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그릇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다.
“정부 지원이 끊겼습니다.”
“금융권에서 거래를 거절합니다.”
“외국계 금융도 막혔습니다.”
이유 따윈 묻지도 않았다.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남명진은 바보가 아니었다.
외압이 작용했기에 생긴 일이라는 건 뻔한 일이었다.
회사가 돌아가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그걸 끊으면 제 살을 파먹으며 버텨야 했다.
“죄송합니다. 알 수 있는 건 하나뿐입니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어요. 작정하고 떨어진 명령이라 풀 수도 없고요.”
인맥을 동원해도 안 풀린다.
최소 장관급 이상이 지원을 막았고.
금융권 지인에게는 더 기가 찬 말을 들었다.
“단군 그룹이요. 거기서 막았습니다.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제가 알려 드릴 수 있는 것도 이게 다입니다.”
외국계는 더 했다.
이쪽은 아예 이유조차도 말하지 않았다.
“당신의 기업은 우리 기준에 안 맞습니다.”
이런 말만 반복했으니.
아찔했다.
‘회사 운영이…….’
“내 개인 자산 처분해서 유광익 요구 들어줘.”
“알겠습니다.”
비서에게 일을 맡기고, 집도 팔고 기어도 처분했다.
꾸역꾸역 버틴다는 말이 맞았다.
‘괜찮다.’
이제까지 살면서 위기를 한두 번 겪었을까, 이 또한 지나갈 일이리라.
누구일까.
타이밍이 공교로웠다.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는 건 당연했다.
유광익과 그의 부모.
남명진은 곧 생각을 털어 냈다. 안다고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다.
지금은 그저 처마 밑에 숨어 비가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버티던 중 전화가 들어왔다.
“누구라고?”
“유광익입니다.”
비서의 목소리가 사내 전화기를 타고 울렸다.
남명진은 테이블 위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한때는 화림의 영웅, 현재는 퇴사자이자 돈줄을 막은 장본인, 자신을 원룸에 처박히게 한 친구다.
“연결해.”
곧 광익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왜 그러셨어요?”
“무슨?”
“저한테 왜 그랬어요. 제가 모욕감을 드렸나요?”
“음.”
남명진은 신음을 삼켰다.
대뜸 전화해서 지나간 이야기를 꺼냈다.
그 일 때문에 이제껏 괴롭혀 놓고.
“……영화를 잘 안 보시나 봅니다.”
짧은 침묵 뒤에 광익이 말했다.
바라는 게 없다면 전화를 할 리 없다.
남명진은 순순히 광익의 말을 기다렸다.
“사실 그때 되게 힘들었거든요. 그때 생각만 하면 숨이 턱턱 막히고.”
직원들 얘기로는 제 엄마 상황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한다.
제대로 알아봤냐고 되묻기까지 했다고 들었다.
이미 변신족인 걸 알고 있었다는 거다.
“악몽을 자주 꿉니다. 잠을 잘 못 자고 입도 짧아지고.”
아무리 생각해도 잘 먹고 잘 싸고 잘 잘 것 같은데.
물론 속내를 그대로 밝힐 순 없었다.
“흠흠, 그런 제 마음을 치유하고 싶습니다. 인연이 있는 사람이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고 들었거든요.”
이게 본론이었다.
한 일이 있으니, 제 요구를 들어 달란 말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이동훈 대리, 빼 주실 수 있나요?”
곤란한 요청이었다.
무엇보다 남명진 혼자서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몰래 탈출시켜 달라는 거면 더 곤란한…….
“몰래 빼내 달라는 게 아닙니다. 당당하게 자유의 몸이 될 수 없을까 해서요. 사장님이라면 어떻게 방법을 알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연락을 드렸죠.”
“난 회사와 정부에 얽매인 몸이다. 혼자서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광익.”
남명진은 새삼 이 친구를 부를 호칭이 애매하다고 느꼈다.
직급이 없으니 말이다.
광익 씨? 광익 군?
나이 차이를 생각하면 군이 낫겠군.
그리 생각하며 말을 기다렸다.
광익이 곧 입을 열었다.
“진짜요?”
되묻는 말에 의심이 섞였다.
본래 이런 성격이었나?
직원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소문 속 광익의 성격은 개차반이었다.
