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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 외 혈통 천재-356화 (356/488)

356. 쿠쿠루삥뽕

최미남은 영리하다. 그녀는 최악을 대비할 줄 알았다.

만약 한국에 있는 특수종 단체가 작정하고 덤빈다면?

또는 세최특이 나타난다면?

그녀는 대비했다.

혹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도 제 몸 하나는 건사하도록.

아니, 몸을 건사하는 것에 끝나지 않도록.

‘건드리면 문다.’

어릴 때부터 최미남을 지탱해 준 말이다.

그녀는 일부러 제 거처를 은근히 흘렸다.

함정을 팠다.

지금 그 함정에 세최특이 들어왔다.

이번 프로젝트에 모든 전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으로.

무슨 짓을 했는지, 문짝이 안쪽으로 퉁겨져 들어왔다.

스피커 샵으로 위장했던 샵 중앙으로 경첩이 뜯겨 튕긴 문짝이 텅텅 바닥을 찍으며 굴러왔다.

“이리 오너라.”

문짝 너머, 한때 한솥밥을 먹기도 했으며 자신이 유혹하려 했던 현시대 최강의 특수종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미남은 판단력 또한 좋았다.

눈치와 판단력, 이제껏 그녀를 첩자이자 테러 집단에서 살아남게 만들어 준 무기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았다.

유광익의 모습을 보자마자, 손가락을 튕겼고.

그 단순한 동작에 따-앙 하고 종이라도 치듯 묘한 소리가 여운을 남기며 울렸다.

주문 ‘유혹’의 상위 호환 주문, ‘세뇌’다.

간단한 동작을 스위치로 삼아 하나의 행동에 집중하게 하는 주문이었다.

손가락을 튕기는 게 스위치.

세뇌를 건 이들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전력.

그들에게 강요한 행동은 하나, 눈앞의 적을 말살하라.

프로메테우스가 준비한 칼이 뽑힌다.

파직.

실험체의 어깨에 스파크가 튀었다. 곧 전신이 파랗게 물들고 뇌전을 머금은 한 마리 야수가 되리라.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모든 적을 그대로 불태우…….

쩡! 꽝!

“……뭐야 시발?”

최미남은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불현듯 터진 소음.

이후 보이는 건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다.

전신변환계 초능력자, 스파크를 튀기며 달려들었어야 할 능력자가 피떡이 돼서 뒤로 날아갔다.

변환도 마저 이루지 못했기에 물리적인 공격에 그대로 노출됐다.

고로 죽었다. 머리통이 반쯤 터졌다.

저러고도 살 수 있으면 불멸자지, 초능력자가 아니다.

미남이 눈을 돌린다.

정면에 멈춰선 세최특이 보인다. 주먹을 내지른 자세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더니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미안.”

세최특의 뒤로, NS 전력이 모습을 드러낸다. 세최특을 제하면 겨우 넷, 최미남은 순간 깨달았다.

어떤 함정도, 수작도 안 통하리라는 걸.

경찰이고 정부고 자신들을 그냥 놔둔 건, 무서워서가 아니라고.

또한 깨닫는다.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을 버렸다는 걸.

그럼 남은 건?

최미남은 마지막 수단을 준비했다.

“함정이다.”

들어서기 전 정기남이 말한다. 굳이 감각을 북돋지 않아도 상황이 말해 주니 아는 거다.

프로메테우스는 여기저기 문어발처럼 뻗어 둔 곳에 힘을 나누지 않았다.

이런 일을 예상했다는 듯, 여기에 집중했다.

고로 함정이 맞다.

근데 그래서?

함정을 팠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지금 NS의 전력을 압도하려면 최소 올드 포스가 숨겨 둔 칼을 모조리 꺼내야 할 것이다.

네임드 또는 미래를 대비해 축적했으면서도 쉬이 꺼내 보지 않은 그 힘 말이다.

함정은 무시해도 된다. 난 그렇게 판단했다.

“그러니 내가 앞장선다.”

정기남도 생각이 같았다. 함정 드립은 왜 치나 했더니, 선두에 서고 싶은 거였냐?

