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규격 외 혈통 천재-258화 (258/488)

258. 이건 위기도 아니다.

난 확신하지만, 네임드 게이트가 열릴지 안 열릴지는 모른다.

대부분 그리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균열 사이로 튀어나온 인베이더가 문제가 되는 건 분명했다.

열려도 문제, 안 열려도 문제다.

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놈들을 밀집하게 했다.

작정하고 깎아 내자, 놈들은 균열 앞에 촘촘하게 대형을 이뤘다.

두두두두두!

머리 위로 고속 프로펠러 소리가 울린다.

난 말 없이 밖으로 나섰다.

내 뒤로 어머니를 포함 NS 직원 모두가 따라 나왔다.

“인베이더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일부러 저리 밀집 대형을 만든 거군요.”

오른쪽에 붙은 김근육이 말했다.

그녀는 말하고 날 슬쩍 보며 미소를 보였다.

“대단해요.”

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 여자의 감탄 섞인 칭찬이었다. 그 목소리에 진심이 깃든 게 느껴졌다.

“미친, 넌 미쳤어.”

왼쪽으로 로즈가 붙는다. 얘도 감탄했다.

뭘, 이렇게까지.

근데 둘 다 너무 바짝 붙은 거 아니니?

이거 혜민이가 보면 또 난리 한바탕 날 텐데.

얘는 무슨 마법 세계에 일 하나 처리하러 간다더니, 왜 안 돌아오나.

어디 가서 쥐어 터지고 다니지는 않을 거다.

그 성격에 욕먹고 참지도 않을 거고.

크게 걱정되는 타입은 아니지.

“마리는 오라버니에게 매번 놀라요.”

뒤에서 마리가 말했다.

“뭘 놀랄 것까지야.”

말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재수가 몹시 없군.”

그런 날 보고 요한 형이 입을 놀렸다.

난 무시하고 고개를 들었다.

자, 이제 닥치고 저 헬기가 쏘아 내는 미사일이나 구경하자고.

탄도 미사일까지도 필요 없었다.

두두두두두!

여전한 프로펠러 소리.

개틀링건을 전면에 달고 좌우 옆으로 미사일을 주렁주렁 단 전투 헬기가 여섯 대다.

헬기가 날아가는 동선을 보며 난 균열 앞을 바라봤다.

쩌저적.

지금도 균열의 금이 늘어난다. 그 안에서 금방이라도 뭔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 앞으로 모인 인베이더의 숫자를 눈으로 대강 추렸다.

수백은 넘는다.

곧 천 단위가 될 것이다.

그럼 이곳은 지옥이 되겠지.

그걸 막기 위한 폭격이 곧 이뤄질 터였다.

깨진 균열 사이로 랜스를 닮은 팔을 쭉 뻗어 나오는 휠 나이트가 보인다.

나온 놈은 바퀴를 굴리며 제자리를 찾아갔다.

인베이더 중 어떤 놈도 이쪽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인형 같았다. 생각할 수 없는 무생물처럼 보인다.

“휠 나이트와 리빙 아머는 연성 표적이 아니라 경성 표적으로 봐야겠죠? 하지만 여기는 도시니까 고폭 파편 탄두를 쓰긴 어려울 테고 딱히 저들이 건물이나 엄폐물을 찾을 것 같진 않으니 저건 열 압력 탄두를 지닌 헬 계열의 미사일이겠네요.”

조잘조잘, 말도 잘하네.

고릴라 변신을 푼 정소진이다. 어느새 다가와 입을 털었다.

“좀 달라 보이죠?”

지식을 뽐내는 여자가 자랑스레 말하기에.

“고릴라로 변했을 때보다야 확실히 달라졌네요.”

정중하게 답했다.

“이 옷 좋죠? 변신체가 됐는데 안 찢어진 거 보여요?”

소진은 강렬한 멘탈을 보여 줬다. 내 말을 흘리고 묻는다.

“네, 좋아 보이네요.”