다만, 자신에게는 안 그랬다.
그때는 제 회사의 사원이었으니까.
태세 전환이 광속이었다.
“능력 부족이라고 해 두지.”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걸 나한테 묻나?”
“사장님이 아니면 도울 사람이 없으니까요.”
당당하기도 하다.
광익을 미끼로 삼은 일은 잘못이다. 실수였다. 그걸 빌미로 삼아 이용하는 걸까?
그럴 수 있다. 이 태도에선 잘못된 점을 찾을 수 없다.
다만, 필요하면 쓰라고 차를 빌려줬더니 그 차를 갖고 한 달간 무전여행을 떠난 친구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광익의 말을 들어 보면, 굳이 그걸 이용하겠다며 대놓고 따지고 들진 않았다.
진짜 부탁하듯이 말했다.
심사가 복잡해졌다.
더 이야기를 끌기가 싫었다.
“능력 있는 변호사가 있다면 내 쪽에서는 문제 삼지 않을 수도 있다. 광익 군.”
호칭은 이렇게 하기로 했다.
“아, 변호사.”
“재판을 받을 테니까.”
“능력 있는 변호사가 있으면 해결될 일이었군요.”
보통 능력으로는 안 되겠지만, 맞았다.
“그렇다.”
“오케이, 사장님 나중에 딴말하기 어어어없기이이이.”
돕기로 했으면 끝까지 책임지란 소리로 들렸다.
“그러지.”
툭, 전화를 끊었다.
남명진은 사무실 창문을 열었다.
담배를 한 대 물고 불을 붙였다.
칙. 씁.
“후.”
깊게 들이마신 연기가 폐부를 타고 나와 콧구멍과 입으로 뿜어져 나왔다.
담배 맛이 썼다.
똑똑 노크와 함께다.
“사장님?”
비서가 들어와 자신을 불렀다.
“유광익이 뭘 요구하는데 들어줘야겠지?”
창밖에 시선을 둔 채, 사장이 물었다.
“들어주시면 좋다고 판단합니다.”
“그 친구 성격이 본래 그런가?”
“어떤 부분에서 말씀하시는지 몰라도 보통은 넘습니다. 훌쩍.”
“뭐랄까. 음, 아니다. 나한테 따지려고 전화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엿 먹은 기분이 들어.”
“……지금은 놔두시죠. 어쩌겠습니까.”
더 건드리면 괜히 자금줄만 더 막겠지.
그래 놓고 자기가 필요하면 이번처럼 또 전화할 것이다. 부탁한다고 하겠지만, 그건 요구가 될 것이다.
남명진과 비서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곧잘 있을 거라는 걸 예감했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회의실로 모시겠습니다.”
“임원진은?”
“다 모였습니다.”
둘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일이나 하자고.
유광익 덕분에 회사에서 입지가 개판이 됐다.
물론 이 부분은 오히려 역전시킬 기회였다.
첩자를 잡았고 소탕했으니.
거기에 그들이 노린 건 전부 지켰다.
1층의 습격도, 연구실의 습격도 전부 무마했다.
짧은 순간의 판단이 모든 걸 바꿨다.
그건 남명진 사장의 공이었다.
1층을 포기했고, 연구실을 지켰으니까.
그리고 그 1층을 막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게 유광익이었다.
그러니 더는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
* * *
훈련 또 훈련.
고된 훈련의 연속이었다.
입안에 침이 마르고 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래도 버틸 만은 했다.
난 육체를 가혹하게 혹사하는 과정을 감각 컨트롤 능력을 단련하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
근육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컨트롤 능력을 새겨 본 거다.
“너 아직 변신 전이지?”
삼촌이 물었다.
“네.”
난 어느 만화책 주인공처럼 양팔과 다리에 각각 40kg짜리 특수 제작 중량 아대를 차고 섀도복싱을 하는 중이었고.
이게 처음 할 때는 할 만한데 시작하고 1시간이 넘어가면 진짜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것 같았다.
문제는, 이 훈련의 요점이 호흡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에 있다는 거였다.
여섯 시간 동안 호흡 유지가 훈련 목표였다.
처음 할 때 3시간을 넘게 버티는 걸 보더니, 삼촌이 눈을 빛냈다.
“페널티를 좀 넣을까?”
