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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 외 혈통 천재-245화 (245/488)

245. 노다지

강슬혜는 본래 정직이가 처맞아 죽지 않도록 지키는 역할이었다.

대강 멀리서 지켜보다가 죽을 것 같으면 데리고 물러날 생각이었다.

상대가 너무 덤비면 겸사겸사 때려눕히거나.

그러려고 했는데.

“건물 안쪽 좀 살펴 주실래요?”

동훈의 요청이었다.

신입 사원 김근육이란 여자애가 파트너로 붙은 채였다.

혼자서 처리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2인 1조로 움직이며 손발을 맞춰 보고자 하는 의도다.

겸사겸사 김근육 사원의 교육 대신이기도 했다.

주일호는 입원, 장가희는 골절 상태다. 그래서 강슬혜가 임시 교육 담당으로 나섰다.

“어머니, 제가 앞장설까요?”

통신을 들은 김근육이 말했다.

이미 한정직이란 친구가 한바탕 소란을 피운 참이다.

정면이 소란스럽다.

웬 불멸자 셋이 다가와 그 소란을 잠재우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략 깜냥으로 봤을 때, 쉽게 죽진 않을 것 같았다.

그동안 저 어린 초능 특수종의 훈련 상황을 지켜봤다.

그 가혹한 훈련의 성과를 보이는 아이다. 쉬이 죽을 리가 없었다.

장가희는 변신족 트레이너로서 손에 꼽히는 인재고, 남편 말을 들어 보면 주일호란 작자도 비슷했다.

그 둘이 작정하고 가르친 아이다.

불멸과 변신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제 몫을 할 터였다.

한정직과 불멸자 셋, 그들을 곁눈질하며 강슬혜가 물었다.

“너 벽 좀 타니?”

“네?”

김근육이 되물으며 물끄러미 고개를 들었다.

7층짜리 건물이다.

오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녀의 육체는 초능으로 변해, 괴력을 발휘하니, 그 힘이 변신족과 버금간다.

“네, 가시면 따르겠습니다.”

말투가 참 곱네.

강슬혜는 그런 생각을 하며 건물 안으로 침투했다.

대강 4층 높이에서 창문을 깨고 덤비는 애들은 제압했다.

쉬웠다. 어려울 일이 없었다.

김근육도 힘을 썼다.

간단한 동작, 짧은 동선을 통한 주먹과 발길질로 때려눕히는 데 같이 동참했다.

그리 위층까지 싹 터는 중에 김근육이 말했다.

“이 층은 천장이 너무 낮네요.”

덩치가 큰 그녀에게 꽤 불편한 천장 높이였다.

정수리 끝이 아슬아슬하게 닿을 정도다.

강슬혜는 테이블을 밟고 올라가 천장을 두드렸다.

두꺼웠다.

이건 뭘까.

전 층을 꼼꼼하게 털며 거침없이 나아갔다.

“누…….”

쩍.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먹이 안면에 꽂혔다.

부러진 치아 따위가 허공에 튀었다.

바로 옆에서 김근육이 상대의 팔을 잡아 꺾고 몸을 휘돌리며, 발바닥으로 상대의 복부를 찼다.

뻥.

시원한 소리와 함께 또 상대가 쓰러진다.

작정하고 뒤졌다.

꽤 거친 방법을 동원하며.

앞을 막은 게 무엇이든 다 부숴 버린 거다. 의심스러운 곳도 다 박살 냈다.

불멸자가 감각으로 무언가를 찾아낸다면, 변신족은 다른 방식으로 그게 가능했다.

“얘야, 거기 쪼개 봐라.”

책장을 주먹으로 으깨고 부순다. 강슬혜도 그리했다.

그리하다 찾은 곳이다.

천장이 두꺼운 이유가 이곳에 있었다.

두툼한 철문을 가진 금고가 보였다.

은행 금고라도 되는 양, 한쪽을 가로막은 쇠 벽이다.

본래라면 자물쇠 따는 걸 마스터한 김중고 정도의 사람이 와야 하는 걸, 강슬혜는 양손으로 뜯었다.

이음새를 잡아 뜯어 열었다.

“신선해요. 어머니.”

꼬박꼬박 어머니라 부르며 김근육이 감탄했다.

강슬혜는 별거 아니라 말하고 뜯은 문 안으로 들어갔다.

“허.”

절로 탄식이 나왔다.

