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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 외 혈통 천재-484화 (484/488)

외전 75. 숨겨 둔 한 수

꽈릉.

천둥소리와 함께 시작된 난도질이었다.

난도질이라 표현해야 맞을 터였다.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

‘염병, 둘 다 괴물이네.’

한쪽은 레드 급이 섞인 오크 무리를 상쾌하게 깨부수고.

다른 쪽에서는 손짓 몇 번으로 낙뢰를 떨어뜨리고 옐로우 급을 도살했다.

크로커다일은 헛웃음이 나왔다.

아니, 뭔 2대째가 왜 다 이 모양이야.

아비가 저리 잘났으면 아들은 어디가 부족해야지.

이건 뭐 둘 다 너무 나갔다.

세최특의 부재로 인한 걱정?

그 뒤를 언라이벌 식스가 이어야 한다고?

여기 오기 전에 엑스큐라시 총괄 회장한테 귀에 못이 박이도록 그런 말을 들었는데.

그 총괄 회장 양반의 눈깔을 소환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미쳤나, 진짜.”

절로 탄식 어린 말을 뱉자.

“저거 이제 스물 몇 살밖에 안 됐다며?”

“어.”

“세최특도 저 나이 때는 저 정도 아니지 않았냐?”

“알 바냐?”

크로커다일 바로 옆, 세븐 아이덴티티와 연금술사의 대화였다.

둘 다 한숨을 푹 쉬었다.

‘하여간 멍청한 놈들이.’

둘 다 자신의 모든 걸 이어받을 후계를 키우고 있다고 들었다.

이번은 아니어도 차세대 기득권을 위한 준비라고?

잘도 하겠네.

저런 걸 상대로?

크로커다일의 무패는 좋은 선구안 덕분이었다.

공을 고르듯, 싸울 상대와 싸우지 않을 상대를 고르는 재주가 무척 뛰어났다.

여기에서 세최특에게 딱 한 대만 맞고 끝난 것도 그 혼자뿐이었다.

한 대 맞아 보니, 알겠더만.

‘내 강체가 바로 부서지던데 뭐.’

하여간 눈치가 있어야지, 사람이.

“괴물 새끼네.”

“들을라.”

“초능이잖아? 그래도 불멸이랑 변신보다는…….”

다들 한마디씩 하면 선을 넘는 이들도 있는데.

몰래 암살이라도 하겠다고?

하하하하하하하!

최근 한국에서 코미디 프로가 씨가 마른 이유가 여기 있었네.

온신은 NS의 유일한 적통이자, 후계자다.

막말로 세최특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 주변에 언라이벌 식스 중 누구도 다가올 수 없게 할 수 있었다.

‘말이 언라이벌 식스지.’

실상은 동네북 여섯 개 아닌가?

NS에 숨은 힘이라는 이들이 뛰쳐나오면 언라이벌 식스 중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텐데?

하물며 세최특의 아내인 천재 스펠 유저, 강혜민은 어쩌게?

주먹 쓰는 마법사로 유명한 여자다.

스펠을 만드는 재주는 눈곱만큼도 없지만, 스펠을 쓰는 재주는 이해 불가 수준.

네 개 연맹이 전부 두 손 두 발 들고 포기했다.

그 지독한 마법사들이 손을 들었단 거다.

“싸움이나 하자, 싸움이나.”

이딴 생각 해서 뭐하나.

남는 게 뭐가 있다고.

크로커다일은 지독하게 싸우고 싶었다.

“그렇지, 시발. 미친 듯이 싸움이나 하자니까, 다들 헛소리여. 안 그래도 저기 오네.”

너른 평야라고 해야 할까.

한쪽으로는 지평선이 보이고 다른 쪽으로는 어둠이 가득하다.

어둠 속에서 크리쳐가 연신 튀어나왔다.

“켈베로스다! 내 거!”

“내가 같이 가지.”

언라이벌 식스 중 싸움꾼과 사냥꾼이다.

