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규격 외 혈통 천재-414화 (414/488)

외전 5. 세최특의 아들이었다.

‘3암페어.’

전류가 보인다. 사람들 몸 위로 작고 파란 번개가 통통 튀는 게 보였다.

처음에는 뭔지 알 수 없었다.

그걸 아는 데 필요한 것, 관찰이다.

난 공원 벤치에서 반나절 내내 앉아 있었다.

“저거 왜 저러냐?”

“이제 슬슬 집에 갈 때가 됐지.”

“상태가 영.”

난 여러모로 유명했기에 대부분 내 얼굴을 다 알았다.

특히나 사관 학교 내에서야, 슈퍼스타급 인지도를 갖고 있다.

아버지의 힘을 이용해 출세하길 바라는 망둥이쯤으로 이미지가 굳어 있어서 그렇지 그만큼 유명했다.

그러니 다들 내 얼굴을 알지.

햇살이 내려앉으며 나무 그림자가 벤치 위를 덮는다.

선선한 공기가 볼을 스쳤다.

사관 학교 내부에 조성한 공원이다.

머리 위로는 햇살이 내려앉고 한쪽에는 새들이 나무 위에서 노래를 부른다.

옆 벤치에는 연인이 앉았고 반대쪽 거리감이 있는 벤치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가 앉아 있었다.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며 힐링하기 좋은 공원이었다.

그중 구석 벤치에 내가 앉아 있는 거고.

여기에 앉아 있으려니 오며 가며 날 알아본 이들이 속삭이는 말들이 귀에 들렸다.

불쾌하고 공격적인 언어들.

“머저리.”

이유 없는 비난.

“나 같으면 그냥 계열사 하나 먹고 쉬겠는데, 쟤는 여기 왜 온 거냐?”

동정심이 묻어나는 말.

“알 바냐. 재벌 새끼의 마인드 따위.”

말, 그리고 또 말이다.

기분 좋은 말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난 그 어떤 것도 거슬리지 않았다.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수준이 아니라, 잘 들리지도 않았다.

난 그저 관찰하기 바빴다.

내 눈에만 보이는 이 기현상.

이게 대체 뭔지, 어떤 게 가능한지 알아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으므로.

그래서다.

공원 한쪽에서 지나는 생도와 교수, 그 외 무리를 관찰하며 일단 ‘보이는 능력’을 분류했다.

보인다고 해서 전부 다 같진 않았다.

사람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번개의 세기가 전부 달랐다.

가령 지금 내 앞을 지나간 변신족은 3암페어.

단위의 기준은 내가 임의로 정했다.

‘1암페어.’

그리고 그 뒤에서 조끼 차림에 공구 주머니를 허리춤에 낀 남자는 겨우 1암페어다.

1암페어라고 하지만 전류의 양이 극소량인 이들도 있다.

일반인이다.

그 외 대부분은 2, 3암페어를 오가고.

아주 가끔 4암페어를 넘는 이들도 보였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제 어깨에 손을 올리십시오.”

기계음으로 말하는 AI 로봇이 눈앞에서 지나갔다.

안내를 맡은 AI 로봇이다.

분명 전기 에너지로 움직이는 구조일 텐데도 오히려 로봇의 몸에는 전류가 안 보였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건 특수종 능력의 세기를 보여 준다는 것.

“할 일 없으면 꺼져라. 반쪽도 못 되는 놈.”

안내를 맡은 AI 로봇이다.

분명 전기 에너지로 움직이는 구조일 텐데도 오히려 로봇의 몸에는 전류가 안 보였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건 특수종 능력의 세기를 보여 준다는 것.

“할 일 없으면 꺼져라. 반쪽도 못 되는 놈.”

그리 능력을 분류하고 감상하고 있자니,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구스타프였다. 잊을 만하면 마주치는 놈.

특히나 날 싫어하는 놈.

뒤를 돌아봤다.

티디디디디딕.

