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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 외 혈통 천재-191화 (191/488)

191. 후레자식

‘목표물이 같이 왔네.’

꽤 먼 곳, 정확히는 불멸자의 감각의 영역 바깥이었다.

신주호는 망원 카메라로 유광익과 모친을 렌즈 안에 담으며 눈을 렌즈에 고정한 채, 폰을 꺼내서 발신 버튼을 눌렀다.

신주호는 양지에서는 프리랜서, 음지에서는 흥신소를 운영한다.

사진과 함께 정보를 제공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신주호의 흥신소 이름은 ‘특파라치’.

특수종 일만 전문으로 받는 집단이다.

그만큼 고가의 의뢰비를 요구하지만, 특파라치는 꽤 이름 있는 회사였다.

즉, 의뢰비만큼은 일을 제대로 한다는 거다.

흥신소 일은 품이 많이 든다. 특히나 특수종을 상대로 하면 더 그렇다.

혼자서 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신주호와 그의 아내, 자신의 동생과 아내의 동생까지.

굳이 말하자면 패밀리 비즈니스였다.

‘그걸 아는 사람은 없겠지만.’

무음 셔터로 사진을 남기며 생각에 잠긴 사이, 뚜르르르- 하고 울리던 신호음이 끊겼다.

“말씀하세요.”

의뢰자였다.

계속 듣고 있으면 졸릴 것 같은 목소리의 남자였다.

말투가 나긋나긋하고 부드럽기도 했다.

“의뢰 대상이 동행을 데리고 왔습니다.”

“같이 왔다고요?”

“네.”

“음.”

상대가 고민에 잠긴 듯했다.

신주호는 차분히 기다렸다.

어차피 자신이 할 일이야 뻔하니까.

몰래 보고 훔쳐 듣고, 내용을 정리해서 전해 주면 그만이다.

“알겠습니다. 하던 대로 하시면 됩니다.”

“사람이 늘어서 추가금 붙습니다.”

본래라면 일을 끝내고 바가지를 씌우기도 하는데, 이번 상대는 그리 만만한 쪽이 아니었다.

추측이지만, 자신 외에도 목표물의 모든 걸 파헤치기 위해 돈과 자원을 아끼지 않을 터였다.

이쪽은 그런 독기가 있는 집단이었다.

그래서 돈 얘기를 먼저 했다.

“비용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네, 그럼.”

신주호는 전화를 끊고 집중했다.

그의 초능력은 ‘박쥐귀’.

상대가 눈에 보이면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는 특이 초능이었다.

메두사의 눈만큼이나 귀하지만, 전투에 특화되어 있지 않기에 흥신소를 차리기 전까지는 고생 좀 했었다.

그의 초능이 곧 광익과 어머니의 대화를 잡아챘다.

‘음.’

한 번도 제 능력을 의심한 적은 없었다.

그의 초능이 발동하면 실제로 상대의 목소리가 들린다기보다는 대화가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망원 카메라로 잡힌 둘의 대화가 머릿속에 박힌다.

“이 새끼들이 돌았네.”

목표물의 모친이 말하고.

“진정하세요.”

목표물이 말한다.

“흥분한 거 아니다. 너, 잠깐 원장님 옆에 있어. 엄마는 운동 좀 해야겠다. 마침 요새 운동 부족이었어.”

“직접 하시게요? 이런 건 아무래도 경력 있는 제가…….”

“경력? 아아, 너도 특수대에서 ‘잠깐’ 일했지?”

“잠깐 아닌데.”

“3년도 안 굴러 본 아들이 어디서 경력 운운이니. 넌 돈 쓰렴. 몸은 엄마가 쓸 테니.”

“……아버지와 어머니는 천생연분이에요.”

“그걸 이제 알았니?”

신주호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가 직접 조사한 거였으니까.

유광익의 모든 것, 가족, 친인척을 다 파헤치고 그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따서 보고한 게 자신이니까.

