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그렇게 4개월이다
“재벌 3세라고?”
동훈 대리가 놀랄 만도 했다.
나도 놀랐으니까.
“네. 제가 재벌 3세. 그리고 불멸이 잊은 순혈 가문의 후계자죠.”
한때 불멸 왕국을 만들려고 했던 선조가 있었다.
선조 중 누가 그랬는지는 몰라도 능력 있는 분이었다.
그래서 내 피의 별명은 순혈 왕가다.
“순혈 왕가라고?”
동훈 대리가 또 놀랐다.
당신 놀라는 얼굴을 보려고 데려온 건 아니지만, 이해는 한다.
“네, 놀랄 만하죠.”
눈으로 내 전신을 훑으며 동훈 대리가 물었다.
“……근데 왜 멀쩡하냐?”
내가 예상했던 질문과는 달랐지만, 이 또한 이해할 수 있는 범주였다.
불멸과 변신의 혼혈.
동훈 대리도 혼혈이다. 실험체고, 실패작이라 할 수 있었다.
그는 변신 후에는 이성을 잃고 재생력을 잃어버리며, 변신하기 전에는 변신의 힘을 쓰지 못한다.
하지만 난 다르다. 불멸과 변신의 힘이 공존하는 몸을 가졌다.
“글쎄요.”
팬더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라고 알겠냐고.
팬더가 눈에 힘을 줬다.
“혹시 너…….”
“…….”
긴장감이 감돌았다.
우리는 승강기를 타고 내 훈련장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띵.
승강기가 도착했다는 소리와 함께다.
팬더 대리의 입술이 달싹였다.
“빙의자냐? 회귀가 아니라 빙의였어? 변신족 빙의?”
……이 양반은 소설을 그만 읽어야 해.
“빙의 아니고, 사랑이 만든 기적의 결정체죠.”
“여긴 어디야? 내가 살 집도 구해 준 거야?”
혹시 이 일로 팬더 형은 날 원망할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갱생 마녀라고 들어 봤어요?”
팬더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유명한 특수종은 아니다.
다만, 일부 변신족에게는 특별한 이름이라고 했다.
“그 사람은 왜? 알음알음 들어서 알고는 있지. 변신족 사이에서는 뭐, 도시 전설급이던데? 본능 발작하는 변신족이 만나지 말아야 할 특수종 1순위라고 하더라.”
“그런 건 어디서 들어요?”
“암시장 가면 이런 앙케이트 조사하는 애들이 있어. 듣는 재미가 쏠쏠하지.”
말하며 팬더 형이 손으로 귀를 톡톡 두드렸다. 낙천적인 양반이다.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이리 해맑게 웃는 걸 보면.
훈련장에 들어가니, 테이블에 앉은 어머니와 삼촌이 보였다.
“늦었다. 광익아. 오늘 진짜 재밌는 거 준비했다.”
삼촌은 새로운 훈련을 준비했다더니, 신났다.
어머니는 다가오는 날 보곤 눈인사를 하며 팬더 형을 눈으로 훑었다.
둘에게 다가가며 내가 입을 열었다.
“동훈이 형.”
“형이라고 하니까 되게 어색하다.”
“변신족 본능 제어 못 하죠?”
“이건 제어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야. 난 프로메테우스의 실험체로 태어난 혼혈이다.”
말투가 담담했다.
사실은 사실이니, 어찌할 수 없다는 투였다. 숫제 미소까지 짓는다.
진짜 낙천적이야.
“아뇨. 할 수 있어요.”
“응?”
“제어할 수 있다고 하네요.”
“뭘?”
“변신족 본능이요.”
“아니, 광익아, 네가 뭘 몰라서 그러는데, 이게 제어가 되는 종류가 아니라니까? 변신 안 하면 괜찮아. 불안해서 그래? 그럼 내가 외곽에 따로 집을 구해서 살면 되니까…….”
오는 동안, 앞으로 날 도와서 일을 해 달란 말은 이미 했다.
팬더 형의 말은 그 말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짧은 대화가 끝났다.
테이블에 가까워졌고, 난 자연스레 둘을 소개했다.
“왼쪽에 계신 분이 삼촌.”
“아, 그 재벌 2세분. 반갑습니다. 이동훈입니다.”
“으흠, 그 실험체구나. 겉보기에는 멀쩡하네.”
미안, 우리 삼촌이 금강석 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그런지 말을 좀 안 가리더라.
넉살이 좋은 게 장점이라면 상대의 마음 따윈 신경도 안 쓰는 게 단점인 것 같더라고.
“네, 변신만 안 하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변호사도 감사했고요.”
문제는 없었다. 팬더 형은 서글서글했다.
일단 감옥에서 나왔고, 멀쩡하게 바깥 공기 마실 수 있게 됐으니, 이 정도로는 화도 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리고 이쪽은.”
