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눈이 보이지 않으면 귀가 잘 들리는 법 (2)
호남은 눈을 감은 대신 청각에 집중하며 들리는 소리를 분간했다.
오크의 괴성, 트롤의 비명, 터지는 총성, 폭발음, 굉음.
적의 움직임이 눈에 보일 듯 선명해진다. 눈을 감은 대신 얻은 극에 다른 예민한 청각이 주변 모든 정보를 뇌에 박아 넣었다.
소리, 공기의 흐름, 예감에 가까운 직감.
호남은 눈을 감은 채로 귀로 보았다.
흐릿한 심상, 이미지가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감각 분화.
순혈 정가에서 내려오는 비전 중 하나였다.
다른 감각을 차단하고 하나의 감각에 온전히 집중하는 수법이었다.
‘듣는 것으로 보리라.’
되뇌고 집중한다. 특이종은 이곳에 있다.
호남의 심상에 인베이더 무리 뒤쪽이 보였다.
어둠을 뚫고 무언가 고개를 드는 게 보였다.
감각 분화를 끝냈다. 적이 보였다. 확인했다.
옆에서 기남이 벌벌 떨며 땀을 흘리는 게 보였다.
“그만.”
말하고 페이스 가드를 다시 내렸다.
답답했던 숨을 들이켜고 호남은 섬광탄을 하나 꺼내 적의 머리 위로 던졌다.
펑.
터진 섬광이 주변을 환하게 밝힌다.
그 섬광에 특이종의 모습이 눈에 훤히 드러났다.
놈은 자신의 위치가 드러나자, 몸을 일으켰다.
“특이종 확인, 형태 오거.”
“확인.”
“확인.”
“확인.”
분대원이 복명복창했다.
오거.
넘버링 16의 오거는 괴력의 인베이더다.
5.56mm 소총탄 따위로는 피부를 뚫을 수도 없는 괴물.
특징은 괴력, 멍청할 정도의 돌격만 하는 단순함.
약점은 그 돌격에 있다.
소총탄으로 피부를 뚫을 수 없으니, 무반동총이나 박격포로 때려잡으면 좋지만, 지금은 없다.
호남은 생각했고 가장 합리적인 수단을 택했다.
“백린.”
그 말에 이순창 대리가 반응했다.
저격 소총 대신 마지막 남은 백린 유탄을 쐈다.
퓽하고 날아간 백린탄이 곡선을 그리자, 오거가 옆으로 굴렀다.
그 움직임에 스톤 비스트 한 마리가 깔렸다.
고블린은 성인 남성보다 작고.
오크는 2m 미만이다.
트롤은 2m가 넘고 오거는 2m 5~80cm 정도인데, 놈은 더 컸다.
3m가 넘는 높이다. 그런 몸뚱이가 옆으로 굴렀다.
백린탄이 놈이 있던 자리에 터져서 불길이 타올랐다.
곡사포로 쏘는 유탄은 반탄석을 든 놈들에게 치명적인 공격이었지만, 보고 피하는 수준의 동체 시력을 가졌다면 무용했다.
화르륵.
빈 땅이 타오른다. 오거는 반만 몸을 일으켰다.
무릎을 바닥에 댄 채로 부서진 돌무더기 따위를 털어낸 놈과 호남의 눈이 마주쳤다.
볼이 씰룩이고, 눈가가 휘어진다.
마치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특이종.’
오거의 눈이 빨갛게 빛났다.
동시에 오거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가슴이 두 배는 부풀어 오른 놈이 입을 열며 외침을 토했다.
“구워어어어어어어!”
소리가 파동이 되어 대기를 강타한다.
고양이의 앞의 쥐가 얼 듯, 전신을 얼어붙게 하는 무의식의 공포를 자극하는 외침, 피어다.
순간 손발이 저리고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으며, 다리가 굳었다.
호남은 반사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우득.
쇳가루를 삼킨 것 같은 피 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부들.
가위에 눌린 것처럼 억압된 몸의 일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감각을 일깨웠다.
둔해진 감각이 돌아온다.
