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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 외 혈통 천재-477화 (477/488)

외전 68. 인지 범위 확장

전략을 세우는 건 내 특기가 아니므로.

그런 건 미랑에게 다 맡겼다.

“대기.”

미랑이 입을 열었고.

합류한 크로커다일 팀도 자연스레 발을 멈췄다.

이거 그냥 진행해도 되는 건가?

전술 지시를 미랑이 내리는 게 맞나?

실상 이런 고민 따위 아무 의미도 없었다.

당연히도 크로커다일 팀에도 미랑과 비슷한 위인이 있었다.

작전을 입안하고 세세하게 전술을 조정하는.

본래 그 역할을 하던 사람이 검은 늑대다.

변신족 치고는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타입인가?

가끔 보면 그런 변종이 나오곤 하니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변신족이라 다 침 질질 흘리며 싸우고 싶어 환장한 놈들만 있는 건 아니다.

그거야 나도 경험으로 아는 부분이고.

동훈 삼촌만 봐도 알 수 있는 거니까.

동훈 삼촌이 누군가, 변신족과 불멸의 혼혈이라 해도, 변신족의 피가 너무 진해 본능에 취약함에도.

머리는 기가 막히게 쓰지 않나.

그걸 인정받아 지금 NS의 법무팀 총괄 이사로 있는 거고.

다만, 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게 즐거운가는 다른 문제일 것이다.

“겨울 마녀라.”

사관학교는 특수종을 교육하는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그중 졸업반에 들어설 때가 되면 당연히도 특수종 세상에도 이름이 알음알음 퍼지기 마련.

겨울 마녀, 미랑의 별명이 검은 늑대의 입에서 나왔다.

그가 이어 말했다.

“오랜만에 어깨가 가볍겠어.”

연금술사 팀의 소규모 전략팀 리더.

한때 그게 미랑의 위치였다.

소규모 전략팀의 전술을 만들고 이끄는 건 이후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재능과 더불어 감각, 지식까지 갖춰야 흉내라도 내 볼 일인데.

미랑은 졸업반 레벨에서 그 위치를 차지했다.

내가 언라이벌 식스 중 하나인 연금술사라면 이후가 아니라 미랑을 놓친 게 더 아까울 것이다.

뭐, 둘 다 아깝긴 하겠지만.

로니도 한 수 물러서 인정할 정도로 미랑의 전술 지시 능력은 특별했다.

내가 볼 때는 로니와 미랑이 차이가 명확한 편이다.

전장에서는 미랑이 탁월하고.

내정에서는 로니가 탁월하다.

둘 다 훌륭한 재원이란 거다.

아, 근데 나 미랑이랑 결혼하면 이 팀 접으려고 했었는데.

재원이 훌륭하면 뭘 하나, 어차피 접을 거.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가 곧 집어치웠다.

당장 눈앞의 적이 가득하니 그것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무엇보다 미랑과의 결혼 조건 중 하나가 이쪽 세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거니까.

“크릉.”

검은 늑대가 변했다. 기척도 없이 단숨에.

그리고 변한 그를 보며 난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뭐냐.

“검은 늑대라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트드드드득.

볼 피부가 쪼개지면서 비늘 같은 게 올라오던 크로커다일이 날 보며 말했다.

“별명 믿는 순진한 애들 뒤통수칠 때 좋지.”

말하며 낄낄 웃는다.

크로커다일은 무식한 변신족의 팀인가.

인식은 그렇다.

하지만 직접 보니 전혀 아니다. 인식을 이용해서 상대의 뒤통수를 칠 줄 아는 팀이었다.

고로 머리를 쓴다는 것.

검은 늑대라는 자의 변신 형태는 색깔만 진짜였다.

노란 눈깔을 굴리며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 자의 변신체는 흑표범이었다.

단거리 경주의 최강 변신체였다.

“대장, 돌진입니까?”

“선두에는 저를.”

“아니, 저를.”

“넌 좀 가만히 있어.”

“씹, 너나 가만히 있고.”

“어디서 발도 느린 곰탱이가.”

“끄륵, 그래, 오늘 네 대가리를 부수고 승부를 갈라 볼까? 넘버 포야?”

“누가 넘버 포냐? 이 시방새가.”

