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 이길 순 없어도
“왜 우니?”
어머니가 묻는다.
어느새 내 볼을 따라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사이 누군가 내 몸에 주사기를 콕콕 찔렀다.
약이 몸을 타고 돈다. 정신이 몽롱해졌다.
약에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라니, 지금 내 몸 상태가 얼마나 거지 같은지 알 것 같다.
‘안 가고 여기서 뭐 하세요?’
눈으로 물었다.
그 물음을 용케도 알아들은 아버지가 다가와서 말했다.
“뺀질거리는 아들놈 실력 좀 본다고 남았다.”
구경하다가 골로 가십니다. 아버지.
그리 말하는 아버지의 시선이 앞으로 향한다.
그쪽, 할아버지의 몸이 찢겨 조각난 곳이었다.
아무리 불멸자라도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갈렸다.
아-
탄성이라도 내지르고 싶지만, 폐가 망가지고 성대가 망가져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만 울어라.”
아버지는 시선을 돌려 말했다.
그 얼굴에 근심 걱정 따윈 없어 보였다.
아, 근데 왜 자꾸 눈물이 나지.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이 뜨겁다. 피와 섞인 눈물이 뜨겁다. 울컥하고 쏟아진 눈물이 날 달군다.
그러고 있자, 나한테 주사기를 꽂은 누군가가 내 머리통을 때렸다.
딱 소리가 났다.
이거 가볍게 치는 위력이 아닌데?
“넌 오늘부터 울보다.”
다 큰 성인한테는 좀 치욕스러운 별명 아닌가.
“그리고 새삼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너밖에 없다. 그러니까 난.”
정기남이었다. 이 새끼,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데?
“시간을 끌러 가겠다.”
뭐라는 거야, 이 미친 새끼가.
나도 털리고 온 거 안 보이냐?
저건 못 이겨.
인베이더의 신이라니까?
진짜 신이더라.
“나도 같이 간다. 그, 네가 변신족 최고, 아니 특수종 최고 맞는 것 같다.”
도안결.
“동생 놈 챙기러 간다. 너도 몸 챙겨라. 너라면, 나중에라도 이길 수 있을 거다.”
호남이 형이다.
무슨 미친 소리를 이렇게 계속하는 거지.
“고생했어.”
“괜찮아. 자라.”
팬더 형과 정아 누나다.
여기서 뭐 하는 거냐고, 튀라니까?
“그 버스에서 너랑 만나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나, 음,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 네 도움이 좀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나중에 말할게.”
요한이 형이다. 나중에 언제? 지금 말해라. 들어줄 테니까.
“나 방귀태,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우정도 외면하지 않는 남자.”
귀태 형이 시원하게 외친다.
그 옆에 선 우미호도 입을 연다.
“됐어. 이제는 내가 막아.”
막긴 뭘 막아.
어쭙잖은 능력으로 덤빌 상대가 아니라니까.
고작 판을 짜고 전장을 조율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떠나간다.
전부 나한테 등을 보인다.
왜? 어째서?
팬텀, 이중봉.
참 애증의 존재다. 그래, 솔직히 이 양반이 없었으면 그리 치열하게 실력을 키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사람, 입은 거칠고 하는 짓은 재수 없지만.
사람을 아끼는 것만은 진짜인 인간이었다.
재혼하고 시골 가서 살림이나 차릴 것이지.
부른다고 냉큼 와서 고생은 왜 하고 지랄일까.
오지 말지 그랬습니까?
“다음부터는 형이라고 불러라.”
뭐라는 거야? 저 미친 양반이.
팬텀 또한 멀어진다.
하나같이 멀쩡해 보이는 인간이 없는데?
“끌끌, 고놈 참 잘났지.”
외할아버지였다.
“지금 저 앞에서 너 살리겠다고 나간 애들이 천이 넘는다. 다 죽을 걸 알면서도 덤빈다. 왜 그런 줄 아느냐? 네가 도망가는 시간이라도 벌려고 그러는 거다. 그리고 나도 그러고 싶다. 손자야, 손자야, 또 보자. 상!”
“여기 있다.”
외할아버지가 친우와 함께 달린다. 땅을 차고 내달리는 불타는 호랑이와 코끼리가 등을 보인다.
아, 이 미친 사람들아.
그리 떠나고 떠난 사람 중 둘이 남아서 곁에 섰다.
“아들, 아빠 말 잘 들어.”
왼편에 선 아버지가 말했다.
