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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 외 혈통 천재-242화 (242/488)

242. 범죄 소거자

한정직, 이제는 NS의 신입사원이 된 그는 꽤 굴곡 있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보육원에서 자란 건 괜찮았다.

원장 선생님이나 다른 선생님 전부 좋은 사람이었다.

다만, 그는 일찍 세상 이치를 깨달았을 뿐이다.

‘이거 한다고 내가 평생 먹고 살 수는 있나?’

결혼은? 집은? 아이는?

삶은 때론 가혹하다. 특히나 가진 게 없이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더욱더.

정직에게도 세상은 그랬다.

그런데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전보다 나은 삶, 전보다 나은 생활을 하길 바랐다.

욕심은 향상심을 불렀고 돈에 대한 갈망도 불렀다.

어둡고 습한 이미지의 일에 손을 대기도 했다.

절도나 기밀, 비자금을 전달하는 일 따위를.

번 돈은 자신의 훈련에 쏟았다.

저격, 격투 따위를 배웠다.

초능을 각성했으니, 그 능력 향상에도 돈을 부었다.

세상에는 일타강사란 놈들이 참 많았다.

멀쩡한 사람도 있었지만, 개 같은 자식들도 많았다.

돈을 먹고 튀는 놈들.

제 초능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가르치는 건 할 수 있다는 놈들.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싶지만, 아쉽고 간절한 마음에는 그런 어설픈 사기꾼에게 당하기도 하는 법이었다.

그리 살았다.

때로는 실망했고 때로는 보람찼다.

그런 시간을 보내는 중, 유광익을 만났다.

그의 물건이 탐이 났다.

세최특이 쓰던 무기, 이걸 가져가면 얼마나 큰 가치가 있을 것인가.

사람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정직은 사리 분별을 못했다. 그렇게 잡혔고 현재가 됐다.

향상심.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그런 것들을 복합적으로 가슴에 품고 있기에, 기실 현재에 그는 만족했다.

가혹한 훈련, 며칠 내내 시름시름 사람을 앓게 하는 훈련 코스가 그의 몸을 혹사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하루하루가 값졌다.

즐겁기도 했다.

더는 낭비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 않았으므로.

그렇다고 해서 그 훈련이 꼭 즐겁다는 것만은 아니었다.

“들어갑니다.”

말하고 발을 뗀다.

귀 옆에 붙여 둔 스티커 형태는 골전도 방식으로 상대의 음성을 전달해 주고, 어금니 안쪽에 붙여 둔 송신 장치가 제 목소리를 전달한다.

이 양방향 무선 통신 장치는 꽤 비싼 제품이지만, 광익이 형은 돈을 아끼지 않았다.

마르지 않은 샘이라도 가진 듯, 비싼 장비를 사는 데 주저가 없었다.

‘돈이 많나?’

하긴 그러니 건물도 사고 그런 훈련 시설도 마련하는 거겠지.

훈련이란 두 글자가 떠오르는 순간, 자연스레 몸에 오한이 들었다.

찌릿찌릿한 기분에 몸을 한 번 부르르 떤 정직의 귀로 동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면에 둘, 따로 저격수 확인되지 않음.”

들리는 목소리에 답하는 대신 정직은 걸었다.

작고 소박한 건물 앞에 서자, 덩어리 둘이 그 앞을 막았다.

빠-앙.

저 멀리서 자동차 경적이 들린다.

퇴근 시간의 서울은 혼란하다. 차는 막히고 사람은 많다.

그나마 이쪽은 외곽이라 오가는 사람은 적은 편이었다.

강서구의 한 창고 앞, 덩어리 둘이 눈을 부라린다.

정직은 그 눈길을 보며 생각했다.

‘장가희 선생과 비교하자니.’

참 귀여운 눈빛이다.

하긴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

그쪽은 변신족 중에서도 상위의 능력자니까.

‘그럼 박마리?’

성은 다르지만, 광익의 동생이라는 아이를 떠올렸다.

주일호 선생이란 사람은 가끔 그 친구와 대련을 붙이곤 했다.

“보고 따라 해서 익힐 수 있는 건 다 익혀라. 그래야 이번 생애에 저 애의 반은 따라갈 수 있지.”

“어디 따라가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닥치고 따라 하란 소리다.”

