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규격 외 혈통 천재-462화 (462/488)

외전 53. 치고 빠지기.

시야에 몇 가지의 색으로 구분한 이들이 보인다. 그걸 본 난 상황을 머릿속에 때려 넣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뒤쪽, 크리쳐 출현!”

불멸자 친구가 외치며 뒤로 빠졌다.

예전 시대에는 불멸자끼리 어울렸기에 조용히 속삭이는 게 그들의 상식이었으나.

지금은 반대다. 어울려 살기에 크게 외치는 게 교양을 갖춘 불멸자의 태도다.

내 동기도 그렇게 했다.

크리쳐가 나타나는 것, 당연했다.

뒤치기도 좋고 기습도 다 좋지만.

문제라면 여긴 이계의 땅.

추방자의 놀이터이자, 앞마당이었다. 그러니 어쩌겠나, 막을 건 막아야지.

“간다. 내가!”

그러니 날 제외한 팀원은 채집팀 인원을 돌보고 나온 크리쳐를 상대해야 했다.

저격수 둘은 미친 듯이 바삐 움직였다. 타고난 사격 능력의 불멸자 둘이다.

날 지원하면서 아군을 돌봐야 하니, 결론만 얘기하면 ‘뒤치기’의 주력은 나 혼자였다.

그게 작전 전부이기도 했고.

사실상 크게 뭘 어찌할 병력도 없다.

아군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크리쳐를 상대했고 난 날아서 적의 뒤로 붙었다.

뇌안이 변하며 세상이 몇 개의 색으로 나뉘어 보인다. 그건 여전했다.

터지는 뇌전.

응축된 에너지.

추방자와 크리쳐.

그 사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에너지 줄의 다발.

뿌리를 내린 고구마 줄기 같은 것이 여기저기 얽히고설켜 있었다.

그것들은 전부 크리쳐 일부와 연결되어 있었고.

그것의 시작점이 내 눈에는 명확히 보였다.

문제라면 시작점과 내 사이 질겁할 정도로 많은 크리쳐지.

여기서 드는 의문이다.

크리쳐와 추방자는 왜 저리 친해졌나.

서로 우정을 나눈 건 아닐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 크리쳐 일부가 지능을 보이기도 했다지만.

지금은 본능만 남은 괴물이 되었다.

쉽게 말하면 내 눈에 추방자와 크리쳐를 연결한 고리가, 그들의 얄팍한 우정의 상징이 보였다.

저걸 끊으면 어떻게 될까.

달리며 생각을 정리하고, 결론을 내리고 방법도 정한다.

모든 건 한순간에 머릿속을 스쳤다. 뇌전이 친 것 같았다.

유레카라 외치고 싶었다.

월광으로 다 뚫어 내기에는 적이 많다. 하나둘만 죽여서 될 문제가 아니니.

그렇다고 부스터를 또 쓸 순 없다. 그러면 전신 신경과 연골, 관절 따위가 고장 날 것 같으니.

정면으로 뚫는 건 지양해야 한다.

단.이미 결론은 있다.

평면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

입체적으로 머릿속에 상황을 그리는 거다. 즉, 난 위로 점프했다.

비행 능력이 내 몸을 띄우고 위로 솟는다.

뒤쪽에 처지 추방자 중 날 신경 쓰는 놈들은 일부였다.

애매하게 거리를 잡았으니 더 그랬다.

투두둥!

몇 놈이 날 향해 총구를 돌려 쏘긴 했으나.

터더더덩.

염동 방어막이 날 지켰다.

자, 그럼.

번뜩 떠오른 기술 들어갑니다.

월광을 위로 던진다. 염력과 더불어 하늘 높이 솟은 월광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며 다시 밑으로 내리꽂힌다.

꽂히는 월광의 칼날에 스파크가 튄다. 벼락의 힘을 머금은 칼날이니.

이걸 월광벼락이라 하겠다.

꽈-릉! 드드드드드.

대기가 울리며 벼락이 꽂힌다. 부스터를 내 몸에 쓸 순 없지만, 월광에 걸 순 있으니.

벼락 떨어진 자리, 바닥이 파이고 사지와 몸이 반쯤 타고 찢긴 시신이 남았다.

구역질 나는 광경이었지만, 무시했다.

이후 월광이 다시 하늘을 난다.

부드럽게 날아올라 위에서 밑으로 다시 뇌성을 울리며 벼락으로 내리꽂혔다.

꽈-릉!

허공에 파란 뇌전의 흔적이 남으며 그 곁으로 은색의 선이 제 존재를 선명하게 남겼다.

“너희 큰일 났다.”

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월광을 회수했고, 같은 짓을 두어 번 더 반복했다.

