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은 가벼운 악행도 필요하다. -->
총알이 튕겨나가자 남자들이 사색이 됐다.
“썅. 각성자?”
상식상 사람이 총을 맞으면 죽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그런 상식을 짓밟는 존재를 마주했으니, 당황할 수밖에.
탕, 탕, 탕, 타-탕!
남자는 계속해서 사격했으나, 단 한 발도 지훈의 몸을 뚫지 못했다. 단지 방탄 능력 없는 정장에만 구멍이 숭숭 뚫렸을 뿐이었다.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가볍게 몸을 털자 몸 여기저기서 납탄이 떨어졌다.
후두두둑.
- 지훈, 쟤네 위험해 보이네. 도와줄까?
연달아 울리는 총소리에 칼콘이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거절했다. 어차피 상대는 피라미지 않던가?
“다 쐈냐?”
약실에 있던 것 까지 모두 쏴버렸는지, 강도는 허둥지둥 재장전을 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탄창을 바닥에 흘려서 다시 줍기까지 했지만, 지훈은 여유롭게 기다렸다.
평소라면 재장전은커녕, 말하는 사이에도 공격하겠지만 어차피 압도적인 전력차이였다. 지려야 질 수가 없다.
‘저항 능력이 어디까지 버티는지 알아봐야 한다.’
이참에 D등급 저항으로 어떤 부위를 얼마만큼 막을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심보였다.
이후 남자의 총이 다시 한 번 불과 납을 뿜었다.
물론 단 한발도 지훈의 몸을 뚫지 못했다.
“자, 이제 죽을 준비 됐냐?”
당연히 됐을 리 없다.
강도들이 놀란 벌레 무리처럼 흩어졌다.
사실 이 개척지에 저런 쓰레기들 따위 널리고 널려서, 잡아 죽여 봐야 별 차이도 없었지만, 괘씸죄라는 게 있었다.
총 갈겼는데 그냥 보내줄 생각 따윈 없었다.
품 안에서 삼단봉을 꺼내 폈다.
촤라라락!
‘이능 발동, 가속.’
지훈의 몸이 마치 스프링처럼 튀었다.
맹수 같은 빠른 속도!
그에 허겁지겁 도망가던 남자들이 기겁했으나, 이미 도망치기엔 늦었다.
제일 먼저 총을 갈겼던 녀석에게 다가갔다.
“사, 사람 살려! 여기 각성자가 민간인 사냥한다!”
“그러니까 총 쏠 때는 조심해서 쐈어야지.”
순식간에 가까워진 목소리에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믿을 수 없는 속도에 뒤를 돌아보는 그의 눈이 마치 곧 호랑이 아가리에 들어갈 토끼마냥 희번덕거렸다.
“어, 어떻게….”
설명을 원하는 눈치였으나 해 줄 생각은 없었다.
달리고 있는 남자의 다리에 바로 로우킥을 꽂아 넣었다.
왼 발을 축으로 삼은 뒤, 달리던 속도 그대로 오른발을 내질렀다.
훅 -
뻑!
와작!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강도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이대로 내버려둬도 충분히 행동 불능이겠지만, 당연히 그 정도로 끝내 줄 생각은 없었다.
공중에 떠있는 녀석의 어깨에 삼단봉을 꽂았다.
두랄루민으로 만든 단단한 쇳덩어리가 사람의 연약한 살과 뼈를 그대로 으깨버렸다. 견갑골이 작살나며 그대로 남자의 팔이 기괴한 방향으로 비틀어졌다.
이후 지훈은 첫 번째 희생자가 채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근거리까지 다가가, 오른 다리를 삼단봉으로 후려 쳐 제압했다.
‘이제 넷 남았나.’
남은 넷은 둘씩 흩어져 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좀 제대로 달려볼까.’
예전엔 근력, 민첩, 저항 능력치가 낮아서 근육에 부담이 됐음은 물론, 심장을 생각해 전속력으로 달려본 적은 많지 않았다.