김근육이 답했다.

“화랑? 자본의 개인가.”

로즈도 한마디 건넨다. 우리 장미 또라이는 아직 전직 시절의 입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어머, 테러범이다.”

정소진은 놀라는 척하며 말했고 곧 로즈와 둘의 시선이 엉켰다.

“미사일 나간다.”

그걸 보며 내가 말했다.

그리고 난 그 순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착각을 느꼈다.

왜?

헬기 여섯 대가 헬 계열인지, 열 압력인지, 고폭 뭔지 하는 미사일을 쏜다. 헬기 밑으로 뚝 길쭉한 쇳덩이가 내려온다.

쇳덩이 꽁무니에서 불꽃이 터진다.

“막힌다.”

아주 가끔, 자주 그럴 순 없지만, 순혈 정가의 불멸자는 초월적인 예민한 감각으로 인해 미래를 엿본다고 한다.

그걸 무기로 삼은 게 정가의 정수라고.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묘기를 기남이 보였다.

그의 말대로 됐다.

쿠우우우.

날아가는 미사일이 터졌다.

꽈과과과과광!

인베이더 무리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허공에서.

폭죽이라도 터진 듯 허공에 화려한 열기가 피어오른다. 회색 연기가 구름처럼 머리 위를 가린다.

순간 비를 막아서는 지붕이라도 생긴 것처럼 보였으나, 연기가 빗줄기를 막을 순 없었다.

쏴아아.

여전히 내리는 비가 연기를 금세 지워 내고.

“아들 말대로겠어. 저건 열리겠어.”

어머니가 말하며 다가왔다.

난 미간을 좁히며 시력을 집중했다.

그와 동시에 오감이 바짝 깨어남을 느꼈다.

육감과 직감이 경고한다.

연기와 빗줄기가 허공에 무형의 막 형태를 만들어 낸다.

육각형 도형이 딱 맞는 퍼즐처럼 이어진 형태, 헥사곤 필드다.

우미호의 눈치는 비상했다. 놀란 가운데 상황을 직시한 그녀가 말했다.

“네임드의 특이종입니다.”

불멸특수대 시절, 우리는 네임드에 대해 배웠다.

학창 시절에는 역사에 대해서도 배웠고.

휴즈 게이트 사건 당시 네임드는 악몽이었다.

그리고 그 악몽의 선두에는 그들이 직접 기른 특이종이 있었다.

특이종이라도 다 같은 특이종이 아니다.

그들의 전투력은 편차가 심하다.

이게 소년 만화였으면 사천왕 따위로 불릴 놈들.

네임드의 특이종, 유니크 인베이더다.

그중 청기사의 휘하에 있다고 알려진 놈, 스펠 나이트다.

균열 사이로 보랏빛을 뿜는 손등이 보인다. 그 위로 알아볼 수 없는 문자가 보였다.

초인적인 시력이 그걸 잡아챈다.

이제까지 쪼개지던 균열이 우드득 거리며 원형을 이뤄 홀을 만든다.

휴즈 게이트는 여러 개의 작은 홀을 만들기도 한다.

대문 곁에 붙은 쪽문의 개념이다.

그 쪽문이다.

거기서 보랏빛을 뿜어내는 여섯 개의 눈이 달린 투구를 지니고 긴 금속으로 이뤄진 망토 따위를 두른 인베이더가 나왔다.

외국에서야 유니크 인베이더 따위로 불리지만, 한국에서는 더 심플하게 이름을 붙였다.

“중보.”

소진이 중얼거렸다.

중간 보스의 줄임말이다.

하여간 게임 강국, 게임에서 빌린 단어다.

네임드를 보스로 치면 중간 보스의 개념으로 본 거다.

그중 하나가 균열을 열어젖히고 나왔다.

놈이 나오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러 보이지 않았다.

그가 열고 나온 홀에 다시 균열이 생기며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간다. 그걸 보니, 잠긴 문을 억지로 열어서 나온 것처럼 보였다.