그렇게 중량 밴드에 특수 마스크가 추가됐다.
심폐 단련 마스크라고 하는데, 이 또한 신소재로 변신족의 폐활량을 늘리는 도구라고 했다.
“삼촌, 아는 변호사 있죠?”
물론 난 이것도 적응했다.
내 몸의 적응력은 이제 나도 무섭다.
몇 번 뛰고 몇 번 해 보면 그냥 된다.
버틸 만해진다.
덕분에 요즘 어머니와 과외 선생님, 삼촌의 회의 주제는 어떻게 더 내 몸에 부하를 더 줄까였다.
마리를 통해 들었다.
“변호사? 많지.”
모니터에 표시된 내 신체 수치를 보며 삼촌이 답했다.
재벌 2세다. 하고 다니는 꼴을 보면 어디서 마약이나 빨고 다니는 뒷골목 양아치 같지만,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순 없는 법이다.
“능력 있는 변호사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사고 쳤어?”
삼촌이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아니요.”
“이 삼촌 입 무겁다. 편하게 말해.”
넉살이 참 좋은 성격이다.
“진짜 아닙니다.”
“그럼 왜? 이유는 알아야 어느 정도 되는 변호사를 붙여 줄지 알 거 아니냐.”
난 객관적으로 팬더 대리의 죄명을 떠올리며 적절하게 순화해서 말했다.
“위장 취업, 개인 정보 은닉, 테러범 용의자 정도?”
실험체 신분을 숨겨서 그런 죄목도 붙었다고 들었다.
“위장 취업을 어디로 했길래 갑자기 테러범 용의자가 나오냐?”
“불멸특수대요.”
삼촌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날 바라봤다.
“내 전담팀으로 붙여 줄게.”
“유능해요?”
여전히 호흡을 고르게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팔과 다리를 멈추지 않는 상태에서 하는 대화다.
“너, 무게를 올리든 마스크 단계를 올리든 해야겠다. 유능하냐고? 내 전담팀이라니까?”
그게 유능한 거랑 무슨 상관일까?
마스크 단계를 올린다는 건, 호흡을 더 불편하게 하겠다는 거다.
“네, 마스크, 무게 조정은 알겠고. 전담팀이면 잘하겠죠? 꼭 빼 오고 싶은 사람이라.”
“네가 이 삼촌을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소싯적에 친 사고가 대한민국 뉴스에만 여섯 번이다. 그런데 이렇게 멀쩡하게 잘 돌아다니지? 왜겠냐? 내 변호인단이 국내 최고라 그런 거지. 사고 전문이야. 믿어.”
갑자기 신뢰도가 확 올라갔다.
어머니께 엊그제 들었다.
어릴 적 삼촌이 하도 사고를 쳐서 타일렀는데, 징하게도 말을 안 들었단다.
어머니의 타이름은 보통 말보다는 주먹인데, 그래도 사고를 친 양반이다.
보통 말썽꾸러기는 아니었겠지.
재벌의 스케일이다. 믿기로 했다.
“믿습니다.”
“믿어라.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내 변호사는 철석같이 믿지.”
그렇게 훈련이 끝나고 난 뒤, 기타 인적 사항 사건의 전말 등을 전해 줬다.
“제가 변호사님 직접 안 만나도 돼요?”
“알 거 다 알았잖아. 알아서 하겠지.”
“그럼 좋고요.”
내 훈련은 새벽 6시에 시작해서 오후 6시 전후로 끝난다.
이후는 평범하게 먹고 자고 쉬는 시간인데.
보통은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
버티는 것과는 별개로 피로가 쌓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먼저 갑니다.”
“오냐.”
삼촌은 할 일이 없는지, 이틀에 한 번꼴로 이곳에 왔다.
“내일은 더 재밌는 거 할 거다.”
과외 선생님이 말했다.
저 말을 할 때마다 상상하기 힘든 과한 훈련 도구가 생기곤 했다.
눈치를 보니, 삼촌이 공수해 오는 것 같았고.
어머니와 마리는 미리 저녁 준비를 하러 갔기에 난 홀로 터덜터덜 걸었다.
팬더 대리는 언제쯤 출소하려나.
출소 날에 두부라도 사서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이동훈, 변호인 면회다.”
“변호사?”