그런 대화를 나눴었다.

마리를 떠올려도 앞의 두 상대가 귀엽다.

비교 대상이 과거로 넘어갔다.

“여기 사유지다. 곱게 가라, 애기야.”

턱수염을 까슬하게 기른 상대가 말했다.

“알아.”

정직은 단출하게 답했다.

과거의 그를 위협했던 이들을 지금 만나면 어떨까.

가혹한 훈련, 정직은 그 훈련의 성과를 여실히 얻었다.

그러니까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향상심의 일부가 채워질 정도로 괴로웠으니까.

“뭐? 너 어디서 보냈어?”

바로 옆의 놈이 눈을 부라렸다.

예전의 정직이라면 광변환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꽤 까다로웠을 것이다.

어금니를 깨물고 눈알에 핏발을 세워도 고작 몇 초만 발동하는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건 제한되므로.

그래서 그는 능력을 계발하길 원했다.

회사에 소속된 이후 그는 계발당했다.

그가 바라고 원했던 형태는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성장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고, 주관적으로 봐도 그랬다.

그래도 두 선생은 아직 내보내기에는 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지만.

‘후.’

속으로 숨을 크게 내쉰 정직은 준비된 대사를 뱉었다.

“이 사회는 썩었어.”

“……뭐?”

눈을 반쯤 내리깔고 미간을 찌푸린다. 비장함을 연출한다.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건 당연한 일,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하겠다.”

“아픈 애니?”

턱수염 덩어리가 물었다.

“병원에서 탈출했어? 소설을 너무 많이 봤구나?”

다른 덩어리도 물었다.

정직은 부끄러웠다. 맨정신에 이런 대사를 당당히 내뱉는 건 꽤 괴롭다.

그렇다고 훈련보다 괴롭지 않았지만.

“꼬맹아, 가, 괜히 처맞고 울면서 가지 말고.”

말이 필요 없었다.

정직은 자신의 초능을 계발하길 원했지만, NS의 신입 교육 담당 둘은 달리 생각했다.

광익이 형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일단 기본은 해야지.”

그 기본이 무서운 훈련량을 동반했다.

능력만 출중하면 뭐 하냐 이거다. 어지간한 혼혈 변신족쯤은 맨손으로 때려눕혀야 하지 않겠냐고.

그리 성토했고.

그걸 들었을 때, 농담도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면 돼.”

광익이 형은 그리 말했다.

그리고 그리됐다.

눈앞의 두 덩어리도 보통은 아니었다.

일반인이지만, 요즘 범죄 조직 덩어리들은 격투기는 기본으로 배운다.

특수종 세상이다. 어설픈 혼혈 변신족한테 쥐어 터지기 싫으면 그리 살아야 했다.

정직은 한걸음 성큼 다가갔고 덩어리 하나가 뺨을 후려칠 작정인지, 손을 휘둘렀다.

“이 새끼가.”

한마디 뱉으며 휘두른 손, 그 궤적을 보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상대가 너보다 약하다 싶으면 붙어.”

주일호 선생님의 가르침이다.

강하다 싶으면 떨어지라는 말도 뒤이어 붙긴 했었다.

상대의 약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부숴라.

그게 불멸자의 전투라고 했다.

“전 초능인데요.”

“난 그런 거 모르고 일단 해.”

그 가혹한 시간, 훈련의 성과가 손끝에서 피어올랐다.

거리를 좁힌 정직의 주먹이 땅과 수직을 그리며 올라갔다.

쩡.

턱을 얻어맞은 놈의 발이 잠깐이지만, 공중에 떴다.

“그게 몸이니? 일단 힘부터 좀 붙이자. 완력이 그게 뭐냐? 상폐 당할 몸이네.”

거침없이 몰아치는 장가희 선생님은 근력 훈련에 목숨을 건 사람이었다.

그래서 괴로웠다.

근육이 무수히 찢어지는 경험.

몸이 망가지기 전까지 몰아치는 훈련.

어찌 사람 몸을 그리 잘 아는지.

“변신족은 몸 망가지는 거 되게 싫어하거든.”

기억을 뒤로 던지며 발끝을 돌린다. 스텝을 밟으며 어깨를 낮추고 다시 거리를 좁힌다. 두 번째 덩어리의 품으로 파고든다.