숨을 크게 들이켜 폐에 공기를 주입한 뒤….
파앙!
땅을 박차며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달려가는 자리마다 보도블록이 튀었다!
귀신같은 속도 그대로 나머지 둘을 처리한 뒤 골목길로 도망간 녀석들에게 향했다.
‘쫓아가기엔 멀다.’
가속 이능을 해제한 뒤, 바로 글록을 꺼내….
탕 - 탕!
남자 둘이 쓰러지는 걸 보고는 가볍게 블루투스 이어폰에 속삭였다.
- 쓰러진 놈들 끌고 와.
☆ ☆ ☆
“이 나쁜 새끼들, 개만도 못한 새끼! 죽어!”
소휘가 눈물에 화장이 번진 얼굴로 남자들을 후려 팼다.
제 아무리 운동 안한 여자라도 각성자다.
격투기 선수급 주먹에 남자들이 고통을 토해냈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반면 호진은 마음이 무거운 듯 민우에게 얻은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었다.
한 동안 샌드백 때리는 소리가 울리고 있자니 소휘가 광기서린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봤다.
“아저씨… 얘네 죽여줘.”
반말 둘째 치고 아저씨라니,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살아온 삶이 삶인지라 노안이긴 했지만, 그래도 20대 후반인 지훈이었다.
“아직 정신 못 차렸냐? 존댓말 어디 갔어.”
소휘가 머뭇거리다가 이내 다시 한 번 부탁했다.
“얘네 죽여줘요.”
당연히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싫어. 내가 왜?”
“왜라뇨? 저희한테 못된 짓 하려고 했잖아요! 그리고 아저씨는 저희 경호원이구요!”
웃음이 나왔다.
반말 찍찍 싸며 경호견 취급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경호원이니 사람 죽여 달랜다.
“이봐, 연예인 한다고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꼬맹아. 귀에 박은 좆 빼고 잘 들어.”
이미 경호 계약 따위는 호진이 얼척 없는 짓거리 했을 때 이쪽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너희가 우리 그딴 식으로 취급했을 때 계약은 날아갔어. 알간? 그러니 뒤지게 두려던 걸 살려준 거 고맙다는 말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이 쪽이 일방적으로 위험에 몰아넣은 거지만, 소휘는 지훈의 기세에 눌려 말을 버벅거렸다.
이미 계약 파기된 상황에서 혓바닥 잘못 놀리면 끔찍한 일을 당할 수도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소휘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떨어뜨렸다.
반성인지, 수치인지, 공포인지는 몰랐다.
관심도 없었고.
“죽이고 싶냐? 그럼 남의 손 빌리지 말고 알아서 죽여.”
피가 군데군데 묻은 삼단봉을 바닥에 던졌다.
텅. 데구르르….
“제, 제가요?”
“죽이고 싶다며. 직접 하라고.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들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줬다.
소휘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삼단봉을 들었다.
남자들이 공포에 떨린 눈으로 소휘를 올려다봤다.
“사,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요….”
방금 전 소휘를 죽이려고 했던 남자가 이제는 소휘에게 살려달라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불쾌한 아이러니에 가슴 속에 불쾌한 감정이 들끓었다.
“죽여. 널 욕보인 뒤 죽이려고 했던 녀석들이다.”
어차피 못 죽일 거 알고 재촉하는 거였다.
밝디 밝은 양지에서만 살아온 여자였다. 음지 따위 단 한 번도 밟아보지 않았겠지.
소휘의 눈과 손이 부르르 떨렸다. 결국 머잖아 그녀가 삼단봉을 내려놨다.
“저희한테 왜 그러세요… 저희가 뭘 잘못 했어요….”
구석에 앉아있던 아리가 히끅거리며 올려다봤다.
“몰라서 묻는 거면 그냥 가고.”
되도 않는 알량한 지위와, 고용 계약을 했다는 이유, 돈 몇 푼 쥐고서 사람을 개 취급을 했다.
