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 운 따위에 맡기지 않는다 (2)
방귀태는 눈이 보이지 않기에 상황을 완벽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적군이 온 건 아니라고.
그건 정답이었다.
내려선 여자, 그녀의 이름은 장가희, 광익이 통나무 선생이라 부르는 여자였다.
“우미호지? 이쪽은, 뭐, 고깃덩이니?”
반 시체가 된 방귀태가 답했다.
“내 이름은 방귀태, 나무, 천 번.”
이제 반쯤 정신을 놨는지, 쿨럭거리다 곧 대가리를 땅에 처박는다.
아주 잠시,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폭발로 뚫린 구멍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도 멎었다.
그저 방귀태의 쌕쌕하는 숨소리만 허공을 떠돌았다.
우미호는 방귀태의 숨소리를 듣고 내심 안심하며 눈으로 귀태의 상태를 살폈다.
입가에서 흐르는 선홍색 핏물이 보인다. 내장에 저 바늘이 꽂힌 게 몇 번인가. 멀쩡하면 이상하지.
저 상태에서 움직인 게 용했다.
방귀태 미친 또라이 자식.
우미호는 눈을 감았다가 뜨며 위에서 떨어진 사람을 살폈다.
가벼운 복장이었다. 전투 슈트도 안 입었다. 레깅스 따위로 보이는 딱 달라붙는 바지와 그 위로 반바지, 상의도 비슷했다.
레깅스가 몸의 굴곡을 그대로 드러냈다. 슈트는 없지만, 몸에 두른 근육이 갑옷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두꺼워 보였다.
‘대표 모친을 보는 기분이 드는데.’
“광익이 알지? 나, 아군.”
장가희가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고 고개를 돌렸다.
“자, 그럼.”
목을 좌우로 꺾으니, 우둑우둑 뼈 맞물리는 소리가 시원하게 흘러나왔다. 동작 하나가 호쾌한 사람이었다.
장가희가 오른팔을 잃은 변태 개새끼를 바라봤다.
“너 혹시 굶주린 개니?”
“넌 뭐냐?”
사나워진 개가 되물었다.
그러자 장가희가 피식 웃었다.
“와, 여기서 만나네. 안 그래도 너 만나면 죽여 버리려고 했는데.”
“미친년, 넌 내 스타일 아니다.”
굶주린 개는 가녀리고 야들야들한 살결을 좋아했다. 근육이 적당히 있으면 당연히 탄력이 붙으니 좋지만, 이건 좀 과하지 않나.
“개눈깔 새끼.”
장가희는 내뱉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움직였다. 땅을 차고 앞으로 달렸다.
꽝!
폭음이 뒤늦게 울렸다.
우미호가 보기에 장가희의 말이 끝난 게 먼저인지, 폭음이 먼저인지 모를 정도로 절묘한 타이밍의 돌진이었다.
그 돌격에 굶주린 개가 반응했다. 급히 허리를 숙여 몸을 낮추더니, 어깨를 둥글게 말고 왼손을 뻗는다. 가벼운 잽으로 보이는 왼손 주먹 사이로 삐죽 니들이 솟아 있었다. 손아귀에 쥔 채 뻗은 잽이다.
장가희의 대응은 단순했다.
그녀는 모든 걸 무시하고 오른손을 휘둘렀다.
바늘은 보이지도 않는 투다.
붕! 쩡!
짧은 호선을 그린 그녀의 팔이 상대의 뺨을 갈겼다.
경쾌한 굉음이 뒤따라 울렸다.
“귀싸대기?”
우미호는 홀로 그리 중얼거렸다.
변신족의 괴력이야, 익히 경험한 바다. 그런데 이건 뭔가 좀 달랐다.
괴력이라기보다는 무슨 쇠뭉치에 맞은 것처럼 개의 얼굴 반이 뭉개졌다.
핏물이 튀고 치아가 부러지고 움푹 함몰된 얼굴 사이로 눈깔이 툭 튀어나왔다.
놈의 손에 둔 대형 바늘은 끝이 부러져 떨어졌다.
‘몸이 무슨.’
쇳덩이 같다. 강푸름이 만든 전투 슈트보다 더 단단했다.
“크헝.”
장가희가 뺨을 맞고 날아간 개의 머리 위에서 장난스럽게 하울링을 했다.
그녀의 전신에서 어느새 털이 솟고 눈에는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푸른 눈의 암사자.
장가희의 변신체다.
전보다 다른 게 있다면 전신 털이 색이 짙은 회색빛이 됐다는 것.
뭔가 변했다.
그걸 우미호는 알 수 없었다.
장가희의 얼굴 생김새는 거의 그대로였으나, 짧은 수염과 귀가 동그래진 채다.
