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규격 외 혈통 천재-251화 (251/488)

251. 입사 면접의 시작

불멸교는 점조직의 표본과도 같은 곳이다.

이곳의 방식을 흉내 내 몸을 숨기는 테러 단체가 수없이 많을 정도고.

일부는 평범한 종교 단체로 운영하고 그 일부에 이중으로 사람을 숨긴다.

작정하고 치자니, 골치가 아픈 방식이다.

평소에는 기부하고 어려운 아이를 돕는 공부방도 연다. 그룹홈이라고 오갈 데 없는 아이를 돌보는 것도 한다.

테러 단체라고 욕만 하기에는 하는 일이 이롭다.

사회에 이롭고 사람을 돌보는 일에 앞장선다.

정부로선 이들을 함부로 칠 수 없다는 거다.

“불멸교주님은 사람을 돌보는 걸 거부하지 않습니다.”

흔히 하는 말이다.

그 말은 맞다.

불멸교의 교리는 프로메테우스와는 다르다. 또 다른 삼대 테러단체인 이시스와도 다르고.

다만, 연구할 뿐이다.

뒤로는 사람의 몸을 헤집고, 연구해 불멸의 비밀을 인간의 몸에 심으려 한다.

전 세계를 통틀어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후원하는 가장 큰 단체다.

자기들이 그런 집단을 몇 개 가지고 있기도 했고.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은 구리다.

그러니 테러 단체고.

이런 교회 중 몇 개는 불멸교의 테러 집단이 되는 거고, 몇 개는 기부나 긍정적인 활동만 이어 간다. 물론 뒤섞인 교회도 있다.

우연히 불멸교 핵심을 잡아도 서로 연결되는 연락망도 없다.

하나둘을 잡는다고 그 머리, 사도나 그 위를 잡기는 어렵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도 흔적은 남기 마련이었다.

올드 포스 휘하 세계 정부 연합도 그런 정보를 몇 개는 취합해 가지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의심에 가까운 것이기에, 그래서 발로 뛰며 찾을 필요가 있었다.

“누구시죠?”

깜빡이는 가로등 사이로 남자의 얼굴이 잠깐 비쳤다가 사라졌다.

교회 앞을 쓸던 신도는 인기척에 미간을 찌푸리면 되물었다.

새벽 4시 30분, 누가 찾아올 시간은 아니지 않나.

평소와 같이 산책하는 할아버지 한 분을 제하고는 누가 돌아다닐 시간이 아니다.

이곳이 번화한 도시도 아니니, 술 먹고 취해 바닥에 널브러질 젊은 사람도 없다.

“주교를 불러와라.”

가로등 밑의 남자가 말했다.

“네?”

눈을 깜박인 신도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나, 십이사도다.”

남자의 말에 신도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 어? 네? 잠시만요.”

놀란 그가 되돌아가 제 교회의 가장 높은 사제를 찾았다.

사제가 앞으로 나왔다.

“사도께서 어쩐 일로?”

남자는 같은 짓을 여덟 번째 반복하는 중이었다.

“안에서 얘기하지.”

안으로 들어가며 고위 사제는 상대를 살폈다.

살핀다고 뭘 알 순 없었다.

불멸의 십이사도는 철저히 베일에 싸인 존재다.

그리스도의 십이사도를 흉내 내 만든 그들은 불멸교주의 제자라 한다.

이 교회의 고위 사제가 아는 건 딱 거기까지다.

이제까지 이런 일이 없었으므로 꽤 황당하기도 했다.

“어쩐 일로 여기까지.”

걸으며 물었다.

교회는 크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이나 모일 법한 소규모다.

근처에 있는 기독교에서는 이곳을 사이비라 낙인찍었지만, 그들보다 구호에 더 힘쓰는 곳이다.

그 자본이 테러 단체에서 나온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베푸는 도움이 퇴색되진 않으므로, 근처 주민들에게 배척받진 않았다.

“수석을 만나러 왔다.”

사도가 말했다.

고위 사제는 의심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있었던 일이 아니지만, 십이사도는 워낙 신출귀몰하지 않나.

그래도 정해진 규칙을 어기진 않았다.

“교주님의 아침은 여전하십니까?”