얄팍한 우정의 상징을 지닌 이들을 죽이자, 적이 반전했다.

부대 전체가 돌격하다 말고 돌아선 거다.

지휘관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판단력이 탁월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뒤로 돈다.

이 모든 일이 겨우 3분 이내에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적의 반전을 본 난.

“다음 이 시간에.”

냅다 튀었다. 지금 고레벨 변신족을 마주해서 싸울 순 없다. 저 숫자에 둘러싸여 몰매를 맞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튈 차례지.

* * *

구어어어어!

통제에 풀려난 용암 거인이 좌우로 팔을 휘둘렀다.

“끄아아악!”

싸구려 슈트를 입은 이터의 일원이 타오른다. 몸에 불이 붙은 채로 바닥을 굴렀다.

그나마 비가 내리고 있어서 다행인가?

전혀 아니었다.

이쪽 비는 불이 붙은 걸 끄는 게 아니라 더 타오르게 한다. 기름도 아니면서 그와 비슷한 효과를 보이니.

지붕도 없는 개활지였다. 그들은 피할 수 없었다.

“아니, 시발, 무슨 벼락이 쳐! 죽었냐?”

중간중간 간부급 인사가 외쳤다.

“죽었습니다! 크리쳐가 통제를 벗어났습니다!”

발 빠른 불멸자 몇이 상황을 파악했다.

통제하던 이들은 크리쳐 사육사의 능력 일부를 이어받은 제자들.

벼락이 그런 이들만 골라서 죽인다.

이건 천벌인가?

절로 멍청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디까지나 중간 간부급이 그랬다는 거다.

가장 선두, 전면에 있던 이터의 지휘관 둘의 생각은 달랐다.

“뒤로 돌려! 병력 전부 다 돌리라고! 저 개 같은 가면 새끼들부터 죽인다!”

그녀의 곁에 있던 천리안을 가진 능력자는 상황을 단숨에 파악했다.

뒤쪽, 가면을 쓴 비행 능력을 지닌 놈이 홀로 벼락을 부렸다는 것.

그거로 충분했다.

안 그래도 저 새끼들을 죽여 없애고 싶어 환장하겠는데, 여기에 모습을 드러내?

추방자의 무리가 단숨에 반전했다. 그사이 크리쳐를 통해 생기는 피해는 감수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무섭도록 빠른 빨간 상아가 있었다.

달리고 또 달리며 허공에 붉은 줄을 긋는다. 그렇게 그녀가 후방에 도착했을 땐.

“튀어? 튀었어?”

이미 튀었다. 어중간한 거리, 그보다 더 붙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거리.

탁월한 전장 감각이라고 해야 할까.

그게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다.

가면 새끼는 이미 사라졌다. 저 멀리 날아가는 점이 됐다. 보이긴 하니까 쫓아가야 할까?

아니다. 지휘관은 그리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당연했다.

“시간을 끄는 겁니다.”

천리안을 지닌 부관이 말했다. 그는 상대 위치를 파악했다. 쫓기에는 너무 멀다고 생각했다.

“겨우 스무 명도 안 되는 무리입니다.”

상대 숫자도 대강은 읽어 냈다.

상황은 명확했다.

“무시하고 기지를 치는 게 맞습니다.”

“내 생각도 그렇다.”

삐쩍 말라 볼이 쏙 들어간 보기 흉한 에너지 뱀파이어도 그 말에 동의했다.

까드드득.

붉은 상아는 화가 잔뜩 올라 어금니를 갈았다.

분노가 치솟은 그녀는 아예 변신체로 변했다.

그녀의 몸을 감싸던 넝마 조각이 펑 하고 터지며 찢겨 나갔다.

그어어어엉!

붉은 상아, 그녀의 변신체는 코끼리였다. 그녀의 괴성은 야성의 살기가 되어 주변을 휩쓸었다.

몇몇 크리쳐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압도적 포식자 앞에 본능이 남은 크리쳐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나.

일반 특수종이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리라.

크리쳐가 일개 개인에게 겁을 집어먹는 꼴이라니.

하지만 변신체를 보면 고개를 끄덕여질 만도 했다.

전신이 붉은 아프리카 코끼리다.

코가 길어져 새로운 손처럼 쓸 수 있게 되고 머리가 3m 위로 올라갔다.

몸집이 몇 배로 커졌다. 겉에 흐르는 기세는 인간일 때보다 몇 배는 강렬했다. 걷는 것만으로 주변에 있는 이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 듯했다.

“다 씹어 죽인다!”

그녀는 다시 전면으로 내달렸다.

* * *

“저건 뭐냐?”

하운드는 상황을 전부 파악하진 못했다. 용암 비가 내리며 시야를 가렸고 거리도 멀었다.