최근 주식 시장에서 아다만티움 시세가 오르고 있다고 했던가.

가희가 그런 말을 했었다.

“누가 괴를 잔뜩 꿍쳐 놓는 것 같단 말이지.”

그 꿍쳐 놓은 놈이 여기 있었다.

십이사도가 이곳에 온 이유 중 두 번째다.

우연히, 아니,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광익은 이번 일에 관련된 모든 놈을 털어 버릴 생각이었으니까.

그러니 당연히 걸릴 일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울 거라 믿고 불멸교는 이곳에 비밀 금고를 개설했다.

아다만티움과 신소재를 가득 채운 금고를.

강슬혜의 이마 위에는 두 개의 홀로그램 영사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 스티커 덕분에 그녀와 김근육의 얼굴에 가면이 생겼다.

홀로그램 가면이다.

예전에는 마법을 이용해, 엑토플라즘 마스크 따위를 썼다고 하지만, 요즘 세상은 달랐다.

일전에 광익이 화림에 갔다가 얻어 온 장비였다.

일명 홀로그램 마스크, 원하는 형태를 저장해서 꺼내 쓰는 형태다.

강슬혜는 호랑이 형태를 덮어씌웠는데, 기술에 목숨 건 장인이 만든 탓에 가면이 씌워졌는데도 감정 표현이 가능했다.

홀로그램 호랑이는 웃었다.

그녀는 꽤 비싼 금고를 쏠랑 털어 버릴 기회가 생긴 게 기뻤다.

본가와 사이가 안 좋다고 해도 그래도 집은 집이다.

그렇기에 이 재산이 불멸교의 것이라는 거에 조금 더 기뻤고.

아무리 미워도 제 아버지다.

그 아버지를 엿 먹인 자식들에게 도로 엿을 먹이는 경우가 어찌 즐겁지 않을까.

“노다지네.”

그 모든 감정을 강슬혜는 한마디로 표현했으며, 김근육은 그걸 듣고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꼬라지요?”

아는 단어가 아님에 배운 것 중 최대한 비슷한 걸 되물었다.

“그런 말은 누구한테 배웠니?”

“동생한테요.”

김근육이 쑥스러운 듯, 볼을 붉혔다.

동생이 누군지 몰라도 한국어를 제대로 배웠구나.

본래 언어는 욕부터 배우는 거다.

강슬혜는 그리 생각했다. 그러며 천천히 노다지란 단어를 설명해 줬다.

잠시 뒤, 아들이 금고 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엄마?”

“나이가 몇인데 넌 아직도 엄마니?”

“네, 어머니, 이거 뭐예요?”

“뭐긴.”

“노다지예요, 대표님.”

김근육은 광익을 향해 꼬박꼬박 대표님이라 했다.

듣기 좋은 호칭이다.

자식이 장성해서 한 회사의 대표가 됐으니.

“노오다아지이.”

김근육이 다시 천천히 말하며 설명했다. 자신한테 들은 그대로.

“남이 일궈 놓은 걸 홀라당 까먹는 거.”

열심이다.

곰곰이 듣던 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 눈치다.

“음.”

아들이 아다만티움과 기타 아더 사이드 금속 뭉치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강슬혜는 자기 아들을 잘 알았다.

적어도 지금 짓는 표정이 어떤 기분에서 짓는 건지는 너무 잘 알았다.

입꼬리가 올라가진 않았지만, 코끝이 씰룩인다. 특유의 버릇이다.

냄새를 맡으며 그 냄새를 만끽하는.

거기에 귀가 미세하게 쫑긋거리며 떨린다. 더없이 기분이 좋은 아들의 얼굴이었다.

물론 남이 보면 알아채지 못할 만큼 아주 미미한 표정 변화였다.

“안 좋아요? 대표님?”

“아뇨. 너무 좋은데요. 그냥, 저 괴를 그냥 팔자니 아깝다는 생각이 좀 들어서.”

아.

강슬혜는 속으로 작은 탄성을 뱉었다.

아들의 눈이 빛난다. 분명 저 머릿속에는 기발한 생각이 돌아다닐 터였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뭔가 떠오르면 눈이 반짝인다. 물론 이것도 남이 보면 모를, 어머니기에 느끼는 그런 종류의 감각이었다.

“사옥으로 옮겨야 하는데 손이 많이 가겠네요. 화랑 애들 좀 써야겠어요.”

“화랑 애들이 짐 나를 때 쓸 애들이니?”

