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나 전화 좀
요원, 박호순은 난감했다.
쿵쿵쿵!
밖에서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는 놈들이 대략 십수 명은 넘는 듯했다.
‘아니, 그것보다 더 많은데.’
기척을 읽었다. 수십은 되는 듯했다.
그리고 자신 뒤에 있는 민간인이 대략 스물이었다.
호순은 이 일의 시작을 떠올렸다.
“연예계 쪽 일 하나 하고 와라.”
사수가 일을 시켰다.
그렇게 특수대 요원으로 사건에 투입.
대략 일주일을 이 근처를 헤맸다.
실종자 탐색? 그거야 경찰에서 할 일이다.
다만, 최근에 이 일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편지를 두고 가는 사건이 발생, 이 일에 특수종이 개입됐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시작한 조사다.
편지를 두고 가는 놈은 보이지 않았다.
우연히 실종자의 흔적만 찾았다.
그렇게 쫓아 한 건물 앞에 섰다.
불길함이 뒤통수를 찌르기에 안으로 잠입했다.
특별한 건 없었다.
특수종 경비도 없었고, 문도 열려 있었다.
들어가서 주변을 살피는 중에 소란이 일었다.
“하지 말라고!”
비명에 가까운 여자의 목소리다.
호순은 발걸음을 재게 놀렸다.
곧 눈앞에 두 명의 남녀가 보였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후줄근한 운동복의 남자와 그 손에 붙들려 울먹이는 핑크 머리 여자애가 보였다.
여자애다. 아직 스물도 안 되어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점잖게 물었다.
오해가 있다면 풀면 될 것이고, 상대가 반항한다고 하면 특수대 요원이라는 신분을 밝힐 생각이었다.
“흐.”
상대는 말 대신 침을 질질 흘리더니 냅다 덤볐다.
“미친 새끼가.”
불멸특수대 요원은 어떤 사람인가.
유광익이나 정기남 같은 괴물이 아니더라도, 불멸자 중에서는 능히 엘리트 집단이라고 봐야 맞았다.
박호순은 달려드는 상대의 발을 걸고 옆으로 밀쳐 넘어뜨리려고 했다.
일반인이 상대라면 차고 넘치는 대응이었다.
그런데 발을 걸었더니, 넘어지면서도 힘으로 밀고 들어왔다.
상대의 주먹이 날아왔다. 위협이 느껴졌다. 감각이 경고했다.
가까스로 왼팔을 들어 가드했고.
우직!
그 주먹 한 방에 팔이 부러졌다.
“음.”
신음이 절로 나왔다.
상대가 보통이 아니었다.
잠깐의 틈에, 박호순은 상대의 콧잔등에 이마를 들이받았다.
쿵 소리가 어두운 복도를 울렸다.
“꺅.”
놀란 여자애의 비명이 들렸다.
“흐윽.”
맞은 놈이 신음을 흘렸다. 놈의 코뼈가 옆으로 휘어 코 위로 삐죽 솟은 게 보였다.
이후 비틀거리는 놈의 아킬레스건을 걷어차 넘어뜨리고 머리통을 사커킥으로 후렸다.
뻑 소리와 함께 목뼈에서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
그래도 죽진 않았다.
‘뭐 이렇게 단단해?’
죽이려고 찬 건 아니지만, 가격하며 느껴지는 반탄력만으로도 일반인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특수종도 아닌 것 같고.
‘이럴 줄 알았으면 고통 감내 훈련 열심히 받을걸.’
말이 그렇다.
그걸 꾸준히 받는 미친 요원은 몇 없다.
“후우, 후우.”
호흡을 조절하며 부러진 팔의 통증을 끙하고 참아 내자, 눈앞에 비명을 질렀던 여자애가 보였다.
그러니까 민간인이다.
“무슨 일입니까?”
박호순이 물었다.
“누구세요?”
놀랐으면서도 할 말은 다 한다.
강단 있네.
박호순은 생각하며 답했다.
“불멸특수대 요원입니다.”
“갑자기 덤볐어요, 저 사람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다가오지 마십시오. 불멸특수대 요원입니다.”
경고가 먹히지 않았다.
조금 전과 같았다.
눈이 벌겋게 된 남자 하나와 여자였다.
“코디 언니…….”
등 뒤, 뒤쪽 문이 열렸다. 시선을 돌려 얼굴을 확인했다.
돌아다니며 알게 모르게 얼굴이 익은 애들이다.
루지트에서 미는 신인 걸그룹이라 했던가.
“뒤로.”
박호순은 그렇게 외치며 품에서 나이프를 꺼냈다.
권총이라도 챙겨와야 했을까.
하지만 이곳에는 인베이더 출현도, 그렇다고 특별히 특수종 범죄가 일어난 징조도 없었다.
