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놈의 노벨상이 뭐라고 -->
테이블 위로 용병 게시판 광고지, 헌팅 길드 모집 공고, 국가 주선 대규모 헌팅 지원서 등 많은 전단지가 흩어졌다.
의견을 주고받으며 회의한 결과, 대강 몇 가지로 추려졌다.
1 - 실종자 수색 (용병). 그가쉬 클랜과 겐포 부족의 지역 국경에서 지질학자가 실종됐다. 이를 조사하라.
2 - 맥들킨토 사냥, 정찰대 모집 (길드). 한국 유명 헌터 길드인 백송(白松)에서 거대 몬스터인 맥들킨토 사냥을 위한 정찰대를 모집하고 있다.
3 - 소말리아 파병 (국가). 이집트, UN 평화유지군을 도와 소말리아로 파병을 간다. 적은 오우거들의 국가로, 몬스터 브레이크 아웃 후 무정부 상태인 소말리아를 찬탈했다.
“1번이 제일 나아 보이네요.”
“동감이야.”
“사실 나도 그 생각 하고 가져왔어.”
2번의 경우 말이 정찰대지 소모인력을 구한다고 봐야했다.
특히 맨들킨토면 칼날 정글에 사는 몬스터인데, 발 한 번 삐끗하면 바로 저세상으로 가는 곳이 칼날 정글이었다.
3번은 보수가 좋을지는 몰라도, 그 만큼 엄청나게 위험했다. 현재 소말리아엔 100발 이상의 핵폭탄이 터졌고, 범위 마법이 잔뜩 전개된 탓에 마법 오염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세 발자국만 걸어도 방사능과 마법 오염에 버무려 진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였다.
게다가 오우거들 역시 일반 탄환으론 상처 하나 입힐 순 없었기에 날마다 사상자가 쏟아져 나오는 판국이었다.
오우거 각성자들이 탱크를 짓밟고 다니는데 어찌 제압한단 말인가?
“그리고 더 할 말이 있는데, 사실 이번에도 식물 정보를 가져왔습니다.”
만드라고라 때 그 고생을 하고 또 식물이라?
지훈과 칼콘의 눈이 동시에 초승달을 그렸다.
“1번 의뢰 쪽 가는 길에 귀한 약초가 있습니다. 뼈살이꽃이라고, 온몸의 뼈를 재생시켜주는 꽃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같이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일종의 서브 퀘스트 같았다. 여유가 된다면 챙겨오고, 힘들다면 무시해도 되는 그런 일 말이다.
“이번엔 정확하냐?”
“예. 확신합니다.”
“저번에 포미시드하고 환각 때문에 골로 갈 뻔 했던 거 기억나지? 내가 그거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 벌떡 깬다.”
“그, 그래서 집에 인터넷 연결해 놨습니다.”
인터넷이란 말에 지훈과 칼콘의 입이 쩍 벌어졌다.
휴대폰만 해도 마력전지 충전해서 쓰는 마당에 인터넷이라니? 월에 이백은 가볍게 나올 정도로 비쌌다.
‘저 새끼, 저거 제대로 각오했네.’
“그러니 이제 정보 부족으로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저렇다니까 한 번 시간 나면 해보자고. 어차피 용병일 하느라 바쁘면 생각도 못 할 거야.”
임무가 결정됐기에 일행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뢰 받으러 가자. 장비는 얘기 듣고 나서 산다.”
☆ ☆ ☆
셋이 나란히 용병 길드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예쁘게 생긴 여직원이 상큼한 미소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 일 좀 하고 싶은데.”
용병 공고를 건네자 여직원이 컴퓨터를 두들겼다.
“아직 자리 있네요. 용병 등록은 해 놓으셨나요?”
이름과 용병 번호를 불러줬다.
“일반인이시네요. 이 공고는 각성자 전용 임무인데….”
“아, 깜빡했네. 나 각성했소. 스캔 해 보쇼.”
데스크에서 리더기 비슷한 물건이 튀어나왔다.
저번에 각성자 등록을 했을 때 봤던 물건이랑 비슷했는데, 기계 후면에 BOSA라고 적혀 있었다.
“잠시 스캔하겠습니다.”
