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권능의 반지-50화 (50/173)

<3권에서 계속>

3권

<-- 더러운 하수도 사이로 -->

이후 벤츠로 돌아왔다.

민우는 어린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초코바 몇 개 줬더니, 일행을 우르르 몰고 온 거였다.

대충 지훈과 칼콘이 흩어 보내곤 차에 올라탔다.

와중에 민우가 지갑이 없어졌다고 난리를 쳤으나, 이미 떠난 버스요, 지갑 갖고 튄 소매치기였다.

“총부터 보여주라고 했잖아.”

“그냥 애들이라서….”

“쟤네도 권총 들고 다닌다. 너도 총 맞으면 뒤져 임마.”

민우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차피 돈 많이 버니까, 그냥 적선했다고 생각해. 지금은 일이 먼저다.”

지도를 살펴봤다.

현재 러시아 개척지에 이용 가능한 맨홀은 총 15개.

그 중 대부분이 중앙 지구에 몰려 있었고, 북쪽에 2개, 동쪽에 1개. 그리고 서쪽에 버려진 맨홀이 하나 있었다.

“서쪽으로 간다.”

맨홀은 서쪽 입구에서 1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도난을 우려해 유료 주차장에 주차한 뒤, 걸어서 이동했다.

이동 도중 몇몇 강도로 보이는 자들과 마주쳤으나, 무장을 보여주자 간단히 비켜섰다.

깨진 유리창, 간간히 모이는 모닥불, 노숙자 같은 몰골을 한 사람들.

마치 재난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그 말은 저들 역시 지훈 일행이 슬럼에 녹아들지 못한 이방인이란 뜻이었다.

노골적인 시선에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대충 반시간 쯤 걸었을까?

“저기야.”

일행 앞에 거대한 콘크리트 건축물이 보였다.

보통 맨홀이라고 하면 바닥에 뚜껑이 달린 게 다였다. 하지만 러시아 개척지의 맨홀은 사뭇 달랐다.

방사능을 우려한 탓인지 맨홀 주변에 콘크리트로 모조리 덮여 있었고, 입구 주변에는 방사능 주의 표지판과 해골 표시가 가득 붙어있었다.

딱 봐도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방사능 측정기 대 봐.”

민우가 허리에 차고 있던 측정기를 가져다 댔다.

라디오 노이즈 같은 소리가 치직 하고 났다.

“미세하게 흘러나와요. 일단 건강에 이상은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실래요?”

다른 입구에는 분명 테러를 우려해 군 병력이 24시간 주둔하고 있을 터였다.

“다들 장비 꺼내고, 장화로 갈아 신어라.”

지훈은 장화로 갈아 신으며 일행의 장비를 훑었다.

[장비]

[지훈의 장비]

무기.

여왕의 은혜 (C등급 아티펙트. 마법 강화 창)

글록 19 (폭발 마력탄 5발, 레이저 사이트 부착)

빈토레즈 (OTN탄, 소음기, 조준경 자체 부착)

방어구.

방탄 외투 (E급 아티펙트, 위장색 도색)

방수 장화 (일반 물품)

기타.

휴대전화

각성자 능력 감지기 (BOSA)

2세대 나이트 비전 (구입)

암흑 마법 스크롤 (구입)

[칼콘의 장비]

무기.

쇠사슬이 연결 된 투척용 작살 (일반 물품. 3개)

방어구.

사슬 갑옷 (녹이 슬기 시작함)

접이식 방패 (F등급 아티펙트. 이가 조금 나감)

방수 장화 (일반 물품)

[민우의 장비]

무기.

넷 건 (F등급 금속 그물, 단발)

방어구.

보호경 (일반 물품)

방사능 전신 보호구(일반 물품)

방수 장화 (일반 물품)

기타.

2세대 나이트 비전

섬광탄 2발.

연막탄 1발.

[공용]

휴식용 침낭 1개.

칼로리 바 6개

MRE 6봉(즉석 섭취식 전투 식량)

식수.

지훈의 장비는 딱히 특별할 게 없었다.

평소와 같은 장비에, 장화 그리고 나이트 비전이 다였다. 혹시 몰라 암흑 마법 스크롤도 준비했다.

칼콘은 무기 대신 작살을 들었다.

애초에 목표가 사살이 아닌 포획인 만큼, 차원 여행자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위한 준비였다.

민우는 평소와 달리 방호복을 입었다.

아무래도 각성자나, 신체가 튼튼한 칼콘과 달리 저항 수치가 마이너스인 민우였다. 건강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 외에도 민우는 어둠을 대비한 나이트 비전, 포획을 위한 넷 건, 시야를 가리기 위한 섬광탄과 연막탄을 장비했다.

