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월광의 춤
한둘이 아니다.
숫자가 꽤 많았다. 뇌안으로 상대가 지닌 능력의 정도가 보였고, 그 형태를 알 수 있었다.
크리쳐가 아님에도 악의가 느껴진다. 추방자였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다만, 왜 이런 일이 나한테만 일어날까 싶을 뿐.
아니, 여기서 왜 갑자기 추방자가 나오냐고.
어쨌든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었다. 막고 부수는 거다.
뇌안을 통해서도 보이지 않는 게 있다면, 상대의 무장 정도다.
가시 정글 사이, 뛰쳐나오는 놈들의 복색이 보였다.
전원 방어 슈트 따위를 입었다. 구버전 슈트였다.
크리쳐를 향해 발동했던 전투 감각을 이쪽으로 돌린다. 그와 동시에.
웅.
가슴팍에 달아 둔 월광이 운다.
정말 기어에도 혼이 깃드는 걸까.
마치 자신을 써 달라고 그리 우는 것 같았다.
자연스레 가슴팍에 손을 올렸다.
의지가 일고 염동력이 발동한다.툭 하고 칼집에서 벗어난 월광이 위로 솟았다.
누구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방아쇠를 당긴 건 상대 쪽이었다.
죽이는 건 거슬리는 일이다. 본능적인 혐오감이, 살인은 옳지 않은 거라 한다.
하지만 저들을 살리기 위해 내 쪽 사람이 죽어야 한다면, 그걸 그대로 둘 수는 없다.
그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봐줄 수가 없겠어.
바짝 얼어 버린 채집 팀원이 셋이다.
나랑 장옥이는 그렇다 치고, 이 셋은 위험할 수 있으니.
“날아라.”
말함으로 의념을 더한다. 의념에 덧붙은 염동력으로 월광에 의지를 전하니.
월광이 공중에 떠올라 핑- 하고 허공을 갈랐다.
빛을 뿜기 전이었다.
하는 김에 성능 테스트를 겸하려 했다.
당장은 에너지를 축적해 넣을 시간도 없었고.
“맞춰서 떨어뜨려.”
추방자 중에 불멸자가 있었는지, 그들이 총구를 들이밀어 월광을 겨눴다.
날아온 칼날을 총탄으로 쏴서 맞춘다? 불멸자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얌전히 맞아 줄 생각은 없기에.
공중에 뜬 월광을 향해 검지와 중지를 모아서 앞으로 그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핑-
짧은 소음.
씩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곁들고.
월광은 빛살이 되었다. 총탄이 되었다. 무엇이든 뚫는 칼날 본연의 힘을 보였다.
날아간 월광은 목적한 곳을 관통했다.
퍽.
총구를 든 적의 미간이 뚫린다. 방어 슈트에 달린 페이스 가드의 방어력으로는 월광을 막는 건 어림도 없었다.
난 내리그은 손가락을 들어 허공에 휘돌렸다. 염동력의 이미지가 월광에게 닿고.
월광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윙 하고 날아간 칼날은 가시 정글의 칙칙한 회색 하늘을 갈랐다.
회색 태양이 내리쬐는 땅 위로 은빛 선이 그어졌다.
“흥!”
그중 하나가 총의 개머리판 부근을 잡더니 월광을 향해 휘둘렀다.
맞춰 떨어뜨릴 요량으로 보였다.
물론 그걸 그냥 당해 줄 이유는 없기에.
검지와 중지를 흔들었다.
월광이 밑으로 휘어지더니, 유려한 선을 그렸다.
아래로 떨어졌다가 위로 솟는다.
두 번째, 월광이 적의 턱을 뚫었다.
“꺽!”
방호복 따윈 여전히 무소용이다.
“방벽을 둘러라!”
곧 마나의 향기가 코를 찔렀다.
“트라이앵글 필드!”
어설픈 주문쟁이로군.
필드 주문을 형성하는 데 고함을 외칠 건 뭐람.
그 외, 갑자기 허공에서 손을 뻗어 진회색의 진압 방패를 꺼내 드는 놈도 보였다.
아공간 초능의 소유자로 보였다.
그가 방패를 꺼내 좌우로 던졌다. 그걸 받아 든 이들이 제 앞을 틀어막는다. 돌진하던 적의 발걸음이 멈췄다.
아공간이라, 흔치 않은 능력인데.
난 그걸 보며 양손을 계속 휘저었다.
따-앙!
월광이 처음으로 막혔다.
방패는 아니었다.
“강체?”
변신족이었다. 전신이 철갑 비늘로 뒤덮인 곰이었다.
철갑 곰이라고 불러야 할까?
다만 일반적인 변신족의 모습과는 달랐다. 피부 위에 정말 비늘 따위가 달렸다.