그저 조사일 뿐이었다.
그러니 장비 수준이 이런 건 당연했다.
나이프를 쥔 손에 땀이 찼다.
상대는 최소 혼혈 변신족 급.
나이프 한 자루로 둘 이상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그림자의 뒤로 하나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성이다. 내 성.”
유일하게 말을 할 줄 아는 놈도 보였다.
‘장필호?’
자기도 얼굴을 안다.
그 옆에 선 작자도 이름은 모르겠지만, 얼굴은 알았다. 드라마에서 종종 보였다.
“몰래카메라? 음, 아니겠지.”
박호순은 중얼거렸다.
몰래카메라였다면 아까 자기가 한 놈을 때려눕혔을 때 곧바로 방송사고가 됐을 거다.
“죽여라.”
장필호가 말했고, 박호순은 뒤로 뛰었다.
도망이 답이었다.
그렇게 뛰고 뛰다가 하나둘 사람이 모였고, 방에 갇힌 셈이 된 거다.
‘돌겠네.’
빠져나갈 길이 안 보인다.
문을 두드리던 소리가 멈췄다.
“가, 갔을까요?”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뒤편에 자신을 바라보는 민간인 무리가 보였다.
비명 대신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끅끅거리는 사람.
“우리, 구해 주실 거죠?”
그중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불안에 찌든 물음이었다.
요원 박호순은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혼혈 변신족 급 전투력을 가진 놈들이 최소 스물 이상.’
이쪽은 민간인 스물에 특수대 요원 하나.
상대가 될 턱이 없었다.
본부에 지원 요청은 했다.
그 지원이 오는 동안 이들을 다 살릴 수 있을까?
팔이 부러지긴 했지만, 자기 하나 사는 건 일도 아니다.
창문을 깨고 밑으로 떨어지면 그만이다.
꽈-앙!
잠잠하나 싶더니, 문을 때리는 소리가 더 커졌다.
우직.
방화문 중앙이 안쪽으로 둥글게 솟았다.
밖에서 무지막지한 힘으로 후려친 듯했다.
“다 씹어 삼켜 주마. 내가 바로 장필호다. 이곳은 내 성이다. 내가 왕이다.”
이 스물, 절대 못 살린다.
다 죽을 것이다.
박호순은 그리 예감했다.
꽝! 꽝!
우직, 우직.
방화문의 경첩이 버티지 못했다.
신음을 지르던 경첩이 툭 하고 떨어졌다.
끼이익.
평소 열리던 방향과 반대쪽으로 문이 열렸다.
경첩이 제 역할을 끝냈다.
모서리부터 반쯤 열린 문이다.
우드득.
밖에서 그걸 밀치자, 문이 안으로 뜯기듯 열렸다.
쿵.
떨어진 문을 발로 밟으며, 눈이 빨간 짐승이 걸음을 옮긴다.
“타이밍 조졌네.”
박호순이 중얼거렸다.
이대로면 뭐, 버틸 만큼 버티는 것 말고는 남은 선택지가 없었다.
길어야 1분이나 버틸 터였다.
아찔한 마음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순식간에 긴장 상태에 돌입한 몸뚱이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나이프를 비스듬히 겨눈 채로 기세로 버텨 볼까 싶은 순간이었다.
톡.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뭐야, 루머 아니네.”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에?”
박호순은 오리엔테이션 당시 문신남의 1조에 속해 있었다.
즉, 유광익의 동기다.
그러니 이 얼굴을 모를 수 없었다.
“유광익?”
“음, 요원이시고.”
갖가지 소문의 주인공이자, 최단기간 대리를 달며 차세대 최고의 불멸특수대원 임을 증명한 뒤, 불현듯 퇴사.
사장의 아들이란 소문도 있었지만, 실상 그 아버지는 행안부 실세라는 게 정론이었다.
“으음.”
유광익이 제 얼굴을 보고 앓는 소리를 냈다.
얼굴은 알지만, 이름을 기억 못 하는 거다.
“박호순이다.”
“아, 박호순.”
목소리에 매가리가 없다. 이름을 들어도 모르는 거다.
“동기다.”
“아, 동기.”
또 매가리가 없는데?
“너 나 기억 못 하지?”
“……이것 봐라, 이게 몇 놈이야? 한두 놈이 아니었잖아.”
광익은 대답 대신 빨간 눈깔의 침입자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난놈은 난놈인데, 위기의 순간 최고의 조력자임은 맞는데.
‘왜.’
이상하게 얄미울까.
이럴 때가 아니었다. 박호순은 생각을 털어 내며 물었다.
“지원은 몇 명이나?”
“응? 나 혼자 왔는데.”
