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마법을 습득하다. -->
원래 총, 그것도 소총 계열은 견착 및 반동 제어를 위해 양손으로 사격한다. 까닭에 시전에 수인이 필요한 마법을 전투 중 사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총을 포기한다면 가능했지만, 굳이 화력 좋은 총기 내버려두고 마법을 쓸 필요가 없었다.
‘마법이 화기를 넘지 않는 이상 보조마법 외에는 사용할 일이 없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고, 헌팅 팀에서 마법사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이기도 했다.
보통 실력 있는 전투 마법사의 기준이 ‘범위 마법’의 사용 가능 여부였다. 그리고 거기에 제일 애용되는 마법이 바로 ‘지반폭발’이었다.
‘지반폭발’은 목표 지점의 땅(인공물 제외)을 분쇄해 그 가편으로 공격하는 마법이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폭발이 일어나 혼란을 유도함은 물론, 크고 작은 파편들이 튄다는 사실은 굉장히 매력적이었으나….
문제는 저게 수류탄으로도 충분히 호환된다는 거였다.
용병 입장에서는 굳이 비싼 돈 내면서 마법사를 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고 부르는 게 값인 고등급 마법사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던가.
마법사 입장에서도 굳이 위험 감수하며 수류탄 취급 받을 필요가 없었다. 아이덴티티에 취직하거나, 마법 공학 혹은 의학 쪽으로 나가는 게 훨씬 좋았다.
위험, 소득, 대우 그 어디를 봐도 전투보다는 생산 쪽이 훨씬 뛰어났다. 편한 길 내버려 두고 목숨 걸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간혹 용병 중 지훈 같은 마법 사용자가 있긴 했지만, 전부 보조 마법만 사용할 뿐이지 공격 마법은 손도 대질 않았다.
‘결국 보조 마법 쪽으로 가야하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활로를 정한 뒤 알고 있는 마법들을 점검해 봤다.
‘불꽃, 빛, 나무껍질. 이 세 개가 다인가.’
카페에서 처음 연습했을 때와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그 증거로 마법서랑 백과도 먼지만 잔뜩 먹었다.
‘알고 있던 것부터 써보자. 장갑의 성능을 알아봐야 한다. 대충 코멘트 쳐내고 정리부터 해 볼까.’
[습작 954번]
등급 : B 등급
재질 : 알 수 없음
설명 : 적당한 방어력과, 마나 증폭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간혹 폭주의 우려가 있다.
폭주 시 의도치 않은 강화, 연장, 무음 등의 주문 강화가 될 수 있다. 착용 시 일정 마나가 소모되니 주의.
마나 증폭이라는 말에 카페에서 있던 일을 떠올렸다. 분명 반지 기능에도 마나 증폭관련 사항이 있었다.
‘일단 중첩되나 확인해 봐야 한다. 그리고 중첩 시 마나 소모량도 생각해 봐야 하고.’
괜히 증폭 두 번 됐다가 마나가 제곱으로 상승해서, 마법 한번 쓰고 픽 쓰러지면 의미가 없다.
“이제 써볼게.”
시연에게 말하니 빠짐없이 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 마법 영창을 준비하자, 반지가 작게 진동했다.
- 사용자의 주문 활동 감지. 마나를 증폭할까요?
아니나 다를까 장갑보다 반지가 먼저 반응했다.
‘증폭해.’
- 마나를 증폭합니다. 마나 소비에 주의하십시오.
“ilutulestik(불꽃)!”
작게 외치자 손이 시린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장갑이 급속도로 차가워졌다. 그리고 동시에…
화르륵!
평소보다 배는 커 보이는 불꽃이 손을 감쌌다.
“와, 신기하다. 마법으로 만든 불꽃이라 그런지 전부 마력 덩어리야! 단순 산소 밀도 조절 및 재충전을 통한 소수초 단위 연속 폭발인줄 알았는데, 의외네.”
시연은 신기하다는 듯 눈을 반짝거렸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일단 긍정적인 반응인 것 같아 내버려 뒀다.
‘장갑이 차갑다. 마나 증폭 때문인가?’
- 이중 증폭입니다. 마나 소모량에 주의해 주십시오.
반지가 의문을 확신으로 바꿔줬다.