“집중해서 약 기운 떨쳐 내고 생각해라. 네가 해야 한다. 아니면 아무도 못 해.”
아버지의 말을 곱씹는다. 뭘 하라는 겁니까?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렸다.
“아들, 엄마는 변신할 수 있어.”
어머니가 열여덟 살 생일 때 들었던 말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읊는다.
“그러니까 엄마도 앞으로 가야겠다. 잠깐 혼자 있을 수 있지?”
“어릴 때 그 아들이 아니야. 이제는 세최특이라잖아.”
“그렇죠. 그래도, 그때 두고 가는 바람에…….”
휴즈 게이트 사건 당시 내가 죽을 뻔했던 것.
아저씨 덕분에 간신히 살아남은 것.
그게 두 분에게는 상처였다.
“후, 이기진 못하겠지만, 죽이는 건 시도해 볼 만하지. 한번 해 봅시다.”
“그러죠.”
두 분마저 떠난다.
그리 떠나는 부모님의 등을 보며, 난 순간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잊었다.
약 기운이 점점 날 바닥으로 잡아당겨 물 밑으로 끌고 내려간다.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다 끝나는 거 아닌가.
그럼 고통이고 뭐고 간에 그냥 엔딩인데.
이게 해피 엔딩이든, 새드 엔딩이든, 끝은 끝 아닌가.
그럼 된 거 아닌가.
나 할 만큼 하지 않았나?
“할 수 있으니까 한다.”
갑자기 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할 수 있으니까 한다고, 그렇게 말해 왔다.
그럼 나.
할 수 있는 거 다 했나.
침잠된 몸과 정신이 갑자기 불쑥 솟는다.
깊은 물 속에 잠겼던 몸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처럼.
숨을 들이켰다.
“후우우우우웁!”
폐가 회복됐다.
“푸하아아아아아!”
숨은 달디달았다.
사막을 헤매다 만난 오아시스의 물처럼.
그런 달콤함이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생각했다.
나 할 수 있는 거 다 했나?
아니다. 남았다.
다 하지 못했다.
그럼 남은 건 뭐지?
뇌에 산소가 돈다. 피가 몸을 휘돈다.
전투 감각에 전력이 공급된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인베이더의 신이란 놈과의 싸움을 되새긴다.
그놈의 행동, 패턴, 공격 방식, 수비 방식.
‘놈의 몸을 덮은 방어막을 깰 수 있나?’
없다. 완벽하게 속여서 힘을 모아 때리기도 했지만, 안 통했다.
그럼 핵이라도 떨어뜨리면?
저게 핵 따위로 죽을 것 같진 않다.
생각을 이어 가며 땅에 손을 대고, 엉거주춤하게 웅크린 채로 옆을 보며 말했다.
“먹을 거.”
내 팔에 난 흑색의 털 위로, 파란 줄무늬가 빛을 발한다.
내 몸은 지금 회복 중이다.
“……에? 넵!”
누군지도 모르겠다. 신경도 안 썼다.
건네준 걸 씹어서 삼켰고.
“약, 불멸자 비약 아무거나.”
재생 촉진을 비롯한 약을 세 개 더 얻어먹었다.
담배도 안 피우는데, 마지막 건 연초 형태라 어울리지도 않게 입에 연초를 물었다.
뻐끔.
머금은 연기가 폐부를 스치고 코와 입으로 나온다.
정신의 몽롱함은 없다. 이제는 주변이 또렷하게 보인다.
그러므로 생각도 또렷하다.
방어막은 놈이 의식하는 순간에 생긴다.
그리고 놈의 반응 속도는 가히 최고 수준의 변신족과 같으며.
주변을 인지하는 감각은 순혈의 불멸자를 넘어선다.
출력 차이도 명확하다.
당연하게도 정면 싸움으로는 승산이 없다.
그럼 기습으로?
그건 가능한가?
‘가능해.’
하지만 여전히 승산은 없다. 이길 수 없다.
‘이길 필요는 없지.’
아버지는 떠나며 말했다.
이기긴 어려워도, 죽이는 건 해 볼 만하다고.
바닥만 보던 눈을 들었다.
전장을 살피는 게 아니다.
오른쪽으로 손을 벌렸다.
“무전기.”
누군가 내 손에 무전기를 얹는다.
그걸 귀에 꽂고 주파수를 확인하려 했지만, 이미 맞춰져 있었다.
“우미호.”
난 전장을 조율하고 있을 천재 불멸자를 불렀다.