둘이 맞이하러 뛰었다.

레드 급 이상 괴물에 유니크 급도 섞여 있을지 모르겠지만.

뭐, 저 둘이면 알아서 죽이겠지.

크로커다일은 겉보기와 달리 머리를 쓰는 타입이었다.

그는 전장 전체를 훑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직 드론도 띄우지 못했고.

‘위’가 꼭 안전할 것 같지도 않았다.

비행 능력이 있는 팀원 몇이 위로 날아서 시야를 확보하긴 했다.

“공유하지.”

연금술사가 말하며 손을 휘저으니 허공에 동그란 형태의 영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흐릿하지만, 지금 있는 곳을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는 거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위에서 밑으로 전장 전체를 눈에 담는다.

‘이거.’

크로커다일이 몇 번 눈을 깜빡이는 사이다.

어두컴컴한 너머에서 미친 듯이 크리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와르르 쏟아지기 시작했다.

“등급 판별해!”

크로커다일이 외쳤고.

대답은 위에서 왔다.

* * *

난 위에서 월광으로 두더지인지 코뿔소인지를 대부분 죽인 뒤.

손끝을 위로 튕겼다.

월광이 위로 솟는다. 그 뒤 이제까지 한 번도 하지 않은 짓을 시도했다.

부스터 뇌안.

뇌안에 부스터를 입힌다. 그 뒤 몰려오는 크리쳐를 전부 측정했다.

최소 등급 블루.

극소수다.

그 뒤는 옐로우 등급이 우르르 몰려나오다가 갑자기 급감했다.

위에서 뇌안으로만 보는 것이기에 각각 개체가 무엇인지 보다 전체의 흐름을 볼 뿐이었다.

아.

옐로우 급 뒤로 레드 급이 뛰쳐나오면서 제 앞을 가로막는 걸 찢어발기고 있었다.

화가 나서 미쳐 돌아 버린 것 같은데?

그런 느낌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레드 급도 찢기고 터져 죽는다. 일부 살아남은 무리가 아군 쪽으로 내달렸다.

저건 전투 돌격이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한 도주지.

그들의 도주는 아군의 벽에 막혔다.

익숙한 염동력, 염동력으로 장벽을 펼쳤다.

레드 등급을 막을 수준으로 저렇게 넓게 펼칠 위인이 몇이나 있겠나.

구스타프였다.

대규모 학살 특화 염동력자.

그게 구스타프였다.

대규모 학살 특화라는 건 대규모 적을 막기도 좋다는 거였다.

그런데 막느니 찢어 죽이지 저건 왜?

어쨌든 레드 등급 일부를 막은 뒤쪽, 옐로우와 오렌지 급의 크리쳐가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개체 수가 흘러넘치진 않았다.

하지만 최소 수백은 넘어 보였다.

공중, 머리 위에서도 크리쳐가 나오기 시작했다.

네 장의 날개를 단 용과 닮은 것들.

꿈에서 봤던 놈들이었다.

비행기를 떨구고 유유히 날아가던 놈.

눈깔은 여덟 개에 날개는 네 장.

데몬 드래곤이란 크리쳐다.

꿈에서는 봐도 몰랐는데, 지금 보니 알겠다.

사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헛되지는 않았지.

어쨌든 저건 전부 오렌지 급이다.

위에서 나 혼자 이걸 다 상대하기는 좀 많긴 한데.

불가능한 건 아니긴 하지만.

뇌안에 부스터까지 써서 그런지, 크리쳐가 나와서 몰아친 건 고작 십 초 내외였다.

그러자 밑에서 터진 외침이다.

“등급 판별해!”

염병, 이 능력은 왜 생겼나 했다.

확성 능력 말이다.

어디나 쓰나 했더니, 지금 쓰기 딱 좋았다.

본 김에 내가 답해 줬다.

“전부 오렌지!”

“씨이발!”