기남이 성큼성큼 걷는다. 걸음걸이에 자신감이 넘쳤다.

난 그런 기남의 앞으로 나갔다.

“내가 대표야.”

“시발, 회사를 하나 차리든가 해야지.”

기남이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했다.

회사 운영이 쉬운 줄 아나.

어디서 팬더 형, 우미호 같은 애들 구하지 않으면 진짜 힘들거든?

중고 형이나 스티븐 최 같은 애들도 필요하고.

회사가 차리기만 하면 굴러가는 줄 아나.

다 지금 말한 사람들이 고생하니까 굴러가는 거다.

나는 놀고먹고 있지만, 그렇다.

데려온 전력은 정기남, 도안결, 김근육, 나 넷이 전부다.

NS의 숨겨진 힘이라는 엄마랑 과외 선생 둘이 올 필요도 없는 일.

난 그렇게 판단했고.

팬더 형과 우미호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적이 모인 곳의 문을 발로 찬다.

발길질 한 방에 문짝이 떨어져 나갔다.

들어서며 말하고 눈을 들어 살피니 아는 얼굴이 보였다.

주변에 즐비한 전자기기 사이, 과거의 인연이 얼굴을 든다.

최미남 대리네?

여기서 또 보네.

잘 지냈냐고 손이라도 들어 줄 요량이었다.

분명 그럴 마음이었는데.

틱하고 뭔가 직감을 후렸다.

동작이 쪼개진다. 시간을 쪼갠다. 주변 모든 것이 느리게 보였다.

보지 않아도 뒤쪽에서 기남이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한순간 모든 것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최미남 대리가 손가락을 튕기는 모습이 끊어진 사진처럼 보였다.

이후, 그 앞에 선 작은 덩치의 특수종도.

불길함이 느껴진 순간, 내 몸은 반응했다.

뛴다. 뛰며 내지른다. 잇헬이나 인듀어를 차지 않은 몸이기에 너무도 가벼웠다.

나아간 주먹이 전면에 서 있던 놈의 얼굴을 후렸다.

쩡-.

소리가 뒤늦게 따라오고 맞은 놈은 머리통이 반쯤 함몰 되어 벽에 박혔다.

모든 건 한순간이었다.

화이트 홀에서 수없이 별종 인베이더를 상대하다 보니, 선빵이 버릇이 들었다.

최미남 대리의 황당한 말 뒤로 짧은 침묵이 감돈다. 주먹을 내지른 채 멈춘 채로 난 사과했다.

몸이 먼저 반응한 걸, 어쩌겠어.

우리 미남이 누나가 무척 당황한 게 보였다.

근데 손가락 튕길 때 마력 파장이 느껴지던데, 뭐 더 없나?

더 있었다.

내가 때려 놈 뒤로 특수종 일곱이 달려들었다.

하나 같이 보통내기는 넘어선 수준.

전면에 곰으로 변한 변신족 둘이 달려든다. 눈이 빨갛다.

이성 따위는 엿 바꿔 먹은 무모한 본능이 엿보였다.

그리고 내 뒤에서는 늑대인간이 튀어 나갔다.

도안결이었다.

“새치기!”

기남이 불멸자답지 않게 외쳤다.

안결은 내달리며 변했고 변신과 동시에 달려든 곰 변신족 둘의 오금을 찼다.

보는 나로서도 감탄할 솜씨다.

달려들며 속임수로 어깨를 움찔하니, 본능에 사로잡힌 변신족이 반응하고.

그 틈에 자세를 낮춰 손으로 땅을 짚고 가위차기를 날렸다.

양발을 쭉 펴 상대의 무릎을 찼다.

곰 변신족 둘의 자세가 무너진다.

안결은 한쪽 놈의 목을 손톱을 긁고 다른 쪽 놈의 눈을 팔꿈치로 찍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호응이 삼촌이 저놈이 차세대 화랑을 이끌어갈 변신족이라고 평가했었다.

부족함이 없는 평가다.

끼-잉.

머리 위에서 묘한 소음이 들리더니, 어깨 위로 압력이 느껴졌다.

곰 변신족 뒤로 눈을 빛내는 초능 특수종이 보였다.