‘원래 계획이 어머니 납치 아니었던가?’

맞다. 의뢰자는 그걸 바랐다.

그래서 오늘 일이 이렇게 된 거고, 자신은 그 납치 상황을 확인하고 전달하기로 했다.

굳이 납치하는 장면은 왜 찍나 싶긴 했지만, 돈 주는 사람이 돈을 얹어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 저 둘의 대화는 뭔가.

‘운동 부족?’

신주호의 능력은 팩트를 파악하기 좋다.

대화가 머리에 그대로 꽂히니까.

하지만 어투나, 말의 뉘앙스를 전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의미 파악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동안 일한 가락이 어디 가진 않았다.

경력, 특수대, 3년, 천생연분.

쓸데없는 정보를 제하고 남은 걸 종합해서 결론을 내렸다.

카메라에 그 어머니가 목을 좌우로 꺾고 손목을 돌리는 게 보였다.

스트레칭이다.

진짜 제대로 몸을 써 보겠다고 시위하는 것 같았다.

‘제 엄마를 들여보내겠다고?’

저 마굴로?

의뢰자가 보낸 병력은 무섭다. 보기만 해도 오한이 들었다.

멀리서만 봤는데도 섬뜩했다.

그런데 거기에 어머니를 들여보내?

‘후레자식인가?’

타당한 의문이었다.

신주호는 유광익의 어머니를 몰랐다.

* * *

“안에, 안쪽에…….”

원장님이란 분은 기어코 울었다.

반백의 머리, 주름진 얼굴의 육십 대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었다.

막 뭐라고 입을 열려는데, 애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차가 왔을 때부터 밖에서 뛰놀던 애들이다.

“와, 저 차 뭐예요?”

“비싸 보인다.”

머리가 굵은 애 중 몇 명은 차를 보고 신기해하기도 하고.

일부는 말없이 눈치를 보기도 했다.

내가 누구냐고 묻는 애도 있고.

괜히 내 시선을 피하는 애들도 있었다.

자주 봐서 그런지, 어떤 남자애가 어머니한테 냅다 와서 안겼다.

“아이구, 잘 있었어?”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아이를 안아서 둥가둥가- 하다가 내려줬다.

난 그사이 원장님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 아들입니다.”

“네? 전 아들이 없는데요. 딸만 있어요.”

……설마, 당신 아들이겠습니까.

패닉 상태였다.

안에서 뭔가 끔찍한 걸 본 것 같은데.

강도나 도둑 따윈 아닐 것이다.

흘러가는 상황만 봐도 유추가 가능한 게 많다.

아이들한테는 이 사태를 전달하지 않은 거다.

원장님은 당황했고 놀랐으며 공포에 질렸지만, 아이들은 아니다.

잘 다독여서 나온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알았다면 곧바로 공황 상태였을 거다. 그러니 안 알렸겠지.

“모두, 알죠? 우리 소풍 가기로 했잖아요!”

보육원 직원 중 한 분이 유난히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렇게 애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사이다.

원장님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쪽 분 아들이요.”

“아? 아아, 아.”

이해하셨다.

“미안해요.”

사과하셨고.

괜찮다고 말하고 무슨 일인지 물어 대충 자초지종을 들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일단의 무리, 보기만 해도 끔찍한 몰골이었단다.

“에일리언이란 영화 알아요?”

그 무리의 외양에 관해 설명하던 원장님이 물었다.

아버지가 클래식 영화 마니아인지라, 아는 걸 넘어 아버지랑 같이 보기도 했다.

“외계 괴물이요?”

“그것보다 끔찍해요.”

영화의 한 장면이 머리를 스쳤다.

그것보다 끔찍하다고?

외계 괴물급에서도 추남, 추녀가 커플로 왔나 보다.

열 명이 넘는 괴이한 몰골의 습격자.

그들이 바란 건, 곧 올 봉사자의 신변.

