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복지 왕국
[NS 대표, 세최특 유광익, 공개 채용]
기사 제목은 단출했다.
내용은 더 단순했고.
특집 방송 때문이었다. 세최특이란 별명을 가진 특수종은 인기가 많았다.
가끔 지나가던 사람이 사인을 받을 정도로.
이런저런 영상에 찍히기도 했고 최근에는 성수동 특이종이 뛰쳐나오는 블랙홀 클로징에서 무지막지한 활약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 나온 방송에서 세최특은 제 할 말만 쏙 했다.
기사에 쓰인 사진 구석으로 진행자의 당황한 얼굴이 보였다.
단군 그룹의 회장도 방송을 봤고 웃음을 터트렸다.
참으로 기발한 방법이지 않은가.
회사가 크려면 맨 파워가 필요하다.
인력 없이 크는 회사는 없다.
그러므로 사람이 모여야 했다.
NS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불멸교와 순혈 정가가 손을 잡고 수작을 부렸고.
그 수작이 기가 막히게 먹혀든 거다.
미리 알았다고 해도 막을 수 없었을 터였다.
NS가 너무 튀긴 했다.
그 어떤 기업과 다른 노선으로 내달렸다.
그러니 당연히 그를 압박하려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일 수주를 막으니, 초능국을 끌어들여 해결하고.
사람이 못 모이게 하니, 방송에 나와 저리 말한다.
어찌 웃음이 터지지 않을까.
“유별나.”
호위이자 친구가 말했다.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방법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도 손주가 택한 방법은 유별났다.
당연하게도 이 일은 특수종 세상을 달궜다.
커뮤니티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1억 5천에 자살하러 가실 파티원 모집합니다(0/1)
-프로메테우스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았냐? 그럼 자살은 아니지, 시한부 인생으로 보임.
-그래도 1억 5천, 씁 욕심난다.
-싸울 사람 뽑는 건가? 그러니까 특수종 전형?
-아니, 그건 아닌 듯 홈페이지에 채용 공고 올라왔던데?
정보는 빠르게 돌았다.
NS 쪽에서 각 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올렸다.
-청소부? 인포메이션 데스크? 사무직도 엄청 구하네. 요리사에 바리스타에, 아니 이 정도면 회사가 아니라 마을 아니냐?
-복지 정책 봄?
-미쳤는데?
-3년 근속 사옥이 문제가 아니지 않냐?
-이거 감당할 돈이 있다고? 단군 그룹도 안 하는 짓을 하네.
-근데 학벌을 안 봄, 학연 지연도 의미 없음.
-이건 위험수당인 거네, 그러니까 목숨 걸고 돈 벌라 이거잖아.
-복지 졸라 탐나긴 하는데.
-한번 도전해 봐?
-자살 예정된 곳에 누가 감?
-미친 거지. 아무도 안 갈 듯.
실시간으로 글이 올라오고 그중 일부는 현재 NS가 지닌 위험성을 말했다.
-이건 쌉기밀인데 하나 푼다. 니들 범죄 소거자는 알지?
-아니, 무슨 다들 기밀 하나씩은 품고 사냐? 만날 기밀기밀거려.
-알지. 걔는 왜? 범죄조직 소탕에 목숨 건 새끼 아님? 근데 자경단이라 경찰에서 잡으려고 한다던데.
-그 범죄 소거자가 사실은 NS 사람임.
-지랄.
-기밀이라고 염병 떨 때부터 알아봤다.
-이거 진짜다. NS가 범죄 조직 조진 거야. 근데 진짜 문제는 이게 아님.
-진짜 문제는 네 뇌피셜이지.
-이게 뒤에 불멸교가 있단 거지, 지금 세최특 미친 듯이 암살 위협받고 있을걸?
-아, 네 다음 병신이요.
-새끼야, 이건 진짜 일급 기밀이야. 알려 주면 네 감사합니다, 할 것이지. 뒈질라고 자꾸 깝치네? 아이피 따면 너 어디 사는지 다 나온다.
-현피 하시게? 컴컴.
-이 개새가.
욕설이 난무한다.
이동훈은 그 욕설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키보드 워리어로 살아온 세월이 얼마던가.
이쪽 세계에도 레벨이 있다면 동훈은 만렙이었다.
말 몇 마디로 상대의 속을 긁을 줄 알았다.
-네, 다음 병신.
-너 그러다 진짜 뒈진다니까?
-네, 그다음 병신.
상대가 폭주했다.
그걸 보며 동훈은 낄낄대지 않았다.
‘정부일까나.’
정부, 또는 단군 그룹 그것도 아니면 사이오닉 협회나 테러 단체.
하여간 작정하고 NS를 경계한다.
커뮤니티나 댓글에서도 그런 경향이 많이 보였다.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사실 이것도 이리 나설 일이 아니었다.
상대를 떠볼 요량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온라인 테러를 업으로 삼은 놈들이 이리 쉽게 도발에 넘어올 리도 없고.
모니터 너머의 상대가 분통을 터트리지만, 직접 현피가 올 일은 없다.