암구호다.

그걸 들은 사도는 걸음을 멈췄다.

여덟 번째, 같은 짓을 한 덕분이다.

고생 끝에 낙이 왔다.

“여기구나.”

“……당신.”

점조직의 단점.

유연호는 그걸 잘 알았다.

서로 얼굴을 모른다는 거, 자신이 사도로 위장해도 모른다.

이제까지 여덟 번 모두 같은 방식으로 일했다.

시선을 끌고 뒤를 털어 보기도 하고, 말로 떠보기도 하고.

서로 얼굴을 모른다면, 그럼 뭘 정해 놓지 않겠나.

암구호다.

올드포스가 가진 정보의 조각은 두 개였다.

하나는 이들이 가진 암구호의 물음.

답은 모른다. 알 필요도 없고.

두 번째는 특정 나라의 특정 구역.

그리고 이들이 찾는 건 수석 사제다.

차기 사도로 내정된 사제.

사람이든 짐승이든 제 자식을 건드리면 폭주하는 법이다.

‘암살자를 보내?’

아들의 신변을 위협했다.

화가 치솟았다. 그렇다고 해서 흥분할 필요는 없다. 아들은 잘 대처했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란 법은 없다.

유연호는 상대가 한 일을 똑같이 해 줄 생각이었다.

제 아들을 건드린다면 불멸교의 자라나는 새싹을 짓밟겠다고.

그 새싹이 바로 수석 사제다.

그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고 실력을 쌓는 사제다.

불멸교는 그리 사제를 밖으로 내돌린다.

기본 교육과 훈련을 마친 방랑 사제는 시험을 통과하면 수석 사제가 된다.

차기 사도의 지위에 오른다.

그 수석 사제 중 하나가 있는 곳.

느낌이 왔다. 이곳이었다.

암구호를 묻는다는 건, 이곳에 뭔가 있다는 거다.

“이제 아침이 혈기 왕성할 나이는 아니지.”

개인적으로 그 교주를 알기에 유연호는 그리 말했고.

당연히 그건 답이 아니었다.

“당신 누구…….”

사제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유연호의 손이 더 빨랐다. 목을 틀어쥐고 꺾는다.

우득.

뼈 부러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곳에 있는 신도 모두가 수석 사제의 존재를 아는 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아는 놈은 있겠지.

어떻게 꾀어낼까, 숨은 놈을 찾는 것보다 더 쉬운 방법은 많다.

유연호는 특기를 발휘했다.

사우전드 페이스.

천 개의 얼굴, 천 개의 목소리.

상대의 손짓, 목소리를 카피하는 게 그 특기다.

목을 가다듬고 말한다.

“습격, 습격이다. 수석 사제를 보호해라.”

놀랍게도 조금 전 사제의 목소리와 같다. 목소리 카피다.

그 목소리의 효과는 유효할 것이다.

특히 상대가 불멸자라면 더 그럴 것이다.

그 추측은 맞았다.

귀에 붙인 무전 패치를 통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셋, 아웃, 트레이싱.”

세 명이 밖으로 나왔고, 쫓는 중이란 거다.

쫓았다.

결국, 잡았고.

숲 언저리에 잡힌 셋 중 하나가 덤볐고.

피와 살이 튀는 시간이 지났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피닉스 팀은 한국 제일을 논하며 그중에서도 유연호는 세계에서 손꼽힌다.

어둠을 뚫고 여명이 오르는 시점에 수석 사제는 양다리가 반쯤 잘린 채 피를 질질 흘리며 반쯤 쇼크 상태에 빠져 있었다.

“아는 거 말하면 풀어 준다.”

유연호가 그걸 보고 말했고, 수석 사제는 피식 웃으며 받아쳤다.

“지랄.”

그래, 말하겠냐.

불멸교는 독하기로 유명하다.

유연호는 고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대신 또 움직였다.

일본에 있다고 추측되는 수석 사제는 셋이다.

그는 발품을 팔아서 셋 모두를 조질 생각이었다.

그리고 피닉스 팀의 수석 사제 습격은 확실히 불멸교를 놀라게 했다.

당장 광익에게 암살자를 보내는 걸 잊을 정도로.