누군가 조악한 솜씨를 부려 접착제로 붙여 놓은 것처럼 보였다.
추방자들은 나름의 실험을 통해 새로운 특수종을 만들기도 한다고 했던가?
이전에 한 번 만난 후, 나도 추방자 쪽으로 공부 좀 했다.
기밀이라곤 해도 NS의 후계자에게 숨길 내용은 아니더라고.
“흥!”
변신족 바로 곁, 검고 긴 머리칼의 여자가 콧김을 뿜었다. 콧구멍은 작았는데, 힘은 좋아 보였다.
“구 씨!”
염동 진압을 계속 유지할 수 없었다. 상대 숫자도 숫자지만, 하나하나 실력도 뛰어난 이들이다.
“네, 괜찮아요.”
코드를 부르는 것만으로 장옥이 말을 알아들었다.
기특한 놈.
니들볼이 다시 활동하자, 장옥은 화끈하게 전법을 바꿨다.
눈이 약점이라고 했으나, 꼭 눈으로 죽일 필요는 없으니.
도끼를 들고 쪼개 버리기 시작한 거다.
괴력의 변신족만이 할 수 있는 묘기다.
“뒤로.”
채집팀 셋을 내 뒤로 당겼다.
사방이 적이지만, 가까이 붙어야 지켜 줄 것 아닌가.
그들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내 말을 따랐다.
“너 곱게는 못 죽어.”
긴 생머리 여자가 말했다.
난 무시했다.
답해 줄 이유가 없지 않나.
대신 날아든 월광을 손 위에 띄웠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월광, 사방을 옥죄는 추방자 무리.
정체불명의 특수종이 습격했으니, 추방자가 아니고 누구겠나 싶다.
팅.
손가락으로 월광을 튕기며 사방을 둘러봤다.
순간적인 기지로 죽인 적은 셋.
나머지는 멀쩡하다.
그 숫자가 스물이 넘는다. 수준 높고 실전성 짙은 특수종 스물.
그중 하나는 레벨 6에 다다랐고.
강체 변신족도 섞였다.
레벨 6은 검은 머리칼의 콧김 잘 뿜는 여자였다.
“우리 다 죽는 겁니까?”
뒤에서 계속 비명 내지 놀람의 외침을 토해 내던 아저씨다.
아니, 죽긴 왜 죽어.
“아니요.”
“안 죽는다고요?”
몹시 침울하고 좌절한 목소리다. 난 반대로 쾌활하게 말했다.
“네, 다칠 일도 없어요.”
레벨 6이 좀 까다롭긴 하지만.
상관없었다.
웅.
월광이 빛나기 시작했다. 내 사이오닉 에너지를 꾸역꾸역 삼킨다. 잠깐의 틈이 생겼으니, 월광 본연의 힘을 보일 차례 아닌가.
그와 동시에 적이 짓쳐들어 오기 시작했다.
내 손 위, 월광이 다시 날았다.
아까와는 달랐다.
달빛과 같은 청명한 빛을 뿌리는 칼날은 앞에 무엇이 있어도 뚫어 낼 수 있었다.
강체 변신족의 머리통을 시작으로 은빛의 선이 적을 관통하며 은빛 실을 꿴다.
“이런 시발!”
“뭐야 저게!”
“막아! 막으라고!”
뻥!
회색 방패를 뚫고 그 너머의 불멸자의 머리까지 꿰뚫는다. 곧바로 휘어진 월광이 춤을 추듯 움직였다.
쉬이이이이이이이!
공기를 가르는 소음이 곧 저들을 위한 장송곡이었다.
강체 변신족이 쓰러진 것 자체가 저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이리라.
덤빈 추방자 무리 사이로 공포와 두려움의 감정이 퍼져 나간다. 딱히 내가 불멸자가 아니더라도 그게 느껴질 만큼 상대는 당황했다.
월광을 그대로 두면 고작 1분도 되지 않아 여기저기 구멍 뚫린 추방자 시체만 생길 판이었다.
“카아악!”
그러자 검은 머리칼의 여자가 덤볐다.
스르륵 하고 머리칼이 늘어나더니 송곳처럼 변해 위에서 밑으로 찍는다.
꽝!
아찔한 위력이었다. 염동 방패가 흔들릴 정도니.
“아아아, 우린 죽어, 죽을 거야!”
나중에 기주 아저씨한테 따져야겠다.
채집팀 뽑을 때, 강단 있는 사람으로 좀 뽑으라고.
다들 사연이 있어서 여기에 왔다고 알고 있는데, 너무 겁을 먹는다.
촤르르르르.
머리칼이 늘어나며 묘한 소리를 낸다. 검은 비단과도 같은 머리칼이 끝도 없이 늘어나더니 내가 만든 무형의 방벽을 감쌌다.
