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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 외 혈통 천재-329화 (329/488)

329. 운 따위에 맡기지 않는다 (1)

“질기네.”

상대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털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별명은 유명한 놈이었다.

일명 굶주린 개.

테러 집단 소속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현상금이 목에 걸린 개자식이다.

실제로 사냥개로 변하는 변신족이니, 개자식이란 말이 더없이 어울리는 새끼였다.

저 새끼는 예쁜 여자, 그러니까 어지간하면 불멸자 여자를 안는 걸 좋아하는 미친 새끼기도 했다.

여자를 겁탈할 때, 어깨나 머리통을 도베르만 대가리로 씹어 버린다는 거다.

본능에 충실한 욕망의 집합체.

영국에 기반을 둔 엑스큐라시 대기업 소속 훈련생 출신으로, 제 본능을 휩싸여 동기 셋을 죽이고 탈주.

이후 보다시피 이런 일에 끼어들어 제 욕망도 채우고 돈도 버는 쓰레기가 됐다.

추정 전투력은 프로메테우스 간부급.

우미호는 머릿속에 든 정보를 정리했다.

상황은 나빴다.

처음 폭발에서 밀려났을 때만 해도 이렇진 않았다.

‘운이 나빠.’

폭발이 일어났을 때, 우미호는 이후 일어날 일을 예측했다.

상대가 타격팀을 보내서 소거 작전을 펼칠 건 너무도 당연했다.

자신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문제라면 이곳에는 방귀태와 우미호 단둘뿐이었다는 거다.

‘우연이라고 하긴 어렵지.’

폭발이 일어나자마자 방귀태가 자신을 감쌌으니까.

덕분에 머리 위에서 뜬금없이 떨어지는 낙석은 피했지만, 테러범이 파 둔 게 분명한 개미굴 같은 통로에 갇혔다.

눈앞에 저런 상대도 마주하게 됐고.

상대가 나빴다. 매우 나빴다.

“미호야.”

방귀태다.

앞에 반쯤 쪼개진 헬멧을 어떻게든 써 보려다가 벗더니 밑으로 툭 떨어뜨린다.

왼쪽 귀가 반쯤 뭉개져 피를 뚝뚝 흘리는 게 보였다.

“부탁 하나 하자.”

이 상황에 부탁이라.

“무슨?”

우미호가 되물었다. 그러자 귀태가 한껏 무게를 잡더니 입을 연다.

“다리 오므리자. 팬티 보인다.”

우미호는 피식 웃어 버릴 뻔했다.

이 미친 방귀태.

이 또라이 방귀태.

우미호는 NS에서 유일하게 광익과 겨룰 만한 미친놈으로 방귀태를 꼽았다.

주변에서도 그리 말하곤 했다.

세최또에 버금가는 사최또라고.

세계 최강 또라이와 사랑이 최고인 또라이라니.

회사 꼴 잘 돌아가네.

우미호는 진짜 웃음이 나올 뻔한 걸 꾹 눌러 참았다.

왼쪽 허벅지로부터 올라오는 통증이 웃음을 참는 데 도움이 됐다.

상황은 암울했다.

첫 일격에 자신의 왼쪽 다리가 부러지고 찢겼다. 하는 짓은 변태 새끼인 굶주린 개였지만, 전투에서만은 프로였다.

폭발에서 빠져나온 직후였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어둠 속에서 묵직한 칼날이 날아왔다. 동굴 벽을 가르며 내달리는 칼에 우미호는 허벅지가 잘렸다.

차라리 총탄 세례였다면 괜찮을 것이다.

그럼 슈트가 1차로 막아 줬을 거고, 뚫렸다고 해도 재생력으로 버틸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상대는 날이 잘든 정글도를 썼다.

방검방탄복도 겸하는 슈트가 어느 정도 칼날의 침투를 막긴 했으나, 그 이상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굶주린 개는 힘으로 칼날을 네 번 내리쳤다.