뭐, 사람이든 팀이든 한 가지 일면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크로커다일 팀도 그랬다.

낄낄 웃는 크로커다일 뒤로 다투는 그의 팀원들이 떠들었다.

“야, 새끼들이, 좀 다물고 있어. 품위 없게.”

결국, 크로커다일이 한마디 하고.

“언제부터 품위를 따졌다고.”

팀원 중 하나가 툴툴거렸으나, 그걸 따지는 사람은 없다.

본래 이런 분위기의 팀인 거다.

“대략적인 숫자가 오백, 목표물 세분화해서 타격 후 본대 복귀를 목적으로 삼습니다.”

미랑의 말이 이어졌다.

작전과 전술의 영역.

난 그 말에 충실히 따랐다.

“과연이라고 해야 하나.”

“겨울 마녀가 특출 나다더니.”

졸업반 중 이후만 돋보인 건 아니라는 것.

미랑의 능력을 인정받는 순간이니.

내가 괜히 가슴을 활짝 열고 허리를 세웠다.

“에헴.”

헛기침도 섞으니.

“……너도 약간 여기가 고장 난 편이냐?”

그러자 크로커다일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 부근을 툭툭 치며 물었다.

“아니요.”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진심이었다.

곧 작전이 시작했다.

시작은 조금 소란스러울 수 있었다.

순수하게 크로커다일이란 특수종, 언라이벌 식스의 능력을 믿고 밀어붙인 거니까.

“크허허허허헝!”

크로커다일이 울었다.

변신족의 변형은 기본적으로 체구에 영향을 받는다.

내 눈에 팍팍 땅을 차고 뛰어나가는 악어 변신족이 보였다.

바로 곁에 선 흑표범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악어 변신체다.

하지만 작다고 우습게 보면 크리쳐들도 난감할 것이다.

괴성, 고함, 외침.

그런 것들이 퍼지며 크리쳐가 모인 땅을 전장으로 바꿨다.

본대에서 겨우 10km 거리였다.

소수 정예 팀이 작정하고 움직이자, 20분도 안 돼서 찾은 위치다.

오목한 분지 같은 곳이었다.

교묘하게 지평선 밑으로 숨을 수 있는 곳.

즉, 지금 크로커다일과 그의 팀은 경사로를 내달렸다.

“우리도 시작.”

미랑이 말했다.

작전명 ‘당신의 뒤통수는 안녕하십니까’.

작전명은 지금 내가 붙였다.

퍽 잘 어울리는 명칭이었다. 미랑은 크로커다일을 던져 전면에 시선을 끌었고.

곧 크리쳐 무리, 검은 야수를 필두로 한 놈들이 그쪽으로 내달렸다.

카아!

크리쳐의 소름 끼치는 괴성이 울린다. 물론 난 아무렇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변신족의 살기에 익숙해지면 이런 건 웃어넘기게 되는 법이다.

미랑의 눈이 사방을 훑었다.

미랑을 중심으로 함께 온 이후와 장옥이 미랑의 왼쪽에 서고.

구스와 난 미랑의 오른쪽에 섰다.

“지금.”

미랑이 입이 열렸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은 야수 일부가 이쪽으로 고개를 튼다.

저쪽에도 감지형 크리쳐가 있단 소리다.

이러니까 인생이 재밌는 법이다.

쉬운 일만 해서야 뭐가 재밌겠나.

크로커다일은 잘 싸웠다.

사실 멀리서 봐서 잘 안 보였는데, 그냥 안 죽고 있으면 잘 싸우는 거로 생각하기로 했다.

뇌안으로 그의 생존 여부는 여실히 보였으니까.

뇌안은 생명체의 에너지 준동을 알아채는 감지 능력이기에 크로커다일의 싸움이 퍽 인상적이긴 했다.

에너지가 고정된 것처럼 꼼짝도 안 하니까.

명상이라도 하는 것처럼 고요하다.

대체 무슨 짓을 하길래 저러는 걸까.

방향을 틀고 일부 무리가 다가온다.

그리 다가오는 검은 야수를 향해서는 에너지가 들쭉날쭉 들썩인 이후와 장옥이 맞이했다.

“크헝!”

호랑이와 기린으로 변한 둘이 내달렸다.