일단 장갑은 착용하면 사용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마나를 증폭하는 물건 같았다.
사실 말이 증폭이지 마나 소모량을 재물로 위력을 늘리는 거나 다름없었다.
“자기야, 온도가 좀 높은 것 같은데. 꺼야 하지 않을까?”
마나를 잔뜩 갈아 넣은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다음을 위해 해제한 뒤, 다른 마법을 시전 해봤다.
어차피 이중 증폭을 확인한 터라 굳이 반지의 증폭 기능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눈 아플 수도 있으니까 고개 돌리고 있어. valgus(빛).”
집게손가락 끝에서 섬광이 휘몰아쳤다.
확실히 그냥 사용해도 LED 백열등 같은 빛인데, 마나까지 증폭하니 밝아도 너무 밝았다.
“자기야, 눈부셔. 끄면 안 될까?”
시연의 요청에 따라 마법을 해제했다.
‘역시 이 마법은 쓸 일 없을 것 같다.’
빛이야 어차피 총에 전등 달면 됐고, 아니다 싶으면 나이트비전 쓰면 땡이었다.
이 마법을 썼던 기억이라곤, 술 먹고 정신 나가서 클럽 전등마냥 비추며 망나니 짓 했던 게 다였다.
마지막으로 시연에게 나무껍질 마법을 시전 해줬다.
“으, 살 위에 벌레 기어 다니는 것 같아. 이상해.”
아무래도 피부 위에 나무껍질이 돋는 마법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시연은 한동안 이상야릇한 신음을 냈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게 있었으니….
“앞에 안 보여. 원래 이런 거야?”
안경까지 껍질에 전부 덮여버렸다.
아무래도 이 마법을 개발한 사람이 살던 세계에는 안경이라는 물건이 없었던지라, 안경역시 ‘의복’의 일종으로 판정되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당연히 시야 투과가 되질 않았고, 안경 쓴 사람은 앞이 보이지 않을 수밖에.
“기다려 봐, 벗겨줄게.”
안경을 당기자 쩍 하고 떨어졌다.
시연은 그제야 앞이 보인다며 좋아했지만, 나무껍질이 가득한 제 피부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이게 뭐야.”
“그게 나무껍질. 보호 마법인데 좀 어때?”
“마법사들 괴짜 많다던데 이유를 좀 알 것 같아.”
이후 시연과 이런저런 잡담을 주고받으며 마법에 대한 얘기도 잠시.
새로운 마법 습득을 위해 마법서를 펼쳤다.
알아보기 힘든 룬어들이 잔뜩 적힌 책에 시연이 잠시 언어학적인 얘기를 꺼냈으나, 이내 핸드폰을 꺼내 뭔가를 적었다.
“뭐해?”
“아냐. 그냥 생각 좀 정리하고 있어. 자기 할 일 해.”
집중하는 것 같아 내버려 두고 책으로 눈을 옮겼다.
새로운 마법을 배우기에 앞서, 정확하게 어떤 보조 마법을 배울지 정해야 했다.
보조 마법에는 크게 3가지가 있었다.
1. 사용자 및 대상자를 강화하는 마법.
나무껍질 같은 보호 마법부터 정신계 마법에 대한 보호, 환각 저항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2. 상대방을 교란시키는 상태이상 마법.
지훈이 맞았던 몽롱함 같은 마법으로, 마법에 저항이 없는 상대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마법이었다.
3. 아티펙트 제조 등 비전투 특화인 마력 부여 계통.
아직 겪어보진 못했지만, 아티펙트를 만들거나 포션 등을 제조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셋 다 매력적이었다.
보호 마법은 나무껍질만 해도 저항을 5나 올려주는 강력한 마법이었다. 만약 높은 수준으로 올린다면, 강화계, 변이계 이능 못지않은 강력한 보호 마법을 배울 수 있을 터다.
‘잠깐만, 그럼 이능이랑 마법이랑 차이가 뭔데?’
- 사용자의 신체 에너지를 소모하느냐, 마력을 소모하느냐에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마법의 경우 많은 종류를 통해 범용성 있는 보호를 제공하지만, 이능은 단일 계열 강화인 대신 강력한 효과를 자랑합니다.
일장일단이었다.