그들은 지금 누가 공격하는지도 몰랐다.

피닉스 팀의 특기 중 하나는 방해 공작이다.

그들은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조졌다.

* * *

“저 가요.”

절제된 감정 속에서도 한줄기 아련함이 엿보였다.

김정아의 말에 중봉은 평소와 똑같은 자세로 고개를 끄덕였다.

발은 책상 위에 올리고 홀로그램 폰을 쥔 채, 뉴스 따위를 보면서다.

“가.”

따뜻한 날의 오후.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에 꽃송이가 피어나는 날이었다.

김정아는 말한 뒤에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입술을 우물거리지도 않았고, 주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중봉은 그 무표정 속에서 자신과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아이가 주저함을 알았다.

준비는 다 하고 가는 걸까?

김정아는 비약 인간이다.

좋게 말해서 비약이지, 이제는 마약에 중독된 몸에 가깝다.

비약 없이 살 수 없는 몸이란 거다.

지금까지야 불멸특수대의 지원으로 아낌없이 비약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NS 꼴통이 세운 회사로 간단다.

신사임당을 허공에 흩뿌리는 수준으로 회사 네임벨류를 높인다고는 하는데, 비약이란 게 그리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인가.

아니다. 긴 세월 연구와 그만한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프라도 필요하다.

암시장에서 구하려고? 그건 또 다른 문제다.

암시장의 비약은 화림 연구 개발팀에서 만든 것보다 수준이 떨어진다.

그나마 개인 장비, 커스터 마이징한 기어는 들고 가겠지만, 그 외 기본 장비는 가져가진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간단다.

걱정이 겹치지만, 중봉 또한 얼굴에 그게 드러나진 않았다.

“내일부터 안 나와요.”

김정아가 불쑥 입을 열었다.

“알아.”

다시 짧은 대화가 오간다.

옆에서 듣고 싶지 않아도 그걸 보던 2팀 팀장이 제 팀원을 데리고 나가며 말했다.

오랜만에 잡힌 대규모 출장 임무였다.

사실 다 나갈 필요는 없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이런 액션도 필요한 법인지라, 2팀 전부를 데리고 나가는 참이었다.

“니들은 차라리 말싸움을 해라. 옆에서 보면 아주 찬 바람이 쌩쌩이야.”

“상관 마라.”

중봉의 말에 2팀 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제 팀원을 향해 말했다.

“일이나 하러 가자.”

그리 2팀이 떠나자, 사무실 안이 더 삭막했다.

중봉은 여전히 같은 자세였고, 김정아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프로메테우스를 향한 복수심으로 제 몸을 가혹하게 굴린 인간.

특수종이 아닌 인간이다.

비약 인간 프로젝트가 김정아로부터 시작된 건 아니지만, 성공은 이 아이뿐이다.

그게 체질 때문인지,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렇다.

잘도 정아를 놓아주는군.

중봉은 남명진 사장을 향해 속으로 말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쉬이 놓아주는 이유는 뭘까.

뻔했다.

더는 정아의 몸을 통해서 얻을 결과가 없다는 거다.

유효한 결과를 얻었다면 이미 연구 개발 팀 깊숙한 곳에 보관되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니 내보내는 것에 그리 큰 고민이 필요친 않겠지.

꾸벅.

한참 말없이 있던 김정아가 고개를 숙였다.

중봉은 눈을 돌리지 않았다. 홀로그램 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고, 김정아는 돌아섰다.

짐을 챙겼다.

이대로 영원히 보지 못할 사이가 되지는 않겠지만, 지금과 같이 매일 보는 그런 관계가 되진 않는다.

서운함을 느낀다. 하지만 중봉에게 이런 이별은 익숙한 일이었다.

아니, 오히려 축복해 주고 싶은 일이다.

죽지 않고 멀쩡히 살아서 제 품을 떠나는 새끼를 보는 게 얼마 만인가.

‘……최근에 좀 많긴 했지.’

남 사장이 버린 꽝부터.

감옥에 갇힌 동훈이도.

이제는 김정아도 떠난다.

꾸벅.

짐을 다 챙긴 정아가 다시 고개를 숙인다. 그 입이 떨어질 듯 벌어졌다가 닫혔다.