어머니라고 소개하는 것보다 더 적절한 별명이 있기에 그 말을 꺼냈다.
“갱생 마녀이자, 제 어머니요.”
“반가워요.”
어깨를 편 반듯한 자세다. 어머니는 그대로 손을 내밀었다.
팬더 형이 반사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뭐? 네, 반갑습니다.”
나한테 되묻고 어머니께 인사하는 틈에, 어머니는 손을 쥔 상황에서 팬더 형을 자기 쪽으로 당기며 반대 주먹으로 명치를 때렸다.
퍽.
“억.”
불시의 일격이었다.
팬더 형은 반항할 틈도 없이 한 대 얻어맞았다.
“끅.”
숨이 턱하고 막혔는지 바닥에 널브러져선, 꺽꺽거리며 침을 토했다.
어머니는 여전히 팬더 형의 한 손을 쥔 채로 고개를 갸웃했다.
“변신 안 하면 일반 불멸자보다 못한 것 같은데.”
팬더 형이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 고인 눈물이 보였다.
“왜.”
많이 아팠나 보다.
간신히 외마디 의문만을 뱉는다.
“본능 제어가 안 된다고요?”
어머니가 그걸 보며 말했다.
“네?”
“안 되긴 뭐가 안 돼. 노력하면 다 됩니다.”
“아니, 제가 프로메테우스 쪽 실험체거든요.”
“변신족 본능은 그런 거랑 무관해요. 따로 훈련받은 적이 없어서 그러는 것 같은데.”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전, 제가 실험체라니까요?”
팬더 형이 이렇게 당황하는 건 또 처음 본다.
“된다니까.”
어머니는 그대로 팬더 형을 일으켰다.
“실험체라서 안 됩니다. 제가 압니다.”
“아니, 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아. 괜찮으니까 일단 해 보자고.”
“광익이 어머님?”
“보통 훈련받을 때는 교관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는데, 나중에는 다들 마녀라고 하더라고요.”
“네?”
당황해하는 팬더 대리를 보고 내가 옆에서 속삭였다.
“아까 말했잖아요. 우리 어머니가 그 변신족 갱생 마녀래요.”
휙, 팬더 형 고개가 날 향했다.
“광익아, 이건 아니야. 난 실험체…….”
“무슨 변명이 이렇게 길까.”
어머니가 팬더 형의 뒤에서 목을 한 팔로 끌어안고 기도를 압박했다.
팔뚝 위로 잔 근육과 혈관이 툭툭 튀어나오는 게 무척 매력적이었다.
곧 팬더 형의 눈이 흰자위만 남고 돌아갔다.
“아들 부탁이니까, 엄마가 힘써 볼게.”
고개를 꺾으며 기절한 팬더 형을 한 손으로 질질 끌고 가며 어머니가 말했다.
마리를 청학동 에이스로 만든 걸 보고 혹시나 해서 말을 꺼내 본 건데, 어머니가 흔쾌히 수락하셨다.
그리고 지금 보니까 드는 생각인데.
“삼촌, 우리 엄마 신나 보이는 거 맞죠?”
“야, 말도 마라. 네 엄마는 옛날부터 저랬어. 본능 터진 변신족 조지는 게 인생의 낙인 사람처럼.”
“음.”
나 아직 변신 안 해 봤는데.
많은 변신족이 변신 후, 본능 제어에 실패한다고 들었다.
난 팬더 형을 질질 끌고 가는 어머니를 보며 결심했다.
때려 죽어도 정신을 곧게 바르게 유지하겠다고.
“우리는 우리 훈련을 하자고.”
어머니는 본인이 도맡아 훈련을 진행할 것처럼 말했는데, 실상은 삼촌과 과외 선생님이 더 신났다.
이유를 추측하자면, 삼촌은 내 몸이 지닌 어떤 한계치를 보는 게 즐거운 것 같고.
과외 선생님은 그저 내가 성장하는 걸 보며 즐기는 듯했다.
이유야 어쨌든, 둘 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훈련 기구가 뭔데요?”
어디서 또 중량 밴드 새로운 버전을 가져온 걸까.
“입어라.”
평범한 옷으로 보였다.
다만, 보기 부끄러운 전신 타이츠일 뿐.
“단군 그룹 패션 사업부는 다 퇴사했습니까?”
“내가 봐도 좀 그렇긴 한데, 이게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하니 어쩌겠냐, 조카야.”
어기적어기적 입었다.
전신에 달라붙으나, 압박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소재가 일반 면이나 스판덱스는 아닌 게 분명했다.
옷 곳곳에 줄이 그어져 있는데, 줄이 그어진 곳에서 빛이 점등했다.
전자기기의 향기가 났다.
“그럼, 일단 1단계.”
웅.
옷이 울었다. 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전신을 짓누르는 압력이 가해졌다.
