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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의 반지-35화 (35/173)

<-- 민우와 칼콘의 능력 -->

일행은 페커리 사냥을 준비하기 위해 총포상에 모였다.

“이야, 팀 꾸렸다더니 진짜였어?”

승호는 칼콘과 민우를 쳐다보고 픽 웃었다.

지훈과 승호는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인지라, 승호는 칼콘의 존재를 몰랐던 까닭이었다.

“그냥저냥. 그리고 빈토레즈 쓸 만하더라.”

여태껏 다뤄 본 총기 중 제일이었다.

갑옷을 관통하는 위력은 말할 것도 없고, 조준경에 소음기까지 일체형이라 굉장히 편리했다.

그나마 총알이 무겁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어차피 헌팅 나갈 때 100발 이상은 잘 들고 다니질 않았다.

“거봐. 괜히 제식 소총이 아니라니까?”

이에 SO80얘기를 꺼내려다 그만뒀다.

“오늘은 뭐 하러 왔는데?”

안부 인사가 끝나자 승호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

저번에 밑도 끝도 없이 찾아와서 폭발탄환 갈긴 전과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번에 페커리 사냥 가려고.”

페커리라는 말에 승호가 침을 삼켰다.

“야, 야. 진짜? 너 이 새끼 그거 잡으면 나도 고기 좀 떼 줘. 요즘 그거 돈 주고도 못 사먹는다. 내 딸도 지금 그거 한 번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니까?”

“뭐야, 밀반입 안 돼?”

보통 수요가 팍 오르거나, 가격이 요동칠 경우 세금을 떼기 위한 밀반입이 성행하는 게 보통이었다.

특히 무기류와 마약류가 그랬는데, 지금처럼 특정 음식도 그런 경우가 간혹 있기는 했다.

승호 역시 반쯤은 뒷골목에 발을 걸친 사람이라, 뒷구멍으로 구할 수 있을 터였다.

“에이, 무슨 소리야. 이 주변에 페커리 서식지라곤 티그림 자치구 영토밖에 없잖아.”

페커리 서식지가 티그림에 가깝다는걸 떠올랐다.

엘프라는 종족 특성상 생태계에 엄청나게 민감했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엄하게 다루는 게 바로 사냥이었다.

만드라고라 같은 특이 케이스는 제외하고는, 티그림 주변에서 사냥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자치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만약 불법 수렵 활동을 하다 적발될 경우 무력충돌은 당연하고, 최소 감금 심하면 강제 노역을 해야 했다.

“그래도 테이블 아래로 몇 개 돌지 않겠냐?”

“그럼 고기 옮긴다고 국도 타야 한다는 얘긴데, 대규모로 이동하면 백방 순찰대에 걸릴 테고. 그렇다고 소규모로 움직이면 켄타우르스 어쩔 건데?”

위험대비 수지가 맞지 않았다.

결국 정상적인 루트로밖에 페커리를 구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가격이 폭등한 거였다.

“어쨌든. 잡으면 조금만. 제발 나도 딸한테 멋진 모습도 보여주자, 앙?”

“그러게 누가 그 나이에 결혼해서 애 낳으래?”

“새끼, 그러지 말고. 좀!”

안달 난 승호의 모습에 지훈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럼 고기 떼 주는 조건으로 총기 무상대여. 콜?”

“미친놈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쫄리면 뒤지시던가.”

승호가 얼굴을 찌푸렸다. 아버지로서의 위상과, 무상 대여시의 기회비용을 계산하는 것 같았다.

결국 승자는 위상이었다.

승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건들을 가져왔다.

“페커리면 중형 몬스터니까, 아마 이정도면 충분할거야.”

승호가 꺼내놓은 물건은 바로 K3와 모스버그였다.

K3는 한국군의 제식 기관총이었다. 길이 1M에 무게 7kg짜리 경기관총으로, 기관총 주특기로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누구나 다 아는 악명 자자한 무기였다.

5.56mm를 쓰며, 급탄도 200발 까지 들어가기에 화력 하나는 죽여줬다. 그럼에도 문제가 하나 있다면 들고 다니기에 너무 무겁다는 것 정도?

“근데 사냥에 뭔 기관총이야. 보통 엽총으로는 샷건 많이 쓰지 않아?”

“그건 한국에서 멧돼지 잡을 때 얘기지. 페커리 정도면 크기가 소형차인데, 언제 샷건으로 조지고 있냐.”

