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권능의 반지-39화 (39/173)

<-- 정산 과정 -->

일행은 차 두 대를 몰고 티그림을 통과했다.

페커리야 허가 받은 만큼 사냥했으니 문제는 없었으나….

“차가 한 대 늘었네요?”

검문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를 유심히 살폈다.

탄흔이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수상하다고 생각할 터였다.

“오다 주웠는데, 문제라도?”

지훈은 별 일 아니라는 듯 픽 웃었다

빤히 보이는 거짓말이었으나, 검문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티그림 자치구는 거대한 인간 권역 사이에 낀 장소였다.

본인들의 생존과 자치구 내의 생태계만 신경 쓸 뿐, 인간에 대한 문제에는 될 수 있으면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강도짓을 하든, 살인을 하든 엘프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괜찮다는 심보였다.

“마력 검문에 엘프 피해 흔적이 없으니 통과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심해 주십시오.”

검문관은 간접적인 경고를 흘리곤 게이트를 오픈했다.

이후 일행은 티그림 외곽에 있는 도축장으로 향했다. 페커리 사냥 붐이 일은 까닭인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도축장 관리인으로 보이는 인간이 물었다.

“몇 마리?”

“네 마리.”

“대기 길어. 2시간. 괜찮아?”

“그래.”

어차피 페커리를 싣고 고속도로 탈수도 없었다.

처음엔 수의사로 보이는 엘프가 오더니 페커리를 슥 훑곤 오만상을 지었다. 공무원으로 보였는데, 자기 일에 대한 불만이 많은 듯싶었다.

아마 고기를 잘 먹지 않는 종족이 하루 종일 동물 시체를 봐야 하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겠지.

“인간들은 왜 이렇게 고기를 좋아하는 겁니까?”

수의사가 잡아온 페커리에 식용 가능 여부 검사하며 투덜거렸다.

“그걸 왜 나한테 묻소?”

“인간이잖습니까.”

“별 거 있나. 맛있잖아.”

수의사는 채식주의자가 삼겹살 바라보듯 지훈을 쳐다봤다.

“거, 공무원 양반이 쓸 데 없는 말이 많네. 괜한 사람한테 시비 털지 말고 일이나 하쇼.”

아차 싶었는지, 수의사의 얼굴에 당혹감이 드러났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다보니… 너무 힘들어서 짜증이 났나봅니다.”

동물을 보호하고 싶어서 수의사가 됐는데, 한국과 러시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세워진 도축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너무 괴롭다는 등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물론 지훈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담배만 태웠다.

“네 마리 전부 식용 가능합니다. 한 마리에 기생충이 있긴 했는데, 마법으로 박멸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식용 여부 검사가 끝난 뒤 바로 해체작업이 시작됐다.

“내장 남겨요, 버려요?”

“전부 진공 포장해서 챙겨주쇼.”

러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내장을 버렸기에 묻는 질문으로 보였다. 이후 도축업자는 가죽을 쭉 벗기곤 내장을 들어냈다.

이후 부위대로 나눈 뒤 차곡차곡 진공 포장했다.

페커리 가죽은 대체재가 많아 가치가 없었기에, 챙기지 않고 처분했다.

“가공하니까 굉장히 작아지네요.”

민우는 신기한 듯 고기를 훑었다.

“신선할 때 팔아야 그나마 돈 많이 받는다. 가자.”

무게가 반 이상 줄어든 페커리를 싣고, 개척지로 향했다.

☆ ☆ ☆

고기는 대여료 및 일행 먹을 걸 제외하곤 전부 식품 유통 업체를 통해 판매했다.

헌팅을 통한 획득 물품이었기에 각성자 획득물 처리법에 따라 세금 33%를 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요즘 식량난 심해서 음식에는 세금 안 떼요.”

까닭에 미트 헌팅을 하는 헌터들도 많아지는 추세였다.

물론 수익 효율을 보자면 아티펙트 헌팅이나 용병보다는 훨씬 적을지 모르지만,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미트 헌팅도 나름대로 좋네요. 돈은 조금 적지만, 일단 다른 임무에 비해 안전하니까요.”

민우는 고기 판매 대금을 가늠하며 씩 웃었다.

