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권능의 반지-34화 (34/173)

<-- 날아서 가는 집들이와 멧돼지. -->

헌팅을 갈 때 마다 죽을 고비를 넘겨서 그랬을까?

일상의 평화는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

‘벌써 마지막으로 헌팅 나간게 이주일 전인가.’

슬쩍 예금 잔고를 확인했다.

핸드폰, 지현이 치료비, 약 등으로 돈을 꽤 썼음에도 아직 7000 정도 남아있었다.

‘다달이 돈 나갈 거 생각하면 빠듯하다.

특히 치료비가 분할 납부라 다행이었다. 일시불이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헌팅에 나갔어야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이사를 가기 위해서라도 아직 벌 돈은 많이 남았다.

‘거기다 장비 바꿀 때 나갈 돈도 생각하면… 빠듯하네. 헌팅 자주 다니려면 차도 한 대 사야하고.’

어째 돈 빠져나갈 구멍은 블랙홀인데, 들어오는 구멍은 개구멍이었다.

‘어차피 언제 뒤질지 모르는 인생이다. 혼자서 고문하고 있지 말자.’

지훈은 소파에 푹 누워버렸다.

편안함도 잠시. 공허함이 찾아왔다.

비각성자였을 때는 매일 밤 돈을 벌기 위해 나갔거늘, 이렇게 푹 쉬고 있으니 뭘 해야 할 지 막막했다.

‘강박증도 아니고. 쯧.’

본디 일 할 때는 개미가, 쉴 때는 베짱이가 되라고 했다.

지훈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써야 나중에 돌아 봤을 때 후회 안하고 잘 놀았다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다.

‘여자 친구는 엊그제 봤고, 칼콘 불러내서 술 먹는 것도 이제 물린다.’

게다가 칼콘은 요즘 여자 친구 본다고 바빠서 연락도 잘 안 됐다. 그렇다고 일 외적인 일로 시체 구덩이나 석중을 찾아가기도 뭣했다.

‘갔다가 괜히 귀찮은 일 떠안을라.’

생각하다보니 마땅한(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물이 하나 떠올랐다.

우민우였다.

만드라고라 때 무능했던 점이나, 현상금 때문에 퍽 좋게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같은 팀원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잘 처리했기도 하고.’

앞으로도 같이 헌팅을 다닐 텐데, 어색한 사이로 남을 순 없었다.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얘기나 좀 해볼까.’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전화를 걸었다.

“나다.”

“네가 누군… 아, 예. 형님.”

아직까지 지훈의 전화가 익숙하지 않나보다.

“뭐하냐?”

“그냥 집에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하면서 서류 작업하고 있어요.”

“간다.”

“어디를요?”

“네 집.”

“예? 아니 뭐 그렇게 뜬금없이 찾아오신다고….”

“뭘 놀라. 밤꽃 냄새 안 나게 휴지통이나 비워놔.”

민우는 오는 길이 힘들다며 밖에서 보자고 했지만, 깔끔하게 무시해 버렸다.

지훈은 양손에 곽 휴지와 비타민 음료 박스. 그리고 콘돔을 들고 임대 아파트 준변을 서성였다.

1105동이라 듣긴 했지만, 어째 찾을 수가 없었다.

‘아파트가 뭐 이렇게 많아.’

동 확인 하느라 하도 고개를 들어 목이 다 아플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게, 이 임대 아파트는 개척지 안정화 후 대규모 인구 유입을 대비한 일종의 벌집이었다.

단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클 수밖에 없었다.

SF영화 속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잠시.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기도 하고, 안내 표지판을 훑으며 찾아가 보려고도 했지만….

‘미친. 미로도 아니고 이게 뭔….’

결국 길을 잃어 버렸다.

이대로 미아 행세를 할 순 없었으므로 민우에게 전화했다.

뚜르르 - … … … 뚜르-

청소를 하고 있는지 착신음이 길게 이어졌다.

“나다.”

“네, 형님. 아직 출발 안하셨어요?”

아직 핸드폰을 산 걸 몰랐기에 집에서 전화한 줄 안 모양이었다.

“여기가… 대충 2209동인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 되냐?”

“핸드폰 사셨어요?”

“전화비 많이 나온다. 빨리 길이나 말해.”