모든 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슈트의 내구도를 뛰어넘는 충격이었다. 허벅지 뼈가 부러지고 칼날이 헤집은 슈트가 안으로 말려 들어가며 허벅지가 반이 잘렸다.

그거로 기동력 아웃.

놈은 꼼꼼했다. 그리 칼질하며 우미호의 손에 든 소총도 발로 차 냈고 허리춤에 찬 권총을 칼끝으로 찔러서 옆으로 날리기도 했다.

귀태가 급히 레이저 라이플을 쏘지 않았다면.

‘거기서 죽었을지도.’

아니, 죽이진 않았겠지.

날름.

칼날에 묻은 피를 혀로 핥는 저 개자식은 가학적인 변태니.

‘겁탈 이후 머리가 물려 뜯겼으려나.’

귀태도 상태가 안 좋았다.

귀에서 피를 흘리며 실실 웃는 걸 보니까 정신 상태도 정상은 아니다.

헬멧은 깨졌지, 몸 여기저기에는 깊은 자상이 남았다.

굶주린 개의 칼날에 묻은 피 중 반은 방귀태의 것이었다.

기동력을 잃은 대신 귀태가 우미호의 앞을 막았고, 굶주린 개는 가지고 놀 듯 귀태의 몸을 칼로 잘라 냈다.

팅.

칼날을 손가락으로 튕기자, 진동음이 통로 벽을 통해 귀를 울렸다.

그건 곧 예민한 청각을 가진 불멸자의 귀를 막는 효과였다.

거듭 생각하는 거지만.

‘프로다.’

프로 중의 프로라고 할 수 있었다.

굶주린 개가 다시 움직인다.

칼날을 튕겨 낸 진동음으로 귀를 막고 몸은 어둠에 숨긴다.

어둠에 몸을 숨긴다고 해도 이 정도로 불멸자의 눈은 피할 수 없는데, 묘하게 모습이 흐려졌다.

그동안 무소속으로 특수종 세상에서 버틴 놈이다.

숨겨 둔 한 수, 아니 몇 수쯤은 있을 것이다.

지금도 그것 중 하나일 테고.

사라졌다고 생각한 순간, 놈이 귀태의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어느새 천장에 달라붙었다가 내리꽂힌다.

윙.

칼날이 떨리며 수직으로 꽂혔다.

방귀태는 어쩔 수 없이 들고 있던 레이저 라이플을 가로로 들어서 막았다.

까가가가가각!

라이플의 중간이 반쯤 잘리며 불똥이 튀었다.

방귀태는 라이플을 든 채로 오른발을 위로 찼다.

팡.

부츠 밑바닥에 숨겨 둔 얇은 칼날이 솟았다. 굶주린 개는 양팔에 더 힘을 줘 칼을 누르며 고개를 세차게, 위에서 밑으로 휘둘렀다.

탁.

놈은 그렇게 칼날을 입으로 잡아챘다.

그사이 쩡 하고 소총이 반으로 쪼개졌다.

소총이 잘리는 틈에 방귀태는 뒤로 굴렀다. 그러곤 배를 부여잡았다.

주륵.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렀다.

방금의 접전으로 배에 구멍이 난 거다.

‘언제?’

우미호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았다.

제자리에 선 굶주린 개는 달려드는 대신, 왼손에 든 손바닥 길이의 니들을 손가락으로 핑그르르 돌렸다.

칼을 휘두르는 그 짧은 틈에 저거로 귀태의 배를 찌른 거였다.

그야말로 전투에 닳고 닳은 변신족이 할 만한 짓이었다.

“잘 피하네. 그, 불멸자의 직감 같은 건가?”

즐긴다.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놈은 이 순간을 오롯이 즐기는 중이었다.

우미호가 뒤에 있는 것도 즐겁고, 포기하지 않고 덤비는 방귀태의 존재도 굶주린 개의 가학적인 욕망을 부추기는 중이었다.