강슬혜가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

아들은 자신의 주변 모은 걸 잘 이용한다. 그러나, 가끔 보면 너무 과하게 잘 이용했다.

단군 그룹의 핵심 전술팀이 화랑이다.

그런 애들을 이삿짐센터로 부려먹으려 하니.

“그렇다고 택배를 쓸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금덩이를 주웠다고 동네방네 소문낼 수는 없지 않나.

그것도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불멸교의 물건이다. 그걸 광고할 필요는 없었다.

“엄마가 알아서 할게.”

단군 그룹에는 이런 쪽에 특화된 팀도 있다.

물류 관련 부서다.

하청 업체 말고 단군 그룹 자체에서 운용하는 회사도 있으니, 그쪽에 맡기면 될 일이다.

긍낙이를 달달 볶으면 될 일이니, 어려울 것도 없었다.

“그럼 감사하죠.”

말하며 아들이 생긋 웃었다.

“또 어디 가니?”

어머니의 직감이다.

“네, 친구네 집에요.”

“친구네 집?”

서울 인근에 있는 범죄 조직이란 조직은 거의 다 뒤집어 엎었다.

이제 남은 건 손에 꼽는다. 물론 그것도 그냥 놔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시작했으면 뿌리를 뽑는다. 아들은 그런 성격이다.

‘누굴 닮았는지.’

자상한 자신과 순한 아버지 밑에서 저런 아들이 나올 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주먹에 묻은 피를 바지춤에 닦으며 강슬혜는 그리 생각했다.

* * *

서울 연합.

그리 불리던 조직의 핵심 인사가 줄초상이 났다.

죽은 사람이 열 명이 넘는다.

가혹한 행사였다.

어느 경찰 특공대도 이런 짓은 안 한다.

자신들이 무슨 죄라고.

‘아니, 다 이렇게 사는 거잖아.’

적당히 다른 사람 피도 좀 빨고 범법과 준법의 경계선도 좀 타고.

뇌물도 좀 주고, 이런저런 일도 하면서.

하물며 조직이 활개를 칠 세상도 아니었다.

특수종의 세상에서 가장 살벌한 건, 민간 군사 기업이다.

이들은 특수종 병력을 보유한 사설 전투 집단이다.

조직도 그런 특수종을 보유하지만, 그렇다고 그들과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물며 눈치 보이고 뇌물을 줄 인간들은 좀 많나.

정치, 기업을 비롯한 기득권층.

배알이 꼴려도 뒷배를 봐달라 부탁하지 않으면 살아갈 길이 없다.

자신들은 세상의 기준에서 보자면 약자였다.

다만, 약자면서도 자신보다 더 약한 이들을 좀 먹는 이들이었지만, 어쨌든 연합의 수장은 그리 생각했다.

“도착했습니다.”

“대기해.”

심복의 말에 차에서 내려,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걸었다. 재게 걸음을 놀렸다.

마음이 급했다.

범죄 소거자란 미친놈이 서울 연합의 모든 걸 깨부수는 판이다.

하물며 불멸교 금고가 있는 곳을 털렸다. 그걸 막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낀 직후, 연합의 수장은 이곳을 찾았다.

자신의 뒷배이자, 최근 가장 뇌물을 받아 처먹은 곳.

“가주를…… 뵈러 왔는데.”

그리 순혈 정가를 찾아왔다.

그 앞에서 덩치 큰 정장 차림의 남자가 앞을 막았다.

아무리 봐도 불멸자로 보이진 않았다. 얼굴이 이리 험악한 불멸자가 있을 턱이 있나.

조화롭지 못해, 느끼하거나 어딘가 불쾌감을 주더라도 불멸자는 미모가 돋보이는 특수종이다.

“지금은 못 봅니다.”

딱딱한 말투다.

“나, 이건동이오. 건동이가 왔다고 전해 주면…….”

“못 봅니다.”

누구지?

“나 서울 연합 이건동이라고.”

남자가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봤다.

오금이 저렸다. 짐승 앞에 발가벗고 선 기분이 들었다.

‘변신족이구나.’

순혈 정가 앞을 왜 변신족이? 의문은 뒤로하고 입을 열었다.

“급해서 그럽니다.”

그만큼 급했다. 이대로 놔두면 진짜 조직 전망이 암울할 것 같았으므로.

“네, 이건동 씨, 지금은 못 뵙니다.”