사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기분 나빴어도, 아 인성이 쓰레기구나 하고 그냥 얌전하게 계약 해지만 했어도 됐다. 하지만 그러기 싫었다.
수 없이 많은 의뢰를 해오며, 온갖 꼴 다 봤던 지훈이었다.
석중 포함 많은 사람들이 ‘미친 사냥개’ 취급을 했다.
빌어먹을 갑과 을의 관계에서, 항상 을에서만 있었다.
까닭에 항상 아무것도 아닌 걸로 ‘갑’의 횡포를 휘두르는 걸 꼴도 보기 싫었다.
“잘 들어. 갑과 을이라는 건 손바닥 같은 거야. 너희가 우릴 고용했을 때는 갑이었지만, 계약이 해지되는 순간 그게 뒤집혀.”
실제로 갑이었던 신데렐라 퍼퓸은 지금 뒷골목에 처박혔으며, 을이었던 지훈 일행은 그들을 구해줬다.
물론 인위적으로 상황을 조정했긴 하지만, 이렇듯 갑과 을이라는 건 너무나도 손쉽게 뒤집힐 수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은 지훈이었다.
“사람이 말이야, 괴물이 되는 게 진짜 순식간이야. 너희는 내가 괴물로 보이겠지. 하지만 말dl야… 내가 봤을 때 너희 매니저 포함 대부분의 관계자는 너희를 괴물로 볼 거다.”
아리와 눈을 맞추고 하고 싶은 말을 또박또박 전해줬다.
다음으론 담배를 피고 있는 호진에게 다가갔다.
“나는 왜, 왜요!”
겁을 잔뜩 집어먹었는지 호진의 입에서 부자연스러운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말없이 조용히 쳐다보다, 피고 있던 담배를 뺏어 한 모금 빨았다.
“똑바로 살아라, 썅년아. 이중생활 하는 것 까지는 내가 뭐라고 안 하겠는데, 사람 무시하지 말라고. 알겠어?”
호진이 수치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이 년은 그 사단이 나고도 똑같네. 쯧.’
그냥 가려고 했거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까닭에 호진의 손을 잡고는 그 위에 침을 뱉어 담배를 비벼 껐다.
“선물이다.”
평소였다면 입 속이나 눈에 비볐겠지만, 여자라 참았다.
이후 셋을 나란히 다시 벤츠에 태웠다.
처음에는 저항하는 듯 했지만, 이내 얌전히 따라왔다.
- 지훈, 얘네 어떡해. 그냥 내버려 둬?
벤츠에 앉아 손수건과 물 챙겨주고 있자니 칼콘이 물었다.
죽이라고 대답하자, 멀리서 총소리가 몇 번 울렸다.
☆ ☆ ☆
예정됐던 숙소에 데려다 주니, 당연히 난리가 났다.
그나마 콘서트 전 가벼운 파티를 위해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코디네이터 및 박성국만 있어서 다행이었다.
박성국은 입에서 심장을 뿜어낼 듯 놀라고는, 신데렐라 퍼퓸을 데려가 괜찮냐고 물었다.
딱히 협박이나 강요를 하진 않았기에 실제 있었던 일을 과장하거나,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
숙소 밖에서 셋이서 나란히 담배를 폈다.
사단이 난 터라 딱히 할 말도 없었기에 셋 사이에 담배 연기만 흘렀다.
2개비 정도 피우나, 멀리서 호진이 다가왔다.
“한 대만 줘봐…요.”
존댓말이 익숙하지 않은지 살짝 버벅대는 모습이었다.
어차피 해줄 일 다 해줬고, 1시간이면 남 될 사람이었기에 순순히 담배를 건네주고 불까지 붙여줬다.
넷으로 불어난 까닭에 담배 연기가 조금 더 짙어졌다.
한동안 니코틴 낀 침묵 속에 서있으니 호진이 말했다.
“… 고마워요.”
개미 기어가듯 작은 목소리였다.
“뭐?”
“고맙다고요!”