박호순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을 썼다.
혼자라니.
지금 여기에 혼혈 변신족 급 상대가 몇인데.
박호순은 몰랐다.
유광익이 유명세를 떨쳤다는 건 알았지만, 싸우는 건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까.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그에게 혼혈 변신과 불멸의 싸움은 불리할 뿐이었다.
“일단 밖으로 나갈까나.”
광익이 말했다. 무슨 소리냐고 묻기도 전에, 그의 몸이 움직였다.
훅하고 잔상을 그리며 사라지더니, 문을 열고 다가오려는 놈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펑.
경쾌한 소음이 터졌다.
맞은 놈의 두 발이 붕 뜨면서 뒤로 날아갔다.
* * *
광익은 주차장에 멈추자마자, 둘에게 말했다.
“나오지 말고, 문 열지 말고, 수틀리면 액셀 밟고 내뺍니다. 오케이?”
“네? 아니, 줄리아는…….”
“그건 제가 알아서 합니다.”
“오빠, 꼭 구해 주세요.”
이유나가 말했다.
눈물은 없지만, 그 간절함이야 차고도 넘친다. 투박한 성격인 줄 알았다니, 그냥 표현이 서툰 타입이었나 보다.
매니저도 그건 마찬가지고.
“유나야, 운전할 줄 알지? 내가 같이 가서 도울 테니까. 넌 이대로 경찰서로 가서…….”
“저 따라올 수는 있어요?”
번번이 말을 자르는 건 미안한데, 어쩔 수가 없었다.
차를 세우자마자 감각을 곤두세웠다.
몇 층에 사람이 모여 있는지, 오감을 달궈 보니 느껴졌다.
이게 바로 순혈 정가의 감각 분화다.
청각으로 듣고 시각으로 사태 파악했다.
3층, 민간인 무리가 모여 있다.
갇혀 있으니, 놔두면 좋은 꼴은 못 볼 거다.
차에서 내려 차 문을 부드럽게 밀었다.
“광익 씨?”
매니저가 날 불렀다.
“기다려요.”
그렇게 말하고 쿵 소리 나게 문을 마저 닫았다. 그 뒤, 그대로 달렸다.
누굴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땅을 박차는 순간, 허벅지 근육에 힘을 준다. 폭발적인 각력이 몸을 앞으로 튕겨 내듯 쏘아 낸다.
변신족 기본 기술인 대쉬다.
힘으로 땅을 박차 속도를 높이는 것.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는 게 비전 ‘강각鋼脚’이다.
근육의 힘을 극대화해 비정상적인 각력을 발휘하는 것.
이 무지막지한 힘은 일반인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묘기를 발휘하게 한다.
벽이 코앞에 와도 멈추지 않았다.
대신 보폭을 늘렸고, 달리는 속도 그대로 벽을 밟았다.
그리고 벽을 땅 삼아 달렸다.
“……어, 어, 어?”
뒤따라 내렸는지, 놀란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렸다.
벽을 달리는 남자 처음 보시나 보네.
난 벽을 달렸고, 열린 창문으로 들어갔다.
동기를 만났다.
솔직히 기억은 안 나는데, 동기라니까 뭐.
그리고 눈앞을 가로막은 눈 빨간 오춘기 친구들이 그득했고.
한 놈을 발로 찬 이후, 난 상대를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특수종은 아니다.
그런데 특수종의 힘을 발휘한다.
이런 경우가 몇 개나 있지?
괜히 불멸특수대 요원으로 근무한 게 아니다.
하물며 외부 보안 3팀은 전부 일당백.
싸움도 잘해야 했고, 아는 것도 많아야 했다.
이제는 동업자가 된, 경제 관념이 개미 눈곱만큼도 없는 팬더 형한테 배운 것 중 하나였다.
상대를 파악하는 법이다. 아는 게 곧 힘, 지식의 사전을 뒤졌다.
강화 계열 초능력자.
그럼 정신 조종은?
듀얼이다.
상대가 어떻게 그 힘을 얻었고 활용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상대를 파악했고 내 행동 지침을 정했을 뿐.
눈앞의 상대는 전부 조종받는 민간인이란 거다.
죽이면 문제가 될 거란 거고.
한 놈을 발바닥으로 걷어차 날려 버리고, 두 번째 놈의 발뒤축을 발끝으로 걸듯이 차고 손바닥으로 가슴을 밀쳤다.
힘을 꽤 준 덕에 내 손바닥에 맞은 작자가 뒤로 훙 날아갔다.
맞은 놈의 몸을 받아 내려다가 몇 놈이 함께 뒹굴었다.
“……뭐야.”
뒤에서 동기가 물었다. 꽤 놀란 눈치였다.
