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광익 씨한테 배운 방법이었어
난 그동안 겪었던 갖가지 전투를 떠올렸다.
인베이더를 죽였고 특수종 범죄자도 잡았으며, 테러 단체와도 수없이 싸웠다.
하물며 그 노필두를 내 손으로 죽였다.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는 악몽을 꿨다.
훈련과 실전은 달랐고, 그 간극은 컸다.
죄책감이 뒤따랐다.
하지만 악몽은 악몽일 뿐이었다.
그 테러 단체의 누군가가 살았다면, 지금 눈앞에서 죽은 사람들의 배는 더 죽었겠지.
날 영웅으로 치장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사실만 바라볼 뿐이다.
이들의 사상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기에, 나도 이들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기로 했다.
특수종의 세상은 미친 자들의 세상.
이 세상에서 살기로 작정한 이상,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다.
하여간 악몽과 죄책감을 제하고 이제껏 내가 겪은 전장을 종합해서 내린 결론이 있다.
“니들 그거 아니?”
일 대 백, 최소 백이 넘는 숫자의 특수종 전투 가용 인원이 눈앞에 있다.
난 목을 풀고 손을 털었다.
다리 상태는 평소의 60%, 몸 상태를 종합하면 평소의 반 정도.
나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특수대 내에서 내 등급은 NS라고 하더라.”
“뭐라는 거야, 미친놈이.”
콧김을 푹푹 내뿜는 변신족 놈이 내 말에 답했다.
난 싱긋 웃어 줬다.
“내가 뜻을 설명을 안 해 줬구나. NS는 규격 외란 뜻이다.”
“그래?”
뒤에서 혜민이 중얼거린 사이, 변신족 두 놈이 양쪽으로 찢어져 날 덮쳤다.
그 뒤에서는 불멸자의 총구가 날 노렸다.
난 감각의 문을 열었다.
공감각을 극한으로 강화했다.
오감을 넘은 육감과 직감의 영역, 뇌가 타 버릴 것처럼 머리가 뜨거워진다.
체온이 오르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
눈을 깜빡이자, 변신족의 모습이 쑥 확대됐다.
무지막지한 힘은 곧 속도로 치환되는 법이었다.
변신족은 빨랐다.
다가오는 두 놈을 보고, 난 옆으로 몸을 틀었다.
타다다다당!
두 놈이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총성이 울렸다.
순간 몸을 틀었으나, 한 발의 탄환이 귓불을 스쳤다.
픽 하고 피와 귓불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완벽한 회피는 포기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내 육체는 불멸의 피를 이었으니.
잘린 귓불 따위야 금세 낫는다.
텅!
변신족 둘의 무기가 코앞에 도달한 순간이다.
왼쪽은 정글도, 오른쪽은 도끼다.
정글도의 면을 주먹으로 때리고, 도끼는 팔뚝으로 비켜 막았다.
푹!
내 팔뚝은 강철이 아니기에 살점이 잘렸다.
비켜 흘리듯 맞아서 다행히 뼈는 무사했고, 근육 일부도 멀쩡했다.
피하는 것과 동시에, 난 왼쪽 놈의 턱은 발끝으로 찍어 찼고, 오른쪽 놈을 향해서는 팔꿈치를 아래에서 위로 그었다.
찍걱.
두 개의 소리가 동시에 울리며 기묘한 소음을 합작해 냈다.
그리고 내 발에 맞은 변신족의 눈에 흰자를 보이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오른쪽에 달려든 놈은 페이스 가드가 부서지고, 그 안에 숨은 얼굴 반쪽이 깨지고 부서졌다.
팔꿈치에 맞은 놈의 피와 혀, 살점의 조각들을 바닥에 흘리며 신음을 흘렸다.
“끄으윽!”
왼발 엄지를 바닥에 떨어진 정글도 밑에 밀어 넣고 차올려, 오른손에 쥐고 횡으로 그었다.
얼굴 반이 날아간 놈이 칼날 궤도 안에 있었다.
서걱.
목이 반쯤 잘리자, 신음 대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곧 놈의 목에서 푸어어억 하고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걸쭉한 액체와 그로테스크하게 망가진 얼굴을 본 혜민이 고개를 돌렸다.
“토할 것 같아.”
“너도 특수종의 세계에서 살려면 익숙해져야지.”
애들은 강하게 키우는 법이다.
“네 선생님 좀 보고 배워라.”
혜민이는 여전히 내 학생이기도 했다.
그렇게 말하며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숙였다.
몸을 숙이자, 머리 위로 탄환이 쏟아지듯 지나갔다.
불멸자의 사격 능력은 탁월했다.
그들은 표적지를 정확히 노렸다.
집탄율이 훌륭했다.
덕분에 피하긴 쉬웠다.
숙인 김에 죽인 놈의 머리에서 헬멧을 벗겨 오른손에 들었다.