튀어 오르는 전류다.

저게 만약 실제로 방전되는 번개 비슷한 거였다면 미간을 찡그리게 할 정도로 눈부신 양이다.

1암페어 기준을 몸 일부를 손바닥만큼 감싼 정도로 잡았는데.

이놈은 그 다섯 배가 넘는 양이 몸을 감쌌다.

‘드물어, 확실히 드문 재능이다.’

5암페어다.

저렇게 뻗대고 뒤쪽으로 부하나 다름없는 추종자를 이끌 만했다.

단련하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농후할 것이다.

“확실히 드물어.”

“뭐?”

“아니다.”

“이 새끼가. 말을 했으면 끝을 맺어!”

구스타프가 짜증을 냈다.

늘 있는 일이기에, 난 가뿐하게 무시하고 나아갔다.

“빌어먹을 유온신 새끼.”

뒤에서 날 향해 적의를 드러냈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굳이 말로 이길 필요를 못 느끼겠다.

지금은 다른 일로 머리가 꽉 찼으니까.

두 번째 능력은 보이는 게 단순히 전부가 아니었다.

“구스타프 쟤는 왜 너만 보면 으르렁거리냐?”

어디서 지켜보고 있었는지, 유신이 튀어나와 옆으로 붙었다.

파직.

그 덕분에 내 손끝에서 튀는 파란 전기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말을 하다 말고 유신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물었다.

“너, 그거 뭐냐?”

“정전기.”

“……정전기가 무슨 손에서 파란색 불빛처럼 보여?”

“내 피부가 좀 건조해.”

사실은 지성에 가깝지만, 그딴 건 알 바가 아니었을 거다.

“건조하다고 손에서 스파크가 튀어?”

유신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난 그 유신조차 뒤로하고 걸었다.

“야, 같이 가, 수업 들어갈 거지?”

“그래야지.”

초능력의 이해 시간이다.

반드시 들어야 할 수업이었다.

* * *

“능력이 생기면 당장 막 이것저것 해 보고 싶잖아? 그건 당연한 욕구라고. 본능이고.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투명화 능력이 생겼다고 여탕에 들어가면 어떻게 된다? 철컹철컹이지. 적외선 카메라에 찍혀서 평생 흑역사 찍고 싶지 않다면 생각이란 걸 해라. 생각.”

정직 삼촌이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고는 다시 바깥으로 손가락을 돌려, 날 포함한 학도 전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불멸과 변신의 훈련은 정해져 있다. 당연하지, 그들의 능력은 불변, 정해진 법칙 안에 있다. 마법? 그쪽은 별개의 얘기지. 하지만 초능은 달라. 십인십색, 같은 능력이라도 계열 자체가 달라지기도 한다. 큰 예로 발화와 열화 능력자는 원소 구현 능력 중에서도 불꽃 계열이지만, 둘이 같다고 할 순 없는 것과 같다. 열화 능력 내에서도 개인이 지닌 건 전부 다르기도 하고. 내가 본 초능 특수종 중에는 숨결로만 열기를 뿜어 내는 사람도 있었다.”

정직이 삼촌이 하는 건 초능력개론 같은 거였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한테 도움이 되는 말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집중력이 자연스레 끌어 올렸다.

강단에 선 삼촌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영혼에 새겨졌다.

“중요한 건 이미지를 만들어 구체화하는 거다. 변환 능력자도 마찬가지! 손과 발 대신 누구에게도 없는 새로운 신체 부위가 달렸다면 그걸 쓰기 위해서는 일단 인지해야 하는 거다. 그러니까 이미지 트레이닝 열심히 해라. 도움 된다. 초능 애들아.”

수업 끝.

끝나고 삼촌이 돌아서 나갔다.

나가면서 날 슬쩍 본 것 같았는데.

신경 쓰일 일은 아니었다.

난 새로운 화두에 몰두했다.

‘이미지.’

염동력도 그리 훈련했다.