교도관의 말에 동훈이 눈을 깜빡였다.
가진 돈은 전부 몰수당했다.
위장 취업과 함께 갖가지 죄명이 이유였다.
돈이야 아무래도 좋았다.
팀장님의 배려로 얻은 일터가 이제는 자신의 안식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여긴 애니가 없잖아.’
유일한 취미가 사라졌다.
그런데 변호사라니.
국선 변호사라도 왔나 싶어서 나갔다.
면회실에는 처음 보는 여자 하나와 남자 둘이 그를 기다렸다.
중앙에 선 여자는 눈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동훈은 상대가 특수종이라고 생각했다.
상대는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혼혈 불멸자였다.
“이동훈 님 맞으시죠?”
“네, 누구신지?”
아무리 봐도 국선 변호사는 아니다.
“법무법인 발해에서 나왔습니다.”
꿈뻑꿈뻑.
발해, 들어는 봤다.
굵직굵직한 대기업의 일을 도맡아 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이었다.
“절 왜?”
“길어야 48시간 내, 사바 세상의 공기를 맡게 해 드리죠.”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믿으세요.”
“그러니까 절 왜…….”
“의뢰가 들어왔으니까요.”
“누가요?”
그 물음에는 여자의 오른쪽에 선 남자가 답했다.
“단군 그룹입니다. 거기까지만 아시면 됩니다.”
“단군에서 날?”
이동훈 대리가 미간을 찌푸린 채, 되물었다.
누가 자길 놀리나 싶었다.
다 포기한 참이었다.
팀장님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지금 자신의 상황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재판을 받을 것이고 길면 오 년, 짧으면 삼 년이리라 생각했다. 퇴소 후에도 계속 정부의 감시를 받을 거라는 것도 알았다.
자신은 프로메테우스의 실험체니까.
정치적 희생양이 될 것이다. 대강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예측하는 건 동훈에게는 일도 아니었다.
그게 이 회사에서 평생 한 일 중 하나였으니까.
그리고 지금 상황이 변했다.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쉽다.
권력과 자본을 갖춘 사람에게 사회 시스템은 이용하기 좋은 도구일 뿐일지도 몰랐다.
“믿으십시오.”
여자는 신뢰를 종용했고.
이동훈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었다.
48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다.
특수종 전담 긴급 재판이 열렸다.
변호사는 열변을 토했다.
변호사의 말속에서 이동훈은, 시간과 건강을 희생해 회사의 일에 전력을 다했던 불운한 인생을 산 남자였다.
“실험체라고요?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약물과 실험에 동원된 사람은 피해자입니다.”
변호사의 마지막 말, 그리고 판사의 판결.
속전속결이었다.
아무래도 변호사뿐 아니라 뒤에서 다른 사람이 힘을 쓴 듯했다.
맞았다. 광익에게 협박성 요구를 들은 남명진 사장도 손 놓고 놀 수만은 없었다.
그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렇게 다시 자유의 공기를 맡는 순간이다.
휙.
누군가 뭘 던지기에 반사적으로 잡아챘다.
예쁘게 포장된 연두부였다.
요당 두부라는 글자가 보였다.
고개를 들자, 눈앞에 아는 얼굴이 보였다.
그러니까 두부를 건네준 친구다.
“너, 여기서 뭐 하냐?”
이제는 퇴사자가 된 영웅 소리 듣는 회사의 막내, 아니 퇴사했으니, 아는 동생이다.
“오갈 데 없고 지내실 곳 없죠?”
광익이 이어서 다시 물었다.
“같이 가실래요?”
“네가 보낸 거구나.”
“애니 없는 세상은 즐거우셨습니까?”
“아니, 자살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럼 가시죠.”
“그러자.”
두근- 심장이 뛴다. 이상할 정도로 체온이 오르는 듯, 전신에서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동훈은 이유 모를 고양감을 느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보통 꼬맹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는 유광익은 또 달랐다.
뒤로 후광이 보이는 듯했다.
팀장을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참 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쪽은 큰 정도가 아니다.
그릇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리 느꼈다.
그래서인지, 순순히 그 뒤를 따르게 됐다.
뭘 할 건지, 자신을 왜 도운 건지 물을 필요를 못 느꼈다.
자잘한 건 나중에 묻고 들으면 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