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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의 반지-7화 (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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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티어가 올라갔다는 말만 계속 반복됐다.

“이, 이게 도대체 뭔?”

그 뿐만 아니라 몸도 살짝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꼭 무거운 옷을 벗은 것 같았다.

‘정보.’

등급 : E등급 4티어 (+14)

보너스 점수 : 14

근력 : F 등급 (10)

민첩 : E 등급 (11)

저항 : F 등급 (0)

마력 : F 등급 (4) (신규!)

잠재 : S 등급 (??)

이능 : 감지 실패

정보를 보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보통 각성자가 티어를 올리기 위해선, 사선을 넘나드는 경험을 몇 번이나 겪어야 했다.

등급도 아닌 겨우 티어 하나 올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목숨 걸고 티어업을 열 번 해야 등급이 올라갔다.

하지만 지훈은 달랐다.

잠재력이 높았던 만큼 간단한 경험으로도 티어는 물론 등급까지 치솟았다.

‘이런 미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게다가 저 보너스 점수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다른 개념들은 대강이나마 알고 있었지만, 보너스 점수는 정말 난생 처음 듣는 소리였다.

원래는 티어가 오르면 능력 하나가 무작위로 상승됐다.

중요한 건 무작위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재 반지를 통해 본 정보 창에는 마치 게임마냥 원하는 곳에 능력을 투자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진짜 가능하단 말이지? 그럼 근력에 4점, 민첩에 2점.'

근력과 민첩은 말 그대로 육체의 힘과 스피드를 나타내는 능력으로, 싸움의 기본이 되는 능력치였다.

- 반영되었습니다.

근력 : F 등급 (10) = > E등급 (14)

민첩 : E 등급 (11) = > E등급 (13)

‘저항에 5점’

저항은 외부 충격 및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제공하는 능력치로, 헌터들이 몬스터와 직접 몸싸움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줬다.

비록 저등급에선 일반인과 별 차이가 없을지 모르나, 추후 고등급이 되면 총알은 물론 몬스터의 공격까지 방어해 낼 수 있었다.

- 반영되었습니다.

저항 : F 등급 (0) = > F 등급 (5)

‘그리고 마력에… 뭐야? 마력?’

격통 이후 능력치 창에 가벼운 변화가 생겼다.

과거 없던 마력이 생겼던 것.

지훈은 혹시 몰라 남은 3점을 잠재에 넣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 잠재 능력은 올릴 수 없습니다.

결국 남은 3점은 전부 마력으로 들어갔다.

- 반영되었습니다.

마력 : F 등급 (4) = > F 등급 (7)

지훈은 점수 배분을 완료하곤 자기 능력을 살폈다.

[정보]

등급 : E 등급 4티어

근력 : E 등급 (14)

민첩 : E 등급 (13)

저항 : F 등급 (5)

마력 : F 등급 (7)

잠재 : S 등급 (?)

이능 : 감지 실패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대박인데…?’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반지는 티어 변동 외에도 신체 변이에 대해 언급했었다. 지훈의 눈이 급히 아래로 내려갔다.

[신체 변이]

- 약한 재생 : 신체 변이로 자연 재생력이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신진대사가 증가합니다.

- 화염 속성 : 혈액 안에 불 속성 마나가 흐르고 있습니다. 불에 대한 저항력이 증가하나, 냉기에 대한 저항력은 감소합니다.

말 그대로 굉장했다.

비록 둘 다 약점과 강점이 있는 변이였으나, 페널티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너무나도 컸다.

신체 재생 능력은 밥 잘 챙겨 먹으면 없는 것과 같은 페널티였고, 살면서 추위 때문에 위험한 적은 거의 없었으니 화염 속성 페널티도 없는 거라 봐도 무방했다.

‘내가… 내가 이런 능력을 얻다니! 이게 꿈은….’

“꿈 아니니까 걱정 마.”

기뻐하는 지훈 옆으로 아쵸푸므자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지훈의 정보 창을 슥 훑어보며 말했다.

“잠재 능력 끝내주네. 너 운이 진짜 억세게 좋구나?”

운이 좋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고, 그렇게 생각한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 생각했거늘….

참으로 우습고 기구했다.

살면서 겪어야 할 행운을 몰아서 받기라도 한 걸가?

어찌 됐든 일단 기쁜 건 사실이었다.