대답은 욕이었다. 왜 알려 줘도 저러나.

“내려와도 된다.”

어쩔까 하는데 내 귀에 묘한 목소리가 꽂혔다.

아까 들어 봤던 목소리다.

차분하고 이지적임을 느끼게 하는 그런 목소리.

“마룡 무리는 기본적으로 많은 개체 수에 몰리니, 거기서 시선 끌기도 힘들 거다. 혼자서는 못 막을 테니.”

신기하네.

난 목소리 확성으로 말을 전하는 건데.

이 난리에 내 귀에 딱 꽂히는 목소리는 뭔데.

물론 초능이겠지만.

어쨌든 그 말대로 내려왔다.

구스타프의 옆, 기적의 염동술사가 보였다.

인도 계열의 남자인데, 가까이에 서니 향긋한 냄새가 났다.

전투 슈트에 향수를 뿌리셨나.

그가 구스타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잘했다.”

말하고서 손을 든다.

빠드드드득.

이건.난 뇌안을 발동한 채였기에 무형기라는 염동력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이명은 기적의 염동술사.

왜 그를 그렇게 부르는가.

기적을 일으키기에.

그의 이명은 그리 정해졌다.

손을 휘젓고 집중한 그의 전신에서 사이오닉 에너지가 뿜어졌다.

흩어지고 퍼지는 게 아니라 뿜어져 뭉쳐, 물길을 따라 흐르는 강물처럼 힘차게 나아가 앞쪽에 쏟아져 기적을 현현했다.

“토네이도.”

무형의 에너지가 회전을 시작, 십여 초도 되지 않아 묵직한 태풍이 만들어졌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곧 굉음을 토해 냈다.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토네이도가 생성되는 걸 본 적 있는데 그걸 수십 배속으로 보는 것 같았다.

“미친.”

절로 감탄을 보였다.

“내 것도 쓸 만하지?”

짙은 갈색 피부의 남자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쓸 만해?

그 정도가 아니잖아.

토네이도가 강렬한 바람을 만들며 크리쳐 가운데에서 용틀임했다.

마룡의 비행이 방해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나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

갸웃.

고개를 좌우로 한 번 꺾은 난 양손을 비틀었다.

이런 식이었나?

가운데 핵을 만들고 회전하는 공, 아니 타원형의 공으로.

돌리며 주변 바람을 뭉치게 하고.뭉친 바람에 가속을 붙여 주며 붙들어 주고.

동시에 수십 가지의 연산이 필요하구나. 이거.

그런데 될 것 같아서 하니, 됐다.

“야아.”

옆에서 기적의 염동술사가 허탈한 목소리로 날 불렀다.

“……그걸 왜 따라 해?”

“될 것 같아서.”

잔뜩 무게 잡던 외국인 남자의 눈매가 몹시 침울해졌다.

“본다고 돼?”

“되네요.”

“야아.”

더는 말이 없었다.

그저 눈매가 축 처져서 토네이도를 열심히 조종할 뿐.

그래서 나도 그렇게 했다.

만들어서 조종, 토네이도를 이끌고 휘몰아치게 하는 거다.

그렇게 하니, 마룡도 더는 날 수 없었다.

그 외 브라운 버그라는 크리쳐도 덩달아 바닥에 내리꽂았다.

아니,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체구가 작거나 몸무게가 낮은 것들은 토네이도에 끌려 날아갔다.

머리 위로 날려 바닥에 쿵 떨어지며 머리통 따위가 터졌다.

바닥 곳곳에 녹색 체액이 터졌다.

상대는 오렌지 급의 괴물이지만, 이게 가능했다.

이게 끝도 아니었다.

오른손으로는 토네이도를.

왼손으로는 염동인을 만들었다.

사악, 사악.

왼손을 휘두르니, 실처럼 가는 칼날이 날아가 구스타프의 염동 장벽 밑을 통과하더니 위로 솟았다.

정말 귀신 같은 조종 능력이다.