굶주린 개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보기만 해도 속이 메슥거렸다.

변신 상태인지라, 얼굴이 이미 개 대가리다. 변신족도 변신 형태가 좀 갈리는 편인데, 이쪽은 짐승 모습에 가까운 타입이었다.

그런 놈이 인간의 말을 하고 혀로 입술을 핥으며 입맛을 다시는 걸 보니, 구역질이 났다.

섬광탄과 수류탄 몇 개를 던져서 폭사하는 작전을 펼치고 싶어도.

‘그럼 다 같이 매장될 것 같은데.’

물론 수틀리면 그렇게라도 할 것이다.

“후후후.”

귀태가 웃는다.

이 미친놈은 아플 때 웃기로 했나 보다.

우미호의 시선을 느꼈는지 귀태가 입을 열었다.

“단둘이 있으니까 데이트하는 거 같지 않냐?”

“……방금 배에 구멍 나지 않았어? 머리 안 맞았잖아?”

상대가 여유를 부리는 통에 블러드 젝을 하나씩 나눠 꽂은 둘이다.

마약도 몇 개 삼켰다.

하지만 둘은 혼혈, 그러니까 유광익과는 다른 혼혈이다.

급속 재생 같은 건 꿈도 못 꿨다.

방귀태도 다리 한쪽을 당하긴 했다. 다만, 반쯤 잘리는 대신 깊게 후벼 파인 상처만 있을 뿐이지.

칼을 세워 몇 번 내리치더니, 결국 슈트에 구멍을 낸 굶주린 개의 짓이었다.

지독한 새끼.

지금 막, 상대의 몸에 치명상을 줄 수 있는 레이저 소총을 잃었다.

그런데도 웃으며 데이트라는 말이 나오다니.

머리에 이상이 있는 게 분명하지 않나.

“그리고 다리가 이 모양인데 지금 내 팬티가 눈에 들어와?”

“내 이름은 방귀태. 언제나 사랑하는 여자와 단둘이 있는 순간을 꿈꿔 왔지만, 이걸 기회로 이용하지는 않는 남자.”

뭐라는 걸까. 이 새끼는 진짜 돌아 버린 걸까.

재밌다는 듯, 굶주린 개가 피식거리며 지켜봤다.

방귀태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할 말은 하는 남자. 나랑 결혼해 줄래?”

세상 미친놈.

“연애도 안 하고?”

“연애 따위, 결혼 이후에 하면 그만이다. 내 이름은 방귀태, 세상이 정한 대로 살지 않는 남자.”

우미호는 진심으로 웃음이 나와 버렸다.

푸하하 하고 웃어 버린 우미호는 입을 열었다.

“하자, 해.”

방귀태를 알고 나서 처음 보여 주는 웃음이었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귀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웃음을 잃은 적이 없었다.

돌아선 방귀태가 읊조렸다.

상대에게는 들리지 않고 바로 뒤에 앉은 불멸자에게만 들릴 크기의 목소리였다.

“포기는 없다. 여보.”

미친 새끼, 여보라니.

몸만 괜찮으면 깔깔 웃고 싶었다.

“다 놀았냐?”

스르르르르릉.

굶주린 개는 손에 쥔 칼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반대쪽 손에 든 니들을 비스듬히 눌러 밀었다.

어지간한 송곳이라고 해도 좋을, 바늘 형태의 무기가 섬뜩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어차피 저건 내가 위아래 내가 따 먹을 건데, 재밌네, 사랑 놀음이라니.”

놈은 말하고 또 말했다. 꽤 수다스러운 편인 놈이었다.

“옛날부터 해 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너 불멸자잖아. 여기저기 백 번쯤 자르고 찔러도 안 죽을까? 너희가 만날 말하는 거 있잖아. 정신이 안 죽으면 죽지 않는다.”

몸을 살점 단위로 분쇄하지 않는 이상, 불멸자는 쉬이 죽지 않는다.

