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규격 외 혈통 천재-327화 (327/488)

327. 함정 X 함정 (1)

김정아는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비약부터 먹었다.

박병준 박사가 밤낮을 새우며 만든 비약은 총 세 가지였다.

“한 번에 세 개를 다 먹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절대로, 그건 제발 하지 마.”

숫제 애원 조였다.

김정아는 박사를 존중했다.

그녀는 세 개의 비약 중 두 개만 먹었다.

하나는 재생 비약, 다른 하나는 근력 비약이다.

불멸자의 마약과 비슷하지만, 그 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쪽은 일반인을 특수종처럼 싸우게 해 주는 수준의 약이니.

재생 비약은 단 5분이지만, 불멸의 재생력을 갖게 해 준다. 수명이 깎인다고 들었지만, 수명이 깎이는 걸 걱정했다면 프로메테우스를 복수 대상으로 삼지도 않았을 터였다.

근력의 비약도 마찬가지다. 이 또한 단 5분이지만, 변신족의 근력을 갖게 한다.

오랜 시간 비약을 먹었기에 몸이 망가졌지만, 망가진 만큼 적응력도 남달랐다.

그로 인해 오롯이 김정아 전용 비약이 탄생한 거고.

박병준 박사는 훌륭한 연구자였다. 비약 연구 성공의 반은 그의 몫이다. 그리고 남은 반은 그동안 깡과 악으로 버틴 김정아의 몸이었고.

부드러운 미소로 고문 감별사는 김정아를 위아래로 훑었다.

“일반인? 비명은 좀 지르는 편이길 바랍니다. 전 통증을 못 느끼거든요.”

불감가학에 취한 통증 변태가 말했다. 전략적 우위에 섰음을 확신한 말투라고 김정아는 생각했다.

그럴 만도 했다.

여긴 프로메테우스의 함정이니까.

폭발로 인해 인원 전부가 흩어지는 건 예상 못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

김정아는 생각하며 캐쉬 히포의 탄을 확인했다.

그사이 고문 감별사는 세 종류의 칼을 꺼냈다.

끝이 휜 낚싯바늘을 닮은 송곳, 반월형의 칼날, 곧게 솟은 칼날이다.

놈은 칼질을 즐겼다. 총알보다 확실히 상대를 통증의 세계로 초대할 수 있으니, 그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좋은 무기라 할 수 있었다.

꽝!

캐쉬 히포가 불을 뿜었다.

좌측, 통로 옆에서 싸우는 기남을 사정권에 두지 않도록 신경 써서 쏜 탄이다.

고문 감별사는 총구의 방향을 보고 피했다.

어지간한 특수종이라면 할 수 있는 재주다.

캐쉬 히포는 장전과 발포에 시간이 소요된다. 연사가 불가능한 무기였다.

김정아는 캐쉬 히포를 내려두고 활을 꺼냈다고 도로 내렸다.

활로도 맞출 수 없을 것이다.

상대는 불멸자다. 감각의 날이 서 있는 동안 눈먼 화살에 맞을 일은 없을 터였다.

“포기하지 마세요. 힘내요. 다 죽은 생선을 칼로 쑤시면 재미가 없단 말입니다.”

놈이 양손에 쥔 칼을 빙글빙글 돌리며 걸어왔다.

김정아는 그걸 보며 고개를 숙이며 헬멧을 고쳐 썼다.

고문 감별사는 제 몸의 고통을 돌보지 않는다. 그걸 무기로 삼는 불멸자라니, 얼마나 까다로운 상대인가.

곧 김정아와 고문 감별사가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섰다.

“포기한 건 아니죠?”

웃는 낯이다.

아, 개자식.

김정아는 그리 생각하며 칼을 뻗었다. 마주 칼날이 날아온다.

푹! 푹!

서로의 몸을 칼날이 헤집었다.

회칼처럼 곧게 뻗은 칼날이 김정아의 폐 부근을 찔렀다. 칼날이 부르르 떨리며 방검복을 손쉽게 꿰뚫었다.

“방검복이어도 뚫릴 거예요. 이거 사이오닉 기어거든요.”

놈이 중얼거린다. 퍽 이나 즐거워 보였다.

다만, 그 즐거움이 오래가진 못했다.

박진감 따위는 개나 줘 버린, 방어를 도외시한 칼질이 오간다.

고통이 없다고 해서 몸의 구조가 바뀌는 건 아니다.

불멸자라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다.

둘은 서로의 힘줄을 자르고 벴다.

고문 감별사는 상대의 통증을 즐기는 미친 불감가학병 환자였다.

놈도 마찬가지로 움직였다.

인체 구조를 잘 아는 건 놈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러니까 치킨 레이스였다.