‘가볍게 마나 흘린 정도로 티어 열 네 번이라. 괴물도 이런 괴물이 따로 없네.'

아쵸푸므자는 턱을 가볍게 쓸었다.

“어쨌든, 내가 할 얘기는 따로 있어.”

반달이었던 지훈의 눈이 순식간에 그믐달로 변했다.

비록 아쵸푸므자가 이로운 영향을 줬다고 한들, 아직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였다. 언제라도 적으로 돌변할 수 있기에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뭐지?”

“제안을 하고 싶어.”

지훈은 고개를 까닥여 더 듣겠다는 표시를 했다.

“그 반지는 마음껏 써도 좋아. 하지만 가끔 내가 도움을 요청하면, 그 때는 나를 도와야 해. 쉽지?”

긴장한 것과 달리 김이 빠지는 간단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긴장되기도 했다.

원래 달콤한 조건엔 함정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 도움이라는 게 뭐지?”

“글쎄? 인과율이나 시간의 항상성, 충돌 같은 얘기를 해봐야 어렵거니와, 이해하기도 어려울 걸. 말 해줄 수도 없다고만 해둘게.”

독이 든 사과 같았다.

너무나도 달콤해 보이지만, 삼키면 분명 추후 큰 탈이 날 게 분명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조건이 괜찮다면 조그마한 함정 따윈 감수할 용기도 필요한 게 인생이었다.

'여기서 더 나빠질 것도 없다.'

“약속하지.”

만족스러운 답변이었는지, 아쵸는 씩 웃으며 알 수 없는 말을 속삭였다.

- Nüüd lepingu loodi. Minu apostlite üle, te näete oma kella.

그 말이 끝나자 아쵸는 원래 없었던 것 마냥 안개처럼 흩어졌다. 그 모습이 꼭 영화 속 연출 같았기에 슬쩍 눈을 비벼봤으나, 이미 그녀는 떠나고 난 후였다.

'빌어먹을… 귀신에라도 홀린 것 같군.'

멍 한 기분이 우두커니 서있길 몇 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담배를 꺼내 물었으나….

'빌어먹을 라이터.'

지훈은 얼굴을 팍 찡그리곤 집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 겁 없던 커플과 다시 마주쳤는데, 나무 뒤에서 교미를 하고 있었다. 정작 필요할 땐 보이지 않았던 녀석들이었기에 화딱지가 났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니까 애들도 맛이 가는 구만. 말세다, 말세야.'

☆ ☆ ☆

늦은 밤.

좁은 골목길에 지훈의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음엔 차나 오토바이를 사던가 해야지 쯧.'

그렇게 몇 분 쯤 걸었을까?

문득 지훈 앞에 마스크를 쓴 사인조가 나타났다.

식칼이나 쇠몽둥이를 들고 있는 꼴을 보아하니, 동네 양아치 같아 보였다.

식칼을 가진 남자가 칼을 허공에 휘두르며 말했다.

“가진 거 다 내놔.”

아니나 다를까 3류 영화에 나올 법한 멘트가 뚝 떨어졌다. 지훈은 그 모습에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내 말 안 들려? 가진 거 다 내놓으라고!”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이 나오자 어수룩한 강도는 크게 당황했다. 아마 계획했을 때만 해도 희생양이 벌벌 떨며 물건 다 내어주고 줄행랑을 칠거라고 예상했겠지.

“너희 뭐냐?”

“이 새끼가. 가진 거 다 내놓으라는 말 안 들려!?”

“재밌네. 겨우 그걸로 강도짓 하겠다고?”

“이게 뭐 어때서!”

지훈은 저 말을 듣곤 상대가 양아치라고 확신했다.

새벽에 술이나 마약 좀 걸치고 얻은 가짜 용기로 이런 짓을 벌인 것이리라.

일단 총기 유통이 활발한 세드에서 식칼 들고 있는 것부터가 그랬다.

나름 ‘각성자니까 허튼 생각 하지 마.’ 라는 냄새를 풍기길 기대한 모양이지만, 각성자는 강도짓 따위 하지 않았다.

목격자 없는 미개척지면 모를까, 특히 도시 내에선 더더욱 그랬다. 가디언 때문에 위험 대비 수익이 낮기 때문이었다.

‘적당히 하고 지나갈까.’