두어 번 더 그러다 결국 김정아는 말없이 나섰다.

이중봉의 예민한 감각은 그 입이 만들어 낼 단어를 유추해 냈다.

원해서 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레 그리됐다.

첫 번째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두 번째는 아버지.

정아는 그에게 딸과 같았다.

그래서 기뻤다.

그 딸이 비약에 중독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지도 않았고.

제 눈앞에서 죽지도 않는다는 것에.

중봉은 홀로그램 폰의 텍스트를 완성했다.

[나] 죽인다.

보내고 나서 쿡 하고 웃음이 터졌다.

곧바로 돌아온 답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저 상황이 우습다.

최근에 들어온 기남도 떠나고, 정아도 떠나고, 동훈도 없다.

외부 보안 3팀은 오늘부터 문을 닫았다.

이제 보안 3팀장은 없다.

본래 이 회사가 키워 낸 히트맨만 남았을 뿐.

중봉의 눈이 폰을 훑는다.

그곳에 쓰인 답장에 닿는다.

[꽝] 삐질 거면 오시던가요.

유광익 이 새끼.

다른 직원한테는 전부 직접 와서 간절히 말하더니, 자기한테는 삐죽 이 텍스트 하나만 던지고 만다.

아주 개자식이다.

예의 있는 척만 하고, 자기한테는 걸핏하면 이런다.

이해는 한다. 의도적인 괴롭힘이 있었으니까.

새삼스레 그걸 미안해하고 싶진 않다.

그렇다고 NS에 합류할 수도 없다.

자신은 이곳에서 할 일이 있었다.

그 순간을 위해 살아왔기에 NS에 몸담을 수 없었다.

그건 곧 정아를 비롯한 모두에게 폐다.

자신의 딸과 동생에게 그런 위험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 새끼 말하는 게 사람 열받게 하는 재주가 있으니, 답장은 썼다.

[나] 반드시 죽인다.

[꽝] 아, 네, 줄 서세요. 프로메테우스랑 불멸교랑 기남이도 있고, 하여간 대기자가 많습니다. 번호표 뽑고 덤벼 주시길 부탁합니다.

폰을 보다가 현실 웃음이 나올 뻔한 걸 꾹 참았다.

광익은 적이 참 많았다.

중봉은 걱정 따윈 집어치웠다.

알아서 잘할 것이다. 가히 미친 수준이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특수종이니까.

* * *

요새 불멸교 바쁜가.

뻔질나게 오던 암살자 새끼들이 얼굴도 안 비춘다.

하루에 평균 서너 번을 노리더니.

“딴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좀 하시죠. 저 혼자서 저 사람들 뒷조사 다 못합니다. 저 죽어요. 차라리 관둘 겁니다.”

특파라치, 신주호다.

사람 뒷조사하는 건 최고다.

그래서 새로이 사원이 오면 그 조사를 좀 부탁했는데.

나도 이럴 줄은 몰랐다.

“진정하시고요.”

음.

회사 앞, 우리 회사에 아이돌이라도 온 줄 알았다.

방송 이후 서류 전형 따윈 없고 면접으로 진행된다고 하자, 이리됐다.

“언제 시작합니까?”

“면접은 안에서 진행되나요?”

“점심은 줍니까?”

“아, 배고파, 현기증 난단 말이야.”

시작은 어젯밤부터였단다.

그런 준비를 할 이유가 없었으니, 번호표 따윈 없었다.

바글바글.

사람들이 잔뜩 몰렸다.

전부 NS 입사 희망자였다.

끔찍한 광경이기도 했다. 사람이 모였는데 질서 따윈 없었다.

동네 양아치부터 하릴없는 주부까지 온 듯싶다.

백수의 표본으로 보이는 놈도 몇 보이고.

정리가 시급했기에, 일단 사람 하나를 미리 고용했다.

화림에서 나온 인포메이션 누나다.

특채다.

아는 얼굴이기도 하고, 믿을 수 있기도 하고, 일도 잘하니까.

그 누나가 회사 앞을 정리했다.

“줄을 서세요! 줄!”

가히 전설로 남을 NS 입사 면접의 시작이었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