“됐어. 어차피 이쪽도 잘한 거 없다.”
지훈이 감사를 받지 않았다.
“맞아요. 근데 그 쪽도 잘못한 거 있는 거 알죠? 어떻게 여자를 길 한복판에 버려….”
살짝 양보하니 속사포마냥 말을 쏟아내는 호진이었다.
적당히 들어주다 잘라버렸다.
“야.”
“왜요!”
“꺼져.”
호진은 뭐라 중얼거리며 다시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
“야, 이 미친 새끼들아! 일을 이따구로 처리하면 어떡해! 너네 다 철창 가고 싶어!?”
박성국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지금 사람한테 똥 집어던지며 ‘이거 사람이니까 잘 대해주세요~’ 한 사람이 어따 대고 화를 낸다는 말인가?
들어주지 못할 개소리에 성국의 목을 부여잡았다.
“꺽! 뭐 하는 거야!”
비명을 지르려는 찰나, 녀석의 입에 글록을 집어넣었다.
“으걱, 걱!”
“그게 지금 똥 던진 새끼가 할 말이냐?”
어차피 석중 할배가 ‘직접적으로’ 소개시켜 준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성국 역시 범죄를 저질렀기에 신고도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 말은 곧 이쪽도 음지쪽 행동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도 된다는 얘기였다.
“우리가 맡은 일은 경호였지, 썅년들 똥 닦아주는 게 아니었어.”
“어거걱.. 꺽….”
“이딴 개 같은 일 시켰으면 죄송합니다, 해도 모자랄 판에 어디서 언성을 높여?”
“지, 지저해… 애기 흐자고 애기.”
입에 넣었던 총을 빼자, 성국이 입이 아팠는지 꿈틀거렸다.
“석중 할배한테 내가 다 얘기할거야… 새끼들아….”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대서 좀 제대로 된 말을 하려나 싶었거늘, 이번에도 똥을 뱉어냈다.
고민할 거 없이 한 방 먹여줬다.
탕!
“아아아악!”
성국의 허벅지에 총알이 틀어박혔다. 아무리 비살상용 고무탄이라지만, 맞으면 최소 피멍 드는 물건이었다.
“해 봐, 새끼야.”
이후에도 성국이 개소리를 내뱉었기에, 총알 몇 발 더 박아줬다.
“이봐, 이건 그 쪽이 계약 설명을 제대로 안 해서 일어난 일이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배상금을 받아야겠어.”
“배, 배상금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계약서대로라면 지훈 입장에 배상금을 물어야 했지만, 어차피 성국이 그거 들먹이는 순간 자기도 법에 쫓겼다.
“원래 일당 1000만에, 배상금으로 1000더 얹어서 내놔.”
“내, 내가 그런 돈이 어디 있어!”
성국은 말을 돌렸지만, 그대로 보내 줄 생각은 없었다.
“여기 있네.”
칼콘이 들고 있는 까트 가방을 흔들었다.
“아, 안 돼! 그거 우리 애들 줘야한단 말이야!”
“어차피 삥땅친 돈 많잖아. 한 번 더 사.”
성국은 안 된다고 고함쳤지만, 무시하고 이탈했다.
- 정당방위를 넘어선 보복입니다. 이블 포인트가 1점 올랐습니다.
오래간만에 이블 포인트가 올랐지만, 기분 나쁘진 않았다.
‘어차피 1포인트 따위. 여유 포인트는 많아. 차라리 이블 포인트 걱정해가며 목줄 찬 개 마냥 사는 게 더 싫다.’
끝이 불미스럽긴 했지만, 어쨌든 이번 임무도 끝이 났다.
항상 좋은 일거리만 있지는 않은 법이었기에 똥 밟았거니 하고 마는 지훈이었다.
[정산]
획득.
까트 가방 (약 7000만 원)
[결과]
[지훈]
2300만 원 획득.
- 능력 : 이블 포인트 1 증가.
[칼콘]
2300만 원 획득.
[민우]
2300만 원 획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