양쪽 팔의 힘줄이 잘리고, 폐와 간장 부위에 나이프를 찌르는 것까지는 같았다.

부르르.

상대의 통증의 정도를 느끼는 건 어떤 감각일까?

모른다. 다만, 고문 감별사는 칼질과 함께 희열이 찬 눈알을 굴렸다. 몸을 부르르 떨었다.

김정아는 그걸 빤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퉤!”

침 뱉기?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그런 생각도 잠시였다.

움찔.

통증은 없어도 언제나 제 의지대로 움직이던 몸이, 근육이, 신경이 굳는다.

‘무슨?’

그런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다.

눈앞에 있던 반쯤 미친 일반인 여자가 미소를 보였다.

그 입가에 암녹색의 거무죽죽한 액체가 흘렀다.

독이었다.

고문 감별사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걸 느꼈다. 시야가 막힌다. 감각이 말을 듣지 않는다.

코와 입으로 들어가며 몸을 급속도로 마비시키는 종류의 독이었다.

어지간한 독에 내성이 있는데도 당했다.

쉭!

고문 감별사는 거리를 주지 않기 위해 한 손으로 김정아의 헬멧 어림을 잡고 나이프를 가로로 그었다.

아직 촉각은 남았으니, 닿는 거리에 상대가 있으리라.

스컥.

칼날이 헬멧을 가르고 김정아의 이마에 긴 금을 만들었다.

이마에서부터 울컥하고 피가 튀며, 눈과 코 위로 쏟아졌다.

김정아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이런 아픔 따위야.

무수한 나날.

김정아는 불멸자, 그것도 미친 순혈 불멸자와 싸우는 장면을 상상했다.

수백 번의 시뮬레이션이다. 준비된 싸움이었다.

김정아는 힘줄이 잘린 팔 대신 치아로 나이프 손잡이를 물었다.

독이야, 그동안 내성을 기르기 위해 몸에 소량씩 투여해 왔다. 내성을 일부러 기른 거다.

이걸 알았을 때, 박병준 박사는 질리다 못해 안색이 파랗게 질렸었다.

김정아는 입에 문 나이프로 상대의 눈알을 찍었다.

푹!

안구가 터지며 맑은 액체와 피가 섞여 흘렀다.

김정아의 목에 핏대가 또렷하게 섰다.

그녀는 목에 힘을 주고 밑으로 칼날을 그었다.

뜨드드득!

치아를 통해 상대의 근육을 찢고 살을 가르는 감각이 여실히 전해졌다.

김정아는 치명상에 가까운 상처를 입힌 뒤에, 발로 상대를 밀쳤다. 뒤로 쿵 하고 넘어진 놈이 터진 눈을 손으로 눌렀다.

비약을 먹었어도 재생력은 상대가 위였다.

“빌어먹을.”

불감가학병이 걸린 불멸자는 통증을 모른다. 다만, 그게 공포를 모른다는 말과 같진 않았다.

어설프게 힘이 돌아온 왼손을 쥐었다 펴며, 김정아는 나이프를 비스듬히 세워 상대의 힘줄을 다시 야무지게 잘랐다.

서걱서걱.

라이트 비즈의 빛이 만든 음영 덕분에 반쪽 얼굴이 검게 물든 김정아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너 뭐하냐? 나 안 아파.”

고문 감별사가 혀를 놀렸다.

김정아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주 신중한 손짓으로 톱질하듯, 나이프로 상대의 머리통을 썰었다.

“어? 너 뭐하냐?”

김정아는 답하지 않았다. 묵묵히 할 일을 했다.

머리통에다 톱질이다.

“야아아.”

말이 늘어진다. 뇌에 손상이 간 거다.

불멸자의 신체를 조각 단위로 분쇄하면 죽을 확률이 높다는 건 확인된 사실이다.

거기다 마음이 죽으면 죽는다는 것도.

그럼 이게 효율적일까?

그럴 리가 있을 턱이 있나.

어설프게 다져 놓으면 재생할 것이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써야겠지.

긴 세월 특수종과 싸운 사람은 그들을 죽이는 방법을 연구했다.

김정아는 그중 하나를 알았다.

슈트 주머니에서 손가락 두 개 두께의 캡슐을 꺼내, 그걸 열린 머리통 안으로 넣었다.

“으헤에.”

놈이 이제는 웃음을 흘렸다.

김정아는 묵묵히 칼을 들어 캡슐을 깼다.

뇌에 직접 때려 박는 화학조미료다.

아더 사이드 세계에는 ‘악몽초’라는 게 있다.

향만 맡아도 졸음이 오고, 잘못해서 악몽초를 씹거나 먹으면 영원히 잠든다.