“이 쉬!”

말을 채 끝맺지 못한 채로 고간을 맞은 놈이 컥 하고 짧은 신음을 뱉었다.

약점이 보이면 때려라.

그렇게 하라기에 그리했다.

불멸과 변신을 상대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라고 했다.

이 둘이 특수종은 아니지만, 일종의 연습이었다.

게거품을 무는 놈의 머리통을 무릎으로 찍었다.

쩡.

맞은 놈이 옆으로 넘어갔다. 쓰러진 놈을 두고 문을 미는데 통신기에 목소리가 울린다.

“너 요새 뭐 불만 있냐?”

“없습니다.”

“지금 역할에 불만 있다고 표시하는 거 아니지?”

“아닙니다.”

그런 거 아니다. 정직은 부인했다.

“그래, 불만 있으면 대련으로 얘기하자고 하려고 했지.”

정직은 부인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광익의 목소리를 뒤로한 정직은 안으로 성큼 들어갔다.

“뭐야?”

“악의 뿌리는 이리도 깊으니.”

이동훈이라는 양반의 악취미는 끔찍했다.

그 양반이 쓴 대사를 뱉은 정직은 손을 들어 까닥거렸다.

“덤벼라. 악의 종자들.”

“……약을 깔때기로 쳐 잡쉈나. 뭐라는 거야.”

긴 대화를 나누기 싫었기에 정직은 다시 내달렸다.

양손에 너클을 끼웠다.

아다만티움까진 아니지만, 크롬 합금으로 만든 너클이다.

쩡, 뻑, 깍.

달려드는 놈들을 가차 없이 두들겨 팬다.

그 와중에 혼혈 변신, 쿼드를 간신히 넘은 놈이 팔을 붙들었다.

공중에서 팔을 낚아채더니, 묘기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다.

정직의 팔을 붙든 채로 팔을 비틀어 부수려 했다.

‘하나.’

속으로 숫자를 센 정직은 광변환했다.

전신이 빛으로 물든다.

광변환은 급격한 체력 소모를 가져온다.

그걸 해소하기 위해 체력 훈련에 심력을 기울이지만, 단시간에 능력이 크게 성장할 순 없었다.

그래도 이런 짓은 가능했다.

전신이 빛이 된 순간, 혼혈 변신족 놈이 몸을 투과하고 밑으로 떨어졌다.

1초 내외로 변하고 원래대로 돌아온다.

체력 소모는 적다.

“이 새끼 초능…….”

변신족이 외친다.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정직은 머리통을 후렸다.

꽝! 쩡!

경쾌한 소리가 터졌다.

너클과 머리뼈, 뒤통수와 바닥이 만나면 이중주를 흘렸다.

“악은 없앤다.”

삼류 범죄 조직에 대단한 특수종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에 반해, 정직은 초일류 선생에게 가혹하게 굴려진 몸.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렇게 건물 하나를 뚝딱 끝낸 정직이 밖으로 나왔다.

깔끔하게 안에 있던 조직원이란 놈들 태반이 오줌을 지리게 하고 나왔다.

특히 보스란 놈은 손가락 열 개를 꺾어 줬다.

보너스로 다리도.

“화끈하네, 우리 정직이.”

통신기로 광익이 말한다.

“네, 다음 갑니다.”

작전은 이미 인지했다. 정직은 오늘 할 일이 많았다.

이날, 정직은 총 여덟 군데의 범죄 조직을 소탕했다.

“세상이 어둡게 물들 때, 내가 나서리.”

이딴 대사를 읊으며.

정직은 진짜 힘만 있으면 이동훈 대리의 뇌를 파헤쳐 보고 싶었다.

왜 이딴 대사를 쓰냐고.

정작 그 대사를 쓴 동훈은 정직이 한 일의 여파를 만끽하는 중이었다.

컴퓨터 앞에 모니터 네 대가 깜빡인다.

정보를 취합하고 이런저런 곳의 반응을 살핀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범죄 소거자’란 이름이 돌았다.

웬 미친 초능 특수종이 서울에 있는 범죄 조직을 전부 조지고 있다는 거다.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각자 떠들기 바빴다.

-야, 이거 세최특이 하던 짓 아니냐?

-그러게. 세최특 아님?