혹 장기전이 될 수도 있었기에, 휴식용 침낭과 음식 역시 잊지 않았다.

“가자.”

주변을 슬쩍 살펴본 뒤, 입구를 막고 있는 쇠사슬을 여왕의 은혜로 내려 쳤다.

깡!

괜히 C등급 아티펙트가 아닌지, 단숨에 부서졌다.

겨우 맨홀에 들어가는 것임에도, 마치 위험한 유적에 들어가듯 긴장감이 스쳤다.

이후 잠겨있는 문을 박살낸 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다시 한 번 맨홀 뚜껑을 열었다.

쇠지레 대신 여왕의 은혜를 사용했다.

‘정말 장난 아니게 꽁꽁 싸매뒀네.’

그렇게 3중 잠금을 뜯어낸 뒤에야, 하수도로 내려갈 수 있었다.

턱, 턱, 턱, 턱.

쇠로 만든 사다리를 타고 한 걸음 씩 내려갈 때 마다, 짙은 악취가 느껴졌다.

방사능에 냄새가 날 리가 없음에도, 마치 방사능 냄새가 나는 듯 불쾌했다.

“나이트 비전 켜.”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칠흑의 공간이었기에, 바로 야시경을 작동시켰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현재 일행이 서있는 곳은 사람이 이동하기 위한 인도였고, 인도 옆에는 구정물이 흘렀다.

이후 발밑으로 사람 팔뚝만한 바퀴벌레 몇 마리가 빠른 속도로 흩어지는 게 보였다.

민우는 그 모습을 보고는 기겁했다.

“미친! 바퀴벌레가 뭐 저렇게 커요?”

“나도 몰라. 저딴 거 상대할 시간 없으니까 빨리 찾자.”

“어디에 있는데?”

몰랐다. 반지에 물어도 단순 어느 방향에 있다는 말이 돌아올 뿐이었다.

그렇게 방사능, 제한된 시간을 낀 술래잡가기 시작됐다.

☆ ☆ ☆

1일 째.

서쪽 구역 1/3을 뒤졌다.

차원 여행자의 흔적으로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동 중 거대 바퀴벌레 무리와 전투가 벌어졌다.

탄약을 아껴야 했기에 대부분 지훈이 여왕의 은혜로 처리했으며, 칼콘 역시 작살로 몇 마리 처리했다.

식사는 MRE로 했으며, 만족스러웠다.

잠은 침낭에서 돌아가며 잤다.

남은 시간, 134시간 (5일 14시간).

☆ ☆ ☆

2일 째.

서쪽 구역을 대부분 뒤졌다.

차원 여행자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하수도 정비 요원으로 보이는 시체 한 구를 발견했다.

시체 훼손이 심한 걸 봤을 때, 바퀴벌레 혹은 기타 짐승에게 당한 것 같았다.

식사는 MRE로 했으며,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우, 웨에에엑!”

비위가 약한 민우는 전부 토해버렸다.

남은 시간 117시간 (4일 21시간).

☆ ☆ ☆

3일 째.

남쪽 구역 대부분을 뒤졌다.

“지훈, 저기 뭐 반짝거리지 않아?”

칼콘이 갑자기 멈춰서 구정물을 가리켰다.

지훈은 야시경을 쓴 채로 유심히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뭔데?”

“기다려 봐. 한 번 꺼내볼게.”

칼콘이 구정물에 손을 쑥 집어넣더니, 주먹만 한 돌을 끄집어냈다. 굉장히 매끈했는데, 마치 빛을 흡수하기라도 하듯 검은 색을 띈 돌이었다.

‘인공물인가?’

혹시 싶어 옷으로 닦아 이물질을 제거했다. 이후 자세히 보기 위해 손바닥 위에 얹었고….

돌과 반지가 맞닿았다.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두 물체가 미친 듯이 떨렸다.

- 아티펙트와 접촉. 방어합니다.

목소리가 놀라 바닥에 떨어뜨렸다.

“지훈. 갑자기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네가 집었을 때 아무런 느낌 없었어?”

“응. 그냥 매끈하던데.”

식별 스크롤이 없어 어떤 물건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무기가 아닌 일반 도구로 보이는 녀석을 아티펙트랑 부딪쳐 보기도 애매했다.

‘일단 가지고 다니자. 식별은 밖에 나가서 한다.’

누군가가 잃어버린 고등급 아티펙트 일수도 있었다.

부수입은 언제나 환영이었으므로, 칼콘의 백팩에 넣었다.

이후 일행은 다시 탐색을 재개했다.