“2000단위 안내 표지판 앞에서 기다려 주세요. 제가 금방 갈게요.”

온다고 했으니, 굳이 엇갈릴 필요는 없었다.

안내판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담배를 뜯었다.

- 주의 : 세드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 … … … 질병에 노출 될 위험 … … … 의사와 상의 … … …

근래에 새로 개량 된 세드산 담뱃잎으로 만든 담배였다. 여타 다른 담배에 붙어있는 주의사항 외에도 마력 알레르기 관련 사항이 붙어있는 걸 보니, 마력공정도 들어간 것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 뭔 담배 한 갑에 15만 원이나 해.’

비싸서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새로 나왔다기에 작은 사치 한 번 부려 본 참이었다.

부스럭.

찌익 -

포장을 뜯곤 손목 스냅을 이용해 담배를 흔들었다. 이후 한 개비 들어 입에 물었다.

멘솔이었기에, 대강 입술로 훑어 캡슐을 찾은 뒤 이빨로 콱 물었다.

톡!

“후흡 - 하아.”

마치 시가라도 문 것 마냥 깊은 향이 느껴졌다. 박하 향 비슷한 냄새가 폐를 한 바퀴 돌더니, 온 몸에 퍼져나갔다.

맛있다.

‘이래서 다들 세드산, 세드산 노래를 부르는구만.’

돈 나갈 곳 많아서 자주 피우진 못하겠지만, 가끔씩은 사다 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느긋이 두 개비 정도 태우자 저 멀리서 자전거가 보였다.

“여기 계셨네요. 많이 헤매셨죠?”

“뭐 이렇게 넓어. 짜증나게.”

민우는 머쓱하게 웃기만 했다.

나름대로 입주민 및 방문객을 배려하기 위해 색과 블록을 나눠놓긴 했지만, 초행자 입장엔 다 비슷해 보일 뿐이었다.

“가시죠.”

민우가 자전거 뒤에 달린 짐칸을 두드렸다.

지훈이 눈썹을 굳혔다.

“지금 나보고 거기에 타라고?”

“조금 멀어서요.”

머릿속에 우락부락한 남자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이 떠오르자, 뭔가 닭살이 돋았다.

“미친놈아, 멜로 영화도 아니고 무슨 다리털 숭숭 난 남자 둘이서 자전거를 같이 타?”

“형님, 걸어가면 30분 넘게 걸려요.”

결국 어쩔 수 없이 자전거 뒷좌석에 앉았다. 약 5분쯤 지났을까, 오르막길에서 민우가 헉헉거리기 시작했다.

“괜찮냐?”

“예. 헉. 괘차. 헉. 나요.”

말과 달리 전혀 괜찮지 않아 보이는 표정이다.

더 이상 뒀다간 별 것도 아닌 일에 애 잡을 것 같아서 멈춰 세웠다.

‘매일 집에서 뒹굴고만 있나, 체력이 뭐 이리 저질이야.’

결국 민우를 뒤쪽으로 옮겼다.

“오르막길 많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저 무거울 텐데….”

“알면 살 좀 빼, 새끼야. 그러다 자살 숲 같은 데서 낙오되면 그냥 죽는 거야.”

굳이 남 인생에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 지훈이었지만, 지금은 예외였다.

같은 배를 탄 입장이었다. 조금만 걸어도 무릎이 고장 나서야 기동력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험한 지형 이동할 때 마다 들쳐 메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이 문제는 필히 해결돼야 했다.

“에이, 형님이 구해주시겠죠.”

민우가 픽 웃었다.

“지랄 똥을 싸고 앉아있네. 내가 왜?”

“사람 구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나요.”

언젠가 지훈이 한 말을 그대로 읊는 민우였다.

“그치. 사람 구하는 덴 이유가 없지. 돼지 말고 사람.”

“아, 형님. 저 돼지 아니지 말입니다?”

“됐고, 진짜 운동해라. 그러다 훅 간다.”

진심을 담아 한 마디 해주곤 길을 물었다.

“어느 쪽?”

“이제 우회전해서 계속 직진만 하면 됩니다.”

지루한 풍경을 보고 있자니 가벼운 궁금증이 생겼다.

‘세게 밟으면 속도 얼마나 나오려나?’