그리고 잠든 사람은 서서히 말라 죽는다.

실제로 향을 맡았다가 살아난 사람의 증언을 토대로 악몽초란 이름이 붙었다.

극악에 가까운 화학 물질.

인간의 뇌에 지옥문을 여는 풀이다.

우스운 게, 이걸 정제하면 탈모 치료제의 재료 중 하나가 된다는 거다.

김정아는 놈의 머리통을 다시 여며 주었다.

이거로 고통을 느낄까?

모른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놈의 몸이 간질을 일으키듯 들썩였다.

적어도 꽤 좋은 꿈은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죽기 직전까지, 그가 생각하는 최악의 악몽이 계속될 것이다.

“끄르륵.”

곧 거품도 문다. 그래도 불멸자다. 단숨에 죽진 않을 것이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혹시나 모르니.

김정아는 상대의 팔다리를 정성스레 잘랐다.

근력 비약 효과가 떨어졌지만, 전투 불능이 된 불멸자를 자르는 데 힘이 부족하진 않았다.

김정아는 칼질하며 속으로 되뇌었다.

‘이제 하나.’

그야말로 긴 세월 기다리고 기다렸던 작은 복수였다.

그녀는 흡족했다.

쓰러진 불멸자의 터진 안구 너머에서 흐르는 핏물이 눈물처럼 보였기에 더욱 마음에 들었다.

거품을 무는 것도 몸을 떠는 것도, 가끔 비명에 가까운 잠꼬대를 하는 것도.

전부 마음에 들었다.

그런 순간이었다.

팟.

한순간 밝은 빛이 눈가를 쐈다.

“소속과 이름을 밝혀라.”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다. 어설픈 발음이었다. 즉, 한국 사람은 아니다.

적이라면 난감할 터였다.

김정아는 만족하며 그리 생각했다. 그건 기남도 마찬가지였고.

전투 불능까지는 아니지만, 꽤 험악한 전투의 여파로 몸이 말이 아닌 둘이었다.

* * *

폭발이 일어난 순간, 혜민이는 자신을 밀치는 손길을 느꼈다.

‘멍청이가.’

이 강혜민이 그따위 폭발에 휘말려 죽을까?

그럴 턱이 없지 않나.

그런데 왜 제 몸을 도외시하고 덤비는지.

다들 알 것이다. 폭발이 일어난 순간, 가장 빨리 움직인 건 광익이란 걸.

그가 주변 사람을 밀어내고 혼자 폭발의 여파를 감당했다는 걸.

“후.”

혜민은 숨을 한 번 내쉬는 거로 걱정을 털어 냈다.

다들 자신과 비슷할 거다.

“왜? 광익이 걱정돼서?”

옆에서 동훈이 말했다. 폭발 당시 같이 밀린 둘이다.

“조금요.”

“다 알고 온 거잖아. 이 정도는 예상 범주 안으로 봐야지.”

“알아요.”

불퉁한 어조는 아니었다. 어찌 됐든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 그럼 일단 잠시만.”

입을 연 동훈은 슈트에 묻은 흙을 털고 헬멧을 조작해 적외선 시야를 켰다.

어둠 속에서 물체의 윤곽이 흰색 선으로 보였다.

움직이는 물체는 없고.

공터를 터트리며 연쇄 폭발이 일어나 에브리바디 생매장 엔딩은 되지 않았다.

‘공터에 모여 있던 놈들은 다 죽었겠지만.’

아무리 좋게 봐 줘도 그놈들이 살긴 글렀다.

어쨌든 이 일을 계획한 입안자라고 해도 생매장 엔딩은 피할 것이다.

유광익이 어떤 놈인데.

이 정도로 죽진 않는다. 설령 산에 묻혔다고 해도 가까스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정도로 폭약을 숨겼으면 이미 눈치챘지.’

폭약의 위치와 양까지 조절한 교묘한 함정이다.

‘돌 하나 던져서 새 두 마리를 잡을 속셈도 있겠고.’

누가 뭐래도 미친 과학자 무리에서 해부하고 싶은 특수종 올 타임 넘버원은 광익이다.

그리고 이 아이, 마나 유저 강혜민도 있다.

욕심 좀 날 거다.

‘그나저나, 이거 프로메테우스만 덤빈 것치고는 스케일이 좀 크지 않나?’

잠깐 주변을 둘러보고 벽을 두드리는 사이, 흘러간 동훈의 생각이었다.

“이쪽 벽이 좀 얇은데, 뚫고 가자.”

통로 안쪽이 아니라, 폭발의 여파로 생긴 구멍 같은 곳이었다.