상품 찍듯, 붉은색이 지훈을 위에서 아래로 슥 훑었다.
- 삐빅, 삑!
등급 : D 등급
근력 : E 등급
민첩 : E 등급
저항 : E 등급
마력 : E 등급
이능 : F 등급
잠재 : 오류
9티어라 조금만 노력하면 C티어가 됨에도, 측정기엔 D등급 이라고 찍혀 있었다.
여직원은 결과를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훈이 용병 등록을 한 게 2년 전인데, 그 말은 곧 2년 만에 일반인이 D등급 각성자가 됐다는 뜻이었다.
보통 등급 하나 올리는 데 평균 1년 반이 걸린다는 걸 봤을 때,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대단하시네요. 등급도 등급인데 마력이… 혹 마법사세요?”
“쓸 줄은 아는데 뭐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
“그럼 어떤 종류로 등록해 놓을까요?”
“그냥 일반 각성자로 해 놓으쇼.”
“범죄 전과 있으시네요?”
각성을 했다고 전과가 없어지는 건 아니었기에, 슬쩍 입술만 물었다.
“아니까 그냥 올려놓으쇼. 지들이 알아서 선택하겠지.”
“예, 알겠습니다.”
등록 절차가 끝나자 여직원이 의뢰자와 약속을 잡아줬다.
보통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하루에서 이틀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연락 받자마자 의뢰인이 총알같이 나타났다.
“다, 당신들이 그 용병이오?”
의뢰인은 반백의 중년이었다.
철지난 갈색 체크무늬 양복에 낡은 서류 가방을 맨 모습이, 사업가보단 학자에 가까워 보였다.
굉장히 다급했는지 통성명도 없이 바로 설명이 시작됐다.
“공고지에 나와서 대충 알 거라 짧게 설명하겠소.”
예상대로 그는 지질학을 전공하는 교수였다.
연구를 위해 세드를 방문했으나, 연구 중 그가쉬 클랜(버그베어)와 겐포 부족(고블린)의 분쟁에 휘말렸다고 한다.
“빌어먹을 노벨상. 그 딴 게 뭐라고… 난 내 조교를 버리고 올 수 밖에 없었소.”
- 교수님, 사, 살려주세요!
- 버리고 가지 말아요!
“보디가드가 있었으나 전부 쓸모없었소….”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교수는 울먹이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참 딱하게 됐구만. 그래서 보수는 얼마나 줄 거요?”
“2억. 3명 다 무사히 데려오면 전부 주겠소. 원래 연구비로 받은 거지만 지금 그딴 게 뭔 소용이오!”
2억이라는 말에 슬쩍 민우와 칼콘과 눈빛을 교환했다.
- 어쩔래.
- 꽤 큰돈인데요?
- 갔는데 다 뒤졌으면 한 푼도 못 받는 거야.
맞는 말이었다.
일단 조교 3명이 얼마나 방치됐는지를 알아야 했다.
“언제 실종됐소?”
“어제. 정확하게는 어제 새벽 2시.”
대충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 지난 시간이었다.
“칼콘. 버그베어 좀 알아?”
“그가쉬 클랜이면 아는 얼굴이 있긴 해.”
역시 세드 출신인지 지인이 있는 모양이다.
“근데 걔네 식인 하는 애들이라 살아있을지는 장담 못해.”
칼콘은 이후 교수에게 일행 중 여자가 있냐고 물었다.
“이, 있소. 두 명.”
“그럼 살아있을 가능성은 아주 조금이나마 있어. 여자는 바로 먹지 않거든.”
저 말이 뭘 뜻하는지 알았기에 교수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제발! 제발… 좀 도와주시오… 이 의뢰를 받으려는 자들이 아무도 없소.”
“거 생각 좀 합시다. 이런다고 달라질 거 아무것도 없소.”
솔직히 난이도 대비 보상이 턱 없이 부족했다.
전쟁터에 기어 들어가서 사람 데려오는 것도 엄청나게 힘든 일인데, 그 와중에 누구 하나 죽으면 보상이 깎인다.
‘이러니까 다들 안 하려고 하지. 쯧.’
게다가 고블린과 버그베어라면 타 종족에 굉장히 배타적인 녀석들이었다.
