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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 외 혈통 천재-150화 (150/488)

150. 우리 엄마 화나면 되게 무섭다.

꽝!

둘의 팔과 주먹이 만나자, 굉음과 함께 대기가 찌르르 울렸다.

악어는 그 상태에서 손을 쭉 뻗어 곰의 눈을 할퀴려 했다.

고개를 숙여 피한 곰이 박치기를 시도했고, 악어는 그걸 손바닥으로 막았다.

곰이 힘을 주자, 악어는 몸을 빙글 옆으로 돌리며 곰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훙.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그 육중한 곰의 몸뚱이가 공중에 뜨더니 쿵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곰의 몸뚱이가 어찌나 무거운지, 떨어진 자리가 터지듯 깨졌다.

악어는 그런 곰의 머리를 걷어차려 했고, 곰은 앞으로 굴러 발길질을 피했다.

일어난 곰이 앞발을 내리찍었다.

악어는 피하며 곰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쿵.

앞발이 악어의 등을 때렸지만, 악어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 상태 그대로, 악어가 왼발을 상대 가랑이 사이에 넣고 팔꿈치를 세워 명치에 꽂았다.

펑.

가죽 공 터지는 소리와 함께 곰이 뒤로 물러났다.

켁켁거리는 모습이, 어지간히도 아픈 것 같았다.

“그 꼴로도 고통은 느끼나.”

악어가 말했다.

그 말투에서 비웃음, 경멸 따위의 감정이 느껴졌다.

“버러지 같은 실험체.”

악어가 말했다.

벼락같이 흘러간 둘의 박투를 보며, 나는 일단 눈을 몇 번 비볐다.

눈을 비빈다고 해서 딱히 내 눈에 비치는 광경이 변하진 않았다.

“기남아, 내 눈 좀 비벼 봐.”

“넌 이런 상황에도 개소리냐.”

하울링의 여파로 안색이 파랗게 질린 기남이 답했다.

얘도 놀랐다.

나도 놀랐고, 다들 놀랐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사수도, 팀장도, 나도, 동훈 대리도.

다만, 난 동훈 대리의 비밀이 저 악어 새끼와 어렸을 적 친구쯤 되는 거로 생각했는데, 나랑 비밀이 겹쳤다.

동훈 대리가 곰으로 변했다.

곧, 그는 변신족이란 소리다.

그런데 불멸자이기도 하니.

“혼혈.”

기남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정답.

혼혈 특수종이었다.

불멸과 변신의 혼혈은 괴물을 만든다. 어떤 과학자도 아직 제대로 된 혼혈 특수종을 만들지 못했다.

팬더 대리도 마찬가지였다.

이성을 잃고 날뛰는 한 마리 맹수가 된 듯했다.

그런 악어와 팬더 대리를 보니, 멋대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악어와 팬더 대리는 아는 사이이고.

악어는 프로메테우스다.

둘은 과거의 인연이다.

이제까지 프로메테우스가 해 왔던 실험.

그 실험에서 살아남은 존재가 있다면?

불멸과 변신의 혼혈은 뮤턴트화되고.

형체를 규정할 수 없는 괴물이 된다.

그 와중에 반쪽짜리 성공작이 있을 수도 있었다.

처음 프로메테우스를 상대한 축능석 사건 때, 그런 변신족을 만났었다.

변신과 초능의 혼혈.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반푼이였지만, 놈은 셌다. 꽤 셌지.

만약 팬더 대리가 그놈들의 프로토타입이라면?

“미친, 왜 변신을 해?”

우연히 악어와 팬더 대리 곁에 있던 불멸특수대 두 명의 요원이 보였다.

놀란 하나가 중얼거렸고, 그 소리에 내 시선이 자연히 그쪽으로 향했다. 요원 중 하나가 반사적으로 팬더 대리에게 총을 겨눴다.

자신에게 총을 겨누자, 팬더 대리는 파리라도 쫓으려는 듯, 한 명은 주먹으로 쳐서 날리고 다른 한 명은 발로 차서 날렸다.

이성 따윈 개나 줘 버린 듯했다.

“기남아, 꿍쳐 둔 주전부리 좀 내놔 봐.”

“……뭐?”

“약 있으면 약도 주고. 블러드 젝도 있지?”

