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토레즈와 민우 -->
총포상은 동구 중앙에 있었다.
조폭과 뒷거래 트고 총기를 유입한다는 소문이 드는 곳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지훈 형님 오셨슴까.”
가드로 있던 경비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하지마라. 불편하다.”
“그래도 형님 아임까!”
“이 쪽 사람도 아닌데 뭔 형님이야. 집어 치워, 새끼야.”
“히히, 알겠슴다.”
왜냐면 다 아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씩 웃는 가드를 뒤로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온갖 총기와 폭발물들이 널려있었다.
그 모습이 총기소지 금지 국가인 한국과는 동떨어져 보여, 꼭 영화 속으로 들어오기라도 한 기분이 들었다.
그 외에도 흐릿한 안개마냥 담배 연기가 자욱했는데, 마치 초행자를 무르기라도 하듯 위험한 냄새가 났다.
성큼 움직여 안개의 근원지로 향하자, 대머리 남자가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
“하이고. 글록만 들고 다녀서 오래 못 살 줄 알았는데.”
“승호. 잘 지냈냐?”
“네가 금룡 쪽 애들 처리해 주고 나선 쭉 편하지.”
대머리, 승호가 시가를 쭉 빨았다가 내뱉었다.
연기에서 미약한 버섯 냄새가 났다.
“두르? 요즘엔 세놉하고 그게 유행이라던데. 맛 좋나보지?”
“약해, 약해. 그냥 입맛에 맞아서 피는 거야. 그나저나 뭔 일로 오셨나?”
“사격장 좀 쓰자.”
사격장 좀 쓰자는 말에 승호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백발백중인 양반이 뭔 사격장을 쓴다고 그래?”
“위력 확인 좀 해보려고.”
“그러던가.”
승호는 고개를 끄덕이곤 ‘막내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문이 쾅 열리며 밖에 있던 가드가 들어왔다.
“지훈이 사격장 쓴다니까 옆에서 시중 좀 봐줘라!”
“옛슴돠.”
지훈은 대충 AK로 보이는 물건과 K2를 챙겼다. 순간 무게를 생각해 기관단총도 생각해 봤지만, 그만뒀다.
‘9mm로는 안 돼.’
탄두 자체는 5.56mm나 7.62mm 보다 컸으나, 문제는 탄약의 길이가 짧다는 거였다. 이는 곧 총알 내에 작약이 적게 들어간다는 얘기였고, 그만큼 위력이 반감한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탄두 모양도 원뿔형이 아닌 원형이어서 타 탄환에 비해 관통력도 좋지 못했다.
‘5.56mm나 7.62mm를 써보자.’
사격장으로 들어가자 칸막이로 나뉜 사로가 보였다.
대충 가까운 곳으로 가 귀마개를 뒤집어썼다.
“막내야, 가서 폭발탄환 써도 되냐고 물어봐.”
막내가 나간 지 10초도 안돼서 폭풍이 휘몰아쳤다.
- 미친 새끼야, 그걸 어떻게 실내에서 쏴!
“여기 말곤 쏴볼 데가 없어서 그래. 네가 이해해라.”
- 안 돼! 이 개….
“고맙다.”
문 밖으로 승호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개의치 않고 적당히 멀리 있는 인간형 표적을 겨냥하곤….
‘대강 5M? 안전하겠네.'
타 - 스으읍! - 앙! - 콰아앙!
바로 눈앞에서 화마가 휘몰아쳤다.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눈썹이 전부 그을릴 정도였다.
“엄청나네.”
저딴 걸 머리에 맞았으니 그 단단하던 포미시드가 터져나간 것도 이해가 됐다.
‘살아남은 나도 대단하군.’
혀를 내둘렀다.
그나마 방패에 엄폐를 했으니 밀려나간 걸로 끝났지 아마 직격했다면 지훈도 포미시드 꼴이 났을 터였다.
게다가 재생이 없었다면 온몸에 화마가 남긴 상처가 수두룩했을 텐데 말이다.
감탄하고 있자니 문이 벌컥 열리며 욕이 날아왔다.
“이 족방새야!”
“튼튼하게 잘 지었네.”
“그딴 걸 실내에서 쏘면 어떡해!”
“안 무너졌으면 됐지. 보니까 저 표적지 말곤 망가진 것도 없어 보이네. 배상하지 뭐.”
뭔가 불편해 보이는 승호였지만, 배상이라는 말에 일단 얼굴을 누그러뜨렸다.
“진짜 섬 짱깨 새끼들 때 도와준 것 때문에 참는다!”
“걱정하지 말고, 가서 가게나 봐. 카운터 비웠다가 엄한 놈이 총 훔쳐서 총기난사 때리면 어쩌려고 그래?”
호랑이 앞에 두고 이리 걱정하라는 말에 승호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탕 - !