“그걸로 돈 되겠냐? 시간들 안 맞으면 두 달 동안 헌팅 못 나갈 수도 있다.”

“잠시 만요. 그럼 계산 좀.”

곧 적응기간이 끝나는 터라, 월세가 300으로 오르는 민우였다. 거기다 인터넷으로 한 달에 대강 150정도 빠졌다.

거기다 식비 50만 원. 문화 활동 및 이것저것 돈 쓰다보면 한 달에 550만원은 훅 빠진다는 소리였다.

“뭐 집은 동구로 이사하고, 보급용 채소 씹으면서 살면 미트 헌팅으로 살 수는 있겠다마는… 괜찮겠냐?”

이미 돈 좀 만져봤다고 씀씀이가 커질 대로 커져버린 민우였다. 그런 생활로 절대 만족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참 돈이라는 게 묘했다. 없을 때는 불편한 줄 모르고 살았지만, 있다 없어지면 미친 듯이 불편하다.

그렇기에 많은 헌터들이 계속해서 자신을 사지로 밀어 넣으며 까지 배당률 높은 헌팅을 찾았다.

몸 망가지고, 정신도 너덜너덜해져 마약 혹은 정신과 치료에 의존 하면서까지 끊지 못하는 게 바로 헌팅이었다.

이는 민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그냥. 여태까지 하던 대로 하죠.”

“푸하하. 너는 계집질도 안 하고, 밥도 적게 먹으면서 돈 빠져나갈 곳이 뭐 그렇게 많아?”

칼콘이 민우를 비웃었다.

“마, 많을 수도 있죠. 뭐 그런 걸로 그래요!”

“갑자기 왜 화내고 그래. 뭐 찔리는 거라도 있어?”

“아닌데요!”

고기를 판 다음엔 무기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래서, 이거는 어쩔래?”

구멍 숭숭 뚫린 화물차야, 헌터들 때문에 여기저기서 많이 돌아다녔기에 불시검문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단지 문제는 저 많은 무기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였다.

“암시장에 갖다 팔죠. 물물교환해도 괜찮고요.”

민우가 암시장 얘기를 꺼냈으나, 기각됐다.

매력적인 제안이긴 했지만, 장날 맞추기도 까다로웠고 암시장에 팔았다간 제 가격 받기도 어려웠다.

물물교환이라는 방법도 있었지만, 100정이 넘는 무기들을 들고 이동하기도 어려웠고 말이다.

“그가쉬 쪽에 넘기는 건 어때? 걔네 전쟁하느라 무기 소모 많이 해서 좋아할 것 같아.”

칼콘의 의견이었다.

아무래도 그가쉬 클랜 쪽에 아는 얼굴도 있고, 가벡과의 친분도 있으니 그럭저럭 괜찮긴 했지만… 역시나 기각됐다.

“그 빌어먹을 그가쉬 새끼 보기 싫다.”

저게 가장 큰 이유였다.

저걸 참아가며 판다고 쳐도 오가는 기름 값 무시하기도 힘들었고, 화폐 개념이 없는 녀석들한테 팔아봐야 제 값 받기 기대하는 것도 힘들었다.

“됐다. 그냥 석중 할배한테 넘기자.”

이쪽도 헐 값 처분은 마찬가지였으나, 적어도 위의 두 의견보다는 나아 보였다.

민우는 석중의 이름을 듣자 안 좋은 기억이 났는지 기겁을 했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에라이, 겁쟁이 같은 놈. 너는 차나 지키고 있어.”

이제는 익숙해질 만큼 맡은 냄새.

퀘퀘한 곰팡이 냄새와 C4에 함유된 화약 냄새가 나는 곳, 석중의 가게였다.

- … 정부는 신금속 연구 … … 박차를 가하기로 하고 … … … 정책을 발표 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가게에 앉아있는 석중이었다.

올 때 마다 라디오 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심심풀이로 틀어 놓은 듯 했다.

“시체 썩은 내 난다 했드이, 거보래. 이 누구야. 미친 사냥개 지후이 아이니?”

“거 오늘 내일 하는 양반이 코 하나는 죽여주네. 곧 뒤질 테니 막판 스퍼트 하는 거요?”

“하하하, 개쓰애-끼. 말하는 싸가지 보라. 거 느이 조부 얼굴이 으야 생겼는지 궁금하니? 내가 딱 확인 시켜 줄 수 있디. 말만 하라.”