자동 샷건으로 쏴도 연사가 부족했기에, 아예 기관총으로 긁는 게 답이라고 했다.

“그럼 저 펌프 샷건은 뭔데?”

“모스버그.”

모스버그 샷건은 레밍턴, 윈체스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의 대표 샷건이었다. 12게이지 샷건 쉘을 쓰는 총기로, 군대부터 용병 심지어 민간까지 두루 사랑받았다.

“슬러그 탄 넣어 놨다.”

흔히들 아는 샷건 탄환은 벅샷이었다. 벅샷은 쇠구슬 여러 개를 한 번에 발사하는 탄환이었다.

반면 슬러그는 샷건 쉘 안에 ‘커다란 구슬 하나’만 들어있다. 이를 통해 무자비한 운동 에너지로 대상을 박살낸다.

“샷건으로 저지하고 기관총으로 마무리 해.”

이후 심박감지기를 요구해서 강제로 빌려(?)왔다.

승호는 심박감지기에 걸릴 정도면 육안으로 보일 거라고 얘기했지만, 지훈은 무시했다.

“장비 챙기고. 내일 동구 톨게이트에서 보자들.”

고기 잊지 말라는 승호의 말을 뒤로하고, 일행은 밖으로 나갔다.

☆ ☆ ☆

다음 날.

지훈은 화물차 한 대를 렌트해 톨게이트로 향했다. 장갑 없는 단순 운반용이었기에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기에, 시연과 문자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 나 사냥 좀 하고 올게.

보내자마자 바로 답장이 돌아왔다.

언제 봐도 참 마음에 드는 통신 예절이었다.

- 헌팅 가는 거야? 걱정돼….

- 그냥 취미로 사냥 가는 거야. 걱정 마.

시연을 달래주기 위해 대충 취미라고 얼버무렸다. 이후 어제 뭐 먹었네, 뭐했네 같은 화제로 문자를 주고받고 있으니 칼콘과 민우가 도착했다.

“화물차네요?”

“돼지 가져와야 할 거 아냐. SUV로는 안 돼.”

“그것도 그러겠네요.”

반면 칼콘은 슬쩍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보호 장갑 없네? 강도 만나면 어쩌려고?”

일반 차량 장갑은 소총탄에 그냥 관통됐기에, 습격을 우려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주변에 다 평야라, 수상해 보이는 놈들 오면 미리 저격하면 된다. 걱정마라.”

총도 어느 정도 다가와야 맞출 수 있는 물건이었다.

지훈은 지정사수 소총(빈토레즈)과 집중 이능을 가지고 있었으니 걱정할 것 없었다.

“자, 그럼 장비도 실고 출발하자.”

지훈이 운전석에, 칼콘이 조수석에 앉았다. 민우는 중간에 꼈다.

“조, 좁은 것 같지 않아요?”

좌측에 호랑이, 우측에 근육돼지 끼고 있으니 그럴 법 했다. 지훈은 이에 짧게 일축해줬다.

“참아, 임마.”

민우는 울상을 지었다.

“잡담 그만하고, 장비들 확인해라.”

[장비]

[지훈의 장비]

무기.

여왕의 은혜 (C등급 아티펙트. 마법 강화 창)

글록 19 (마력 탄환 10. 소음기, 레이저 사이트 부착)

모스버그 산탄총 (슬러그 탄) (대여)

방어구.

방탄 외투 (E급 아티펙트, 위장색 도색)

전투용 워커 (일반 물품)

기타.

휴대전화

각성자 능력 감지기 (BOSA)

[칼콘의 장비]

무기.

K3 기관총 {5.56mm 일반탄(FMJ)} (대여)

방어구.

사슬 갑옷 (일반 물품)

가시 달린 그리브와 뾰족한 강철 신발 (일반 물품)

[민우의 장비]

무기.

빈토레즈 (OTN탄, 심박감지기 부착) (대여)

방어구.

보호경 (일반 물품)

방탄모 (일반 물품, 도색 없음)

방탄복 (일반 물품, 도색 없음)

운동화 (일반 물품)

공통적으로 방탄모는 쓰지 않았다. 목표가 맹수였기에 굳이 거추장스러운 것을 달고 있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 칼콘 역시 방패를 들지 않았다. 페커리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봐야 소용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예 돌진하기 전에 처리해야 했다.

지훈의 빈토레즈는 민우에게 빌려줬다. 민우가 산탄총 반동을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이유에서였다.

“근데 저거 뭐야? 보사라고 적혀있네.”