이후는 기린 변신체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지만, 무척 덤덤했다.

난 웃겼는데.

그는 오히려 그 특이성에 주목했다.

장옥은 기초 에너지가 급상승하진 않았지만, 이후와의 대련은 그의 전투 능력을 십분 올려 주긴 했다.

장옥도 이후가 꽤 마음에 든 눈치였고.

이 새끼가 줄을 설 줄은 모른다.

눈치 좀 보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어쨌든 개인의 선택은 존중해 주기로 했다.

이후와 어울리며 실력도 늘었고.

그게 바람직해 보이기도 했으니.

“온신, 구스.”

곧 미랑의 입이 재차 열렸다.

이후와 장옥이 막 검은 야수 일부와 맞부딪칠 때다.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두 번의 시선 끌기.

그 뒤다.

상대의 뒤통수가 안녕한지 확인하러 갈 시간.

크로커다일이 메인을 이쪽에 맡길 줄은 몰랐지만.

“시벌, 긴장돼.”

한국식 욕을 찰지게 구사하며 구스가 말했다.

“형만 따라와.”

그 말을 끝내고 나도 움직였다.

본래 내 능력을 십분 활용하려면 장거리 저격이 훌륭하나.

할 수 있다면 이런 것도 가능했다.

중거리 입체 저격이라고 해야 하나.

야수의 움직임에 역행해서 뚫고 가는 대신이다.

“날아 보자.”

나는 구스를 안고 위로 뛰었다. 곧 비행 능력을 토대로 붕 날았다.

날아가는 둘을 주목하는 눈이 많진 않았다.

달려드는 야수 무리는 당장 죽여 없애야 할 변신족에 집중했고.

난 그 너머의 놈들을 상대해야 했다.

“내가 먼저?”

구스가 내 등에 매달려 말했다.

어찌 보면 남자가 남자를 업고 있는 꼴사나운 광경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먼저 해라.”

스펠 버그, 여기에도 바글거렸다.

최소 백은 넘었다.

그렇다고 여기에 모인 놈들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다해서 겨우 오백 마리라니.

인류와 싸우겠다고 했다면 이 정도 숫자로는 어림도 없다.

애초에 덤빌 때는 수백을 넘어 천을 넘는 무리가 되어 달려들던 놈들이고.

다만, 우리 미랑이는 이런 상황에서도 주요 포인트를 제대로 인지했다.

“첫 번째 타격 목표는 스펠 버그.”

지금 싸움에서 밀리는 이유? 순수하게 주문을 쓰는 크리쳐 때문이다.

“두 번째 타격 목표는 구심점.”

지휘관급으로 날뛰는 놈이 없다면 지금처럼 움직일 순 없는 법.

그렇게 해서 나와 구스타프는 중거리 저격에 나섰다.

상대는 알고도 막을 순 없을 것이다.

저 새끼들 혹시 그런 말 들어 봤나 모르겠는데.

주문 방벽 잡는 건 염동력자라고.

물론 일반적인 능력자가 흉내 낼 순 없긴 하겠다만.

“한다.”

구스가 말하고 손을 휘저었다. 마에스트로가 된 그의 양손에서 시작된 무형의 압력이 스펠 버그의 머리 위에 천장을 만든 뒤, 내려앉았다.

천장 내려앉히기다.

파지직.

눈앞에 스파크가 튄다. 막대한 에너지가 뇌안을 자극했다.

우리 구스, 그동안 놀진 않았구나.

그가 만든 무형의 천장이 스펠 버그 백 마리 위를 덮자, 그들이 머리 위로 방어막을 펼쳤다.

뇌안으로 그게 전부 보였다.

방어막이 어디에 펼쳐졌는지, 스펠 버그의 근접거리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없다.

그럼 내 차례였다.

순간 부스터, 뇌전의 힘을 발동.

곧 내 전신에 파지지지직 하고 스파크가 튀고.

구스가 따끔거렸는지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자식아, 좀 참아라.’

부스터를 터트린 내 몸에 파란 뇌전이 머물고.

난 이 모든 건 염동력에 집중했다.

본래 염동력이란 건 내 몸에서 일정 이상 떨어지면 구현 자체가 어려운 기술이다.