원장님은 그걸 듣자마자 어금니를 꽉 깨물었고, 애들한테 오늘 보육원 건물 전체를 소독한다고 들어오지 말라고 했단다.

그런 김에 소풍 가자는 말로 애들을 타일렀고.

직원 중 하나둘만 알고 나머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이 원장님도 보통 심장이 아니네.

그 순간에 공황 상황을 피하고자 홀로 견뎠다.

이거 어쩌냐고 발만 동동 구를 사람이 널렸을 텐데 말이야.

얘기 도중 합류한 어머니가 2층짜리 보육원 건물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새끼들이 돌았네.”

“진정하세요.”

일단 말렸다. 갑자기 들이닥쳐서 될 일이 아니었다.

이미 오전 일찍 온 봉사자 둘이 안에 잡혔다고 하니까.

그런데 인질극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점거만 해?

뒤통수가 근질근질했다.

작정하고 날 노린 것 같은데.

“흥분한 거 아니다. 너, 잠깐 원장님 옆에 있어. 엄마는 운동 좀 해야겠다. 마침 요새 운동 부족이었어.”

“직접 하시게요? 이런 건 아무래도 경력 있는 제가…….”

어머니가 말을 끊었다.

“경력? 아아, 너도 특수대에서 ‘잠깐’ 일했지?”

“잠깐 아닌데.”

“3년도 안 굴러 본 아들이 어디서 경력 운운이니. 넌 돈 쓰렴. 몸은 엄마가 쓸 테니.”

아버지는 양주를 사라 하시더니 어머니는 여기에 돈을 쓰라 하시네.

두 분 참, 닮으셨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천생연분이에요.”

내가 말했다.

“그걸 이제 알았니?”

어머니가 답하고 목을 좌우로 꺾었다.

우두둑하는 뼈 맞물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슬혜 씨?”

원장님이 덜덜 떨리는 입술로 어머니를 부르고, 입술만큼 떨리는 손으로 어머니의 옷깃을 쥐려 했다.

다가오는 손을 마주 잡은 어머니가 말했다.

“괜찮아요. 사람 구할게요. 안에 있는 애들도 잘 타일러서 되돌려 보낼게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어머니는 거짓말을 싫어하신다.

이전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비밀 공개 이후로 더 그러시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진실만 말했다.

말로 타이른다는 말은 안 했으니까.

“아들?”

“네.”

난 한쪽 팔로 원장님을 감싸 안았다. 그대로 두면 쓰러질 것 같았다.

안으니, 전신이 오한 걸린 사람처럼 오들오들 떠는 게 느껴졌다.

“슬혜 씨? 저기에 들어간다고요?”

“네, 아니에요.”

원장님의 물음에 내가 답했다.

괜히 말해서 놀라게 할 필요는 없다.

“저쪽에 가 계시면 경찰 불러서 처리할게요.”

“경찰 부르면 안에 인질을 다 죽인다고 했어요.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다 죽인다고…….”

“그럼 사이렌 끄고 오라고 할게요.”

“아니, 그게 그 말이 아니라 비유고, 경찰 흔적만 보이면 그러겠다고 한 거예요.”

저도 알죠. 패닉인 줄 알고 말했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멀쩡하신가.

“봉사자를 전부 데려오라고 했다면 일단 저와 어머니가 도착한 것도 알 겁니다. 안 들여보내도 인질을 죽인다고 한 거 아니에요?”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일이다.

상대가 머리를 잘 썼다.

인질을 잡고 행동의 제한을 둔 선택지를 원장님에게 던졌다.

원장님은 어떤 반항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심리적 족쇄였다.

제 행동으로 사람을 죽이게 된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장치고.

“봉사자만 전부 들여보내면 전부 안전하게 보내 주겠다고 했을 거고요.”

불멸특수대에서는 협상의 원칙과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는 훈련 코스도 있다.

거기서 배운 내용이었다.

“네, 맞아요.”

원장님도 그 협박하는 놈들을 믿는 눈치는 아니네.