왼손에는 정글도, 오른손에는 헬멧 방패를 장착한 셈이다.
혜민에게 숨으라고 말하자.
“내 걱정할 때야?”
혜민이 중얼거렸다.
나야 뭐.
잠깐의 소강상태다. 변신족 둘이 너무 허무하게 썰리고 쓰러져서 그런지, 애들이 좀 놀란 것 같다.
“염동!”
짧은 침묵을 깨고 따란따도가 외쳤다.
곧 무형의 힘이 날 묶으려 했다.
퉁.
난 땅을 밀어 차며 몸을 숙인 채로 내달렸다.
정글도는 무게감이 형편없었다. 아다만티움 정글도에 익숙한 나에게는 너무 가볍다.
그래서 가벼운 맛을 살려서 썼다.
쉬쉬쉬쉬슁.
왼손에 들린 정글도가 허공에 무수한 선을 그렸다.
테러범 부대는 방검복을 입었다.
그래서 정글도를 둔기처럼 썼다.
힘이 충분하다면 이 정도로도 훌륭한 공격이 될 것이다.
우득!
“내 팔.”
가장 근처에 있던 불멸자의 팔을 부러뜨리고.
그 뒤에 선 놈의 헬멧을 후렸다.
경쾌한 타격음이 터졌다.
우드드득.
맞은 놈의 목이 뒤로 젖히다 못해 꺾이더니 뼈 마찰음을 냈다.
“변신해! 발을 묶어! 상대는 한 명이야, 불며어어얼!”
따란따도 목청 좋네.
그 외침에 남은 변신족 전부가 헬멧을 벗어 던졌다.
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카페테리아 테이블 몇 개를 발로 차서 상대의 시야를 가리기도 하고.
옆으로 구르며 상대의 총탄을 피하기도 했다.
수류탄을 던지는 놈도 있었다.
난 바닥에 굴러다니던 누군가의 핸드폰을 던지는 거로 수류탄을 튕겨 냈다.
튕겨 낸 수류탄이 다시 제 앞으로 떨어져 터졌다.
꽝!
수류탄 투척이 오히려 제 편의 살을 갈아 먹은 판이다.
“던지지 마.”
그나마 정신머리 있는 놈이 말했다.
피하며 인포메이션 센터 데스크 위를 구르며 안으로 들어가자.
“으힉.”
놀란 여직원이 보였다.
불멸자이긴 한데, 피가 옅어서 1층 요원이 아니라 이쪽에서 업무를 보게 된 여자다.
난 이 누나랑도 나름 인사하는 사이였다.
“누나, 괜찮아요?”
“으으, 과, 광익 씨, 나 이제 죽어?”
아니, 당신 피가 옅더라도 불멸자잖아.
왜 패닉이야.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훈련받지 않았기에 그들에게 이런 광경은 낯설다.
하물며 여기가 어딘가, 불멸특수대 지부 중 하나다.
“고개 숙이고 기도라도 하고 있어요. 교회 다니죠?”
“아니, 무교인데.”
“그럼 돌아가신 조상님께라도 빌고 있어요.”
“나 고아야.”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그럼 오늘부터 하나님 믿고 기도하세요.”
대답을 들을 시간은 없었다.
여기서 버티면 이 누나도 위험하잖아.
땅을 박차고 밖으로 튀어 나갔다.
투두두두!
총탄 몇 개가 팔뚝을 관통했다.
염병.
옥토퍼스 불릿이었다.
박힌 순간, 충격량을 몸에 고스란히 전하는 탄이다.
맞는 순간,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진 것처럼 쪼개져서 붙은 별명이 ‘문어 탄’이었다.
달리면서 정글도를 역수로 잡아 칼끝으로 팔을 후볐다.
쑤시고 지렛대의 원리로 손잡이를 내리누르자, 툭 하고 탄이 빠져나왔다.
꽝!
그러자 상대가 산탄총을 쐈다.
피격 범위가 넓기에 그냥 피할 수 없었다.
우직.
땅을 밟은 다리에 순간 힘을 모은다. 탄이 퍼져 날 덮치는 그 짧은 순간을 오감을 동원해 느낀다.
땅을 박찬다.
모든 동작이 1초 이내에서 이뤄졌다.
꽝!
내가 박찬 곳에서 분수 터지듯 파편이 솟구쳤다.
화르륵.
그러자, 화염이 내가 달려 나가던 일대를 뒤엎었다.
이 새끼들이, 치사하게 합공하네.
잘 훈련된 군대라는 생각이 머리 한쪽을 스쳤다.
불길은 그냥 몸으로 뚫고 나갔다.
속도가 붙은 참이다. 불이 옷에 옮겨붙었다가 금세 꺼졌다.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인 게 아니었다.
그렇게 움직인 위치.