이제 보니 이 작자 혼자가 아니다. 정가 주변에 비슷한 느낌의 덩어리가 수십이었다.

멋들어진 고택의 정가의 대문과 담벼락을 전부 메운 이들이다.

이건동의 눈에 남자의 품 안이 슬쩍 엿보였다.

권총의 손잡이와 단단한 슈트가 보였다.

작정하고 찾아온 거다.

‘이 정도 변신족이면.’

단군 그룹.

서울 연합의 수장 자리를 마우스 클릭 질로 쟁취한 건 아니다.

이건동은 눈치가 비상했다.

이게 보통 일이 아님을 눈치챘다.

그렇다고 해도 제 입장이 편한 건 아니었다.

진짜 하늘이 노랗게 보일 판이었으니까.

이대로 있으면 미친 광신의 집단에 보복당할 판이었으니까.

일전에 머니 & 세이브와 프로메테우스가 빠져나가며 생긴 피해도 극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손해로 끝나지 않을 터였다.

프로메테우스는 불멸교에 비하면 신사다.

“뭔데?”

“이건동이가 정가에 볼일이 있답니다.”

덩치 뒤로 누군가 다가와 묻는다. 곰 같은 여자다. 덩치가 크다.

“건동이든, 복동이든, 주둥이든, 지금은 못 들어가요. 얌전히 돌아가시면 됩니다. 이유를 물어도 말 안 해 줄 거니까 묻지도 말고요. 정 거슬리시면 정식으로 항의하세요. 단군의 화랑으로.”

말이 꽤 많은 여자였다.

눈을 끔뻑거리던 건동은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대로 돌아서면?

그럼 끝장이다. 그는 필사적으로 살길을 찾아 헤맸다.

그런 그의 눈에 유유히 안으로 들어서는 작자의 모습이 보였다.

모세라도 되는지, 변신족 무리가 길을 터준다.

하물며 그중 하나는 친근하게 다가서기까지 했다.

“저분은 왜…….”

“그건 주둥 씨가 알 바 아니라니까?”

덩치 큰 여자가 살기를 내비쳤다.

찔끔 오줌이 나왔다.

그 순간, 그 남자가 걸음을 멈추더니 이쪽으로 다가왔다.

‘어?’

건동은 그 얼굴을 보고 놀라 외칠 뻔했다.

세최특이었다.

“누구?”

“서울 연합 주둥이라고 합니다.”

뒤에 있던 남자 변신족이 말했다.

“주둥이 아니고 이건동인데.”

자기가 나이도 열 살은 많은 것 같은데.

그런 불만을 내비치진 않았다. 괜히 변신족에게 시비를 거는 멍청이가 될 수는 없으니까.

“아, 이건동 씨요? 서울 연합이면, 범죄 조직의 이거네요?”

말하며 광익이 엄지를 치켜든다.

“네? 네.”

얌전히 시인하자.

“같이 가죠. 그리고 저기요, 그래도 연장자인데, 주둥이가 뭡니까, 예의는 지켜야지.”

“……조폭 나부랭이한테?”

이번에는 여자가 말했다.

범죄 조직의 실상은 민간인의 고혈을 빨아먹는다.

건동은 변신족 여자의 말을 받아칠 수 없었다.

“뭐,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주둥이는 아니죠.”

그 말에 여자는 코웃음을 쳤다.

“그런 말 할 입장이 아니지 않나요?”

그리고 되묻는다.

“내가 뭘?”

세최특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니, 본인이 싸울 때를 생각해 봐요.”

“그러니까 내가 뭘요.”

둘이 말하며 시시덕거린다. 그걸 본 건동의 속은 타들어 갔다.

이 일이 불멸교의 귀에 닿는 건 시간문제였다.

건동이 용기 내 입을 열었다.

“안 들어가십니까?”

분명 같이 가자고 했다. 이게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아야 할 판이다.

“아, 가야죠. 갑시다.”

그리 말하며 세최특이 자신의 팔을 붙들었다.

무슨 쇠집게 집힌 기분이 들었다.

그리 팔을 단단히 붙든 세최특이 자신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문을 지나니, 둘이 그 앞을 막았다.

“이게 무슨 짓이지?”

그중 하나가 물었다.

세최특이 자신의 팔을 놓더니 입을 열었다.

“뭘?”

건동은 눈치가 빨랐다. 그는 그 되묻는 한마디가 시비조라는 것에 제 왼 손목을 걸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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