당연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런 수작이 통할 단계는 지났다.
그래도 얄미웠기에 말 몇 마디를 덧붙였다.
-팬티 한 장 걸치고 집에서 사타구니 긁으면서 글 쓰면서 기밀은 무슨, 어머니한테 등짝 맞을 소리 그만하고 할 일 없음 딸이나 쳐라.
-너 내가 꼭 찾는다.
음. 이건 진짜 화난 것 같은데.
키보드 워리어 경력으로 쌓인 직감이 그리 말했다.
불멸자로서의 피가 옅기에 직감이나 육감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지만, 쌓인 짬은 있다.
‘화났네.’
한마디 덧붙였다. 상대가 진짜 화나서 찾아오면 그만큼 좋을 일이 없으니까.
-수고, 우리 집 미국임.
모니터 너머로 상대의 얼굴에 핏대가 서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후 더 올라오는 글은 없다. 진짜 아이피를 추적해서 찾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나저나.’
공개 채용이 효과가 있으려나?
연봉이야 미친 수준이다.
그리고 복지는 더 미친 수준이다.
사옥이 문제가 아니다.
각종 수당과 더불어 경조사, 효도 통장, 수면실, 주차 공간, 카페테리아 무제한 제공, 점심 제공, 야근 시 저녁 제공, 하물며 아침 테이크 아웃 메뉴도 제공한다.
몸만 오고 일만 하란 거다.
하물며 바리스타 지원하면 할 줄 몰라도 배워서 하는 과정이 있다.
인턴 기간에 커피 타는 걸 배우라는 거다.
절로 헛웃음이 나오는 지경이었다.
이 복지 정책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옆에서 건물도 하나 더 올리고 있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하는 판이다.
이거 때문에 광익은 차도 팔았단다.
옆 건물에 헬스장이랑 오락실도 만든다고 하던가.
아, 지하에 수영장도 만든단다.
복지의 왕국을 만들고 싶단다.
‘미친.’
동훈은 이거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데 광익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연히 적자다. 초능국에서 얻은 비용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
가진 재산을 다 털어도 당장 이 비용을 어찌 감당할까.
라고 생각했지만, 방법은 많았다.
“돈 좀 벌어 주세요.”
광익은 말했고 동훈은 행동했다.
NS에는 쓸 게 아주 많았다.
당장 일전에 박혁의 연구 자료 중 하나도 있었다.
* * *
“오랜만이다.”
누구지?
사람을 뽑는 일에 나만 나선 건 아니었다.
본래 이 일은 스티븐 최의 특기 아닌가.
그는 밥값을 했다.
그것도 제대로 했다.
“장인 하나 섭외해 오겠습니다. 그럼 저걸 원재료 그대로 안 팔아도 될 테니.”
스티븐 최의 말이다.
아다만티움을 비롯한 아더 사이드의 신소재 금속들.
그대로 팔아도 큰 이득을 챙길 만했다.
우리 발 넓은 중고 형이 제값 그 이상으로 팔아 줄 수 있을 테니.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만들어서 팔면 더 좋은데.”
중고 형이 이 소식을 듣자마자 한 말이다.
재료보다는 상품이 가치가 더 높다.
물론 제대로 만들었다는 가정하에.
고로 장인이 필요했다.
그렇게 온 친구다.
“어쩌다 보니 기남이보다 내가 먼저 왔네.”
잘생겼다. 순혈 불멸자다.
키가 꽤 큰 편이었고 피부가 하얗다.
병약한 미소년 이미지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내 감각은 상대의 옷 안쪽을 파악하게 했다.
탄탄한 근육, 훈련, 운동, 단련을 끝없이 한 몸이다.
근데 우리가 아는 얼굴이었나?
어딘가 느낌은 아는 사람 같긴 한데.
“아직 입사 전이니, 대표님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잖아.”
이리 말하며 다가온다.
난 유심히 상대의 얼굴을 봤다. 눈썰미가 이름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강푸름?”
그 비만 불멸자?
살을 다 뺐다고 말하긴 했었다.
그 이후로 만난 적은 없지만.
어디 부서였는지도 몰랐다.
“살을 뺐더니 우리 엄마도 나 못 알아보시더라.”
웃으며 말한다.
“그건 너희 어머니를 탓하면 안 되겠다.”
순혈 불멸자이니, 당첨이 보장된 복권이긴 했다.
살에 파묻힌 이목구비가 나오니, 이런 미남이 또 따로 없었다.
난 강푸름과 손을 맞잡고 포옹했다.
반가웠다.
“다이어트는 어떻게 했냐?”
궁금한 걸 물었다.
“절제된 식단과 꾸준한 운동.”
교과적인 모법 답안이다.
“거기에 가혹한 잔소리.”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우리 고모가 좀 독해.”
툭툭 내뱉는 말이다.
“고모?”
내가 되물으니.
“만나지 않았어? 고모가 너 되게 좋아하던데, 자기도 이직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쪽은 건드리면 화림 사장님이 절 죽일 것 같았습니다.”