수백 마리의 검은 뱀이 덮치는 것 같았다. 뒤쪽에 있는 채집팀 셋을 지키려면 자리를 피할 수 없었다.
난 그대로 머리칼이 방벽을 감싸게 놔둬야 했다.
영리한 행위였다.
염동력은 보여야 쓸 수 있다. 상대는 단숨에 내 능력의 프로세스를 꿰뚫어 본 거다.
경험 많은 특수종이다.
하긴, 괜히 레벨 6이 아닐 테니.
하지만 그래도 월광은 멈추지 않았다.
월광을 받은 뒤, 난 먹고 자고 훈련하는 어떤 순간에도 월광을 몸에 떼어 놓지 않았다.
24시간 중 깨어 있는 내내 염동력의 손길로 월광을 움직여 쓰다듬었다.
그 와중에 깨달은 거다.
나에게 맞춘 기어, 마치 말을 거는 듯한 기어라면.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는 것.
뇌전력으로 달궈진 뇌가 검은 머리칼로 감싼 너머에 있는 월광의 존재를 여실히 느끼게 하기에.
“휘이익.”
휘파람 한 번이면 충분했다.
이제까지 보여 준 손가락 휘젓기는 기실 과장된 시늉에 가까웠으니.
월광은 그대로 적의 머리통을 꿰는 은빛 바늘이 되었다.
그리고 검은 머리칼의 여자는 내가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
사방에 퍽퍽 소리가 나며 니들볼이 날아다니고, 간간이 긴 가시 호랑이도 튀어나와 난장판이 된 전장이다.
난전이란 소리다.
그리고 난전은 특수종 중 변신족이 가장 사랑하는 전장이고.
“하아아!”
초능을 발동하는 여자가 기합을 내지른다. 뇌안이 검은 머리칼이 만든 장막 너머를 바라봤다.
그녀의 머리 위로 변신족, 그것도 제힘을 온전히 그러모아 휘두를 줄 아는 천재 변신족을 비췄다.
장옥의 도끼가 허공을 수직으로 가르는 게 보였다.
그와 동시에 방벽을 감싼 검은 머리칼이 풀렸다.
* * *
칼날이 춤을 춘다.
바퀴벌레는 정말로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사방에 은색의 빛을 뿌려 제 존재를 돋보인 칼날이 슁슁 날더니 강체 변신족의 머리통에 구멍을 냈다.
펑!
칼날이 얼마나 빨리 날았는지, 죽은 강체 변신족은 제 머리에 구멍이 뚫린 줄도 몰랐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이스터의 변신족이 무릎을 꿇고 앞으로 고꾸라진다.
그가 쓰러지는 사이, 빛을 뿌리는 칼날이 부하 여섯을 더 죽였다.
지나가면 끝이었다. 빨랐고 강했다.
염동력으로 조정하는 건 분명한데.
무서울 정도의 관통력과 속도다.
‘미친, 미친.’
이터의 바퀴벌레는 아찔함을 느꼈다.
저거 뭔데 저렇게 쎄?
거기에 덧붙여 마이스터의 흑색 비단이 죽었다. 한순간이었다. 머리칼을 늘려 그대로 은색 칼날을 조정하는 놈을 감쌌고.
어느새 나타난 변신족의 도끼가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머리칼이 움직이며 그녀를 보호하려 했다.
머리칼은 흑색 비단이 되어 그녀를 보호했으나.
벼락이 치는 듯한 일격이 흑색 비단의 몸을 세로로 쪼갰다. 방벽을 가르고 몸도 갈랐다.
그녀는 단숨에 죽었다.
실력 차이가 여실했다.
실상은 실력 차이라기보다는 힘을 쓰는 스타일의 차이라고 봐야겠지만, 어쨌든 상황은 그렇게 보였다.
흑색 비단은 다른 상대에게 힘을 집중했고, 장옥은 수없이 많은 대련을 통해 상대의 빈틈을 노려 후리는 게 익숙했다.
사관 학교 내에서 수없이 반복한 치열한 대련이 빛을 봤다고 해야 옳다.
자신의 힘을 온전히 쓴 거다.
흑색 비단의 능력은 범용적이나, 일격에 약했고.
물론 그런 걸 알 리가 없기에 실력 차이란 네 글자로 귀결해도 할 말이 없는 법이다.
어쨌든 전장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니.
‘똥 밟았다.’
바퀴벌레 로이는 자신이 가진 초능이 발동하는 걸 느꼈다.
위기 본능이다.
그에게 바퀴벌레란 별명을 붙여 준 능력이다.
‘튀자.’
황을 엿본 그는 그대로 내뺐다. 슬며시 몸을 뒤로 물렸다.
카모플라쥬 능력이 발동, 모습을 숨긴다.
거기에 기척 죽이기까지 섞었다.