대신 내리꽂히는 벼락은 봤다.

그리고 반전하는 적들도.

“쟤들 뭐 하는 것 같냐?”

하운드가 물었다.

옆에 붙은 부관이 신중한 표정으로 답과 질문을 동시에 던졌다.

“천벌이 내린 걸까요?”

누가 봐도 그렇게 보이긴 했지만.

“딱 이 타이밍에? 이 순간에?”

하운드는 이곳에 막 진입했을 때, 같이 온 작자가 뇌전 능력을 쓰는 걸 봤다.

‘노 페이스 팀의 팀장.’

새삼 그 가면 안의 얼굴이 무척 궁금했다.

아무리 봐도 그 작자의 작품 같아서.

문제라면 적의 움직임이다. 놈들은 다시 내달렸다. 크리쳐가 난동을 피우자, 아예 크리쳐를 전부 처리한다. 그 덕분에 병력 일부가 줄긴 한 것 같다.

최소 30명 이상은.

전장 전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아직은 그랬다.

* * *

초고속 비행으로 물러설 순 없어서 거리 조절에 심혈을 기울였다.

냅다 튀자 쫓아오던 놈들이 다시 돌아갔다.

예상한 바였다.

“없다. 위험.”

이제 아군도 근처에 달려든 크리쳐 몇을 처리한 뒤다.

“주변에 크리쳐 없어.”

크리쳐가 다시 튀어나와 습격할 걱정도 덜었다.

조금 생각해 보면 이곳은 간이 안전지대가 될 수도 있었다.

왜 그럴 수 있는가.

적은 크리쳐를 통제할 수 있다.

당연히 주변 크리쳐를 전부 끌어들였겠지?

기지를 점령하던 크리쳐는 아군 헌터팀이 전부 죽였을 거고.

내가 도착하기 전에 러시아 북극곰의 팀과 싸우던 크리쳐 무리도 있었으니.

근처에 있는 크리쳐란 크리쳐는 다 불러서 한판 붙은 거다. 그것도 엄청 치열하게.

전장의 한복판에 선 병사처럼.

용암 드래곤까지 나온 판이었으니까.

놈은 어지간한 자극에 고개도 안 들이미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그놈도 나왔다.

그만한 숫자의 크리쳐가 여기에 모였었다.

그러니 아무리 크리쳐가 자연 발생한다고 해도, 이 정도면.

소거팀 수십 개가 달려든 수준이 된다.

채집팀 일원은 파티라고 부르는 상황이 된 거다.

소거를 극심하게 해서 일순간 크리쳐가 제로가 된 상태를 만든 거니.

“저격수 둘 커버해 줘. 폴리 베어는 근접한 적이 있으면 처리한다.”

난 다시 적의 뒤로 날았다.

적도 머저리가 아니었다.

기척을 숨긴 불멸자 몇이 기습을 시도했다.

아군의 불멸자보다 레벨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물리 깡패인 변신족을 어떻게 할 순 없지만.

변신족이나 초능 특수종은 없다. 오롯이 불멸자뿐이다. 당연했다. 불멸자가 아닌 놈들이라면 기척을 읽혔을 테니.

이쪽도 불멸자가 있다. 레이더와 레이더의 싸움이니, 불멸자를 기습 부대로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대가 기척을 숨긴 불멸자 카드를 썼다는 거다.

“우어!”

그리고 난 나사로크를 썼다.

달려든 불멸자의 머리통을 후려친다.

뻑!

단숨에 피떡을 만든다.

무력의 변신족이다. 불멸자 기습 부대 따위 슈트째로 부수고 찢었다.

그사이 난 저격수 둘과 다시 자리를 잡고.

“쏴, 마구 쏴.”

빙결탄은 남은 크리쳐의 뒤통수에.

맞은 크리쳐가 반응하느라 다시 에너지가 요동친다.

적군 중앙에 꼭꼭 숨은 놈들의 흔적이 보였다.

그럼 다시 벼락이 내리친다.

꽈-릉.

월광벼락은 부스터를 쓰는 것보다 최소 10배는 부담이 없었다.

난 이 짓을 어느 고전 영화 주인공처럼 온종일도 할 수 있었다.

저격수 둘은 신이 났는지, 빙결탄에서 일반탄으로 변환.

추방자의 슈트 위를 노리고 쏘기 시작했다.

딱 인간에게 모기가 붙어 피를 빠는 수준이지만.

그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 않나.

하물며 월광벼락은 모기 정도가 아닌걸.

최소한 거대한 사냥개가 사지 하나 정도는 물어뜯는 수준은 되리라 생각하는데? 어찌 생각하시나?

나는 텔레파시로 저 멀리 적군의 지휘관에게 물었다.