“막-아!”

누군가 외쳤다.

변신족의 외침이었다.

이미 화랑과 기타 특수종 전력이 모인 곳이었다.

그 말에 반응한 협회 초능력자가 움직였다.

초능은 그 무엇보다 발동이 빠르다.

집중한 사이오닉 에너지가 무형의 막을 만든다.

무형 장막, 염동력 방패라 부르는 것이 인베이더와 아군의 사이를 가로막는다.

빗줄기가 무형의 방패에 엉키며 기묘한 궤도를 그리며 비켜 내렸다.

그리고 난 그 보랏빛을 뿜는 스펠 나이트 새끼가 웃는 것처럼 보였다.

여섯 개의 눈 밑에 달린 가로로 쪼개진 쇳덩이 모양 끝이 말려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헥사곤 필드로 미사일을 막은 뒤, 휠 나이트 수백이 반전했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돌아서더니, 돌진했다.

시속 100km를 훌쩍 넘는 쇳덩이가 돌격한다.

위이이잉!

후두두두두두두둑!

내달린다. 빗방울이 놈들의 갑주 위로 튕기며 비산한다.

그 모든 게 여전히 느리게 보였다.

두두두두두두두!

고속 헬리콥터 소리가 여전히 울리고.

그 앞으로 내달리는 휠 나이트의 랜스가 무형의 방패를 때렸다.

저걸 물리력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에너지로 치환하면?

수치를 알 수 없지만, 방패를 깨부수긴 충분했다.

우리는 긴장했다. 나를 포함해 모두는 예상외의 상황도 염두에 뒀다.

하나둘 모인 지휘자들도 그렇게 했다.

다만, 네임드 게이트는 이미 겪어 본 일이었다.

그 상상의 범주 내에서만 대비했기에 이걸 예상할 순 없었다.

펑! 퍼버버벅! 꽈꽈과과광!

휠 나이트의 돌격이 전면에 세워 놓은 바리케이드를 깨부순다. 달려들며 몇 놈은 그대로 종잇장이라도 된 듯 앞뒤로 짜부라져 짓이겨지기도 했지만, 아군의 피해가 더 컸다.

콰직, 쿠직!

“꺽!”

“끄억.”

비명이라도 내지르며 죽은 이들은 그나마 나았다.

가장 선두에 있던 PWAT 팀과 불멸특수대와 단군 그룹 인원 일부는 그대로 갈렸다.

랜스에 찔리고 바퀴에 깔리고 리빙 아머가 휘두른 칼날에 썰린다.

짓이기고 찢긴다.

따로 훈련받지 않았다면 그대로 토악질이라도 나올 것 같은 광경이다.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광경이 펼쳐진다.

난 몰려오는 놈들을 보며 혀를 한 번 깨물고 말했다.

“전원 대형 갖춰요. 파도가 옵니다.”

“아들, 다 컸네.”

그 말에 어머니가 내 앞에 섰다.

“선두는 엄마다.”

머릿속으로 수없이 많은 생각이 스친다.

그런 내 귀로 미호가 말했다.

“귀태, 요한, 소진 씨가 우측 날개가 되어 주세요. 좌측으로 김근육과 기남이 제가 막아요.”

“저는요?”

정직이가 묻는다.

“그쪽은 대표님 뒤에서 돌발 상황 체크.”

미호의 말은 빨랐지만, 또랑또랑했다.

모두의 귀에 쏙쏙 박혔다.

그대로 움직였다.

어머니가 선 옆으로 나도 발걸음을 옮겼다.

“제가 이 회사 대푭니다.”

“잘났다, 아들.”

“같이 가요.”

“데이트니?”

“엄마랑 이렇게 둘이 같이 뭘 하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저 파도는 예상 밖이다. 아군의 진형은 무너진다. 그럼 이곳은 아비규환이 될 것이다.

진짜 악몽의 한복판에 선 것처럼.