“단군 트레이닝 팀 특수 훈련 도구, ‘인듀어’다.”
타이츠가 근육을 옥죄고 조인다. 몸에 압력을 더한다. 중력이 높아진 기분도 들었다.
땅이 날 끌어당겼다.
“훅.”
숨을 한 번 크게 뱉고 몸에 힘을 줬다.
괜히 그동안 훈련한다고 아득바득 악을 쓴 게 아니었다.
코어 근육에 힘을 주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역시 우리 조카. 이걸 버티네. 처음 하면 1단계에서 다 바닥을 설설 기는데.”
삼촌이 감탄했다.
난 그게 얄미워 보였다.
“삼촌은 몇 단계까지 버티셨습니까?”
“4단계.”
삼촌이 생긋 웃었다.
껄렁껄렁한 노랑머리 양아치처럼 보이는 저 삼촌이란 양반도, 실제로는 단군 그룹이 키운 전투 살육 병기다.
어머니는 나에게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삶을 말해 줬다.
단군 그룹은 곧 변신족이 지배하는 소왕국이다.
때문에, 그곳의 왕족은 자신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무력으로 서지 못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약육강식의 세계라 했고.
삼촌은 그 세계에서 당당히 살아남은 단군의 후계 중 하나였다.
“후아.”
두 번째, 호흡.
근육에 힘을 줄 필요도 없이 밸런스를 잡았다.
적응하는 데는 2분이면 충분했다.
“인듀어는 근육을 실시간으로 부순다. 몸을 조이는 힘을 버티려면 근육이 버텨 줘야지. 거기 전신에 달린 센서가 외부 장치에 반응해서 무게를 늘린다.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훈련 도구다. 벌써 적응했구나. 우리 조카.”
“친절하네요.”
평소에는 저리 열심히 얘기해 주지 않았다.
즉, 뭔가 더 있다는 거다.
“그래서 준비했다. 인듀어만 갖고 하면 심심하니까, 적응도 빨리할 겸 대련이다.”
누구랑?
눈으로 묻자 삼촌이 전화를 걸었고, 곧 누군가 승강기를 타고 내려왔다.
“마리가 꼭 오라버니를 때려야 하나요?”
마리다.
팔과 다리에 각반과 보호대 따위를 찬 게 보였다.
머리는 뒤로 묶었고 단단해 보이는 장갑도 꼈다.
기어까지는 아니지만, 전투 준비는 끝난 것 같은데?
“인듀어 착용한 채로 마리랑 대련이다.”
삼촌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정말 진짜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사람의 표정이다.
“마리야, 죽이면 안 돼.”
과외 선생님도 따라와 말했다.
“마리는 오라버니를 죽이지 않아요.”
마리 쟤는 요새 왜 자꾸 자기를 3인칭으로 말하는 건지.
근데 그게 또 묘하게 어울려서 뭐라고 하고 싶지가 않다.
거듭 생각하는 건데, 마리 꽤 귀엽다.
“마리랑요?”
이래 봬도 내가 동대문의 구원자요, 아더 사이드의 영웅, 인간벌목꾼 노필두 살해자이자, 크로커다일과 맞붙은 불멸특수대원인데?
“인듀어 벗겨 줄까?”
“아니, 마리가 괜찮겠냐는 거죠.”
“풉.”
삼촌이 날 비웃었다.
이 양반이 날 모르나 보네.
“제가 사실 불멸특수대 출신이거든요.”
“알아.”
삼촌이 여전히 웃는 낯으로 말했다.
“제가 저 어린 여동생을 두들겨 패면 그림이, 네? 안 좋잖아요.”
내 말은 무시당했다.
“마리는 오라버니를 죽일 수 없어요.”
“죽이는 건 당연히 안 되고, 네 오라버니는 불멸자라 잘 죽지도 않아요.”
마리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저으며 말하는 걸 선생님이 살살 달래는 게 보였다.
나 투명 인간이니? 내 말이 안 들리니?
“아니면 내가 해야 하는데, 마리가 하는 게 낫지 않니?”
마리가 나와 선생님의 다리를 번갈아 봤다.
내 몸도 튼튼하고 내 근육도 두껍지만, 우리 선생님은 인외 수준의 근육질이다.
“마리가 할게요.”
어금니를 깨문 마리가 말했다.
“아니, 삼촌?”
“쥐어 터지고 울면 안 돼. 엄마한테 이르기 없기. 뭐, 일러도 무방하지. 네 엄마가 만든 코스인데. 난 반대했다.”
무슨.
“오라버니, 조심하세요.”
마리가 내 앞에 섰다.
인듀어 1단계는 내 몸에 부하를 준다. 그렇다고 마리랑 대련이라고?
선생님이 그런 날 보더니 말했다.
“대련을 통해서 네가 배워야 할 것 첫 번째, 변신족의 박투다.”