“내가 편의점이냐?”

툴툴거리면서도 기남이가 고열량 칼로리 바, BB-8, 흔히 전투 뽕이라 부르는 약과 블러드 젝을 내놨다.

받자마자 블러드 젝을 팔뚝에 꽂고, 바는 쥔 채로 허벅지에 쳐 껍질을 까서 입에 쑤셔 넣었다.

우적우적.

먹으면서 악어와 곰의 싸움을 지켜봤다.

콰직.

콧잔등을 얻어맞은 팬더 대리가 무릎을 올려쳤다.

악어는 그걸 막고 뒤로 물러났다가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붕붕 훅이다.

팬더 대리는 주먹이 날아오는데도 돌격했고, 쩍-하고 관자놀이 부근을 얻어맞아 비틀거렸다.

맞아서 비틀거렸음에도 팬더 대리는 1초도 되지 않아 하울링을 토했다.

“쿠어어어어!”

살기라 부르는 무형의 압력이 다시 장내에 퍼졌다.

두두두두.

그 타이밍에 반대쪽에서는 다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난 인포메이션 데스크를 뛰어넘어 엄폐물로 삼았다.

기남이가 내 뒤를 바짝 쫓아왔다.

“으아아.”

안내원 누나가 갑자기 뛰어 들어온 우리 둘을 보고 놀라선, 비명도 아니고 신음도 아닌 이상한 소리를 흘렸다.

“괜찮습니다. 우리는 요원입니다.”

기남이 말했다.

“아, 네.”

난 묵묵히 씹고 있던 칼로리 바를 더 열심히 씹어 삼켰다.

물 없이 고열량 칼로리 바를 삼켰더니 목이 멨다.

탁탁 가슴을 치며 먹을 걸 꾸역꾸역 삼키니, 안내원 누나가 데스크 밑에서 생수를 꺼내 줬다.

한 통을 까서 그대로 벌컥벌컥 마셨다.

목멜 때 마시니, 이게 바로 생명수다.

“광익 씨, 우리 괜찮겠죠?”

안내원 누나가 얼굴에 검댕이 묻은 채로 긴장감에 손을 파르르 떨며 물었다.

난 그런 누나의 손을 잡았다.

“당연…….”

말을 끝맺기도 전이다.

펑!

폭음이 터졌다. 일반적인 폭발음과는 달랐다.

데스크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서 보자, 벽 한쪽이 무너진 게 보였다.

그리고 그 무너진 벽 너머 먼지구름을 뚫고 일단의 무리가 안으로 진입했다.

오감과 육감이 멋대로 더듬이를 치켜세웠다.

“배애애고오오파아아.”

“저어어거어.”

“그르르, 그르르.”

“여즈아아아.”

“나아아암자아아아.”

저게 너희 2진이었니?

보통 1군보다 약한 게 2군이어야 정상 아니냐?

더한 걸 나중에 부르네.

너희 작전명이 혹시 크레센도니? 점점 강하게 몰아치는 그런 거?

들어온 건 변신족 실험체 무리였다.

여자는 남자를 찾고 남자는 여자를 찾고, 그 외 것들은 식욕을 불태웠다.

본능에 충실한 잡것들이다.

“광익 씨?”

안내원 누나가 날 불렀다.

난 아직 누나의 손을 놓지 않았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그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 뒤, 다시 말했다.

“당연히 괜찮죠.”

한쪽에는 기피 대상 1호가 악어로 변해 날뛰고, 그걸 막겠다고 맹수로 변한 팬더 대리가 같이 날뛰고.

방금 막 변신족 실험체가 뛰어 들어와 엄폐물에 몸을 숨긴 아군을 향해 내달리는 중이지만.

“진짜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며 몸을 달달 떠는 그녀를 한 번 안아 주고, 제대로 앉혀 줬다.

“이 와중에도 작업질이냐? 미친 새끼.”

기남이가 속삭였다.

너희 기남이는 이렇게 사람을 쉽게 오해한다.

“안정 찾으라고 그런 거지. 이 번식종아.”

“……뭐? 무슨 종?”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머릿속에 음란 마귀만 가득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다.”

그렇게 말하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먹고 마신 효과는 확실했다.

다리 근육이 다시 만들어지고, 총알에 관통당한 구멍이 메워진다.