항상 그랬듯, 석중은 기폭기로 보이는 물건을 매만졌다.

“어째 항상 하는 짓이 똑같나. 거 질리지도 않소? 이제 레퍼토리 좀 바꿔 보쇼.”

“쓰애끼, 알겠다. 내 화끈하게 한 번 보여주마.”

지훈의 도발에 석중이 픽 웃었다. 그리곤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잠깐, 잠깐만. 이 미친 할배가!”

꾸욱.

촤라라라락!

“아아아악!”

칼콘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어졌다. 하지만 폭발은 전혀 없었고, 애꿎은 방탄유리에 쇠창살만 내려왔다.

“푸하하하. 새끼들 놀라는 거 보오. 저거 터치면 나도 죽는데 미쳤다고 터치겠니. 이거 셔터 스위치다, 쓰애끼들아.”

“돌았소? 미쳐도 적당히 미쳐야지, 거 참 기분 더럽네!”

“고마하고, 하고 싶은 말이나 꺼내 보라.”

과격한 안부 인사도 끝났기에, 바로 본론을 꺼냈다.

총이라는 말에 석중이 픽 웃었다.

“가져와 보라.”

몇 번 왕복하며 물건들을 쌓아놓자, 석중은 흘긋 살폈다.

“아티펙트 포함 2000 준디. 더는 안 돼.”

“그 딴 헐 값 부르려고 이딴 뺑이질 시킨 거요?”

지훈이 여과 없는 짜증을 내뿜었다.

“싫으면 다시 들고 가라. 내는 상관없다.”

“3000. 더는 안 돼.”

“이 도시 최고의 장물아비한테 장물 갖고 흥정 치다니, 참 니도 대가리 가볍데이.”

“앞으로 거래하기 싫으면 그따구로 나오시던가.”

아무리 친분이 있다지만, 둘 다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지훈과 석중 사이로 첨예한 갈등이 오갔다.

“알겠디. 그럼 2500 준디.”

“콜.”

이후 화물차에 대한 얘기도 슬쩍 오갔다.

번호판 바꿔 달아서 가지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거절했다.

“보니까 화물차는 별로 쓸 일 없어 보여서, 필요 없을 것 같소. 장갑 단다고 개조해 봐야 그 돈이 더 나올 테고.”

“그럼 처치 곤란일 텐데, 딜러 찾아다니지 말고 팔아라.”

긴 흥정 없이 500에 넘겼다.

“요즘 쉰 배추 좀 남는다. 그걸로 주랴?”

현찰로 받겠냐는 얘기였다.

정산하려면 그 쪽이 편했기에 당연히 승낙했다.

“그럼 죽지 말고, 다음에 봅시다.”

“니나 객사하지 마라.”

작별 인사를 마지막으로 가게를 뒤로했다.

마지막으로 물건 반납 및 대여료를 지불하기 위해 승호를 찾았다. 문지기로 서있던 막내가 화색을 하며 반겼다.

“우와, 지훈 형님. 이거 진짜 페커리입니까?”

금방이라도 입에서 침을 분출할 것 같은 모습에,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게 그렇게 맛있냐?”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 하던데요!”

도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저 모습을 보자니 얼마 전 있었던 버터 꿀 유행이 생각났지만, 금방 털어버렸다.

호들갑 떠는 막내를 뒤로하고 가게 안으로 향했다.

웬일로 담배 연기가 없나하니, 승호는 카운터에 앉아 샷건 쉘 안에 헝겊조각을 집어넣고 있었다.

소위 빈백(Beanbag, 콩주머니)으로 불리는 탄환으로, 살상력 낮은 제압용 탄환이었다.

“어, 왔냐.”

페커리, 페커리 노래를 부르던 놈이 조용하니 이상했다.

“뭐 하냐?”

“총알 만든다.”

탄두 대신 헝겊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거 쏴봐야 죽지도 않을 텐데, 뭐한다고 만들고 있냐.”

“죽으면 곤란하니까 만드는 거야.”

죽이기 싫은데 총을 쏜다?

흥미가 돋아 캐물었다.

“오늘 아침에 딸이 울며불며 난리치기에, 뭔 일인가 물어보니 사귀던 놈팡이가 바람을 폈단다.”