그럼 이 능력 또한 마찬가지지.

이미지를 만들어 구현한다.

범위를 정하고 법칙을 수립한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뭐겠나, 훈련이지.

목표를 정했으니 움직일 때였다.

“간다.”

“밥은?”

“바빠.”

“……여자 생겼냐?”

뒤에서 유신이 헛소리를 해 댔지만, 무시하고 뛰듯이 걸었다.

곧바로 방으로 갈 참이었다.

그러다 복도에서 이후를 마주쳤다.

끄덕.

이후가 먼저 아는 척을 해 왔다.

“다음에는 안 집니다.”

나도 마주 인사했다. 그건 각오였다.

정미랑과 썸을 탄다지?

그 썸, 난 일곱 살 때부터 탔다.

그러므로 미랑을 두고도.그 외 어떤 것도 질 생각은 없었다.

다만, 보이기에 아찔하긴 했다.

“건투를.”

이후가 말하며 지나친다.

그가 지나치는 사이, 나도 모르게 옆으로 비켜 줄 뻔했다.

그의 몸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푸른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내가 정한 기준으로 보자면 최소 12암페어 이상이었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새끼였다.

일반인, 그것도 단련한 한 일반인이 1암페어라고 봤을 때, 저 새끼는 겉으로 보이는 능력만 무려 12암페어였다.

그것도 순수 몸에 지닌 능력만.

암페어가 그 인간이 가진 강함의 척도가 되진 않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곧잘 말씀하시곤 하셨다.

“힘이 세다고 무조건 이기는 건 아니다. 싸움이란 건 복합적인 거지. 그날의 컨디션, 환경, 장비, 기타 등등 무수히 많은 것에 영향을 받는다.”

전투만으로 치자면 불세출의 천재 그 이상.

규격 외의 존재, 하늘 위의 하늘이라 불리는 특수종의 말이었다.

이보다 더 신뢰감을 주는 말이 어디 있겠나.

그런 아버지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

12암페어는 매서운 수치로 보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이후를 보고 어금니를 가는 것도.

미랑을 향해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아니기에.

난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레베카를 불렀다.

“레베카!”

격정, 이후를 보자마자 떠오른 정미랑, 전투, 패배, 실연.

복합적인 것들이 내 감정을 일으켰다.

덕분에 외침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스파크가 튀었다.

파란 스파크가 파직하고 손끝에서 일어나 선명하게 뻗었다.

“……그건 위협인가요? 온신?”

“정전기야.”

“사람 손에서 번갯불이 튀었는데 정전기?”

“훈련장 알아봐 줘. 나머지 수업은 전부 뺄 거고.”

“오우, 온신. 부모님이 아시면 등록금이 아깝다고 하실 거예요? 수업 중 반은 안 듣고 있는 거 알죠?”

“우리 엄마는 오히려 좋아할걸? 적당히 하다가 돌아오길 바라시니까.”

“음, 그건 생각 못 했네요. 좋아요. 훈련장 수배하고 수업에는 홀로그램 온신을 보내도록 하죠. 이럴 때는 왕따인 게 좋군요. 아무도 당신을 찾지 않으니까요. 후훗.”

미친 AI가 웃는다. 하하, 그래, 난 왕따라서.

대리 출석을 해도 유신만 눈치챈다.

홀로그램이 날 대신하기에 난 수업을 뺄 수 있다.

물론 유신이 원망을 던지긴 했다.

나까지 없으면 자기는 어쩌라는 거냐고.

뭘 어째.

넌 적당히 버티다가 네 길을 가면 된다.

0.5 암페어. 내가 본 유신의 능력치다.

얘는 정말 오지 못할 곳을 온 거다.

훈련장으로 향하고.

레베카가 시스템을 조작해 더미를 꺼내줬다.

우뚝 서 있는 크롬 합금의 더미들.

적당하다.