몸 안에 남았던 탄이 피부 밖으로 나와서 바닥에 떨어지곤 또르르 하고 굴렀다.

“저건 뭐야.”

기남이 중얼거렸다. 그래도 뒤에는 들리지 않게 속삭이는 걸 보면, 안내 누나가 신경이 쓰이긴 하는구나.

기남이 말에 다시 시선을 돌렸다.

염력을 발휘하는 변신족 실험체가 막 돌덩이를 들고 방패 삼아 내달리는 게 보였다.

“실험체.”

단순하지만 명쾌한 답을 내줬다.

달려드는 실험체를 본 게 나와 기남이만은 아니었다.

“진형 유지.”

호남이 형이 나섰다.

리볼버를 꺼내서 돌덩이를 방패 삼아 달려드는 놈을 겨눈다.

곧 리볼버 총구 앞에서 백열광이 터졌다.

둥.

소음이 귀를 때렸고, 빛에 눈이 부셨다.

그래도 난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놓치진 않았다.

리볼버에서 나간 광학병기, 레이저가 돌과 실험체의 머리를 꿰뚫었다.

파스스.

동그랗게 뚫린 구멍 가장자리가 불에 지진 듯 까맣게 그을렸다.

퉁.

호남이 형은 그대로 결빙탄을 쏴서 앞에 얼음 가시밭길을 만들었고.

그걸 본 변신족 실험체 한 놈이 바닥을 제 꼬리로 휩쓸었다.

불붙은 꼬리였다.

꼬리에 닿은 얼음 가시가 사방으로 튀었다.

불붙은 꼬리 가시에 이어, 양 손톱에 얼음으로 네일아트를 한 놈이 달려들었다.

뾰족한 얼음 손톱이 한 요원의 복부를 꿰뚫었다.

얼굴이 눈에 익은, 1팀 대리였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끝이 휘어진 손톱에 내장이 끌려 나왔다.

“끄러어어.”

1팀 대리는 그대로 눈을 까뒤집은 채 바닥을 굴렀다.

“수비 대형으로.”

박필로 팀장이 지휘를 맡았다. 호남이 형은 두 발을 쏘고 뒤로 물러났다.

“왜 계속 안 쏴.”

내가 중얼거리자.

“저게 무슨 무한정으로 쏠 수 있는 건 줄 알아?”

기남이 핀잔을 줬다.

“마법은 준비가 필요하니까.”

거기에 다른 목소리도 끼어들었다.

이제까지 잘 숨어 있던 혜민이다.

물론, 나와 기남이는 이미 그녀의 기척을 읽었다.

작정하고 주문을 써서 숨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놀랄 것도 없었다.

난 양쪽 상황을 눈에 담았다.

방금 악어 꼬리에 맞았는데도 사납게 앞발을 휘두르는 동훈 곰이 보였고.

반대쪽에서는 동훈 곰의 아류작으로 보이는 실험체가 날뛰는 게 보였다.

열세였다.

위에서 왜 지원이 안 오는지.

시발 팀장은 어디 갔는지.

이 난리가 났는데 PWAT는 뭐 하는지.

의문은 많았지만, 지금 해결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혜민아, 요원 쪽 서포트 좀 해라.”

말하며 데스크 위에 손을 얹고 훌쩍 뛰어넘었다.

그대로 목표물을 향해 달려 나가자, 뒤에서 기남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친놈아, 거기로 가면 죽어.”

예민한 순혈의 감각은 상대가 뿜어내는 기세를 여실히 읽을 것이다.

아마도 다른 불멸자보다 악어와 곰이 주는 압박감이 더 심할 것이다.

괜히 예민함의 정가가 아니다.

기남은 상대의 기세를 더 자세히 받아들일 수 있었고.

나 또한 그럴 수 있었다.

기피 대상 1호의 무력은 이 일대를 홀로 제압할 만하다. 그걸 막고 있는 팬더 대리가 대단한 거였다.

그리고 난 그 둘 사이로 뛰어가는 중이었고.

호흡을 가다듬고.

공감각을 강화하고.

툭툭 땅을 박차며 거리를 차츰차츰 좁혔다.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먹고, 마셨다. 하는 김에 전투 뽕도 팔뚝에 꽂아서 인젝션 뒤통수를 꾹 눌러 버렸다.

