접도 심하면 병이요.”

반쯤 진심을 담은 농에 고함이 돌아왔다.

“닥치라! 뚫린 주둥이라고 막 놀리다 훅 가는 기라!”

“그만하쇼. 늙어서 쪽팔리지도 않소?”

“좋아했단 말이다.”

지훈이 푹 한숨을 내뱉었다.

“보소, 할배. 늘그막에 황혼 로맨스 한 건 이해하겠는데… 그건 그거고, 일은 일이잖소. 나도 할배한테 빚 진거 몇 개 있어서 잘 지내고 싶은데. 자꾸 이러면 얼굴 못 본단 말이오. 서로 불편해지지 맙시다.”

“됐다. 말마라. 내는 저 놈 보기 싫다.”

인생을 패기와 수완으로 살아온 만큼, 석중의 고집도 세었다.

“내 할배 보려고 여기까지 물건 사러 왔소. 솔직히 거래소나 여기나 가격 차이도 얼마 없드마, 내 푼돈 아끼자고 온 줄 아소? 다 옛날 정이 있어서 온 거요.”

“진짜니?”

석중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거 이제 다 잊으쇼. 처음엔 우리도 서로 총질하던 사이 아니었소.”

옛 생각이 났는지 석중이 픽 웃었다.

“그래. 니도 처음에 내한테 겁도 없이 총부터 들이밀었지.”

“근데 지금은 잘 지내니, 이 녀석과도 그럴 수 있을 거요.”

석중이 호랑이 같은 눈으로 민우를 쳐다봤다.

방탄유리 건너에 있어 실제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음에도, 그 패기는 과연 맹수에 비견했다.

“내 노력은 해보지만 장담은 못한디.”

“그 정도면 충분하오. 자자, 이제 거래나 합시다.”

“그래서 뭐 사러 왔디?”

현재 필요한 물건은 전투 물품이었다.

“일단 우리 물건 좀 살펴보고 결정 합시다.”

[점검]

[지훈의 장비]

무기.

여왕의 은혜(C등급), 글록 19(일반), 빈토레즈(일반)

방어구.

방탄 외투 (E등급), 방탄모 (F등급)

습작 954번 (B등급), 전투용 워커

기타.

핸드폰, BOSA 감지기

‘뭘 바꿔볼까.’

무기는 충분했다.

600M가 넘는 장거리 교전을 하기에는 부적합했으나, 애초에 전쟁 아닌 이상에서야 그런 상황이 올 리가 없었다.

‘중, 단거리는 빈토레즈로 전부 커버 된다.’

그나마 우려되는 부분은 글록과 창이었다.

글록은 파괴력이 약했으나 그나마 마력탄환으로 커버가 가능했지만, 여왕의 은혜 경우는 마법이 문제였다.

‘마법 해제를 맞는 순간 무용지물이 된다.’

하지만 마법사 자체가 귀한 상황에 부여사(인챈터, 마법물품 제작자)와 전투 중 마주칠 확률은 아주 희박했다.

‘그리고 단순 영창으로 마법을 해제할 정도의 마법사라면… 만난 순간 도망도 못 가고 죽는다고 봐야 옳다.'

굳이 창에 걸린 마법 해제하는 것 보다 사용자를 죽이는 게 더 빨랐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방어구였다.

저번 의뢰 때 휴머노이드와의 전투가 예상됐기에 전부 방탄으로 구비해 놨기에 총알 걱정은 없었다.

'나는 딱히 필요한 게 없다. 마력 탄환이나 보충하자.'

“여 마력탄 좀 있소?”

“구경 말해보라.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9x36mm 아음속.”

석중의 눈이 가늘어졌다.

“니 들고다니는 총 이상하게 생겼다 했드만, 거 불곰네 거였니? 와 그 탄이 필요해.”

“빈토레즈 하나 장만했소.”

“쯧. 내가 개척지 국지전 때 걔네 소총수한테 총알 맞았던 기억 난디. 원래 걔네 물건은 기분 나빠서 원래 취급 안한다마는, 이번에 누가 폐품으로 주워온 관통탄 한 박스 있다.”

“주쇼.”

[구입]

9X36mm 아음속 관통 마력탄 (20발)

총 지출 800만 원.

“아 뭔 총알 20발에 800이나 해. 좀 깎아줘.”

“이 총알 얼마나 귀한건지 모르는구나. 이 무거운 탄두에 관통탄이면 장갑차도 뚫는디, 병신아.”

“나발이고 한 발에 40만원이 말이 되오? 차라리 대전차탄을 쓰겠네.”

“말아라. 안 판디. 가치도 모르는 놈. 쯧!”

흥정을 해봤으나 석중의 태도는 굳건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발당 40만원 주고 구입했다.

“칼콘 넌 뭐 살 거냐?”

“잠시만, 고민 좀 해볼게.”

[칼콘의 장비]

무기.

메이스 (E등급), MP5 (일반, 소음기.)

방어구.

사슬 갑옷 (일반) 방탄모 (F등급)

스파이크 그리브 (일반) 접이식 방패 (파손)

칼콘은 비각성자 인지라 무기보단 방어구에 투자해야했다.

지훈 같은 경우 저항 능력치와 각성을 바탕으로 한 체력으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지만, 칼콘의 경우 각성자들의 무자비한 공격에 맨몸으로 버틸 수 없었다.

실제로 저번에도 고블린에게 무참히 밀려났다.

체중과 신장이 1.5배는 족히 나가는 인간 각성자에게 맞았다간 그대로 3M는 날아갈게 뻔했다.

“있잖아, 지훈. 우리 헌팅 얼마나 자주 갈 거야?”

“그건 왜?”