스티븐 최가 끼어들어 말했다.
그래서 고모가 누구라는 거냐?
눈으로 물었다.
“네 샷건의 친모.”
푸름이 날 보며 눈웃음을 짓고 말했다.
기억이 떠오른다. 4번 타자를 줬던 화림의 엔지니어, 큰 누님.
마음도 크고 나이도 많았던 그 누님.
“그분이 네 고모야?”
“응.”
강푸름은 본래 장인 집안이었다.
애초에 그 몸으로 오티에 참석한 이유가 있었던 거다.
기본 훈련만 끝내고 곧바로 연구팀으로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다고.
그나저나 얘 실력은 괜찮으려나.
“시설 안내해 드리죠.”
중고 형이 푸름이를 데리고 나가는 걸 보며 스티븐 최의 손목을 붙들었다.
“……왜요?”
“쟤 실력은 괜찮아?”
아다만티움으로 또 4번 타자 따위를 만들면 곤란하지 않나.
“한국 최고의 장인이 인정한 수제자 아닙니까.”
말하며 스티븐 최가 내 손을 떨쳐냈다.
그런 수제자가 여길 와?
화림이 순순히 놔줬다고?
“말을 꺼내자마자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연봉, 복지 이런 거 안 따지고.”
스티븐 최가 말을 덧붙였다.
긁적.
난 그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오티 때 인연이 이렇게 이어질 줄은 몰랐네.
스티븐 최도 떠나고 나니, 실내가 한적해졌다.
마리와 어머니, 로즈, 정직이만 남아서 그렇다.
선생 두 분은 무사 수행을 떠났다.
각자 시간이 필요하다고.
오늘은 긍낙이 삼촌도 안 왔다.
불멸교 암살자 애들도 곧잘 덤비더니, 요새는 잠잠했다.
다른 일이 터졌나?
“공개 채용했는데 사람 한 명도 안 오면 어쩌니?”
어머니가 날 보더니 물었다.
“안 오면, 마는 거죠.”
애초에 큰 기대를 하고 한 게 아니다.
그리고 설마 한 명도 안 오겠냐고.
“아버지는 또 출장이에요?”
“하루 이틀이니?”
정부 요원도 참 바쁜 직업이다.
* * *
유연호는 화가 났다.
이 개…….
평소에 잘 쓰지 않은 욕설이 나올 정도로.
그 기분 그대로 행안분 특임대의 책임자인 장관의 사무실로 쳐들어갔다.
“또 왜.”
대뜸 그리 말하는 장관에게 유연호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테이블 너머에서 입을 열었다.
“하나만 내주시죠.”
“뭘?”
“불멸교 거점.”
“……야, 연호야, 유 팀장아, 그거 특급 기밀이야. 아무리 네가 특임대장이라고 해도 달란다고 줄 수가 없다. 대통령 허가까지 받아야 나오는 정보라고 그거.”
왜 그렇게 됐는가.
이유는 안다. 순혈 정가가 엉켜서 생긴 문제다.
기득권 중 일부는 불멸교의 돈을 받아먹은 놈도 있을 테고.
일전에 프로메테우스 게이트가 터진 것과 마찬가지로 큰일이다.
“게이트 같은 거 안 터트리고 손만 좀 쓰고 오겠습니다. 국내 말고요.”
유연호도 양보했다.
타국에서 활동하는 애들을 조지겠다는 거다.
“왜?”
“제 아들이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만 암살 시도가 무려 다섯 번입니다.”
장관은 빤히 유연호를 보며 답했다.
“솔직히 목숨의 위협은 아니지.”
덤비는 족족 일 초 컷이다.
떡실신한 채로 경찰에 인계되고 있는데 위협은 무슨.
장관은 그리 생각했다.
“그래서, 안 알려 주시는 겁니까? 그럼 저 휴가 좀 쓰겠습니다.”
“휴가 주면 개별적으로 알아보려고? 정가라도 들쑤시게?”
정답이었다.
휴가 쓰고 순혈 정가 가주 머리통에 구멍을 내고 시작할 셈이다.
“혼자 전쟁이라도 할 거니?”
아들 일이다. 눈깔이 돌아간 상태였다.
“못 할 건 없습니다.”
장관은 끙 하고 신음을 흘렸다.
저 무식한 성격을 아들이 그대로 물려받은 게 분명했다.
둘 다 사고 치는 데 일가견이 있으니.
무엇보다 유연호는 진짜 그렇게 하고도 남을 위인이었고 그럴 능력도 있었다.
“너 해라, 너 다 해. 네가 장관도 해 처먹어라.”
짜증이 치솟아 말했다.
“그럼?”
“준다고.”
유연호는 목적한 바를 얻었다.
그리 얻은 정보로 그는 피닉스팀을 움직였다.
“오랜만에 규모가 있네요.”
팀원 중 하나가 그리 말했다.
출장이라 불리는 임무다.
그리 움직인 곳은 일본이었다.
도착한 유연호는 제 별명에 어울리는 행동부터 시작했다.
사우전드 페이스.
그는 변신의 달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