제대로 한 방 먹었다.

인류는 인베이더를 학습한다.

그럼 인베이더는?

이제까지 그런 경향은 계속 있었다.

그 훌륭한 과학자들이 매일 부르짖길 블랙홀은 인베이더가 연다고 하지 않았나.

겹문이나 특이 현상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이유가 인베이더가 이곳을 침략하기 위해 계속 간을 보고 있는 거라 했다.

그게 맞는다면 인베이더도 인류를 공부한 건 아닐까?

연구하고 탐구한 뒤, 한 방을 먹일 준비를 한 거다.

네임드 게이트란 건 이런 형태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엿을 먹인 거다.

난 스펠 나이트의 낯짝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인베이더는 감정이 없다.

하지만 난 그 낯짝이 계속 웃는 것처럼 보였다.

“현재 대표님 기준 3시 방향으로 치고 나갑니다. 정기남?”

“딱히 느껴지는 거 없다.”

미호가 말하며 기남의 불길한 직감까지 체크한다.

둘이 꽤 손발이 맞는 것 같은데.

“내 이름도 불러 줘.”

뒤에서 귀태 형이 당당히 외쳤다.

황당한 말이지만, 그 말에 오히려 꽉 조인 심장이 풀어지는 기분이 든다.

저 사랑에 미친 자 같으니라고.

“살아 나가면.”

미호가 그 말에 답하자, 귀태 형의 눈에 띄게 흥분했다.

“후, 오늘의 나는 어제의 방귀태가 아니다.”

저런 소리를 지껄인다.

우미호는 이걸 목숨의 위기로 보는 건가.

뭐, 그럴 수도 있다.

아군의 전력을 측정하는 건 언제나 꽤 어려운 일이다.

“아빠가 알면 저 혼날 것 같죠?”

“왜?”

“엄마 위험하게 했다고요.”

“……가능성 있지.”

짧은 대화의 끝, 시선을 다시 돌렸다.

이전, 내가 했던 전술대로 바닥에 빙판을 깔아 대는 초능 특수종 무리가 보였다.

무용했다.

그러리라 생각했다.

저 스펠 나이트가 나온 뒤부터 현재 상황까지.

난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인베이더가 전술을 쓴다.

일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더 사이드 진흙 사막에서 그랬다.

특이종의 존재가 그리 만들었다.

그럼 저 유니크 인베이더도 그리할 수 있지 않을까?

의심할 것도 없다.

그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얼린 땅을 보며 휠 나이트 무리가 곡선 주행을 했다.

거칠지만, 빙판을 피하기는 충분한 회피 기동이다.

그 뒤를 리빙 아머가 둥실 떠오르며 날아든다.

날아든 리빙 아머를 향해 변신한 무리가 달려들었다.

펑!

폭음에 절로 시선이 위로 향했다.

머리 위를 날던 헬기가 터졌다.

어찌 된 건지 보니, 기체 가운데 긴 쇳덩이가 꽂혔다.

번들거리는 보랏빛을 뿜는 쇳덩이다.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스펠 나이트의 손에서 괴상한 문자가 빛난다. 그 빛나는 손이 옆에 있는 리빙 아머의 어깨에 올라가자, 유령 갑옷이 허공에 으스러지며 길쭉한 쇳덩이 형태가 됐다.

투창처럼 보였다. 스펠 나이트는 그리 만든 리빙 아머 투창을 들어 뒤로 몸을 젖혔다.

역동적인 동작이 이어졌다.

젖힌 몸이 비틀어지며 창을 던진다.

쐐애액.

헬기의 기동성으로 저걸 피할 순 없지.

쩡, 뻥!

헬기가 허공에서 폭죽이 된다.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린다.

전면, 아군을 삶은 오징어처럼 으깨는 파도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어금니 꽉 깨물어요. 전부.”

내가 말했다.

저 파도를 헤쳐 나가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여기서 누구 하나 죽는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건 위기도 아니다. 난 그리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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