“자주 나갈 거면 큰맘 먹고 사게.”

딱히 어떻다고 대답해 줄 수 없는 문제였다.

좋은 일만 있다면 얼마든지 나갈 수 있었지만, 문제는 헌팅이라는 게 정보나 사건에 따라 들쑥날쑥 하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나갈 거야. 걱정 마.”

“이번에도 돈 들어올 테니까 사도되겠지?”

“사. 어차피 나가서 뒤지면 휴지조각이다. 돈 들고 저승 갈 순 없잖아?”

칼콘은 이것저것 둘러보다 결국 방패와 갑옷을 구입했다.

될 수 있으면 C급 이상의 장비를 사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안타깝게도 음식과 술로 돈을 탕진한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여있다. 가시 방패랑 비늘 갑옷.”

카운터 위로 흉측한 금속 가시가 잔뜩 막힌 방패가 올라왔다. 그 모습이 마치 중세시대 고문도구처럼 생겼다.

반면 갑옷은 물고기마냥 번들번들 거리는 묵색이었다.

“한 번 입어볼게. 잠시만.”

칼콘이 갈아입고 나오자, 게임에 나오는 오크 지휘관 같은 모습이 됐다.

특히 방패가 압권이었는데, 접이식 방패를 폈을 때 보다 더 큰 까닭에 거의 벽을 들고 다니는 것 같았다.

물론 튀는 부분도 있었으니….

“그 방탄모는 어떻게 못 하겠냐? 깬다.”

“방탄 성능은 이게 제일 좋대.”

“그래… 뭐 패션쇼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냅둬라.”

[구입]

사슬 갑옷 => D등급 비늘 갑옷 (비반사 처리, 묵색)

F등급 접이식 방패 (파손) => D등급 가시 방패 (양손)

총 지출 5200만 원. (전 재산)

[비고]

양손 방패를 든 까닭에 무기를 들 수 없음.

칼콘의 장비 구입이 끝나자마자 의자에 앉아있는 민우를 불렀다.

“또 무릎 아파서 그래? 빨리 살 좀 빼라.”

“그냥 다리에 힘 좀 풀려서 그랬어요.”

“됐고, 물건이나 골라.”

[민우의 장비]

무기.

MP5 (일반)

방어구.

보호경 (일반) 방탄모 (일반)

방탄복 (일반) 운동화 (일반)

참 조촐하기 그지없는 장비였다.

‘저 장비로 어떻게 잘도 살아남네. 참 신기하단 말이지.'

이런 면에서 보면 참 능력 있는 놈이었다.

여태껏 민우는 체력과 근력이 약한 탓에 무거운 장비를 들 수 없었다. 입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으나, 얼마 걷지 않아도 하중 때문에 다리가 아파왔던 것.

칼콘처럼 근접전을 염두에 둔 장비가 아니고서야, 보통 헌터들이 입고 다니는 방어구의 무게는 약 9kg 정도였다.

이에 등급이 높아질수록 사용자의 힘(등급)도 높아지기에 방어구 무게 역시 정비례하는데, 민우로선 이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제가 약한 게 아니고, 평범한 겁니다. 진짜 인간적으로 너무 무겁다고요!”

민우는 D등급 방어구를 입고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어떡하지 하고 고민하고 있으니, 석중이 끼어들었다.

“무게 감량 마법 걸린 물건 있디.”

이 세상에 헌터가 각성자만 있는 게 아니었기에, 방어구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크게 성능이 전투에 집중 된 일반 각성자용 제품과, 무게 및 편의에 신경 쓴 비각성자용 제품이 있었다.

지금 필요한 건 바로 후자였다.

아무리 좋게 따져봐야 민우는 전투요원이라기 보단 학자, 길잡이, 정보꾼으로 봐야 옳았다.

“그럼 그냥 가벼운 걸로 주쇼.”

“이건 알아두라. 가벼운 만큼 방어력도 약하디.”

“그래서, 저게 D등급인데, 성능만 따지면 어느 정도요?”

E등급을 조금 웃돈다는 말이 돌아왔다.

“어쩔래? E등급이면 저격총이나, 기관총 빼고 대부분 OTN탄은 막는다.”

“사지 말고 그냥 길가다 콱 뒤져 삐라. 뭘 고민하니. 거 목숨 값 아끼는 새끼들은 그냥 일찍 뒤져도 된디.”

민우대신 석중이 끼어들어 비아냥거렸다.

“오래 살려면 사야죠.”

“아쉽디.”

[구입]

방탄모 = > 경량 방탄모 (D등급)

방탄복 = > 경량 방탄복 (D 등급)

운동화 = > 경량 워커 (F 등급)

총 지출 : 6300만 원.

“저 무지막지한 갑옷보다 왜 제 방탄복이 더 비쌉니까?”

민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건에 붙기만 하면 가격이 하늘로 뛰게 만드는 놈이 하나 있디. 그게 뭔지 아니? 마법이다 쓰애끼야.”

마법 탄환이야 이미 공장에서 찍어내는 수준이라 가격이 비교적 안정됐지만, 다른 물건들은 사정이 달랐다.

아이덴티티가 시장과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몇몇 정부는 독자적인 마법 물품 생성 공정을 만들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보급용으로 E급 물건이나 만드는 게 고작이었다.

“더 살 거 없니?”

“그냥저냥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소.”

“그래. 뒤지지 말고 다시 찾아오라.”

석중은 씩 웃으며 인사했다.

“니는 다시 안 와도 되니께이, 참고하고.”

물론 민우만 제외하고 말이다.

“네가 이해해라. 원래 똥고집밖에 없는 늙은이다.”

지훈은 어깨가 축 쳐진 민우를 달래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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