헬멧을 벗고 막 변신하는 세 놈의 변신족이 내 칼의 범위 안에 있었다.
후우웅.
숨을 참고 칼을 휘둘렀다.
손잡이를 통해 묵직한 세 번의 저항감이 느껴졌다.
세 놈의 목이 허공을 날았다.
어디서 헬멧 벗고 변신질이냐.
내가 무슨 전대물에 나오는 친절한 악당 같아? 변신하는 거 기다려 주게?
세 놈을 죽인 사이, 내 칼 범위 밖에서 변신한 놈들이 하울링을 내질렀다.
크허허엉!
우어어엉!
아우우우!
하울링 합주다. 니들 음원 차트에 오르기는 힘들겠다.
합주의 기본은 조화 아니냐? 다들 제가 잘났다고 내지르는 탓에 화음이 안 맞는다.
고양잇과에 속한 놈, 쥐 대가리를 가진 놈, 다양했다.
뇌는 여전히 타오를 듯이 뜨겁게 달아오른 채였고, 내달리는 것도 멈추지 않았기에 몸 전체가 뜨거웠다.
탁.
땅을 차며 몸을 휘릭 돌렸다.
막 날 노리던 변신족의 손톱이 땅을 그었다.
콰드드득 하며 파편이 튀고 바닥에 세 줄기 흔적이 남았다.
난 그사이 사이드 스텝으로 몸을 날려 무장이 튼실한 불멸자 앞에 섰다.
놈이 총을 둔기 삼아 휘둘렀다.
그걸 보니 4번 타자가 그리웠다.
칼날로 총열 중간을 때려서 막고 헬멧으로 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끅.”
맞은 놈이 뒤로 휘청하며 물러나는 걸 보고 정글도를 뒤로 당겼다가 대각선으로 그었다.
빠각!
칼날이 놈의 쇄골을 부쉈다.
“끄아악.”
다시 달렸다.
타다당!
내가 있던 자리에 꽂히는 탄환.
내가 지나는 자리를 예측해 날아오는 도끼날.
후앙.
변신한 놈의 일격이다.
파공음이 귓가를 스쳤다. 고개를 옆으로 꺾어 피하면서, 정글도로 바닥을 그었다.
티디디디디디디딩.
바닥에 칼끝을 대고 긋자, 내가 달리는 궤적으로 불똥이 튀었다.
“나 잡아아아 봐아아라아아!”
변신족과 따란따도에게도 들려야 해서 오랜만에 소리 좀 질러 봤다.
“저 미친.”
따란따도가 그런 날 보고 감탄했다.
탄을 피하고 칼날과 채찍, 도끼를 피하고.
“얍.”
순간, 왼발로 땅을 차며 방향 전환.
산탄총을 든 놈이 날 겨누기에, 바닥에 떨어진 총을 집어 던졌다.
이게 바로 투척 총이다. 자식아.
텅, 투척 총을 맞은 놈이 뒤로 넘어졌다.
넘어지는 놈에게 바짝 다가가 목을 즈려밟고 지나쳤다.
우두두둑.
방검방탄복이 충격까지 막아 주진 않기에 목뼈가 부러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티디디디디디딩!
칼날로는 여전히 땅을 긋는 중이었다.
불똥이 불길이 되어 내 뒤를 따랐다.
“새로 개발한 블레이즈 스텝이란 비전이다아아아.”
달리면서 말하니, 목소리가 내가 지나가 자리에 남아 울렸다.
“쫓지 말고 예측해! 움직이는 게 일정하잖아!”
“못생긴 게 목청만 커서느으으은.”
“저 개새끼가.”
역시 언어는 욕부터지.
따란따도의 한국말 중 최고로 찰진 발음이다.
“못생긴 게 입만 더러워서느으으은.”
“넌 내가 꼭 죽인다.”
따란따도가 결연함을 내보였다.
응, 그래, 안 그래도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
막 내 앞에 변신한 설치류가 창을 내지르고 우측에서 산탄, 흩어져 뿜어지는 탄환과 화염이 넘실거리며 벽을 세울 때였다.
난 왼쪽으로 가는 것처럼 기척을 흘리고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일부러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기척 속이기다.
딱 한 타이밍, 찰나를 기회로 삼은 움직임이었다.
푸부북.
탄환 몇 발이 왼 허벅지와 내장 몇 개를 뚫고 지나갔다.
염병 나게 아팠다.
못 피할 궤도였다. 아무리 나라도 백 명을 상대로 생채기 하나 얻지 않을 순 없다.
그 상태 그대로 화염의 벽을 넘었다.
화염은 물리적인 장벽은 되지 못했지만, 대신 내 전신에 화상을 남겼다.
전신이 쓰라렸다.
불꽃의 벽을 뚫고 나오자, 내 앞에 따란따도와 그의 호위, 다섯이 보였다.