타타탕 - !
타타타타타탕 - !
“표적 좀 끌고 와.”
전자동 시스템이 없는 사격장이었기에, 막내가 후다닥 달려 표적을 가져왔다.
표적은 중세시대 기사마냥 갑옷을 입고 있는 마네킹이었다.
F급 아티펙트였는데, 승호 말에 의하면 폐품(신원미상 시체에서 얻은 물건)을 사격 시험용으로 달아 뒀다고 했다.
그 까닭인지 지훈이 쏜 흔적 외에도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새로 생긴 구멍 있냐?”
“없슴다.”
“여기 OTN(오스테나이트)탄 있냐?”
“불법이라 각성자 물품 거래소나 암시장 가셔야….”
“되도 않는 구라 그만치고 가져와라.”
- 탕!
5.56mm와 7.76mm OTN 탄으로 쏘자 F급 아티펙트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반면 9mm OTN탄으로 쐈을 때도 뚫리긴 했지만, 가끔씩 탄이 깨지기도 했다.
‘그럼 그렇지.’
금속 자체는 F급 아티펙트를 뚫을 수 있는 강도를 지녔지만, 속도와 탄두 모양 때문에 힘이 부족했다.
몇 번 정도 사격을 한 뒤, 총을 결정하기 위해 승호 앞에 섰다.
“그래서 총을 결정하셨나?”
“고민은 하고 있지. 추천할 거 있나?”
“SO80 어때.”
SO80은 영국군의 제식소총으로, 참 애매하기 짝이 없는 소총이었다. 소총으로서의 성능은 그럭저럭 뛰어나나, 문제는 안정성과 신뢰도였다.
격한 움직임에 탄알집이 빠지는 것은 물론이오, 결합 불량, 격발 불량은 보너스며, 심심하면 걸리는 탄은 정말 사용자를 돌게 만들었다.
시가전에서도 신뢰도 때문에 덜덜거리는 총을 험한 지형을 돌아다니는 헌터한테 추천한다?
죽으라는 얘기였다.
“대가리에 마력탄환 하나 박아줄까?”
“농담이야. 요즘 코쟁이들 물건 좋다. 빈토레즈 어때.”
“처음 듣는 총인데?”
빈토레즈는 러시아의 반자동 저격소총으로, 짧은 사정거리(500M)를 가졌으나 절륜한 위력을 가진 총이었다.
게다가 소음기 일체형이기 때문에 은밀 기동에도 좋았고, 스코프도 달려 있어 중거리도 커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총알이 죽여줘. 9x39mm 아음속탄(음속보다 느림)을 쓰는데, 소닉붐 안 터져서 엄청 조용해. 그리고 구경이 커서 방탄복 따위 잘근잘근 씹어 먹는다고.”
권총탄(파라블럼탄)과 같은 9mm 라지만, 총알 길이와 탄두 모양이 달랐기에 위력에 큰 차이가 있었다.
“OTN탄 있어?”
“에이, 알잖아. 불법이라고. 쏘는 건 되도 파는 건 안 돼.”
“좋다. OTN탄으로 쏘면 어떨 것 같냐.”
“E급까진 그냥 관통. 섬 짱개랑 싸울 때 쏴봤다.”
저 말에 몇 번 정도 사격해 본 결과 대만족이었다.
바로 구입했다.
총 자체는 굉장히 가벼웠으나 서비스로 받은 탄환 박스가 굉장히 무거웠다. 그래도 총 무게로 상쇄 될 정도였기에 별 문제는 없었다.
'이 정도면 총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겠군.'
저번에 만났던 포미시드 같은 녀석만 아니라면, 이제 웬만한 녀석들은 전부 총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 ☆ ☆
시간이 흘러 헌팅 계획을 세우기로 한 날이 찾아왔다.
칼콘과는 밤에 만나기로 했기에 잠시 쉬는 중 민우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전화!”
“뭔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야. 나 영화 보느라 바쁘다. 나중에 전화하라고 해.”
“민우라는 사람인데, 중요한 일이래.”
영화를 포기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TV로 봤기에 일시 정지가 불가능했기에 살짝 짜증이 났다.
‘뭔 일인데 저래.’
나쁜 기분이 그대로 목소리를 타고 나왔다.
“뭐.”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비싼 돈 내고 지구에서 전화하진 않았을 테고. 너 이 새끼 지구 안 가냐?”
“예. 그냥 세드에 있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왜 또. 가서 학교나 다녀. 남 뒤통수 칠 생각 하지 말고 새끼야.”
“저도 팀에 껴 주십시오.”
정신이 멍 해졌다.
마법 맞고 총 난사해서 코앞으로 총알 날아간 게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전투 능력도 거의 없다고 봐야 옳았고, 그런 주제에 동료애까지 없었다.