뭐든 겪어보는 게 제일이라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속도 좀 낸다. 꽉 잡아라.”

“예.”

민우는 까짓것 자전거 속도가 얼마나 나오겠냐는 생각으로 안장만 슬쩍 잡았다.

물론 실수였다.

후우웅 - 우 - 우 - 우 - 웅!

처음엔 그냥 바람이 조금 세지나보다 했거늘, 어째 속도가 줄어들 생각은 안하고 계속 늘기만 했다.

그 결과 가벼운 미풍은 곧 질풍이 됐고, 머지않아 광풍으로 변했다.

“아악! 형님. 잠시 만요! 잠시! 잠시! 너무 빠르잖아요!”

“뭐라고? 안 들려!”

“스톱! 빨라요! 빠르다고!”

뒤에서 뭐라 말하는 것 같았지만 들을 수 없었다.

“빠르니까 좋지 않냐!?”

거의 모든 남자들은 DNA속에 질주본능이라도 있는 것 마냥 스피드를 즐기기 마련이었다.

근데 그것도 적당한 수준이어야 재밌지….

후 - 우 - 우 - 웅!

자전거로 시속 80km를 밟으면 또 달랐다.

얼마나 빨랐는가 하면 벌써 차를 네 번이나 추월했다.

‘조금만 더 속도를 내 볼까.’

지훈은 그 걸로도 부족했는지, 가속 이능을 발동했다.

자전거에서 내리고 나서 한동안 헉헉대야겠지만, 어차피 비전투시엔 감당할 수 있을 정도니 괜찮았다.

‘어차피 이능 연습도 필요했다. 잘 됐네.’

“가자, 가자, 가자!”

“아아악! 미친놈아, 너무 빠르잖아!”

이미 공포에 겁을 상실한 민우가 반말로 소리를 질렀다.

“앞에 방지턱! 방지턱! 아아악. 방지턱 있다고!”

속도를 낸 건 좋았지만, 너무 냈던 걸까?

제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하하! 까짓것 날아 보자!”

덜컥!

부 - 웅!

자전거 바퀴가 방지턱을 밞음과 동시에 하늘로 날았다.

“아-싸!”

“사 - 람 - 살 - 려!”

체공시간 약 5초. 환희와 공포가 교차됐다.

- 민첩이 1 상승했습니다. E등급 (17) = > E등급 (18)

☆ ☆ ☆

10평 남짓했음에도, 굉장히 쾌적해 보이는 집이었다.

깔끔한 성격인지, 바닥을 슥 훑어도 남자 집에 흔히 보이는 구불구불한 털도 한 올 보이지 않았다.

“들어오세요….”

민우가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자전거 타고 도로를 달렸을 뿐인데도 티그림 숲이나 가시산맥을 헤쳐 온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물이다. 뭐 필요한지 몰라서 대충 준비했다.”

오는 길에 사왔던 휴지와 음료를 내려놓았다.

남자 혼자 사는 집에 휴지를 건네주니 분위기가 잠깐 이상했지만, 피차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았기에 정말 잠시였다.

“좋네. 이거 가구는 전부 빌트인이야?”

“예. 엄청 편해요. 몸만 왔어요.”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임대아파트의 특징이었다.

지구에서 짐을 들고 오면 세금이 장난 아니게 붙어서 그냥 모든 아파트를 빌트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보급형이라 내구도에만 치중 된 물건들이었지만, 성능 역시 못 써줄 정도는 아니었기에 불평을 하는 사람은 적었다.

“침대는? 너 바닥에서 자냐?”

지훈은 주변을 훑다가 침대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 침대가 없으니 10평도 굉장히 넓어 보였다.

다음 집에는 침대 말고 접이식 침낭이나 이불만 놓고 살까 하는 찰나, 민우가 성큼 다가왔다.

쑤욱.

장롱으로 뵈던 걸 당기자 침대가 튀어나왔다.

“오. 여기 월세 얼마냐.”

마침 이사할 생각도 하고 있던 차라 물어봤다.

“아직까진 적응기간 남아서 50만 원요. 근데 다음 분기부터 적응기간 끝나서 300만원으로 뛰어요.”

거주기간 중이라는 전제 하에 정말 싼 가격이었다.