암페어 관측은 이제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

내 나름대로 감각을 기초로 온·오프 스위치를 만든 거다. 집중하느냐 마느냐의 차이였다.

집중하면 보이고 힘을 빼면 안 보인다.

온종일 공원에서 눈알을 굴린 대가였다.

그럼 이걸로 또 뭘 할 수 있는가.

파직.

손끝에서 번개가 튄다.

이미지와 구현.

지금은 그걸 할 때였다.

“그건 뭔가요?”

레베카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렸다.

허공에 둥둥 뜬 채로 수박 슬러시를 먹는 홀로그램이 보였다.

쟤는 나 훈련할 때마다 저런 이미지를 만든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멘탈 훈련이란다.

자신의 홀로그램을 보고 평정심을 유지하라는.

레베카를 만든 사람은 그냥 변태도 아니고 상변태가 분명할 것이다.

“정전기.”

한 번 더 같은 말을 해 준 뒤, 첫 번째 이미지를 구현했다.

파지지직.

번개를 튕겨 전신에 두른다.

“정전기 갑옷.”

기술명도 붙여 봤다.

레베카의 홀로그램이 수박 슬러시를 먹다가 멈췄다.

놀랐니? 그래. 나도 놀랐다.

내 능력이 듀얼이더라.

“다른 건 다 떠나서요. 온신. 당신의 작명 센스는 누구한테 배운 건가요?”

……그게 놀랄 포인트였나?

“아버지?”

어머니는 내 이름이 본래 유산슬 또는 유행가가 될 뻔했다고 했다.

새삼 마음속으로 어머니에게 감사를 드렸다.

아버지를 말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유산슬이라니요.

싫습니다.

“음, 저 패드립 할 뻔했어요. 온신, 잘 참은 저에게 칭찬해 주세요.”

“그래. 잘했다. 레베카.”

정전기 갑옷.

이후에는 번개를 쏘아 내는 훈련.

이런저런 걸 무수히 실험했다.

그렇게 또다시 6시간을 맹렬히 단련하자. 코피뿐 아니라 눈에서도 피가 났다.

이건 뭐, 어쩔 수 없었다.

하다 보니 이 힘의 용량에 의문이 들었고.

가진 걸 한 번에 풀어내면 어찌 될지 궁금했거든.

그 결과?

“그어어, 어.”

레베카가 단말마를 남기고 꺼졌다.

동시에 난 훈련장을 비롯한 사관 학교 일부 시설에 정전이라는 선물을 남겼고.

불이 다 꺼진 훈련장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난 쓰러졌다.

전신에 힘이 쭉 빠진 채로 무릎을 꿇고 이마로 바닥을 찍으며 정신을 잃었다.

* * *

팟.

한때는 팬텀이라 불리던 늙은 불멸자.

이중봉은 자신의 집무실에 전구가 깜빡이며 꺼진 걸 보고 생각에 잠겼다.

‘정전?’

자신이 어릴 때도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 전 세계에서 최고의 시설을 갖췄다는 사관 학교에서 일어났다.

허공에 갑자기 어스 블랙홀이 새로 생긴 것보다 더 황당한 일이었다.

물론 정전 사태는 금세 끝났다.

이 시설에 갖춰진 신재생 에너지 발전기만 수십 개다.

전력 문제로 정전이 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팬텀은 짧은 사유 끝에 곧 결론을 내렸다.

‘문제가 생긴 거지.’

“무슨 일인지 알아봐.”

명령 비슷한 부탁을 내리자, 바깥쪽에 대기하던 호위이자 비서가 답했다.

“네, 학장님.”

보고는 금세 돌아왔다.

훈련장 하나에서 생도 하나가 뇌전 능력을 분출했다는 거다.

‘괴물이야? 뇌전을 분출했다고 이 시설 일부가 정전되는 게 맞냐?’

황당했다.

“유온신?”

팬텀은 생도의 이름을 듣고는 더 황당해했다.

세최특의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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