염동력 하나는 정말 괴물 수준으로 다룬다.

난 염동인으로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서 월광을 보냈다.

위에서 밑으로 내리꽂히게 하면 장벽을 피할 수 있으니.

그리 월광과 염동인이 남은 것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나야 부스터까지 썼는데.

이렇게 보면 언라이벌 식스도 대단하긴 해.

거기에 나만 싸운 건 아니었다.

아니, 나와 염동술사만 싸운 건 아니었다.

“뒤는 신경 쓰지 마!”

크로커다일 아저씨의 외침이다.

그와 동시에 남은 이들이 구스의 방벽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달려들었다.

크로커다일 아저씨가 변하고.

연금술사가 허공에 2m쯤 뜬 채로 눈을 빛내더니, 날 흉내 냈다.

대신 낙뢰 말고.

불벼락을 내리꽂았다. 불로 된 번개 비슷한 게 손짓에 따라 땅에 내려앉더니, 땅에서 그대로 불꽃 거인이 되어 싸웠다.

신기한 주문일세.

“싸워라!”

연금술사 아저씨가 연신 외치고.

크로커다일 아저씨는 다가오는 적에게 두 대 맞으면 한 대를 때렸다.

상대가 오렌지 급이라고 해서 달라질 건 없나 보다. 음? 근데 아저씨 몸뚱이가 조금씩 커지는 것 같은데?

착각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랬다.

“변신족 능력 중에 거대화가 있었나?”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어느새 바짝 다가온 로니가 말했다.

“아니, 특별한 기어와 기술의 결합으로 보이는데?”

정확히는 모르나, 무슨 짓을 한 건 분명했다.

쑥쑥 커지던 아저씨는 3m가 좀 안 돼서 멈췄다.

그리 덩치가 커지면 둔해질 법도 했지만, 몸을 움직이는 데 불편한 건 없어 보였다.

그 전처럼 똑같이 한 대 맞고 한 대 때린다.

하지만 파괴력이 달랐다.

퍽!

눈앞에서 달려들어 버티던 머리 둘 달린 곰이 한 방에 가슴팍 부근이 터져 나가니.

불꽃 거인이 싸우고.

크로커다일 아저씨도 싸우고.

저 멀리 시선을 던지자, 코끼리로 변한 싸움꾼 아저씨가 코를 휘둘러 크리쳐 몇 마리를 썰었다.

코가 칼이네?

기어다. 기어를 이식해서 부리는 묘기였다.

사냥꾼이라던 사람도 묘한 화살을 쐈다.

광학 병기가 판을 치는 시대의 화살?

무시할 순 없었다.

그 화살에 꽂힌 놈이 지랄발광을 시작했으니.

독?

오렌지 급에 독이 통해?

신경독이 통했다면 진즉에 화학 병기를 동원했을 건데?

“모두 언라이벌 식스야. 숨겨 둔 한 수쯤은 있는 거지.”

로니의 부연 설명이다.

그 말 그대로였다. 다들 숨겨 둔 한 수가 있었다.

인상적이었다.

세븐 아이덴티티는 혼자 한쪽 면을 다 막기도 했으니.

그는 불멸의 감각과 변신의 힘과 초능을 가졌으나.

그걸 동시에 쓸 순 없었다.

일곱 개의 인격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전투 인격 셋과 중심 인격 하나, 거기에 부과된 셋까지.

그게 세븐 아이덴티티의 정체라고 한다.

지금은 변신족으로 보였다.

일반적인 수인화는 아니었다.

“독수리?”

에 날개가 돋은 수인화는 처음 봤는걸.

다들 숨겨 둔 한 수를 꺼낸 전장.

노 페이스 팀도 내달리는 중이었다.

특히, 나의 형제 이후가.

누구나 다 발전을 거듭한다. 그런 면에서 후 형은 천재였다.

그는 자신이 천재라는 걸 유감없이 보여 주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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