아무리 인구가 줄어들어서 집 가격이 싸졌다고는 한들, 그래도 여전히 인구 3500만은 거뜬히 넘기는 대한민국이었다.

그 상황에서 개척지의 중심부인 서구의 아파트가 저 가격이라는 건 정말 대단한 거였다.

“저도 결혼해서 여기 정착이나 할까 봐요. 애 셋 낳으면 20년 동안 공짜라던데….”

인구 부양 정책의 결과였다.

몬스터 브레이크 아웃과 종족 전쟁으로 엄청난 인구가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정부에 빨간 등이 켜졌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나마 인구 부양 정책을 펼쳤으나, 이미 미친 듯이 오른 물가와 살기 척박한 환경으로 인해 출산율이 곤두박질 친 후였다.

학자들은 이 상태로 50년이 지나면 러시아나 일본 같은 국가에 흡수합병 될 수도 있다고 부르짖었지만, 뭐 제 살기 바쁜 국민 입장에선 별 관심 없는 소리였다.

“너 진짜 지구 안돌아 가냐? 이 위험천만한 곳이 뭐가 좋다고 들러 붙냐. 빨리 돌아가라.”

못마땅해서 한 말은 아니었다.

진심에서 나온 말이었다.

아무리 방송과 미디어가 세드를 포장하고, 실제로 유익한 물건들이 수확된다고 한들 세드가 위험천만한 장소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헌팅 한다고 하루하루 목숨 걸고 살아갈 바에야, 차라리 지구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게 훨씬 나았다.

특히 일반인은 더더욱.

“가봐야 석사 테크 타서 학자 되거나, 보사 취직하려고 몇 년 더 공부할 텐데…. 뭐 하러 그렇게 기를 쓰나 싶어서요.”

민우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공부하려고 태어난 것도 아닌데, 철들고 나서 한 거라곤 공부밖에 기억나질 않아요. 지금 와서는 제가 그 공부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어떻게 알아 새끼야. 근데 하나 확실한 건, 헌팅 한다고 나대다 콱 뒈져버리면 병신 되는 거야. 될 수 있으면 지구 가서 공부나 해라. 그리고 너 군대는 어쩔 건데?”

“아마 여기서 헌팅 라이선스 따서 정산 세금 많이 내면 면제 해준대요. 그거 노려야죠 뭐.”

무거운 화제를 꺼내고 싶지는 않았으나, 어쩌다 보니 진로 상담 같은 분위기가 됐다.

얘기를 들어보니 처음이야 학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 것 같았지만, 와서 살다보니 그럭저럭 좋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지구만 생각하면 몬스터 아웃브레이크 때 카즈가쉬 클랜(오크 종족 최대 군벌)에 부모를 잃었던 게 생각나 싫다고도 했다.

순간 카즈가쉬라는 말에 칼콘이 떠올랐지만, 굳이 언급하진 않았다.

‘그래서 칼콘이 위험할 때 그냥 버리고 가자고 한 건가.’

비록 칼콘이 직접적으로 민우의 부모를 죽인 원수가 아니라고 한들, 오크라는 이유 하나로 미웠으리라.

“그냥. 복잡하네요.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냥 여기 있겠다고?”

“가봐야 할 것도 없어요. 이미 대학에서 배울 건 다 배웠고요. 대학 졸업장 따자고 돌아가기도 그렇잖아요.”

“네가 결정해야지. 내가 이러래 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어차피 꼰대마냥 떠든다고 변하는 건 없었다.

민우는 성인이었고, 제 선택에 책임을 질 나이였다.

“역시 여기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됐어, 새끼야. 죽지나 마.”

이후에도 잠시 삶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인터넷 들여놨다며. 저거야?”

컴퓨터 위에 웬 분홍색 보석이 빙그르르 돌고 있었다.

“아, 예. 한 번 보실래요?”

가서 마우스를 흔들어 보니, 한 웹페이지가 나타났다.

대한민국 각성자 보조 넘버 원 포탈. 헌터즈.

지구에서 보던 웹페이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세드의 인터넷은 소모용 마석을 이용한 데이터 충전제였는데, 그 가격이 살벌해서 페이지에 그림 한 장 없었다.

“도대체 얼만데?”

“꽤… 비싸요.”

말투로 보건데 핸드폰보다 더 나가는 것 같았다.