쭈우우욱 하고 약이 혈관을 타고 돌았다.

인젝션 타입의 BB-8은 지속 시간이 짧은 대신 효력이 빨리 나타난다.

약효가 돌자마자 내 눈에 세상의 빛깔이 달라 보였다.

오딘의 축복, 전투 뽕의 효과였다.

부서진 건물 잔해 일부가 길게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더니 다시 본래대로 돌아왔다.

쾅! 콰직! 쿠앙!

기피 대상 1호와 팬더 대리의 싸움은 치열했다.

둘을 중심으로 반경 2미터가량이 전부 부서지고 박살 났다.

바닥이 깨지다 못해 움푹 파인 곳이 수십 군데였다.

언뜻 호각으로 보이지만, 호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악어가 유리했다.

그래서 이곳에 끼어들었다.

놔두면 팬더 대리가 죽을 것이고.

팬더 대리가 죽고 나면, 희망이란 건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가 될 테니까.

“헤이, 아까 보니까 사람 말을 하던데, 그 구강구조로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

“……확실히 왜 따란따도라 부르는지 알겠구나. 넌 여기서 반드시 죽는다.”

악어가 팬더 대리의 십 단 콤보를 피하면서 말했다.

팬더 대리는 지치지도 않는지, 주먹과 발을 연신 뻗었다. 치고 할퀴고 걷어차는 동작의 연속 공격이었다.

그걸 악어는 일일이 쳐 내고 막고 튕겨 냈다.

어쩔 수 없는 공격은 제 피부를 믿고 버티기도 했다.

팬더 대리는 코뼈가 부러진 것 같았고 눈두덩이도 부었지만, 악어는 멀쩡했다.

변신 이후 불멸의 피가 엄청 옅어졌는지, 재생될 기미가 안 보였다.

“진짜 신기해서 그래. 동훈이 형, 혹시 나 알아봐?”

끝내 유효타를 한 대도 못 맞춘 팬더 대리가 그르륵거리며 숨을 몇 번 헐떡이는 게 보이기에 물었다.

“쿠워어어어!”

괜히 말 걸었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건 다 적이라 생각하는지, 악어에게 주먹 한 방, 나에게는 발길질 한 방을 선물했다.

물론 악어 자식과 난 둘 다 선물을 반품했다.

악어는 손바닥을 쳐서 밀어냈고, 난 옆으로 뛰어 피했다.

훙 하고 내 곁을 지나는 발길질에 절로 소름이 돋긴 했지만.

단순한 패턴의 공격이었다.

이러니 악어를 못 이기지.

만약 팬더 대리가 이성을 찾게 되면 저 악어랑도 해볼 만할 텐데.

힘만 있으면 뭐 하나, 머리가 안 돌아가는데.

하긴. 그게 내가 여기 온 이유이긴 하다. 이 싸움에는 변수가 필요했다.

“같이 놀아 보자.”

그렇게 말하며, 난 악어의 뒤를 점하기 위해 뛰었다.

악어는 가소롭다는 듯 파리 잡듯 손을 휘둘렀고.

난 뇌가 타오를 듯한 열기를 가득 채운 채로 그 공격을 읽었다.

읽으면 피하면 된다.

느낀 순간, 복근에 힘을 주고 바짝 몸을 숙였다.

훅하고 주먹이 뒤통수를 스쳤다.

변신족은 불멸자의 감각을 짓이길 수 있다.

방법은 단순했다.

느끼든 말든, 예측하든 말든, 그보다 빠른 속도와 힘으로 부수면 된다.

그게 아니라면, 무시하면 되고.

난 악어에게 기척 흩날리기를 섞어 쓰며 주먹을 뻗었다.

악어 자식은 팬더 대리의 공격은 적절히 막고 피하면서 내 주먹은 무시했고.

쿵.

난 변신족 각성 이후 처음으로, 맨손으로 시멘트벽을 때리는 기분을 느꼈다.

더럽게 단단했다.

두어 번 더 때릴 필요도 없었다.

난 악어 대신 팬더 대리의 뒤를 잡고 우리 곰탱이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뻥.

시원한 소리가 울렸다.

이쪽도 가죽은 두껍지만, 그래도 악어만큼은 아니었다.