“장풍.”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 보려 했다.
이 친구 기억 못 한 게 조금 미안했다.
동기는 말이 없었다. 그저 눈만 깜빡이며 날 바라볼 뿐.
“또라이라고 해도 된다.”
딱 그 말 나올 타이밍인데.
“아니야. 아니다.”
동기는 고개를 저었다.
애가 말을 예쁘게 하는 타입인가 보다.
놔두고 몸을 돌렸다.
아직도 상대는 많다. 근데 이거, 끊임없이 때려눕힌다고 끝이려나.
“감히 내 노예를!”
맨 뒤에서 소리가 났다. 아마도 이 초능의 주인일 듯하고.
반쯤 미친놈이었다.
“당장, 당장, 저놈을 당장! 당장!”
말도 제대로 못 할 만큼 미친 또라이였다.
“잠깐.”
난 놈을 보며 손바닥을 펼쳤다.
목소리에 야성을 담았기에 모두가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힘이 담긴 목소리.
변신족 비전의 일부다.
“기다려.”
마저 말했다.
“……뭐?”
반쯤 미친놈이 되물었다.
“……뭘?”
뒤에서 동기가 중얼거렸다.
“……기다리란다고 기다려?”
동기 뒤쪽, 인질이거나, 시체거나, 아니면 저 반쯤 미친놈의 노예가 될 뻔한 애 중 하나도 중얼거렸다.
“나 전화 좀.”
급히 물어볼 게 있었다.
전화를 들어 최근에 연락한 전화번호 중 하나를 찾았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상대가 받길 기다렸다.
“이이이.”
그걸 본 반쯤 미친 친구가 어금니를 갈기에.
“기다리라고.”
한 번 더 말해 줬다.
변신족의 힘. 야성의 목소리다.
상대가 턱을 덜덜 떨다가 주둥이를 다물었다.
본능과 이성이 줄기차게 싸우는 중인지, 침이 입가를 타고 뚝 흘렀다.
내가 만든 침묵의 장이다.
모두가 입을 다문 사이, 수화기 너머, 전화 받은 작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야밤에 뭔데?”
“뭘 하고 있길래 이렇게 늦게 받아요?”
“남자 혼자 이 시간에 뭘 하는지 묻는 건 매너가 아니다. 동업자.”
팬더 형도 남자다. 난 궁금하지도 않은 사생활 대신 물을 걸 물었다.
“정신 조종 계열, 그것도 인베이더 냄새도 좀 나고 더럽게 수상한데, 사람이 꽤 많이 잡혔어요. 해결책 좀 내놔 봐요.”
“……그걸 왜 다 들리게 하냐아아.”
뒤에서 동기가 말했다.
슬쩍 보니, 곧 울 것처럼 눈꼬리가 축 처졌다.
상대가 모르게 해도 될 이야기라는 의미 같은데.
안다고 뭐 달라질 건 없으니까 대놓고 하는 거지.
여기서 잠깐 통화한다고 자리를 비우는 게 더 웃기지 않냐?
난 합리적으로 행동했을 뿐인데.
“숙주 때려잡아, 아! 죽이진 말고. 나머지도 완전 제압 상태로.”
완전 제압.
요원 시절에 익힌 용어다.
기절로 안 되면 사지를 부러뜨리란 말이다.
오케이, 접수 완료다.
“친구들, 여긴 좀 좁지 않아?”
통로가 좁다. 그 사이를 가로막은 놈들은 많고.
“주차장으로 따라와, 개땍끼야.”
내가 말했다. 욕에 힘을 줬더니 발음이 좀 새긴 했지만, 의미 전달은 충분했다.
야성의 기운을 빼고 했더니, 상대가 기가 살아 외쳤다.
“네놈이, 네놈이 따라와라!”
말하고 숙주 놈이 제 군단을 이끌고 의기양양하게 나섰다.
자, 그럼 일단 이쪽 인질 스물은 안전하고.
그중에 줄리아도 있었다.
“치킨 맛있디?”
줄리아를 보고 물으니, 애가 말은 못 하고 눈물만 뚝뚝 흘렸다.
많이 놀란 듯했다.
“그 호순아, 너 요원으로 온 거면 사고 비용 본사에서 처리해 주는 거지?”
“뭐?”
“소송이나 재산 피해 발생한 거, 본사에서 처리하잖아.”
“……그렇긴 한데.”
“좋아.”
훌륭한 답변이었다.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굳이 들을 필요가 있을까.
난 다시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대충 미끄러지다가 가스관이 보이기에 거길 톡 차고 내려섰다.
먼저 와서 기다리니, 곧 주차장 앞에 놈들이 모였다.
대량 쉰 정도였다.
몸풀기 딱 좋은 상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