지훈은 웹페이지를 뒤적거려봤다. 글자만 가득해서 가독성은 떨어졌지만 분명 유익한 정보임에는 틀림없었다.

“근데 여긴 뭐하는 데냐? 네가 왜 이걸 보고 있어.”

“일거리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용병 길드에서 받는 일이나 길드 비정규직은 전부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저희 인원이나 실력에 알맞은 헌팅거리 찾고 있었어요.”

저 말을 들으니 엄청나게 기특해졌다.

총도 못 쏘고, 동료를 버리고 가잔 말이나 하는 모자란 녀석으로 봤는데, 역시 정보 쪽은 뛰어났다.

“잘 했다.”

어깨를 팡팡 두드리자 민우가 씩 웃었다.

“맞다. 혹시 사냥 가실 생각 없으세요?”

“무슨 사냥?”

보통 각성자들이 아티펙트 헌팅을 하든, 식물을 캐든, 용병 일을 하든 뭉뚱그려 헌팅이라고 말했다.

이 헌팅이 한국어로 사냥이었기에, 지훈은 정확한 뜻을 묻기 위해 되물었다.

“TV에서 최인석 셰프가 페커리 요리한 거 보셨어요?”

페커리는 세드에서 사는 멧돼지였다.

“그게 왜.”

“지금 그거 때문에 페커리 고기 수요가 장난이 아니에요. 지금 잡으면 엄청 비싸요.”

지훈은 슬쩍 계산을 해봤다.

돼지고기가 아무리 비싸봐야, 만드라고라나 인명 구출 보상보다는 쌀 터였다.

“싫어. 뭔 어울리지도 않는 사냥이야.”

“그러지 말고 정보 한 번만 봐보세요.”

민우가 슬쩍 헌터즈 정보를 띄웠다.

[티그림. 페커리 사냥 허가.]

최근 생태계 파괴를 문제로, 티그림 자치구가 *페커리 사냥을 허가했다. 만드라고라 때 사망자가 많이 나온 까닭에 현상금은 걸지 않을 것 같다.

* : 페커리는 멧돼지과 짐승으로, 크기는 약 180~300cm, 체중은 200kg~500kg 정도 나간다. 입에 난 엄니를 무기로 돌진해서 공격한다.

가죽이 두꺼우나 소총탄을 튕겨낼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덩치가 있어서 소총으로 잡기엔 탄약 소모가 심하다.

주로 가족단위 무리생활을 하며, 성체의 경우 인간을 피포식자로 인식하기에 도망치지 않고 먼저 공격한다.

[주석]

최근 TV에서 페커리 구이가 인기를 끄는 현상에 따라, 가격이 폭등할 조짐이 보인다.

[주석 2]

페커리 사냥꾼들이 몰리며 최근 페커리 서식지 주변에 사냥꾼을 노리는 강도들이 출몰하고 있다.

[주석 3]

최근 페커리 사냥꾼 사이에서 약 크기 5M 체중 800kg대의 거대 페커리가 발견됐다는 소문이 있다. (확인바람)

… … 덧글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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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금 이걸 사냥하자?”

“소총탄 먹힌다니까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아 보이구요.”

슬쩍 생각에 잠겼다. 보통 개체 기준 크기 2.5M에 몸무게 350kg만 잡아도 웬만한 소형차 크기였다.

게다가 주석에 달린 소문의 5M짜리 페커리는 거의 탱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온전히 가져가려면 폭발물도 못쓰잖아.”

“그렇겠죠?”

무조건 소총탄으로 잡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숨어 있다가 셋이서 나란히 갈기면 될 것 같기도 하다.’

“얼만데?”

“마리당 거의 3000요. 아마 가면 세 마리 정도 가져올 수 있을 거예요.”

마리당 3000!

생각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듣자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 어차피 허탕 치면 그냥 돌아오면 되는 거고, 만드라고라나 고블린 상대하는 것 보다 훨씬 안전할 거다.’

여태껏 목숨 걸고 나갔으니, 적당히 긴장감을 풀어줘야 할 필요도 있어 보였다.

“나름 괜찮아 보이네. 칼콘 얘기도 한 번 들어보자.”

칼콘 역시 여자 친구 때문에 마침 돈이 필요하던 터라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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