- 그냥 버리고 가요! 챙기다 다 죽는다고요!
일 끝난 뒤 개미밥 되라고 숲에다 놓고 오려다 차마 이블 포인트 때문에 그러지 않았지만, 참 문제가 많은 녀석이었다.
“집에 가라. 어머니가 걱정하신다.”
“몬스터 아웃브레이크 때 돌아가셨습니다. 가봐야 기다려 주는 사람도 없구요.”
같은 경험을 해 봐서 그런지, 입 안이 썼다.
“학교는?”
“이미 휴학계 제출 했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느껴졌다.
뜯어 말려봐야 듣지도 않을 테고, 싫다고 거절했다간 이상한 팀 들어갔다가 얼마 못 가 죽을 게 분명했다.
어떡해서든 잘 설득해 보려 했지만, 민우는 굳건했다.
한 공안 전화를 사이로 긴 실랑이가 벌어졌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짐이 되지 않겠습니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갖다 버리자니 엄한 곳 가서 뒤질 것 같고, 데리고 다니자니 못마땅하다. 계륵이야.'
“너 하는 꼬라지 보니까 돈 많이 못 주겠다. 괜찮냐?”
“저도 제가 잘못한 거 알고 있습니다. 적게 받겠습니다.”
지훈이 괜찮다고 하면 칼콘은 분명 자동 승낙이 분명했다.
고민하길 잠시.
아직 다음 일이 정해지지도 않았기에 얘기 정돈 들어봐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됐고, 얘기나 한 번 해보자. 시체 구덩이로 나와.”
이후 칼콘에게도 전화를 돌린 뒤, 시체 구덩이로 향했다.
☆ ☆ ☆
“그렇다는데. 어떻게 할래?”
“나는 딱히 상관없는데.”
칼콘은 별 반응이 없었다.
그가 알고 있는 건 현상금을 독차지 하려고 했었던 것 뿐. 버리고 가자거나, 골골댔던 건 몰랐다.
“너 쓰러졌을 때 저 새끼가 버리고 가자고 그랬었어.”
멱살잡이해도 충분했을 말임에도, 칼콘은 시큰둥했다.
“둘 다 죽을 상황이라면 하나는 살아야지. 동료라면 모를까 남으로서는 맞는 선택이라고 봐. 나도 지훈이 쓰러졌으면 챙겼겠지만, 저 녀석이 쓰러졌으면 버리고 갔을 걸?”
“어쨌든 그래서 상관은 없다?”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동료는 몰라도, 동행은 괜찮아.”
“나도 칼콘이랑 똑같아. 솔직히 아직도 민우 네가 못마땅하다. 정보만 아니었으면 여기에 부르지도 않았어.”
“꼭 제 몫은 다 하겠습니다.”
결국 민우가 합류하기로 결정됐다.
비록 아직까진 신체능력, 멘탈 둘 다 약했지만 세드에 대한 지식이 있어 분명 도움이 될 터였다.
“어쨌든 그 외에도 할 말이 있어. 다음 일에 관해서야.”
“아직 돈 남았잖아?”
“사나이 부랄 달고 태어났으면 배포를 크게 가져야지. 어떻게 계속 하루 벌어서 하루 사냐.”
저번 의뢰로 동년배 일 년 연봉을 그냥 벌었음에도, 돈이 부족했다. 지현 치료비 때문이었다.
지현이 앓고 있는 병은 안타깝게도 현대 의학기술이 닿지 않는 마법의 영역이었다. 그에 따라 마법치료를 받았어야 헀는 데, 그 가격이 미친 듯이 비쌌다.
‘근래엔 약이 들어가서 좀 괜찮아 보이지만, 언제 다시 아플지 모른다.’
지금이야 평화로웠지만 지현이 약에 내성이 생기면 그것도 끝이었다.
모래로 지어놓은 이 평화가 무너지기 전에 지현의 병을 고쳐놔야 했다.
“싫다면 빠져도 좋다. 난 아이덴티티에 외마연(외부 마법 연구원)으로 서류 내면 돼.”
“아이덴티티? 지훈 마법 쓸 줄 알아?”
“Koor puu(나무 껍질).”
설명할 것 없이 한 번 보여줬다.
영창이 끝나자 피부 위로 두꺼운 나무껍질이 돋아났다.
움직이기엔 답답했지만 그만한 보호를 제공했기에 퍽 유용한 마법이었다.
룸 안에 칼콘과 민우의 오~ 하는 소리가 울렸다.
“어쨌든. 난 목숨 빚 갚기 전까진 지훈 항상 따라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 게다가 이번에 빚 하나 늘었으니, 벌써 두 개라고.”
“그럼 이제부터 일을 정하자. 그 다음 그에 맞는 장비를 구입하러 갈 거야.”
대강 할만 한 일들을 테이블 위로 늘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