덩치가 더 커진 채로 어기적거리며 걸은 그녀가 얼굴을 맞고 땅에서 비비적거리다 자세를 잡은 굶주린 개 앞에 섰다.
“더 하게?”
그녀가 물었다.
“내가 바로 굶주…….”
말이 끝나기도 전이다. 어퍼컷이 놈의 배에 꽂혔다.
왼쪽 발을 앞으로 빼며 위로 솟는 미사일 같은 펀치였다. 이번에도 말하는 와중에 타이밍을 뺏은 일격이었다.
뻥!
타이어 터지는 소리가 울렸다.
굶주린 개의 발이 허공에 떴다.
‘전투 숙련도가.’
우미호는 내심 감탄했다.
굶주린 개는 노련한 놈이었다. 그런 놈을 그냥 때려잡는다. 힘으로만 이겼으면 이리 감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가희는 타이밍을 뺏었다. 상대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야말로 닮디 닳아, 노련함을 넘어선 고인 물이라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개인 전술이다.
“시이발, 말, 말하는데.”
걸쭉한 피를 입가에서 질질 흘리며 바닥에 엎어진 굶주린 개가 말했다.
놈의 목소리에 힘이 쪽 빠졌다. 적어도 우미호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뭐? 치사하다고?”
장가희가 귀가에 손을 대며 되묻고 발을 떼는 척하자, 굶주린 개가 움찔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쫄았니?”
장가희가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시발, 넌 반드시 죽인다. 대가리를 찢어 죽인다.”
굶주린 개가 어금니를 갈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어둠이 일어나 놈의 몸을 감추기 시작했다.
‘아.’
미리 경고해야 했는데, 미처 말하지 못했다.
뭔가 말하기에는 일이 너무 급하게 일어났다.
저놈이 숨겨 둔 한 수다.
꾸물꾸물 일어난 어둠은 그림자보다 짙었다. 물리적 법칙과는 별개로 꾸물거리는 빛이 쏘아진 그림자처럼 넓게 퍼졌다.
우미호는 이미 한 번 경험해 봤기에 알았다. 어둠 속에 숨어들면 불멸자의 감각으로도 저놈을 쫓기 어려웠다.
그게 변신족이라고 쉬울까.
냄새로라도 찾아보려 했는데, 냄새까지 지워진다. 아마도 주문 세계에 입문했거나, 독특한 사이오닉 기어를 가졌을 것이다.
늦게나마 경고의 의미로 외치려 할 때다.
“지랄은.”
장가희의 대응은 단순했다.
그녀는 굶주린 개가 사라진 곳부터 횡으로 발차기를 했다.
그게 전부였는데.
후앙!
풍압이 일어나며, 발이 지나간 방향으로 벽에 긴 참격이 날아갔다.
‘발로?’
발로만 한 건 아닐 것이다.
그건 알지만, 지금 보면 무슨 족참격이라고 부를 만한 짓을 했다.
그 일격은 치명적이었다.
스커컥!
사라진 곳으로부터 왼쪽으로 열 걸음쯤이다.
어둠이 스러지고 그 안에서 톡 하고 굶주린 개가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놈은 배가 반쯤 갈라져, 분홍빛 내장을 쏟아 냈다.
“뒈져 새끼야. 꼼수 부리고 튀려고 하지 말고.”
장가희가 한걸음에 다가가 놈의 머리통을 사커킥으로 갈겼다.
뻥!
머리통이 수박 터지듯 터졌다.
벽 쪽에 후두둑 뇌수와 피가 흩날렸다.
굶주린 개의 수작은 실패했다.
덤빌 것처럼 살기를 뿌리고 거기에 상대가 반응하면 도망가려던 시도는 무산됐다.
조금 전 상황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남는다. 고로 전투의 과정과 결과는 이해했다.
이제 우미호에게 남은 의문은 하나였다.
저 여자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것인지다.
* * *
불멸교 사도, 여자가 손바닥을 보였다.
그 손짓에는 아직은 아니라는 의미가 함께했다.
“이곳에 프로메테우스와 이시스, 불멸교, 거기에 마법사까지 대동했다. 그런데도 이긴다고 확신하나? 우리 말고도 간부가 다수 참여했음에도?”
“응.”
왜 자꾸 묻나.
“어째서?”
“왜겠냐?”
“갱생 마녀를 믿는 건가? 아니지. 그 여자 혼자서 뭘 어떻게 할 수는 없을 텐데?”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 걸까? 아니면 심리전이 안 먹혀서 저러는 걸까.
나도 궁금했다.
얘기해 보자고.
좋아, 반대로 내가 손바닥을 보이고 상큼하게 뒤로 돌았다.
등을 보였지만, 덤비는 놈은 없었다.
너무 당당히 그리 돌아서니 묘하게 노려보는 살기 따위가 느껴지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이는 수준은 아니니까.