다만, 정신이 피폐해지면 재생은 이뤄지지 않는다. 가학적인 고문은 불멸자를 죽이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다.

“내가 고문감별사 새끼보다 더 재밌게 해 줄 자신 있어. 기대해도 좋아.”

욕정이 끓어오른 사냥개의 눈알이 빨개졌다.

좋은 신호는 아니었다.

다시 전투가 이어진다.

방귀태는 덤볐다.

껍질 벗기든 슈트를 가른 칼날 덕에 얼마 되지 않아, 방귀태는 너덜너덜한 바지 대신 피로 지은 옷을 입었다.

눈알을 찔렸다.

터진 눈알 사이로 질척한 액체가 흘렀다.

발가락이 잘렸다.

신음 한 번 흘리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입을 열었을 뿐.

“내 이름은 방귀태.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전신이 피로 물든다.

귀가 잘린다. 손톱이 뜯긴다. 손가락이 잘린다. 살점이 떨어져 나간다.

“내 이름은 방귀태, 넘어갈 때까지 나무를 후리는 남자.”

그럼에도 방귀태는 말했고.

굶주린 개는 참 열심히도 칼을 휘둘렀다.

발목이 잘리고, 방귀태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 위에 선 굶주린 개가 빙글빙글 니들을 돌리다가 왼손등 위로 꽂았다.

푹 하고 땅과 손바닥이 하나가 됐다.

팅.

놈이 무슨 조작을 하자, 니들 기둥에서 자잘한 칼날이 튀어나왔다.

“이거 원래 불멸자 사냥 도구거든.”

몸에 꽂아, 칼날이 나오면 그대로 박혀 버리는 형태의 칼이다.

“내 이름은 방귀태, 천 번을 쳐도 안 넘어가는 나무를 베는 남자.”

그놈의 나무는, 무슨 헛소리인지.

“그래, 수고해라.”

똑같이 생긴 니들이 왼 손목을 시작으로 팔뚝에 꽂혔다.

곧 한쪽 팔이 무슨 나비 표본처럼 땅에 박혔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던 우미호의 입이 열렸다.

“그만해, 이 발정 난 개새끼야.”

전에 없이 흥분한 그 어투에 굶주린 개가 킁- 하고 콧김을 뿜었다.

“난 여자가 반항하면 더 좋더라.”

놈이 말하며 몸을 돌렸다.

흥미가 떨어진 장난감을 뒤로한 채, 새로운 장난감을 맞이한 아이 같은 흥분이 엿보였다.

사냥개의 낯짝인지라, 우미호는 그게 더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 이런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저 뒤에 한쪽 팔을 바닥에 나비 표본처럼 끼운 방귀태만 보였다.

그 귀태를 보던 우미호는 어금니를 깨물고 말했다.

“내 이름은 우미호, 포기하지 않기로 작정한 여자.”

“……뭐?”

굶주린 개가 털털 걸어오다가 되물었다.

그러다 곧 피식 웃었다. 저 둘이 뭘 하든 상관없었다. 그리 생각했다.

그렇게 바닥을 밟는 순간이다.

틱.

틱? 무슨 조각을 밟았나?

붕.

지향성 폭발 장치.

밟는 순간, 쇠 구슬이 위로 솟는 지뢰 형태의 폭발물이었다.

굶주린 개는 급했다.

그는 이 전투에서 처음으로 전력을 다했다.

전신 근육이 순간 응축되며 시간을 쪼갠다.

특수종 세상을 살며 목숨을 위협당한 적이 몇 번인가.

이건 위협에도 속하지 않을 터였다.

‘피할 수 있다.’

확신한 개가 땅을 박차려는 순간이다.

턱.

누군가 제 발목을 잡았다. 타이밍이 적절했다. 개가 균형을 반쯤 잃었다.

굶주린 개의 몸이 옆으로 기울어진다. 기울어지며, 놈은 제 발목에 일어난 일을 확인했다.