물론 나는 텔레파시 능력이 없기에 내 말은 전해지지 않았다.

대신 적은 다시 반전했다.

* * *

“다 죽인다!”

흥분해서 돌아선 게 아니다. 저 짓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붉은 코끼리가 전장을 가로지른다. 중간중간 말썽을 피우는 크리쳐의 핵을 단숨에 찔러 가며.

코가 촉수처럼 뻗어 나가 크리쳐의 중심을 꿰뚫었다.

가뭄에 갈라진 피부처럼 미세한 실금이 간 코끼리의 피부 위로 마그마의 주먹이 떨어진다.

쿵.

그녀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퉁.

오히려 때린 용암 거인의 주먹이 뒤로 밀렸다.

코끼리의 주먹이 사납게 거인의 머리를 후려쳤다. 펑 하고 용암 거인은 머리를 잃었고.

폭력의 극치를 발휘하며 그녀가 다시 후방에 다다랐다.

적은 뒤로 또 빠졌다.

‘이 씨.’

그녀가 몸을 돌린 순간 바로 내뺐다. 기가 막힌 타이밍과 거리 조절이다.

“으아아아아아!”

그녀는 포효했다. 분노의 포효였다.

* * *

“또 왔다가 가는데요. 아! 벼락 친다.”

“스코프로 뭐 보이는 거 없냐?”

“안개가 너무 꼈어요.”

하운드는 부하들의 말을 들으며 다시금 전투를 준비했다.

다시 적이 달려들다가.

꽈릉.

벼락이 치고.

이번에는 작정했는지, 아까부터 전면에 보이던 붉은 코끼리도 안 보인다.

그런데도 적을 잡지는 못했는지.

분노의 포효가 귀를 때렸다.

하운드는 같은 짓을 여섯 번쯤 봤을 때부터.

“커피 한 잔 가져다주라.”

구경꾼 모드가 됐다.

“네. 팝콘도 드려요?”

“있으면.”

기지 내에 식자재가 많이 남아 있었다. 이터는 사람과 크리쳐를 먹지, 일반 음식에는 손을 대지 않으니.

으적.

그녀는 기름을 품은 옥수수 알갱이를 씹으며 커피를 마셨다.

부하 중 하나가 아예 테이블 하나를 가져왔다.

어느새 비가 조금씩 그치기 시작했다.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고 그제야 그녀의 눈에도 얼추 상황이 보였다.

‘이 정도면 일인 부대라고 불러도 되겠네.’

고위 특수종 그것도 이름 높은 특수종 최소 20명 이상은 모여야 할 일을 홀로 해내지 않나.

물론 상대와 상성도 있고 머리를 잘 쓴 덕도 있지만.

결과만 보면 그렇다.

곳곳에 친 벼락.

크리쳐는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

남은 추방자 무리도 다들 의욕과 의지를 잃었다.

자신 같아도 그러리라.

머리 위에서 연신 벼락이 치고.

적은 번번이 유유히 물러나는데, 어떻게 안 그러겠나.

* * *

두 번은 타이밍으로 피하고.

세 번째부터는 초고속 비행을 섞어야 했다.

그사이 나사로크의 팀을 우회시켰다.

크리쳐 소거 상태가 됐다고 해도 찌꺼기처럼 남은 놈들은 있다.

그래 봤자 한두 마리 정도니, 그 정도야 알아서 상대할 거고.

저격수 둘은 남은 탄을 전부 다 쓴 뒤, 후련한 표정으로 떠났다.

“돌아가서 봅시다.”

내 정체도 모르면서 그리 말한다.

“그래.”

하지만 사관 학교 동기인 건 알겠지.

“목숨 빚졌다. 팀장.”

다른 불멸자도 말을 건넸다.

그리 말하고 떠난 이들이 많다. 채집팀 중 몇이 나를 그냥 두고 떠나냐고 묻기도 했다.

“가세요. 방해되니까.”

지금 종이 한 장 차이로 도망가는 술래잡기 중이니까.

그렇게 일곱 번이다.

벼락을 뿌리고 튀는 걸 반복한 뒤다.

“잡았다. 이 씹새끼.”

화가, 그야말로 분노의 극에 다다른 붉은 피부의 코끼리가 내 전면을.

“미이라 옆에 나란히 눕혀 주마.”

후면에는 삐적 마른 남자가 퇴로를 차단했다.

난 손바닥 위에 월광을 띄워 빙글빙글 돌리며 퇴로를 확인했지만.

제 병력을 미끼로 삼아 날 잡으러 온 둘이다.

도망가긴 글렀다는 말이었다.

“만나서 반갑다. 코끼리야, 그, 음, 넌 영양실조니?”

그러니 반갑게 인사나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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