딱 들어, 척.

그 천하의 괘씸한 놈을 응징하기 위해서였다.

“… 그래서 저 샷건 들고 가서, 그 놈한테 빈백 하나 박아주겠다?”

“그래. 정확해.”

순간 경찰은 어쩌려고 물으려다 말았다.

승호도 지금 얌전히 총포상이나 하며 지내서 그렇지, 과거 뒷골목에서 한 끝발하던 사람이었다.

아마 저 쪽도 잘못한 게 있으니, 보복당하기 싫으면 신고까진 가지 않을 게 분명했다.

“애 잡는다. 적당히 쏴라.”

“내 딸 눈에 눈물 나게 한 놈이야. 피눈물 쏟게 해준다.”

과연, 딸 둔 아버지였다.

‘아니, 미국도 아니고 뭔 딸 남자친구를 샷건으로 조져.’

웃기는 상황에 웃음이 터질 뻔 했지만, 진지해 보이는 승호를 봐서 참았다.

“자. 여기 총하고 페커리 고기다. 승희 많이 힘들 텐데, 밥이라도 든든히 먹여라.”

승호는 가볍게 고개만 까닥였다.

“그래. 일단 그 놈부터 처리하고.”

일행은 결의 찬 승호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가까운 카페에 앉아 결산을 끝내니, 민우가 물었다.

“이제 뭐 할 거예요?”

매번 헌팅이 끝나고 나서는 술을 먹었지만, 이번에는 페커리 고기가 있었다.

“이번엔 술집 말고, 고기 파티나 하자. 이게 얼마나 맛있는지 입이나 한 번 대봐야 하지 않겠냐?”

칼콘이 아주 격렬하게 동의했다.

“어디서요?”

직접 구워먹어야 하니 가게는 무리였다.

그렇다고 민우나 칼콘의 집으로 가자니 너무 좁았다.

“우리 집 뒤에 공터 있으니까, 거기서 먹자.”

결국 회식 장소는 지훈의 집 주변 공터로 정해졌다.

“각자 준비해서 우리 집 주변으로 와라.”

“내 여자 친구 데려가도 돼?”

칼콘은 여자 친구에게 자랑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어차피 고기가 10kg이나 있었기에, 부족하진 않았다.

“그래. 마음대로. 나도 여자 친구나 불러야겠다.”

지훈과 칼콘이 민우는 누구를 데려올 거냐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저는… 그냥 친구 데려갈게요.”

그렇게 말하는 민우의 표정이 퍽 안쓰러워 보이는 건 왤까.

☆ ☆ ☆

[정산 결과]

획득.

페커리 982Kg : 약 1억 1천만 원 (세금 없음)

장물 : 2500만원 (석중에게 헐값 판매, 흥정 실패)

루비솔트부쉬 : 0원 (칼콘이 모두 소비함)

탄흔 있는 화물차 한 대 (장물) : 500만원 (석중에게 넘김)

지출.

렌트카 대여비 : 90만원 (지훈 개인 지출)

렌트카 수리비 : 0원 (보험처리)

미끼용 양 한 마리 : 0원 (되팔았음.)

페커리 도축비 : 400만 원 (칼콘 개인 지출)

총기 대여비 : 페커리 고기 10kg

회식비 : 페커리 고기 10kg + 기타 잡비

총액.

1억 3천 9백 1십만 원 획득.

[배분]

[지훈]

현금 4636만원 수익.

- 장비 손상 : 없음.

- 부상 : 없음

- 능력 : 티어업 1번.

- 잔고 : 약 1억 2천만 원.

[칼콘]

현금 4236만원 수익.

- 장비 손상 : 없음

- 부상 : 없음 (만드라고라 후유증 극복)

- 능력 : 기관총 사용법

[민우]

현금 4636만원 수익.

- 장비 손상 : 없음

- 부상 : 없음

- 능력 : 소총 사용법, 맹수 사냥, 심박감지기 사용법

- 기타 : 지훈에 대한 신뢰, 에피도우에 대한 미련

정산금만 보면 저번에 비해 큰 액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 난이도가 쉬웠고, 심적인 부담감 및 부상이 없었으니 딱 그에 알맞은 가격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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