칼콘이 감지기를 보며 물었다.

“각성자 감지기. 혹시 몰라서 가져왔다.”

“우와, 진짜? 지훈. 나 한 번만 써 봐도 돼?”

여러 번 헌팅을 다녔으나, 각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칼콘이었다. 아무래도 각성자 흉내라도 내고 싶었나보다.

각성자 감지기에 일반인은 인식되지 않는 게 보통이었다.

지훈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딱히 남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기에 칼콘 말대로 했다.

“긁어 본다. 가만히 있어.”

바코드 찍듯 칼콘의 몸을 슥 훑었다.

삑 - 삐빅.

‘인식된다?’

예상과 달리 감지기에 능력이 나타났다.

[정보]

등급 : 감지 불가

근력 : E 등급 (13)

민첩 : E 등급 (11)

저항 : F 등급 (3)

마력 : 감지 불가

이능 : 감지 불가

잠재 : 감지 불가

역시 비각성자였는지, 등급, 마력, 이능, 잠재 능력이 전부 감지 불가로 떴다.

‘신기종에 추가된 기능인가? 쓸 만하겠는데?’

이는 곧 상대의 각성 여부 상관없이도 실력 가늠이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단순 수치화한 데이터였기에 완벽한 가늠은 불가능하겠지만, 싸워서는 안 될 상대를 걸려낼 순 있었다.

“뭐래?”

칼콘은 한글을 읽을 줄 몰랐다.

이에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

“그 정도면 높은 거야?”

인간 성인 남성 기준, 비각성자의 근력과 민첩 평균이 F등급 (5) 정도였다. 이에 더해 지훈이 처음 각성했을 때 근력과 민첩이 각각 10과 11이었고 말이다.

‘뭐야, 내가 갓 각성했을 때 보다 높잖아?’

종족차이였다.

원숭이와 고릴라의 힘이 다르듯, 인간과 오크의 신체 능력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힘과 체구를 위해 신진대사와 마력을 포기한 오크였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인간과 육체 능력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였다.

“잠깐만. 그럼 시체 구덩이에서 팔씨름 했을 때는 뭔데?”

분명 거의 이길 법 했을 때 쯤 테이블이 작살났다.

“힘 제대로 주면 지훈 팔이 부러질까봐 그랬지.”

어이가 없어서 픽 웃고 말았다.

‘칼콘 능력치가 생각보다 높다. 좀 더 의지해도 되겠어.’

여태껏 전방에 내세우면 크게 다칠까 우려했거늘, 이제 조금 더 믿어도 될 것 같았다.

“형님, 저도 한 번 찍어주세요!”

칼콘이 끝나자 민우가 달려들었다.

“새끼야, 너는 찍을 필요도 없어.”

근육이 제 몸무게도 이기지 못해서 좀만 걸어도 무릎이 작살나는 민우였다. 찍어봐야 당연히 낮게 나올 텐데 굳이 사서 실망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마력이라도 있을지 누가 알아요?”

“하, 너한테 마력이 있으면 내가 차 내려서 5분 동안 달려서 따라온다.”

“진짜죠? 후회하지 마세요.”

“너 없으면 어쩔래.”

“그건 그 때 보죠!”

민우가 기세등등하게 가슴을 쫙 폈다.

삑 - 삐빅.

[정보]

등급 : 감지 불가

근력 : F 등급 (4)

민첩 : F 등급 (3)

저항 : Error (-2)

마력 : 감지 불가

이능 : 감지 불가

잠재 : 감지 불가

칼콘이 숫자를 슥 훑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저 녀석 셋이 덤벼도 날 못 이긴다는 얘기네?”

민우가 충격 받은 듯 입을 쩍 벌렸다.

“이, 이게 무슨 소립니까! 내, 내가 약골이라니.”

“당연한 결과인데 왜 새삼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냐.”

근력 4, 민첩 3. 일반인보다도 못한 수치였다.

“넌 개척지 돌아가는 순간 나랑 운동 좀 하자.”

“무, 무슨 운동이요?”

“자전거 어떠냐.”

어제 겪은 트라우마가 생각났는지, 민우는 자전거 얘기가 나오자마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형님….”

“왜.”

“저 토할 거 같… 우욱!”

“야, 야. 이 미친 새끼야. 갈 길이 한참인데 여기서 토를 하면 어떡해!”

결국 갓길에 차를 세워, 한동안 민우가 속을 게워내는 것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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