“……너.”
회복 중이긴 하지만 몸 상태는 엉망이다. 뼈는 붙었고, 내장도 다시 멀쩡해졌지만.
너무 부하가 걸렸다.
가혹한 훈련으로 체력의 한계를 훌쩍 넘어섰다지만, 특수종은 뭐 사람 아닌가.
한계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아까처럼은 싸울 수 없다.
하지만 한 방 정도는 먹일 수 있었다.
기어도 망가졌다.
블루 스케일은 착용 불가다. 그래도, 에테르 에너지를 토대로 짧은 칼날 정도는 만들 수 있다.
그래, 그럼 된다.
내가 나가떨어진 지 얼마나 됐을까.
알고 싶지도 않다.
“지금부터 지시대로 움직인다. 할 수 있지? 아니, 못 해도 해라. 우리 엄마랑 아빠, 단군 회장님한테 말해. 죽지 말고 시간만 끌라고, 어떤 시도도 하지 말고 버티기만 하라고.”
시선만 끌어주면 된다. 그럼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라져.”
우미호가 답한다.
무전기를 벗는다. 그리고 걸었다.
사람들 틈으로.
예행 연습은 가면서 하자.
걸으면서도 잡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할아버지가 죽었다는 것.
그리고 인베이더 새끼가 앞니를 딱딱 부딪쳤던 것.
혜민이 목소리, 날 받아서 뒤로 넘겨주던 사람들의 손길.
그동안 함께했던 수많은 인연.
모두가 이곳에 있다.
저기 한쪽에서 덜덜 떨면서 주먹을 꽉 쥔 사람의 얼굴도 낯익었다.
누구더라?
아, 부산에서 깡패질하던 사람 중 하나 아닌가?
여기까지 온 거야?
그러고 보니, 저 멀리 아는 얼굴이 또 보인다.
“늦은 줄 알았더니.”
알이었다. 이렇게 병력 이끌고 나라 밖으로 나서지 말라고, 올드 포스에서 경고도 먹었으면서도 또 끌고 나왔다.
그 옆에 김근육도 보였다.
“살았으면 됐다. 너 살리러 왔어. 가자, 군자의 복수는 십 년도 늦지 않는다고 했어. 나중에 치면 돼. 훈련해. 단련해. 내가 돕겠다. 우리 나라로 가자.”
김근육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전부터 생각하는 건데, 알 이 자식은 뒷북을 잘 친다.
난 걸었다. 알의 곁을 스치며 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한 나라의 왕에게 하기에는 꽤 불경한 짓이리라.
“형이라고 해라.”
더 불경한 소리도 뱉었다.
“형은 여기서 할 일이 있거든. 그러니까 뒤에 가 있어.”
“씹, 형은 무슨. 가자고!”
“떼쓰지 말고.”
그리 말하고 머리를 쓰다듬다가 뒤로 툭 밀었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주변 사람을 스치고 걸으며, 난 그 안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기척 죽이기.
난 사람들 틈에 숨고 또 숨었다.
모든 기척과 기세를 없앤다.
소리를 지운다.
존재감을 죽인다.
눈앞으로 인베이더의 신과 맞붙어 싸우는 이들이 보였다.
어머니와 아버지, 외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친구.
팬텀과 정기남, 도안결과 화랑 일부.
불멸특수대, 피닉스 팀.
전부가 하나를 막는 중이다.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이다.
난 그걸 일견하며 바닥을 살폈다.
삼촌 둘 다 피를 토해 내고는 쓰러져 있었다.
다행이다. 죽진 않았다.
죽지만 않으면 된다.
이미 죽은 사람도 있다.
그래. 미안하다. 나중에 그들의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아직 부모님이, 내가 아는 사람이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 그러니 이제 시작할 때다.
이기기 어렵다면.
죽이면 된다.
이기는 것과 죽이는 건 다른 거니까.
불멸자의 기예 중 첫째를 기척 죽이기라 한다.
난 그렇게 했다.
기척을 죽이고 숨은 채로.
인베이더의 신 뒤에 섰다.
놈의 방어막은 절대라 불러도 무방하다.
다만, 의식해야 막을 수 있다.
싸우며 알았다.
이 개자식은 상대를 인식하는 데 오감이 아닌 육감을 이용한다.
그러므로, 작디작은 살기도 일으키면 안 된다.
그렇게 완벽하게 숨어 뒤를 잡은 뒤.