지훈과 칼콘은 이제 하수도의 불쾌한 환경에 익숙해졌다.

민우는 설사 및 탈수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민우는 마지막 남은 MRE로 식사했고,

지훈은 칼로리 바를 먹었으며,

칼콘은 바퀴벌레를 잡아먹었다.

민우가 지친 까닭에 침낭에서 푹 쉬었고,

지훈과 칼콘이 번갈아가며 불침번을 섰다.

남은 시간 81시간 (3일 9시간).

☆ ☆ ☆

4일 째.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칼콘이 민우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훈이야 칼로리 바를 먹으며 버티면 됐고, 칼콘은 나름의 방법으로 식사를 해결했지만… 민우는 그러지 못했다.

간신히 걷고 있는 실정이었다.

“야, 괜찮냐?”

“괜찮습니다. 아직 더 갈 수 있습니다.”

“돌아갈 거리도 생각해. 버틸 수 있겠어?”

민우가 입을 꾹 다물고 부들부들 떨었다.

바닥에 물 몇 방울이 떨어졌다.

“짐 되기 싫습니다. 이 악물고 버텨보겠습니다.”

“새끼야, 여기 더러워서 감염되면 죽어. 오기 부리지 말고 못 버틸 것 같으면 말해. 칼콘이랑 돌아가도 된다.”

이 일은 지훈의 개인적인 일이었다.

보상을 줄 수도 없는데, 목숨을 걸라고 닦달할 수 없었다.

“몸에 똥칠 좀 한다고 뒤지기야 하겠습니까? 그냥 비위 상해서 설사 몇 번 한 겁니다. 하하!”

그럼에도 민우는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눈이 붉은 게 속이 상해서 운 모양이었다.

‘왜 나만 이 꼬락서니지… 나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사실 오크와 각성자 사이에 꼈으니 뒤처지는 게 당연했다.

민우는 훈련을 받은 병사도 아니었고, 헌팅에 익숙한 베테랑 헌터도 아니었다.

일반인이 빈약한 음식을 먹으며 3일 내내 수색을 하면 지치고 병드는 게 정상이었음에도, 민우는 이를 꽉 깨물었다.

‘더 이상 짐이 되진 않을 거야. 나도 이제 헌터다.’

민우가 힘을 내기 시작했다.

다들 힘내서 수색을 재개했지만, 안타깝게도 별 거 없었다.

식사는 칼콘이 거대한 쥐를 잡아왔기에, 그걸 먹었다.

타닥, 타닥.

마법으로 쥐 고기를 굽고 있자니, 칼콘이 농담을 건넸다.

다들 축 쳐져있으니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나보다.

대충 받아주며 웃고는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아쵸푸므자가 여기까지 올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럼 서울 개척지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였는데, 최소 이동만 30시간 이상 걸렸다.

‘먹고 자는 시간 빼면 대충 40시간 정도 남았다.’

시간은 촉박했지만, 하수도는 미친 듯이 넓었다.

4일 내내 뒤졌음에도 아직 반도 뒤지지 못했다.

‘젠장… 이대로 반지를 뺏길 수밖에 없나.’

쥐 고기를 씹으며 한숨을 내뱉고 있자니, 문득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부스럭. 터벅. 벅벅.

“… … 아, 냄새 때문인지 똥 먹는 기분….”

“잠깐. 조용히 해.”

떠드는 칼콘을 제지한 후, 소리에 정신을 집중했다.

… … 터벅, 부스럭 … 터벅 … 부스럭, 벅벅 … ….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소리, 쥐가 벽을 긁는 소리 사이로 뭔가가 걸어 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더 정신을 집중했다.

‘어느 방향이지?’

하수도 관리 직원일수도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일단 사람 비스무리하다면 일단 확인해 봐야 했다.

… … 터벅 … … … … 터벅 … 터벅.

‘북서쪽. 가까워지고 있다.’

현재 지훈 일행은 동쪽을 뒤지고 있는 중이었다.

만약 차원 여행자가 북쪽에서 시계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면, 여태까지 아무런 흔적이 보이지 않은 것도 말이 맞았다.

거기다 아무런 말소리 없이 혼자서 걷고 있었다.

‘이 위험한 장소에 혼자서 보수공사를 하러 오진 않을 거다. 무조건 차원 여행자다.’

“나이트 비전 써. 아무래도 목표를 찾은 것 같다.”

칼콘과 민우가 바싹 긴장했다.

“지금부터 조심스럽게 이동한다. 내가 손들면 바로 섬광탄부터 까라. 알겠어?”

지훈은 이후 차원 여행자에게 몸이 노출되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강조한 뒤,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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