영토에 굉장히 민감한지라 통과조차 거부하기 일쑤였다.
그런 녀석들이 전쟁하는 곳에 들어간다?
백이면 백, 말보다 총알이 먼저 날아온다.
“돌았네. 도대체 뭐한다고 전쟁터에 기어들어 간 거요?”
“거기에 신금속이 묻혀있었소. 아직 학회에 발표되지 않은 신금속 말이오. 그것만 확보할 수 있으면….”
신금속. 종류에 따라 조 단위 돈이 흐를 수도 있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래봐야 저건 경제 전체로 봤을 때 얘기.
지훈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발 좀 부탁드리겠소! 내 조교들을 부탁하오. 혹시 못 찾았다면… 시체나 소지품이라도 찾아 주시오. 장례라도 치러야 할 거 아니요.”
어지간히 급했는지 교수는 선금으로 천만 원을 건넸다.
‘어쩐다.’
슬쩍 남은 둘의 의견을 살폈다.
칼콘이야 아는 얼굴이 있다니 별 문제 없다는 듯 보였고,
민우는 뼈살이 꽃이 있으니 시도나 해보자는 눈치였다.
“해보겠지만, 장담은 못하오. 가서 시체도 못 건졌다고 해서 선금도 도로 토해내지도 못하고.”
“맡아만 준다면, 그런 것 상관없소!”
“하겠소.”
고개를 푹 숙이는 교수를 뒤로하고, 일행은 용병 길드 밖으로 나왔다.
“이거 일이 꽤 급해 보이니까, 최대한 빨리 장비 마련하고 출발하자.”
“알겠어. 나도 이참에 새 물건이나 사볼까.”
“저는 이럴 줄 알고 장비 미리 사놨습니다.”
의외의 인물에게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기에 흥미로웠다.
“그럼 민우는 내버려 두고 우리 거 구하자.”
각성자 물품 거래소로 향해 각자 원하는 물건을 구매했다.
지훈은 저번에 불타버린 방탄복을 대신할 방어구와 수류탄을 구입했다.
칼콘은 총보단 근접전이 좋은지 E급 무기를 마련했다.
“그럼 어디 장비나 한 번 확인해 볼까.”
[현재 지훈의 장비]
무기.
여왕의 은혜 (C등급 아티펙트. 마법 강화 창)
글록 19 (마력 탄환 10발. 소음기, 레이저 사이트 부착)
빈토레즈 (OTN탄 100발, 소음기, 조준경 자체 부착)
방어구.
방탄 외투 (E급 아티펙트, 위장색 도색) (구입. 3000만원)
방탄모 (F급 아티펙트, 위장색 도색) (구입. 700만원)
전투용 워커 (일반 물품)
건틀렛 (일반 물품)
기타.
섬광탄 1개
세열 수류탄 1개
구조대 호출용 휴대전화
[칼콘의 장비]
무기.
전투용 메이스 (E급 아티펙트) (1500만원)
MP5 (OTN탄 90발. 소음기 부착.)
방어구.
사슬 갑옷 (일반 물품)
방탄모 (F급 아티펙트, 위장색 도색) (700만원)
가시 달린 그리브와 뾰족한 강철 신발 (일반 물품)
접이식 방패 (중간 크기, F급 아티펙트)
[민우의 장비]
무기.
MP5 (OTN탄 60발. 소음기 부착.)
방어구.
보호경 (일반 물품)
방탄모 (일반 물품, 도색 없음)
방탄복 (일반 물품, 도색 없음)
운동화 (일반 물품)
정리하자면…
지훈은 저번에 비해 월등히 장비가 나아졌다.
생활비로 쓰고 남은 돈을 거의 다 투자했거니와, 저번에 죽을 위험을 넘었기에 장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칼콘은 갑옷에 방탄모를 쓴 우스꽝스런 모습이 됐다.
하지만 E급 메이스와 F급 방패가 있기에 접근 하면, 월등한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백병전을 보여줄 것 같았다.
민우는 방탄복과 방탄모를 준비했다.
둘에 비하면 초라해 보였지만 최소한 눈 먼 총알에 죽진 않으리라.
“그럼 장비 챙겼으면 출발하자.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