“진짜 해요?”
“마리는 나랑 네 엄마가 키운 천재야. 자식아.”
과외 선생님이 말했다.
마리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그 와중에 부끄러워하니?
좋다. 그리 말한다면야.
“들어와.”
내가 여유를 부렸고.
마리는 덤볐다.
그제야 난 마리를 제대로 직시했다.
평소에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기에 몰랐다.
땅을 박차고 다가오는 순간, 변신족의 힘이 드러났다.
인듀어가 내 몸의 족쇄가 됐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뻑, 쩍.
인듀어가 아니었어도 두 번째 무릎은 못 막았다.
마리의 왼손 훅에 코가 부러졌고.
무릎 올려 찍기에 남자의 소중한 달걀 중 하나가 터졌다.
마리의 손속은 가차 없었다.
“끅.”
삼촌이 내 허리를 세차게 두드리며 말했다.
“절제, 네가 배워야 할 첫 번째다. 괜찮아. 통증은 잠시니까. 너 불멸자야.”
이 양반아, 불멸자도 아픈 건 마찬가지다. 정신이 쏙 빠질 것 같아서 다른 생각에 집중했다.
절제, 정확히 말하면 몸을 다루는 방법의 하나다.
마리는 힘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선으로 움직였고, 불멸의 감각으로 상대를 파악하는 내 버릇을 역으로 이용했다.
난 상대의 반응을 기다렸는데.
마리는 어떤 페인팅도 없이, 곧이곧대로의 속도와 힘으로 때린 거다.
그것도 무자비한 코스로.
“괜찮아요? 오라버니?”
마리가 물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 전투 이후 내 몸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불멸의 재생 능력이 한층 더 활발해졌다는 거다.
알이 다시 생겼다.
불멸이 아니었다면 평생 울어야 할 부상이었지만, 내가 바로 불멸 왕자다.
“다시.”
내가 말했다.
한 번으로 충분했다. 구조는 이해했다.
악어 때와는 다르다.
마리는 철저하게 배우고 익힌 변신족이었다.
순전히 직감이지만, 얘, 악어만큼 잘 싸울 것 같기도 하고.
“인듀어 단계 올린다. 적응 끝난 거 맞지?”
내 뒤에서 삼촌이 말했다.
“아니, 잠깐, 벌써요?”
“내가 그동안 심심해서 데이터를 만들었겠냐? 너 회복됐잖아.”
이런 염병.
인듀어 단계가 올라갔고, 이번엔 마리에게 맞아서 눈알이 터지고 머리뼈가 깨졌다.
물론 그냥 맞지는 않았다.
“역시 오라버니.”
마리도 팔이 부러졌다.
“휘이익.”
그걸 보며 삼촌이 휘파람을 불었다.
“역시 우리 조카.”
난 적응이 빠른 편인지라, 딱 일주일 만에 인듀어를 3단계로 올렸다.
그사이 대련하며 인듀어란 도구를 여섯 번 부숴 먹었다.
어느 정도 충격 해소 기능도 있다지만, 마리의 미들킥을 팔과 무릎으로 막아 내자 인듀어의 빛이 흐려지더니 그 힘을 다했다.
삼촌은 충격량이 축적돼서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을 하며 되게 눈을 빛냈고.
뭐가 그리 신나는지.
마리 뒤에는 통나무 선생과 대련했고, 그 뒤에는 삼촌과도 했다.
“엄마랑도 놀아 줘야지, 아들.”
엄마도 나섰다.
끔찍한 훈련이었다.
밤에 아버지를 만나서 툴툴거리자.
“아들, 먹고 살기가 그렇게 힘들어요. 어설프면 못 써.”
이리 날 독려했다.
“마리가 너무 때려서 그렇죠? 오라버니.”
“큼.”
그리고 옆에서 말하는 마리를 보며 아버지는 흐뭇하게 웃으셨다.
요즘 마리가 그리 귀여워 보이나 보다. 본인만 모르지, 엄청나게 예뻐한다는 건 주변 사람은 다 알았다.
“마리, 뭐 맛있는 거 먹을까? 소 먹을까?”
“네, 마리는 소를 먹겠습니다.”
마리도 곧잘 아버지를 따랐다.
이제는 진짜 부녀지간으로 보이기도 했다.
난 훈련했고, 또 훈련했다.
몸을 굴렸고, 또 굴렸다.
어머니가 변신족의 훈련 기간으로 잡은 건 6개월.
난 3개월 만에 어머니가 짠 코스를 다 클리어했다.
그리고 남은 한 달은 내가 가진 걸 정리했다.
정확히는 변신족으로 몸에 익히고 배운 걸 되새김질했다.
그렇게 4개월이다.
“봄이 그냥 지나갔네.”
집 밖을 나서자, 풋풋한 봄 대신 여름이 다가왔다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