난 돌아서 쪼그려 앉아 로즈 상태를 살폈다.
피를 좀 흘려서 그렇지, 크게 다친 부분은 없다.
능력을 과도하게 써서 반작용이 일어난 걸 거다.
그럼 쉬면 된다.
의사가 동공 반응을 확인하듯, 눈두덩이를 검지와 엄지로 억지로 벌렸다.
“너 뭐하냐?”
“괜찮나 확인 중.”
“미친 거야?”
반응 좋고, 애 상태 괜찮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진통제와 활력을 북돋는 비약이 섞인 간이 주사기 하나를 꽂아 줬다.
정아 누나 연구하다가 부가적으로 만든 활력 비약이라는데, 꽤 괜찮았다.
물론 불멸자가 쓰기에는 미흡하지만.
혹시나 해서 들고 왔는데, 이렇게 쓴다.
로즈의 팔뚝에 꽂힌 무색투명한 액체가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놔두면 된다.
“수고했다. 자식아.”
로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땀을 흘렸는지 두피가 끈적거렸다.
“수고는 무슨.”
입술을 불퉁하게 내민다. 그래, 네 예상이 반 이상이 어긋나긴 했지.
그래도 뭐, 괜찮다. 미안하다고 말한 것도 내심 이해도 가고.
“머리 좀 감고 다녀라.”
손바닥 냄새를 맡으며 말하자, 로즈의 볼이 빨개지며 날 노려봤다.
왜?
“재수 없어.”
응. 넌 냄새나.
“세최특, 그리 여유가 넘치는 이유가 너무 궁금하다. 정말 이해 불가야.”
불멸교 사도가 손을 깍지 껴 다리 앞에 모으며 말했다.
얌전히 기다렸으니, 대화에 응해 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말했잖아. 내가 이긴다니까.”
“……올드 포스나 엑스큐라시의 전력이 제시간에 올 때까지 버틸 심산인가?”
말이 길어진 게 불만인지, 사도의 옆에 선 여자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무슨 수단을 썼는지, 내 귀에도 목소리가 안 들렸다.
사도는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아니면 운에 기대는 건가? 혹시나 너 외에 다른 쪽에서 우리 전력을 이길 거라고? 그래, 그럴 수 있지. 갱생 마녀라면 굶주린 개나 어지간한 간부급도 상대하기 어려울 테니, 팬텀도 있고. 그래, 몇몇은 우리 예상보다 우월한 전력을 보일 수도 있을 거야.”
말하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타입으로 보였다.
사도는 제 말에 결론을 내리며 끝에서는 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무너질 거다. NS 전력에 간부급 실력자를 상대할 수 있는 게 몇이나 되지? 절망을 안겨 주고 싶지 않지만,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군, 여기에 투입된 간부급 전력만 스물이 넘는다. 우리 교의 순교대도 있으며 암살부대도 동원했지. 거기에 이시스의 실험체 부대도 있다. 자, 어떤가? 이래도 그쪽이 이긴다고 확신하나? 운에 모든 걸 맡기는 건 아니겠지? 아니면 동료의 죽음을 즐기나?”
담담한 사실을 말하는 태도다. 보통 사람이라면 꽤 섬뜩할 것이다.
그런데 진짜 아니라니까.
난 운 따위에 일을 맡기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는군.”
예민함.
그걸 무기로 삼는 불멸자는 많다. 사도도 그러했다.
그녀는 수많은 말을 떠들며 내가 흔들리길 바랐을 테지만.
난 진짜 내가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니까.
“나 운 따위에 뭐 안 맡겨.”
역으로 건 심리전이다. 사도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데 일조했을까?
능숙한 감정 컨트롤이 가능한지, 불멸자 사도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 그럼 주둥이는 그만 털자고.
“안 싸워?”
난 어서 얘들 뚝배기나 깨고 싶었다.
“싸운다.”
크로커다일이 읊조렸다. 그 목소리에 진한 살기가 묻어 나왔다.
일반인이라며 마주 선 것만으로 오줌을 지리고 졸도할 것 같은 진하고 진득한 살기다.
일전, 화림에 쳐들어왔을 때의 그 크로커다일이 아니었다.
외형도 변했고 그 내면도 변한 것처럼 보였다.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 몸이 무슨 보석의 질감을 보기도 했고.
세로로 깜빡이는 악어의 눈깔이 날 훑었다.
크로커다일은 제 몸을 자랑하듯 내비쳤다.
그리고 단숨에 달려들었다.
나머지는 구경하듯 놈을 지켜봤다.
난 짧은 순간이지만, 상황을 이해했다.
크로커다일이 가진 개인 원한.
그걸 위한 단련과 변화.