“내 이름은 방귀태.”

입 모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리 중얼거리는 중이었다.

두 눈은 파 버려 보이지 않고 귀는 잘라서 피를 철철 흘린다. 사지 중 멀쩡한 곳도 없었다.

그 와중에 땅에 꽂아 두기까지 했다.

자신이 우미호와 즐기는 걸 들으면 꽤 즐거울 듯했다.

그런데 이건 뭔가.

‘이 미친 또라이 새끼가.’

방귀태는 기척을 죽이게 제 팔을 자르고 왔다. 기어왔다.

그가 다가온 흔적이 길게 남았다. 흐르는 피가 긴 선을 그렸다.

그 와중에 기척을 죽여? 뒤에서 다가오는 걸 못 느꼈다.

불멸자는 다 이런가?

아니다. 그가 만난 불멸자는 다 이렇지 않았다. 이럴 수 없었다.

다치고 지친 방귀태는 굶주린 개를 더 붙잡지 못했다.

굶주린 개에게는 다행이었다.

꽈꽝!

폭발이 일어남과 동시다. 짧은 틈에 굶주린 개가 땅을 발로 찼다.

한순간 전심전력으로 몸을 날렸다.

폭음과 함께 쇠 구슬이 위로 치솟았다. 일어난 폭발은 불꽃을 폭죽처럼 치솟게 하더니, 통로 위쪽에 구멍을 뚫었다.

콰아아아- 하고 뚫린 구멍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흙무더기가 우수수 떨어졌다.

이대로 무너질 법도 했지만, 통로는 버텼다.

“끄아아아!”

우미호는 끔찍한 비명을 들었다. 고통에 몸을 맡긴 변신족의 비명이었다.

“이 미친 연놈들!”

개는 죽지 않았다. 대신 오른쪽 어깨부터 허리춤까지 피를 줄줄 흘렸다.

굶주린 개의 마지막 발악은 통했다.

몸을 틀어 폭발의 여파를 오른쪽 반신에 국한됐다.

그 와중에 오른팔이 날아갔지만, 그래도 살긴 살았다.

크르르.

굶주린 개의 입가에서 피가 흘렀다. 놈은 쓰러진 귀태와 미호를 보며 팔 근육에 힘을 줬다.

꽈득.

근육이 조이자 흐르는 피가 줄었다.

근육 조절은 변신족의 장기다.

개는 시선은 그대로 둔 채, 제 상처를 대강 수습했다.

살의가 끓어올랐다. 병신 같은 불멸자 둘에게 당했다는 게 더 화가 치솟기도 했다.

“곱게는 안 죽인다.”

그리 말하며 놈이 다가 온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내 이름은 방귀태, 난 포기를 모르는 남자.”

그 앞을 다시 방귀태가 막았다.

이 미친 방귀태.

돌아가면 정말 키스라도 해 줄 것이다. 살아 돌아간다면 정말 그리해 줄 것이다.

우미호는 그리 생각하며 어떻게든 자세를 잡고 무기가 될 만한 걸 찾았다.

끝이 뾰족한 돌이 보여 그걸 들었다. 한쪽 무릎으로 땅을 지탱하고 돌을 든다. 전투라고 하기 어려운, 일방적인 싸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할쏘냐.

‘나 또한 포기를 모르는 여자, 내 이름은 우미호.’

속으로 방귀태의 말투를 따라 한 우미호다. 방귀태의 등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대로 죽더라고 정말 한치의 아쉬움이 없는 것 같았다.

우미호는 아니다. 그녀는 아쉬웠다. 그래서 간절히 살길 바랐고.

터벅터벅.

굶주린 개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분노와 함께 서너 걸음 다가온 순간이었다.

“거기까지.”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정확히는 폭발로 인해 위에 뚫린 구멍에서 휙 하고 웬 덩치 큰 여자가 뛰어내렸다.

그걸 본 굶주린 개가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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