변신족의 괴력을 품은 블루 스케일의 칼을 꺼낸다.
살기는 여전히 지우고.
날뛰는 놈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른다.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는 놈이지만, 변신족의 육체로 이 정도도 못 따라잡으면 날 가르친 이들이 분통을 터트릴 것이다.
뒤에 붙는다. 그림자가 된다.
눈이 있는 이들이라면 다 내 존재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보면서도 인식하긴 힘들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에테르 에너지를 머금은 칼을 휘둘렀다.
불멸의 기예와 변신족의 힘이 완벽히 합치된 칼질.
제 오만을 숨기지 않은 괴물의 목 뒤를 가르는 칼질.
놈은 오만했다.
이 개자식은 약점을 드러낸다.
대놓고 공격하라 한다.
그러니 아버지가 죽이겠다고 나선 것이리라.
덕분에, 나밖에 할 수 없다는 말도 이해했다.
완벽에 가까운 기척 죽이기는 할 수 있지만.
탄탄한, 강체에 버금가는 고무 같은 근육을 갈라 목 뒤를 잘라 낼 괴력은 나한테밖에 없으니.
서거어어어어어어억.
칼이 놈의 목 뒤를 파고들어 가르는 모습이 아주 느리게 보였다.
팔에 묵직한 저항감이 느껴지나, 괴력의 힘으로 밀어붙인다.
곧 탄탄하고 단단한 근육이 갈렸고, 놈의 목 뒤에 있던 빛이 흐르는 관에 닿는다.
단단하다. 그래도 괜찮다.
변신족의 괴력이란 이 정도는 무시할 수 있다.
기척을 숨긴, 암살자의 그것과 같은 칼질이 결국 놈의 목을 완전히 관통하듯 지나가고.
스-컥!
늘어지던 소리가 본래대로 귀에 꽂히고.
느리게 보이던 놈의 몸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옆으로 몸을 날리던 중 목이 잘려, 턱- 턱- 하고 몇 걸음 더 걷는다.
목이 잘렸으면서도 용케 균형을 잡았다.
그러곤 뒤로 고개를 휙 돌렸다.
난 무심히 놈과 눈을 마주쳤다.
놈이 입을 벌린다.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 앞니를 부딪치려고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잘린 목이 앞으로 꺾인다.
꺾인 목 뒤로 빛의 피가 울컥 솟는다.
손을 들다 말고 멈춘 채로 섰다.
보여 준 위용에 비해 덧없이 허무한 죽음.
방어막이 뒤늦게 발동하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리 발동한 방어막도 금세 그 기세를 잃고 사라졌다.
“끄그그그그그.”
목을 앞으로 달랑거린 채로, 인베이더의 신이 괴이한 소리를 냈다.
난 그걸 들으며 오른발을 뒤로 뺐다. 허벅지부터 시작해서 무릎과 발을 뒤로 젖힌다.
다들 엉거주춤하게 멈춰 선 채로 내가 하는 짓을 지켜봤다.
난 놈의 머리통을 걷어찼다.
목 뒤에 어설프게 걸려 있던 것들이 우두둑 뜯겨 나가고.
바닥엔 빛으로 된 피가 후두둑 쏟아졌다.
“꺼져, 여기 너희 집 아니다.”
그리고 말한다.
반쯤 무릎을 구부렸던 인베이더의 몸뚱이가 앞으로 넘어진다.
짧은 소음과 함께다.
쏴아아아아-
빗줄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을음 사이로 달빛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는 시늉을 한다.
그리고 인베이더의 신이란 놈은 죽었다.
“우, 우으으윽, 세최트으윽.”
그건 환호가 아니라 울음이었다.
울먹이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그리 입을 열었고.
“유광익, 네가 최고다.”
무슨 짓을 했는지, 몸 반쪽이 날아간 정기남이 마리에게 몸을 의탁해 엄지를 들어 보였다.
난 가운데 중지로 답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진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난 그대로 뒤로 드러누워 버렸다.
그을음이 깨지며 그 사이로 시린 달빛이 보인다.
사방에서 탄내를 비롯해 피 냄새 등 전투의 냄새가 진하게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렇게 조용히 시작된 환호는 끝내 하늘을 터뜨릴 듯 울렸다.
“우아아아아아아! 살았다!”
“우아아앙!”
울음이 섞인 환호.
살았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승리에 취한 이들의 외침이다.
우리는 이겼고, 또 살아남았다.
그걸 증명하는 울음과 환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