그는 불멸자이자, 초능 특수종.
완벽에 가깝게 모습을 감춘 채다. 상대에게 특수한 능력이 없다면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도 자신을 알아채지 못할 터였다.
로이는 재게 발을 놀렸다. 가시 정글에는 이터의 기지가 있다.
그들에게 경고하고 자리를 떠야 한다고 말해야 할 터다.
이만한 사고를 쳤으니, 헌터가 몰려들 것이다.
불멸자이자, 초능 특수종이지만, 로이는 변신족이 아니기에 발이 그리 빠르진 않았다.
그래도 그는 최선을 다해 뛰었다.
* * *
월광을 꺼낸 김에 날아드는 긴 가시 호랑이와 니들볼도 해치웠다.
내 사이오닉 에너지를 머금은 칼날이 춤을 췄다.끝내줬다.
난 반쯤은 월광에 취했다.
‘더 놀고 싶어!’
월광이 말을 거는 듯했다.
‘그럴래?’
답을 해 준다. 월광이 춤을 춘다.
그 춤의 음률은 상대에게 장송곡이요.
아군에게는 경쾌한 진군가다.
“어어어어.”
겁 많은 채집팀 아저씨가 고개를 들고는 넋을 잃었다.
다가온 추방자를 격살한 것도 순식간이었고.
그 외 크리쳐를 해치운 것도 순식간이었다.
전부 30분 내외에서 일어난 일이다.
“제가 필요하긴 해요?”
장옥이 물었다.
“물론.”
혼자서는 변수를 감당하기 힘들다. 본래라면 둘만으로 이계 탐험? 엄청 무리한 게 맞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 능력을 믿은 거니.
다른 때라면 최소 셋이나 넷의 소수 정예로 팀을 꾸려도 될 것이다.
거기에 고가의 채집품이 있다면 짐꾼이자, 채집원은 하나면 될 수도 있고.
그리 생각하는 사이, 여전히 발동한 뇌안에 움직이는 인영이 잡혔다.
저건 또 뭐야?
눈치를 보니 다른 이들의 눈에는 안 보인다.
능력을 발동하니, 아까 뒈진 머리칼 마녀보다는 조금 떨어져도 얼추 5레벨 끝자락은 되는데 서슴없이 내빼는 중으로 보였다.
몇 번 뒷걸음질 치는 것 같더니 정말 그대로 내뺐다.
“구 씨, 채집팀 데리고 빠져.”
해 보니까 확신하는 일이 있다.
이 정도 이계에서는 내 목숨을 위협받을 일이 별로 없다는 것.
무엇보다 월광이 함께라면 그럴 수 있다.
허공에 손을 휘저어 월광을 회수 검집에 꽂았다.
붕 하고 날아온 월광이 젤라틴 칼집에 북 하고 꽂힌다.
이후 몸에 신속을 발동했다.
“네?”
“난 구경 좀 하고 와야겠다.”
도망간다는 건 본거지가 있다는 거고.
상대는 추방자고.
이미 강철 평야에서 추방자의 기지 하나를 격파한 경험이 있고.
대강 위치나 파악하고 돌아올 심산이었다.
나중에 윗줄에 보고하면 이것도 공적이 될 테니.
모든 공적은 미랑을 얻기 위한 제물이었다.
욕심이 났다.
“게이트 입구에서 보자.”
신속을 발동해 뛰어나가는데, 가시덩굴이 막는다. 이걸 헤집고 나가자니, 상대가 눈치챌 것 같고.
방법을 고민하는 건 짧았다.
퉁 하고 땅을 찼다.
초상 능력 중 비상(飛上) 초능이 있는 이들이라면 쉬이 할 수 있는 짓, 공중 유영이다.
신속을 발동한 채로 몸을 띄우고 염동력으로 받친다. 염동의 발판을 연속으로 만들어 밟는다.
누군가에게는 뇌를 태울 만큼 어려운 일이 나한테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서.
“허.”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염동력과 신속으로 움직이려는데 절로 몸이 날았다. 마치 태어나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어떻게 하면 날 수 있을지를 알았다.
우습게도 이 순간, 네 번째 능력이 깨어났다.
비행 초능이었다.
갑자기 새로운 초능이라니.
놀라기보다는 활용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공중에서 몇 번 비틀거렸으나, 금세 균형을 잡았다.
이후 난 그대로 정글 위를 날았다.
자신이 쫓기는지도 모르는 놈을 쫓아서.
뇌안으로 보기에 놓칠 일이 없었다.
놈은 그대로 정글 사이를 뚫고 가는데, 자세히 보니 길이 열려 있었다.
공중에서 보니 그게 보였다.
이 땅이 익숙한 놈이다. 추방자 중에서도 이곳이 본거지인 놈일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