말하는 것만 봐도 알겠다.

다만, 진짜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뿐.

“나와서 바로 신고해야 하나 고민하긴 했어요. 그런데 전파가 안 터져서.”

음?

그 말에 슬쩍 전화기를 보니, 진짜였다.

통화권 이탈이었다.

전화고 데이터고 다 막혔다.

재밍이다.

절대로 그냥 놀러 온 습격자는 아니었다.

프로메테우스가 내뺐다가 하고 돌아왔을까?

아니, 그건 확률이 너무 낮다.

모두의 눈을 피해서 이런 작업질을 할 수는 없다.

지금 프로메테우스가 수도권에 몰래 잠입하려면 최소 세 개 단체의 눈을 피해야 했다.

일단 행안부 특임대와 불멸특수대의 정보기관.

다음은 단군 그룹 사설 정보팀의 레이더.

마지막으로 경찰청 소속의 정보기관까지.

절대로 쉬이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런 전조는 없었다.

육감도 그게 맞다고 말하는 것 같고.

어째 이전에 그 금발 대가리하고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빨리 그 금발을 찾아서 조져야겠다.

그럼 답이 나올 터.

일단은 어머니를 서포트…….

꽝!

어머니는 스프린터 자세를 취하더니, 달렸다. 질주했으며 돌파했고 돌진했다.

나에게 가르쳐 준 강각이다.

눈 깜빡이는 시간보다 짧은 찰나.

어머니가 어깨로 보육원 문을 부수며 들어갔다.

“……어, 어?”

원장님이 놀라기에 가볍게 목 뒤를 주물러 줬다.

긴장 이완과 동시에 적당한 압력으로 힘을 줬다.

곧 눈이 풀리며 원장님이 쓰러졌다.

그걸 공주님 안기로 안아서 밖으로 향하니, 아까 놀란 직원 선생님이 보였다.

“부탁드려도 될까요?”

말하고 원장님을 건넸다.

“네? 저기, 무슨 일입니까? 어떻게 됐어요?”

체구 건장한 남자 선생님이다.

“지금 얘기 중이에요.”

사실은 천사 소년 네티가 혼내주러 갔습니다.

그것도 마법 봉 이런 거 말고 주먹으로요.

확실합니다. 안 봐도 뻔해요.

그렇다고 여기서 이 얘기를 꺼내면 황당할 테니.

“가까이 오지 마세요. 지금부터 이곳은 작전 지역입니다.”

불멸특수대 짬밥을 코로 먹진 않았다.

이 정도 임기응변이야, 일도 아니다.

“네?”

“사건 접수받고 온 팀입니다. 걱정하지 말고, 거리를 두고 대기해 주십시오.”

“아, 네.”

남자 선생이 원장님을 안고 끙끙대며 돌아섰다.

나도 몸을 돌렸다.

아무리 어머니가 혼자 한다고 해도 그걸 놔둬서야 쓰겠나.

나도 보육원 안으로 향했다.

이미 애들과 사람들은 빠진 지 오래, 그렇다고 무작정 날뛸 순…….

펑.

생각이 미처 이어지지 못했다.

2층 창문에서 뭔가가 튀어나와 바닥에 퍽하고 떨어졌다.

파들파들 떨고 있기에 가 보니, 개를 닮은 얼굴에 이마에 눈이 하나 더 달려서 눈이 세 개인 개 대가리 변신족이었다.

피거품을 무는 걸 보니, 많이 아파 보였다.

죽은 건 아닌데, 그렇다고 일어나서 날뛸 정도도 아니다.

전신에 성한 곳이 없었다.

팔다리는 부러졌고, 주둥이도 호되게 맞았는지 피를 질질 흘리는 중이다. 기절은 당연했다.

거, 어머니, 살살 좀 하시지.

나도 건물 안으로 쏙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피 냄새 따위가 코를 찔렀다.

어머니가 한바탕 난장을 피우고 난 뒤의 참상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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