가속 이능으로 예를 들어본다면, 동급 마법보다 지속시간 및 성능에서 절륜한 성능을 자랑했다.
지금은 부작용 때문에 덜덜거린다지만, 등급이 높아지면 마법으로는 따라올 수 없는 초고속을 제공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상태 이상 마법은 직접 사용해 본 적은 없으나, 피격 경험은 있었다. 실제로 민우가 몽롱함 마법을 맞고 총을 난사한 전과도 있었고 말이다.
이러한 군중제어기의 확보는 일 대 일 전투는 물론, 다 대 다 전투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주문 시간이 길다는 거였다.
‘상태 이상 마법은 최소 2소절 이상 읊어야 한다.’
그럼 전투 중 사용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였고, 써봐야 전투 전에 잠깐 써야 한다는 얘기였는데….
‘그 전에 저격당하면?’
뒤에서 몸 숨기고 안전하게 마법만 쓴다면 모를까, 전방에서 싸우는 지훈에게는 무리였다.
마력 부여도 실력만 된다면 굉장한 장점이 됐다.
직접 아티펙트를 제작할 수 있다. 굳이 길게 설명할 것도 없는 대단한 능력이었다.
무력이란 원래 본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를 뒷받침 해주는 물건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했다.
총 든 인간이 고릴라를 제압할 수 있듯, 장비가 좋은 비각성자가 F~D등급 각성자와 맞먹었다.
좋은 예시로 칼콘이 있었다.
그는 오크라는 종족 특성과 군인으로서의 경험, 그리고 아티펙트를 이용해 아주 잠시나마 각성자와 비슷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인간 과학의 정점에 있는 핵이 있었다.
역사서에도 적혀있듯, 미국은 카즈가쉬 클랜의 A등급 9티어 각성자에게 핵미사일을 발사한 전례가 있었다.
자세한 사항은 군기밀이라 알 수 없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핵의 승리였다.
하지만 역시 마법부여에도 단점이 있었는데….
‘재료비 어떨 건데?’
돈이었다.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돈을 벌다 못해 쓸어 담을 수 있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데 돈이 백억 단위로 들어간다.
‘때려 치자.’
고민 결과 보호 마법을 배우기로 결정했다.
백과를 살펴보니 보호 마법에도 여러 학파가 나누어져 있었다. 물리 보호, 정신 보호, 특정 대상으로부터 보호 등 갈래가 많았지만 가볍게 넘겼다.
지훈에게 필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당장 쓸 수 있는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번 실패해가며 무조건적으로 부딪쳐본 결과 몇 가지 마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
1. 돌 피부 (Seat nahka).
2. 위압감 (ähvardava).
3. 신진대사 감소 (Vähenenud metabolismiga)
돌 피부는 나무껍질의 호환 마법이었다. 저항을 10 올려주는 대신, 민첩성이 5 감소했다.
민첩에 대한 페널티가 크긴 했지만, 저항이 10이나 오른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었기에, 쓸 만할 것 같았다.
위압감은 상태 이상의 특징을 띄는 강화 마법이었다.
이는 대상에게 커다란 위압감을 부여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시전 대상을 경계하게 만들었다.
신진대사 감소는 식량이 부족하거나, 환자가 생겼을 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말 그대로 대상의 신진 대사를 낮춰 반수면 상태에 들게 만드는 마법이었다.
공격 마법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시전 범위가 지근거리라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이후 새로운 마법을 몇 번 연습하길 몇 번. 결국 얼마 못 가 마나가 다 떨어져 버렸다.
- 마력이 상승했습니다. E등급 (15) = > E 등급 (16)
마나 없이 수련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만두고 시연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밖에 나가 오래 간만에 외식도 하고, 매장에 끌려 들어가 옷도 몇 벌 샀으며, 시연의 집에서 다른 의미로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둘이 침대에 누워 있자니 시연이 깜짝 놀란 듯 말했다.
“아! 자기 집에 안경 놓고 왔어!”
“지금 가져다줄까?”
“어차피 내 소유라 괜찮기는 한데… 그냥 다음에 줘.”
중요한 물건인가 싶어 이후에 계속 가져가 주려고 했으나, 시연은 이상하게 ‘다음에 줘.’ 라는 말만 반복했다.
‘가지라는 거야, 뭐야?’
애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