염력술사셨어?

보통내기는 아니긴 한데.

기남이 염력으로 인한 압력을 무시한 채, 레이저 커터를 던졌다.

날아간 커터는 곡선을 그리며 적의 목을 가른 뒤 돌아왔다.

푸왁!

피가 허공에 솟구쳤다.

잇헬을 입고 싸우던 애들이다. 이 정도야 뭐.

전투는 길지 않았다.

한순간에 찍어 누른다. 그러려고 온 길이다.

그 뒤에도 불을 뿜는 특수종.

고속 재생을 뽐내며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불멸자도 있었다.

프로메테우스가 준비한 전력은 만만치 않았다.

다만, 이쪽이 압도적일 뿐이다.

매일 잇헬을 입은 채로 화이트 홀을 노닐던 애들이다.

기남과 안결이 날뛰는 걸 보니 괜한 생각이 들었다.

이거 훈련이 과했나.

“오랜만이야.”

그 틈에 미남이 누나가 다가왔다.

여전한 미모다.

불멸자 중에서도 우월한 미모.

굳이 따지자면 기남이와 푸름의 수준이라고 할까나.

“그때는 미안했어.”

최미남의 동공이 흔들렸다. 진심으로 보였다.

“용서해 줄 거지?”

거듭 말하는 그녀가 참으로 불쌍해 보였다. 다가가서 안아 줘야 할 것 같았다.

그녀의 전신에서 퍼지는 마력 파장 따위 알게 뭐람.

지금 저기 불쌍하고 어여쁜 작은 새가 있지 않나.

자, 가서 안아 주자.

갈비뼈가 으스러지게 안아 주자.

진짜 갈비뼈를 으스러뜨려 주자.

“어딜.”

유혹과 비슷한 주문이었을 거다.

나도 넘어가지 않았지만, 그보다 그 수작을 보고 발끈한 사람이 있었다.

“혜민이도 아니고 여기서 선수를 뺏길 것 같나요?”

김근육이다. 톡 하고 앞으로 나서더니, 미남과 내 사이에 선다.

뭘 또 선수를 뺏겨?

“나 안 넘어가.”

“불쾌해요. 저 여자.”

“김근육 씨?”

“제가 처리하죠.”

“나 지금 손이 놀고 있는데?”

“좋아요. 제가 해요.”

나 지금 누구랑 얘기하니?

김근육은 제 할 말만 했다.

그러더니.

“꺅!”

달려들어 최미남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패대기쳤다. 불세출의 미녀가 땅에 코를 처박는다. 부러진 코 사이로 코피가 줄줄 흘렀다.

코가 부러진, 그 미모도 한물간 것처럼 보이고.

미남도 반항하긴 했다. 깔끔한 격투 능력을 보여 줬으나.

거기까지다.

이쪽은 김근육, 초능국의 공주 출신이며 세 가지 능력을 갖춘 트리플 초능특수종이다.

“악, 놔!”

그래도 이런 광경을 볼 거로는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야.

김근육이 미남의 머리끄덩이를 연신 좌우로 패대기쳤다.

우드드득!

결국, 최미남의 머리털이 뜯겼다. 두피가 찢어져 피가 흐른다.

“왜, 주문이.”

쓰러진 최미남이 불쌍한 얼굴로 말했다. 주문 따위와 별개로 진짜 불쌍해 보였다. 코가 부러지고 머리칼이 뜯겼다.

“내 이상형은 명확하거든.”

오랜만에 말하니, 기분이 꽤 후련한걸.

“미친.”

그녀는 쓰러진 채로 중얼거렸다.

상황 종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도안결과 정기남은 NS가 자랑하는 가장 날카로운 칼.

두 개의 칼이 프로메테우스의 한국 진출을 잘 썰어서 분쇄해 쓰레기통에 꽂았다.

“죽일까요?”

김근육이 묻는다.

난 고개를 저었다.

죽이기는.

프로메테우스가 진출했다고 했을 때, 난 내심 기쁘기까지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특수종 세상에서 내 적은 둘이다.

하나는 인베이더.

둘은 이 죽일 놈의 테러 단체.