-세최특은 아니고 초능 특수종임.

-네가 어떻게 아냐?

-시발, 내가 처맞아서 안다. 초능 특수종이고 미친 애새끼다.

범죄 소거자.

하루 만에 9시 뉴스에 나오기 충분했다.

그렇게 딱 열흘이 지났다.

* * *

“야, 우리가 호구야? 샌드백이야? 치면 그냥 맞아?”

서울은 하나의 큰 조직 밑에 다른 조직이 자리를 잡은 형태였다.

그 대형 조직의 리더가 사람을 모았다.

“사람 고용했습니다.”

“애들도 좀 풀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나이 많은 작자가 둘을 다그쳤다.

그럴 만도 했다. 무슨 요술을 부렸는지, 사업장의 타격이 크다.

일이 터지는 곳마다 거래를 끊는다.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범죄 소거자는 죽기 직전까지 이들을 후려칠 거라고.

고작 열흘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했다.

이대로 놔두면 조직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다.

“어디서 작정하고 작업 들어온 거 아니고? 일본이나 상해?”

간부 하나가 물었다.

“아니요. 한국 놈은 맞습니다.”

“신상은?”

“커트당했습니다.”

뭐 하는 놈인지, 난다긴다하는 해커도 놈의 정보를 못 캐낸다.

“그래서 애들 풀고 고용했는데?”

“저격수가 있습니다.”

“……뭐?”

보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 * *

정직이 날뛰면 사람을 고용하리란 건, 뻔했다.

난 맨몸으로 서울 시내 곳곳의 빌딩 위를 뛰어다녔다.

왼손에 찬 기생 라이플이면 충분했으므로.

정직은 범죄 소거자란 이름으로 사회를 들끓게 했다.

그거로 충분했다.

조직이 숨겨 둔 칼을 꺼내 들기에는.

적들이 나왔다.

위협적인 특수종이 머리를 들이민다.

난 그걸 보며 조준하고 쐈다.

피 한 방울에 한 놈씩.

“우리 며칠 째죠?”

방금도 정직이를 노린 저격수의 이마에 구멍을 내준 참이었다.

혼혈 불멸자, 변신족, 초능 특수종.

마법 빼고 다 나왔다.

조직은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정직이를 죽이려고.

범죄 소거자는 위협이 됐다.

솔직히 말하면 뭘 딱히 노리고 한 건 아니다.

그냥 얄미워서 한 거다.

여기저기랑 손잡고 NS를 털라고 지시를 내린 게, 서울 조직의 대부란다.

대부는 무슨.

난 그 대부라는 작자의 쪽박을 차게 할 생각이었다.

단순한 전략이었다.

내가 당한 것과 같다.

소문을 뿌려서 NS가 위험하다고 만들기에 나도 똑같이 했다.

범죄 소거자란 위인을 만들고 후려친다.

전국 모든 조직을 소탕하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거란 소문을 퍼트린다.

이 일에 관련되면 누구도 이 칼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 돈다.

소문의 영향은 행동을 여파로 만드는 법이다.

팬더 형이 서포트해서 범죄 조직의 사업장을 먹었다.

꽤 재밌는 일이다.

전략 시뮬레이션을 하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나오는 놈들을 저격총으로 하나둘 때려잡는 사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정지.”

정직이가 통신기를 오픈했다. 상대 목소리가 들렸다.

세 명, 정직이를 포위했는데 보통내기가 아닌 듯했다.

평소와 같이 저격총을 겨누는데, 뭔가 뒤통수에 닿았다.

차가운 쇠의 감촉이다.

“범죄 소거자?”

오호, 이것 봐라?

기가 막힌 기척 죽이기다. 아무리 내가 저 밑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해도 이걸 못 느껴?

“움직이면 머리통에 구멍을 내겠다.”

손가락 하나 까딱했다. 자식아.

까칠하기는.

“움직이지 말라고…….”

놈이 말하다 말고 급히 몸을 틀었다. 그러며 방아쇠도 당겼고.

탕.

고개를 꺾었지만, 총구가 너무 가까웠다.

탄이 귀를 찢고 볼을 스쳤다.

피가 튀었다.

뒤로 슬쩍 시선을 돌리자, 날 쏜 놈을 향해 달려드는 그림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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