다 같이 잡기로 약속했지만, 크로커다일은 처음은 홀로 상대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을 거다.
그래, 나야 좋지 뭐.
툭.
땅을 찬다. 몸이 앞으로 나아간다.
나아가는 걸음에 주먹을 쥐고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차며 몸의 무게 중심을 이동한다.
변신족과 변신족의 만남이다. 둘의 조우는 빠르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크로커다일은 주먹을 휘둘렀다.
곧 놈의 주먹과 내 주먹이 맞부딪쳤다.
* * *
광변환으로 몸을 빛으로 바꾼 정직은 땅을 뚫고 솟았다.
지하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혹시나 몰라, 주변 지도를 머릿속에 때려 박고 왔다.
하물며 그는 개인 임무도 있었다.
재밍으로 통신이 끊기고 폭발이 일어나자마자 정직이 한 일은 위로 솟는 거였다.
그리 땅에 도착하자마자 그를 맞이한 건, 눈먼 개였다.
크르르르!
침 흘리는 인베이더 무리라니.
‘빌어먹을 대표 형.’
정직은 달렸다. 피했다. 인베이더 무리가 하나둘도 아니고 전부 싸울 순 없었다.
그리 쉬지 않고 내달리니, 어느새 숨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벽을 뚫는 거야 머리부터 발까지, 광변환으로 순차적으로 일으키면 되는 일이지만, 땅에서 솟는 건 다른 문제였다.
‘더럽게 힘드네.’
그렇다고 중간에 포기할 수도 없지 않나.
부웅!
뒤에서 달려오는 리빙 아머의 칼질을 피한 정직이 바닥을 굴렀다.
어느새 목표로 잡은 좌표였다.
도착하자마자.
꽝!
미처 뿌리치지 못한 리빙 아머의 머리가 불꽃과 함께 터졌다.
그 불꽃은 꺼지지 않은 채, 리빙 아머를 태웠다.
“후.”
간신히 숨을 돌리고 몸을 일으키니, 의외의 인물이 보였다.
“뭐야? 넌?”
어린 왕자, 그러니까 초능국의 왕자와 일단의 무리다.
“……한정직인데요.”
“NS지? 아니면 머리통 날아간다.”
왕자가 말했다. 정직은 얌전히 양손을 들었다.
언제 왔는지도 모르겠는데, 누군가 뒤에서 총을 겨누고 있었다.
광변환을 쓰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체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옆에서 자신을 빤히 보는 여자가 있었다.
순전히 직감이었다.
개기면 죽는다는.
“NS가 아니면 여기에 왜 오겠습니까?”
정직은 정중하게 제 정체를 밝혔다.
“그건 그렇지.”
왕자가 답했다. 초능국의 왕자와 그 경호팀 주변에는 인베이더 시체가 즐비했다.
어느 정도는 힘으로 뚫고 이곳에 왔다는 방증이었다.
“그럼 가자. 좌표 코디네이터 뽑아. 말리아! 땅 밑에 생체 신호 다 찾아내!”
왕자가 명령했다.
초능국의 왕자와 아이들, 광익이 불러낸 아군이었다.
일을 운에 맡기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전장이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준비는 모두 한다. 그게 광익의 지론이었다.
그는 그렇게 했다.
그 덕분이었다.
“뚫어.”
지하를 뚫고 내려간 초능국 무리는 보이는 족족 프로메테우스 전투 무력 단체를 조졌다.
“뭐야?”
투두두둥!
탄이 날아오기 무섭게 허공에 생긴 헥사곤 필드에 막힌다.
왕의 측근으로 보이는 여자가 눈을 빛내자, 눈을 마주친 이들이 갑자기 컥컥거리며 숨을 못 쉬고 바닥에 쓰러졌다.
지나다 보니, 이성을 잃은 변신체 무리가 달려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왕자의 다른 측근이 나섰다.
그는 좌우로 칼을 허공에 휘둘렀다.
그게 무슨 짓이었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달려들던 변신족 실험체 무리의 몸에 자상이 생긴다. 그러자 그 뒤에 있던 초능 특수종 둘이 손톱보다 작은 씨앗 따위를 뿌렸다.
그 씨앗은 상처에 닿자마자 싹을 틔웠고 곧 피를 깡그리 빨아먹었다.
“흡혈초야, 아더사이드에서 가져온 별미지.”
왕자가 그걸 보며 흡족해하며 말했다.
초능국 무리는 고작 스물도 되지 않는 숫자지만, 압도적인 무력을 자랑했다.
초능국은 홀로 어떤 기득권 단체에도 속하지 않고 국가로서 그 명맥을 유지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에르자루드 왕가의 힘이 어지간한 무력 단체를 씹어 삼키기 때문이었다.
알은 이 자리에서 그걸 증명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