그걸 염동 인지 범위라고 한다.

사념의 힘이 닿지 않는 곳에는 염동력도 발동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론 수업 때 잠 안 자고 열심히 배운 덕에 아는 부분이다.

그리고 난 부스터로 인지 범위를 확대할 수 있었다.

넓고도 넓게.

이후에 해야 할 일은 너무도 쉬웠다.

현 상태에서 한 번에 발동할 수 있는 염동탄은 다섯 개.

손바닥을 하늘로 손가락을 구부리며 오른 손목을 위로 튕겼다.

오지 염동탄.

인지 범위 안쪽에서 시작된 무형의 암살 탄환이다.

마법사의 방패는 염동력자의 인지를 막을 수 있는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기에.

퍼버버버벅.

다섯 발의 염동 나선탄은 스펠 버그의 껍질을 부쉈다.

턱부터 머리 위로, 주황색 액체가 퍽 하고 터졌다.

이쪽 애들은 체액 색깔이 오렌지네.

그걸 보며 다시금 손가락을 튕기기 시작.

하늘 위에서 주문 쓰는 벌레를 조지기 시작했다.

* * *

크로커다일의 싸움은 단순했다.

달려드는 적을 막는다. 그 뒤에 맞는다.

강체, 그것도 일반 강체가 아닌 진화된 강체를 지녔기에.

펑! 펑!

그는 몸을 때리는 검은 야수의 주먹에 충격을 받지 않았다.

상대가 두꺼운 가죽을 지닌 검은 야수가 아니었다면.

주먹질하다가 주먹이 다 깨졌을 텐데.

크로커다일은 그리 생각하며 대여섯 대를 맞으며 한 놈의 머리를 노리고 백핸드 스윙을 돌렸다.

붕.

뻑!

바깥으로 휘두른 손등에 야수의 머리 하나가 걸려 부서졌다.

깨진 머리통에서 녹색의 체액이 튀었다.

때렸으니 다시금 또 맞는다.

맞은 직후 빈틈을 놓치지 않고 때리는 것.

그게 크로커다일의 전법이었다.

빨리 움직일 필요도 없다. 우직하게 야생의 살기를 흩뿌리며 모두의 시선만 모으면 된다.

그럼 자신의 반대편에서 흑표범이 내달린다. 검은 늑대라는 이명의 부관은 그리 돌아다니며 위협적인, 크리쳐 중에서도 특이 개체를 찾을 것이다.

그는 변신족이면서도 본능적으로 상대의 실력을 판단하는 안목의 소유자.

곧 흑표범이 손톱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손가락에 이식한 스펠 기어는 곧 그의 손톱에 기이한 힘을 깃들게 했으니.

버닝 핸즈다.

초고온의 손톱이 적을 할퀴고 뚫고 찢었다.

그리 싸우는 와중, 크로커다일의 눈에 하늘 위에 뜬 온신이 보였다.

‘쟤는 뭐 하려고.’

비행까지 할 수 있었나? 이런 생각도 들긴 했으나, 당장 저게 무슨 짓인가 싶었다.

초능 특수종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름도 알고 그의 부모도 안다.

하지만 능력은 몰랐다.

미랑에게 이후 작전을 맡긴 건 미랑의 안목을 믿은 거지.

세최특의 핏줄을 믿은 건 아니었다.

물론 노 페이스 팀의 리더라고 하니 어중이떠중이는 아니리라는 생각은 했다.

세최특의 위명도 있으니.

이후 그의 눈에도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손만 까딱이는데 바닥에 있는 스펠 버그의 머리가 터져 죽는다.

그것의 반복이다.

분지 형태로 내려가는 경사로이기에 크로커다일의 눈에도 죽어 가는 벌레가 다 보였다.

스펠 버그 무리는 반항할 수 없었다.

뭘 하고 싶어도 그들의 머리 위를 찍어 누르는 염동력 때문에 손을 쓸 수 없었다.

“저 새끼 봐라.”

크로커다일의 입에서 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리고 이걸 지켜보던 유니크 크리쳐로 진화한 검은 야수가 끝내 참지 못하고 괴성을 내질렀다.

크허허헝!

크리쳐가 지닌 살기가 실체화라도 된 것처럼 모두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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