덕분에 내 발차기의 효과는 출중했다.

크릉!

팬더 대리가 반응했고, 난 줄행랑을 쳤다.

팬더 대리가 날 쫓아왔다.

당연한 반응이다, 본능만 남은 변신족에게는.

그리고 난 변신족 실험체 무리 덕분에 코너에 몰린 곳, 우측 전장을 향해 달렸다.

“나와, 나와, 비켜, 비켜, 앞에 막지 마.”

말하고 그대로 적군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몇 놈이 날 보고 총을 겨눴다.

난 놈들에게 속으로 애도를 표하고 속도를 조절하며, 놈들을 스치듯 지나쳤다.

“크헝!”

그렇게 내 뒤를 따르는 팬더 대리의 앞발이 테러범의 몸을 부쉈다.

말 그대로 부쉈다.

사지가 잘리고 몸통이 박살 나, 피가 허공에 팍- 하고 튀었다.

“와씨.”

보는 내가 다 섬뜩한 일격이었다.

“형, 정신 차리면 우리 다투지 말자. 우애 좋게 지내자.”

난 농담 한 번 건네고 다시 몸을 반전했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팬더 대리의 가랑이 사이를 슬라이딩하듯 빠져나갔다.

“이 미친 자식.”

악어가 칭찬의 말을 뱉으며 쫓기에 가운뎃손가락으로 화답해 줬다.

응, 엿 드시고.

그런 날 쫓은 팬더 대리가 다시 주먹을 날렸고.

악어는 그 주먹을 막았다.

쾅!

다시 굉음이 터졌다.

팬더 대리가 이성을 잃고 날뛰는데, 그 전투력만은 쓸 만하다.

그럼 어쩌겠나.

유용하게 잘 써 봐야지. 이게 내 답이었다.

그리고 내 도움에 전장은 더 개판이 됐고.

둘이 다시 맞붙기 시작하자, 양쪽 모두 분분히 자리를 비켰다.

단 한 종류만 빼고.

이성을 잃고 덤벼드는 변신족 실험체는 멋모르고 덤볐고.

주먹과 발을 나누는 사이, 팬더 대리와 악어 새끼는 달려드는 실험체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이, 이, 이, 따란따도!”

화가 난 동남아산 장미 또라이의 음성이 한가로운 오후의 유자차처럼 귀에 꽂혔다.

달았다.

“유, 엡솔루틀리 후회하게 해 줄 것이다. 너 이 메드 따란따도.”

애가 좀 화가 많이 났다. 한국말이랑 영어가 섞였다.

그 와중에 제 나라말도 좀 섞인 것 같고.

“네? 실험체 다 날려 먹은 찐따라 안 들리는데?”

난 악어와 팬더의 눈치를 보면서도 우리 장미 놀리는 걸 잊지 않았다.

장미는 분에 겨웠는지 부들부들 떨며 입을 열었다.

“너, 유광익, 네 어미를 찢어 죽이고 네 아비를 개 먹이로 줄 것이며.”

누가 테러 단체 프린세스 아니랄까 봐, 말하는 거 보소.

혼자 그리 중얼거리던 장미 또라이가 날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아, 우린 이미 네 어미를 찢어 죽였지.”

응? 뭐라고?

난 장미 또라이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는 네 집이 어디인지, 네 어미가 누구인지, 아비가 누구인지도 다 안다.”

“……자세히 알아봤어?”

어디까지 알아봤을까.

내 차분한 물음에 따란따도가 눈썹을 씰룩였다.

“자세히는 무슨. 네 정보가 무슨 일급 기밀이라도 되는 줄 알았나 본데, 아니다. 남명진은 거래를 했고, 그 대가는 네가 치르게 될 거다.”

“아니, 우리 엄마가 뭐 하는 사람인 줄은 알고 갔냐고.”

나 진심으로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우리 엄마 화나면 되게 무섭다.

내 말에 따란따도가 눈을 깜빡였다. 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 그런 눈이기에, 난 측은함을 느꼈다.

그나저나, 어머니 화 많이 나셨겠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짧은 담소 뒤, 나는 다시 전투에 집중했다.

가끔 팬더 대리의 시선을 뺏어서 적군 사이로 뛰고 다시 악어에게 돌아가고.

이쪽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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