이 새끼들은 툭하면 튀어나와 난리다.

선한 사람을 죽이고 유린하는 것으로 제 가치를 증명하는 것들.

난 앞으로 걸었다.

죽은 특수종 사이, 헐떡이는 실험체 사이, 머리 가죽이 뜯긴 최미남의 앞에 섰다.

“테러는 왜 합니까?”

진심을 담아 물었다.

“내가 알겠어?”

최미남이 자조적인 웃음을 보였다.

그래, 나도 모르지.

그래서 아는 사람한테 묻고자 한다.

“제압해.”

최미남의 신병은 올드 포스와 경찰에게 넘길 거다.

이후의 일이야 뻔하지.

고문과 괴롭힘의 연속이다.

그렇게 그녀는 아는 모든 걸 말해야 할 것이다.

“나한테 건질 건 없어.”

최미남이 말한다.

“그건 모르죠.”

사람 머릿속을 헤집는 건 내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물론 프로메테우스도 대비는 했겠지.

안 걸리려고 꼬리도 자르고 잘 숨을 건데.

너희가 모르는 게 있다.

작은 단서면 충분하다는 거.

우리 쪽에는 전뇌 공주라는 인터넷 중독자가 있거든.

“이직할 때 신경 썼어야죠. 회사를 잘 보고 들어가야지. 쯧.”

내가 혀를 찼다. 최미남은 눈을 감았다.

딱히 원한은 없다. 그녀로 인해 화림이 무너질 뻔한 거?

지금은 내 회사도 아닌데 뭐.

얘 잡은 거 알면 남 사장이 기뻐하려나?

아니면 자기가 못 잡아서 억울해하려나?

모르겠다.

화이트 홀에서 머무는 동안 여기저기 일이 많이 터졌다.

하나하나 해결할 시간이었다.

-세최특 죽어? 풉. 이 기사를 보시게.

-헐. 한국에 프로메테우스가 들어왔었어?

-화끈하다. 우리 세최특이.

-프로메테우스 오자마자 쫓겨났죠? 열 받쥬? 킹 받쥬? 안물안궁, 쿠쿠루삥뽕.

화려한 귀환이었다.

광익은 자신이 할 일을 숨기지 않았다.

널리 알렸다.

정부도 말리지 않았고 경찰도 놔뒀다.

기사 조회 수가 화끈하게 올랐다.

댓글이 미친 듯이 달렸다.

소문이 특수종 세상을 달궜고 그건 프로메테우스 수장에게도 들어갔다.

‘이 새끼 진짜 그냥 두면 안 되겠는데.’

커도 너무 컸다.

그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세최특을 처리해야 한다. 이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작전을 짜서 시도했으나, 씨알도 안 먹혔다.

‘죽여야 한다.’

이전보다 더 면밀하고 확실하게 작전을 짜서.

확실한 칼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할 것이다.

변신과 불멸이 상대라면 그의 능력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므로.

‘끌어들어야겠군.’

프로메테우스도 칼을 뽑았다.

수장은 최미남이 잡혀간 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를 백치로 만들어 머릿속을 헤집는다고 해도 잡히지 않을 것이므로.

그는 생각을 정리하고 타자를 두드렸다.

기사의 댓글란을 향해서였다.

-테러 단체를 얕봐서 좋은 꼴 못 봤음. 말을 좀 조심해야 할 듯.

그가 단 댓글 밑으로 답 댓글이 미친 듯이 달렸다.

-이 새끼 최소 프로메테우스 간부.

-응, 킹 받쥬? 열 받쥬? 아무것도 못 하쥬? 쿠쿠루삥뽕.

-지금쯤 개빡쳐서 부들부들대고 있을 듯.

-킹 받쥬? 열 받쥬? 쿠쿠루삥뽕.

-쿠쿠루삥뽕.

아니, 시발 쿠쿠루삥뽕은 무슨 뜻인데? 왜 이걸로 대동단결하고 지랄이란 말인가.

수장은 짜증이 확 솟구쳤다.

그는 새삼 깨달았다.

한국 네티즌은 상대할 값어치가 없는 놈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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