아무래도 예전에 파 둔 놈들이 개미굴처럼 여기저기를 파 둔 것 같은데, 용케도 다 안 무너졌다.

‘뭐, 이것저것 수작을 부려 놨겠지.’

이후에도 작전 기지쯤으로 쓸 요량이었을 거고.

동훈은 자신의 추측이 대부분 맞다는 걸 알았다.

불멸자의 피가 옅어, 직감에 의존한 방식이 아니어도 논리적 흐름을 따라가면 답이 나오는 법이다.

괜히 브레인 소리를 듣는 게 아니었다.

“그쪽 벽이요? 터트릴까요?”

“여기서 나랑 같이 묻히고 싶어? 광익이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너무 광익이 오빠랑 어울리지 마요. 말투 닮아 가.”

썩 기분이 좋은 평가는 아니었다.

“그러냐?”

“네.”

“조심할게.”

“좀 그래 주세요.”

“기필코 그러지.”

동훈은 말하며 한쪽 벽을 주먹으로 톡톡 쳤다.

폭발이라면 다 무너질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손으로 파도 되겠는데?’

동훈은 손으로 벽을 파기 시작했다.

그러며 홀로그램 맵을 켰다.

일전에 넣어 뒀던 위성 지도다.

이것과 아까 본 공터의 장면을 토대로, 동훈은 머릿속에 새로운 지도를 그렸다.

‘개미굴이 맞겠는데.’

지도에 보이지 않는 루트까지 굴이 연결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동훈은 흙이 허물어진 곳을 찾다가 위로 솟기 시작했다.

“올라가기 좋은 뷰가 아닌데요.”

굴을 파다 보니, 경사가 가팔라졌다. 뒤따라오는 혜민이 말했다.

“너무 섹시…….”

좀 전에 광익이 닮아 간다는 말이 떠오른 동훈은 말을 바꿨다.

“미안하다. 좀 참아라.”

그리 말하고 위로 굴을 팠다. 두더지가 된 기분이었다.

헬멧과 슈트가 멀쩡해서 다행이었다.

‘반쯤은 광익이 덕이지.’

마지막 순간, 몸으로 폭발의 여파를 받아 낸 광익이 덕분에 크게 다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땅굴이 얼마나 깊더라?’

지하 수십 층 깊이는 아니었다.

그리 위로 올라가다 보니, 중간에 숨을 트일 만한 공간이 나왔다.

테러범이 쓰는 통로로 보였다.

머리를 들고 설 수 있을 만큼 천장이 높았고 성인 서넛이 설 만큼 넓기도 했다.

공터에서 봤던 통로에서 연결되는 곳은 아닐 터였다.

‘위로 올라왔으니까.’

머릿속에서 완벽한 지도를 구상할 순 없었다.

그러기에는 아는 지형 정보가 적다. 그래도 지금까지 헤쳐 나온 길은 대강 외웠다.

동시에 갈 길을 가늠해야 했다.

‘어디서 신호라도 안 오려나?’

통신이 아까부터 먹통이다.

“거어기!”

“자아아아암까아안마아아안!”

생각과 함께 방향을 정해 걸어가려는 순간이었다.

통로 뒤쪽, 손전등이라도 들고 뛰는지, 휘청이는 빛과 목소리가 들렸다.

“아는 목소리는 아닌데.”

동훈이 말하고.

“간절하긴 하네요. 기다리죠.”

혜민이 답했다.

동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프로메테우스의 함정.

자신이라면 매장이 아니라 타격을 택할 것이다.

그게 확실하고 일이 끝난 후 얻는 것도 많을 테니.

통신이 안 되는 건 재밍이라도 할 테니, 그럴 거고.

‘그럼 이 타이밍에 오는 놈들은.’

때려 죽어도 아군일 순 없겠지.

곧 목소리를 내지른 이들이 손전등의 빛을 뿌리며 보였고, 금세 가시거리까지 들어왔다.

“아이고, 도가니 다 나갈 뻔했다.”

검고 긴 머리를 지닌 등산복을 입은 중년 여자가 하나.

그리고 그 뒤로 총을 든 용병으로 보이는 놈들이 셋이다.

한 팀으로 보였다.

그 한 무리가 끝이 아니었다.

반대쪽 무리, 둥근 모자에 등산복을 입은 노인과 용병 무리 셋이다.

“쟤지? 맞지?”

노인이 혜민이를 보며 물었다.

“맞아요. 오빠. 찾기 참 힘들었네.”

중년 여자가 노인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으며 말했다.

“지저분하게, 내가 할게.”

“아이, 괜찮아요.”

말하며 하하호호 하는 게, 등산 모임에서 만난 불륜 커플 같아 보였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