“안녕하냐.”
말과 함께 땅을 긋던 칼날을 땅에서부터 떼며 사선으로 올려쳤다.
팅.
저항력이 사라진 칼날이 마찰력과 더불어 속도를 배가해, 가까이 있던 두 놈을 때렸다.
터더덩!
한 놈은 막았고, 한 놈은 맞았다.
반응 속도로 봐서 막은 놈은 변신, 맞은 놈은 불멸이다.
난 정글도를 놓고 손을 품에 넣었다가 뺐다.
내 손에는 어느새 주워든 나이프가 있었고, 그 나이프는 허공에 긴 실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이 한 번에 기척 속이기를 곁들였으며, 몸의 데미지도 감내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격이자 예상할 수 없는 기습이었다.
칼날의 목적지는 동남아에서 온 정신병 말기의 테러범 여자의 목이었다.
칼날이 날아가는 게 느리게 보였다.
장내에 누구도 반응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오롯이 따란따도만이 눈을 부릅떴을 뿐이다.
그리고 칼날이 허무하게 공중에서 멈췄다.
난 칼날이 멈춘 이유를 찾기 위해 집중했고, 곧 원인을 알아챘다.
“초능이었어?”
따란따도의 눈에 핏발이 섰다.
“빌어먹을 놈.”
염동? 아니다. 다른 종류다. 육감이 그리 말했다.
초능 중에는 특별한 재주를 부리는 것도 있었다.
존재하지만 규정되지 않는 힘.
물리적인 법칙을 무시하는 힘.
그녀는 눈으로 보는 모든 걸 멈추는 일명 ‘메두사의 눈’의 눈을 가진 초능력자였다.
그녀의 두 눈이 날 바라봤다.
내 몸도 덜컥 멈추었고, 내가 던진 칼날이 바닥에 퉁- 하고 떨어졌다.
왜 진즉에 저걸 안 썼을까?
단순한 물음에 답이 있었다.
일정 거리 안쪽에 들어서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거다.
“야, 치사하게.”
“누가 누구 보고 치사하대.”
그녀가 말했다.
“내가 너보고.”
“……너랑 두 번 말하면 내가 개다.”
“짖어 봐. 뽀삐.”
“개자식.”
음, 역시 욕이 찰져.
몸이 굳었다. 원래 컨디션이면 어떻게 한 번 해 보겠는데, 지금 컨디션이 영 별로다.
이거 쉽게 안 풀리겠다.
그래도 괜찮다. 이건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내가 날뛰는 동안, 이들은 전부 날 주목했다.
달리 말하면 안으로 진입한 테러범 모두가 날 주목했다는 거고.
그건 실수였다.
난 시간을 충분히 끌었다.
내 뒤쪽, 그러니까 내가 때린 변신족 놈이 자세를 추스르는 그 옆에서.
쾅.
폭음과 함께 천장이 무너지며 돌이 우수수 쏟아졌다.
그 쏟아지는 사이로 검은 그림자 몇이 떨어졌고, 그중 하나가 밑에 있던 변신족 머리에 총알을 갈겼다.
텅.
총알은 특별했다. 관통하거나 튕겨 나가는 대신, 총알은 마법이란 신비를 품고 변신족 머리통을 얼려 버렸다.
뜨드드득.
순식간에 머리가 얼어붙은 변신족 옆으로.
“즐겁나?”
정호남 과장의 목소리와.
“이거 너 혼자 한 거냐?”
기남의 목소리가 같이 들렸다.
이 난리 통에 특수대 요원이 놀고만 있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너희 아까부터 열심히 비상구랑 승강기만 조지던데, 그거 실수야.
“광익 씨한테 배운 방법이었어.”
박필로 팀장의 목소리도 들렸다.
입구를 막는다고 길이 없냐?
불멸특수대는 천장을 뚫고 전장에 진입했다.
내가 시선을 끌고 난리를 친 사이, 아예 외곽에서부터 기척 죽이기로 진입, 테러범 무리를 조졌다.
물론 난 이미 알고 있었다.
“체크메이트야, 이년아.”
내 말에 따란따도의 볼이 세차게 흔들렸다.
분노와 당황, 갖가지 감정이 섞인 볼 쉐이킹이었다.
그리고 이 타이밍에.
쿼워아르으.
묵직한 저음의 초저음파 하울링이 대기를 울리며 퍼졌다.
시선이 자연스레 돌아갔다.
야생의 살기, 아니 주변 모든 것을 짓누르는 살기의 집약체다.
기피 대상 1호가 변신 중이었다.
난 그 앞에 있는 팬더 대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팬더 대리는 그 괴물의 앞에서 날 흘낏 보고는 입을 벙긋거렸다.
‘뒷일 좀 부탁한다.’
분명 그렇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