지훈은 재킷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뭔가 꺼내들었다.

거무튀튀한 기역 자 모양의 쇠뭉치.

글록 19였다.

“어… 총?”

기세 좋게 외쳤던 양아치가 말을 더듬었다.

“왜. 총 처음 보냐?”

강도 넷이 웅성거렸다.

그 사이 지훈은 여유롭게 권총에 소음기를 달았다.

“어디서 BB탄 총으로 허세야, 죽고 싶어!?”

설명할 필요 없이 땅에 대고 한 발 발사했다.

퓩 하는 소리와 함께 보도블록이 박살났다.

“죄송합니다, 형님. 가던 길 가십시오.”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양아치는 바로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태세 전환이 정말 빠른 놈이다.

그렇다고 봐 줄 생각은 없었다.

“내가 가긴 어딜 가. 가진 거 다 내놔 새끼들아.”

지훈은 아까 들었던 말을 그대로 양아치들에게 돌려줬다.

“네?”

“강도짓 할 거였으면 반대로 당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어야지. 머리에 총알 박히기 싫으면 빨리 내놔.”

양아치들은 렉 걸린 게임 NPC마냥 버벅 대었다.

도망칠지, 싸울지, 물건을 내어줄 지 고민하는 모양이다.

“드, 드리겠습니다!”

지훈은 주섬주섬 지갑을 챙기는 양아치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참에 테스트나 해볼까.’

그러고 보면 이것저것 확인하느라 각성하고 나서 한 번도 힘을 확인해 본 적이 없었다. 분명 각성은 했다하나, 아직까진 힘의 정도를 모르는 상태.

안전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

“필요 없어.”

양아치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변덕에 다시 한 번 버벅 대었다.

“무기 버리고 맨손으로 붙자. 이기면 그냥 보내줄게, 어떠냐?”

“진짜요?”

“못 믿겠으면 그냥 도망가 보던가. 허벅지에 예쁘게 한 방 박아줄게.”

양아치는 지훈의 말대로 각자 들고 있던 무기를 저 멀리 던져버리곤 바로 달려들었다.

“이, 이 십새야!”

싸움 좀 해봤는지, 훅이 아닌 잽이 날아왔다.

평소라면 꽤 날카로워 고생했을 법 했지만 왠지 모르게 주먹이 한 템포 느리게 보였다.

마치 시간을 0.7배속으로 돌리는 것 같은 착각.

'느리다?'

하지만 코에 주먹이 날아오는 상황에서 길게 생각할 여유 따윈 없었기에, 바로 웅크려서 피한 뒤….

“꺽!”

양아치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제대로 꽂힌 클린히트에, 양아치가 잠시 공중에 붕 떠올랐다 떨어졌다. 눈을 까뒤집은 꼴이 한 동안은 일어나지 못할게 분명했다.

“죽어라!”

그 다음으론 우측에서 태클이 들어왔다.

상체를 수그린 체 들이 받아 넘어뜨릴 심산!

넘어지면 그대로 실신 직전까지 린치를 당하므로, 지훈은 바로 몸을 돌려 양아치를 받아 낼 준비를 했다.

퍽!

몸무게에 속도를 더한 무식한 태클이었음에도, 지훈은 꿈쩍도 하질 않았다. 되려 양아치만 벽에 부딪힌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미, 미친! 무슨 통나무도 아니고!'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훈이 바로 옆구리를 때렸다.

뻑 하는 소리에 뼈 부러지는 소리가 섞였다.

이제 남은 건 둘.

“안 오냐?”

지훈이 손가락을 까닥이며 도발하자, 둘이 시간차로 달려들었다.

지훈은 여유롭게 기다리다 먼저 달려드는 놈 고간에 부츠를 꽂아줬다.

“으거거걱!”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녀석 뒤로, 마지막 남은 양아치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 사람 살려!”

그냥 보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지훈은 가까이에 나뒹구는 쇠파이프를 집어던졌다.

결과는 깔끔하게 명중.

도망가던 녀석은 얼굴로 바닥을 쓸며 긴 궤적을 남겼다.

지훈은 씩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강해졌다.'

과거였다면 총 없이 4 : 1로 싸운 순간 실컷 두들겨 맞고 전 재산을 뺏겼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래, 난 더 이상 일반인이 아냐.’

그렇게 생각한 순간 우응 하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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