피어의 영향은 절대적이지 않았다. 고작 몇 초다. 하지만 그 몇 초를 벗어날 만한 정신력을 갖춘 불멸자는 흔치 않았다.
그리고 그 틈에, 선두에 있던 오크 무리가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 * *
호남이 형이 눈을 감는 순간.
그에게 오롯이 집중한 그 순간.
난 섬광이 머리를 내리치는 기분을 느꼈다.
“집중.”
아버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어머니와 산행을 다니며 극기를 배웠다면.
아버지는 나에게 단 하나만을 강조했다.
집중.
오롯이 집중하는 법이다.
지금 정호남 동생 바보가 하는 게 그거다.
모든 감각을 차단하고 하나에 집중한다.
방해되는 페이스 가드를 올려, 예민한 감각을 달군다.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귀로 모든 걸 구분하고 파악한다.
난전의 상황이기에 보는 것보다 더 선명하게 상대를 볼 수 있다.
귀로 본다.
장님은 보이지 않는 대신 더 잘 듣는다. 그걸 인위적으로 만들고, 더 나아가 비정상적인 초인의 영역에 들어선다.
공항에서 정기남을 보고 배운 건 감각 집중.
하나의 대상에 오감을 집중해 어색함을 느끼는 기술, 다르게 쓰면 기척 죽이기의 카운터다.
기척을 죽이려면 인지의 사각을 벗어나야 하는데, 순혈 정가의 감각 집중은 그걸 불가능하게 한다.
박병준 박사 초청 작전 당시 팀장에게 배운 건 감각 강화.
전신 감각을 북돋아 주변 모든 정보를 피부로 받아들인다.
다만, 이건 근접전 전용이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만 강화된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수법이다.
그리고 지금.
이건 뭐라고 부를까?
감각을 나누고 집중력을 하나에 올인한다.
감각 올인?
배우고 익힌다. 보는 순간 형태를 파악한 뒤 원리를 이해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는 알 바 아니다. 그저 보이기에 훔쳤고, 익혔다.
“특이종 확인, 형태 오거.”
호남이 말하고 섬광탄에 특이종의 모습이 드러났다.
하늘 위에서 터진 섬광탄이 명멸하며 빛을 뿌린다.
오거가 가슴을 부풀리고 외침을 토했다.
“구워어어어어.”
전신을 짓누르는 압력이다.
흡.
속으로 숨을 돌린 난 아랫배에 힘을 주고 무의식에 새겨지는 공포를 튕겨 냈다.
이쯤이야.
과외 선생이 야생의 살기를 밥 먹듯 보내던 시절도 있었다.
오거의 피어는 농도는 진했지만, 광범위했다.
그때 과외 선생의 살기는 날 향한 압박 그 자체였다고.
뱃심으로 피어를 튕겨내고 전면을 바라봤다.
고작 몇 초, 짧은 시간에 불과하지만.
선두에서 달려드는 놈들에겐 충분했다.
인간을 우습게 보는 괴력의 인베이더 무리다.
내달리는 속도가 무섭다. 어둠 속에서 파란 안광이 무섭게 확대된다.
단 몇 초면 거리를 허용하고 그럼 놈들이 든 돌도끼에 머리라도 내줘야 할 판이다.
전선을 유지해야 했다.
타다다다.
소총을 갈겼다.
오크 몇 놈이 급히 반탄석 방패를 들었다.
아니, 반쯤은 휘둘렀다.
투두두둥.
탄이 튕겨 나갔다.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달려드는 놈들을 눈에 담았다.
오크 다섯 마리와 트롤 하나, 총 여섯이다.
나도 마주 달렸다.
고작 몇 초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선두에 선 놈이 도끼를 휘둘렀다.
조잡한 돌도끼라고 생각했는데 도끼날이 빛난다.
개수작이었다. 발광석을 붙인 도끼다.
순간적으로 시야를 가로막을 셈이었다.
어디서 이런 개수작을 배우셨나.
저기 뒤에 있는 오거 새끼한테 속성 과외라도 받고 왔나 본데.
개수작은 개수작일 뿐.
난 눈을 내리깔아 발광 도끼의 눈부심을 외면하고.
달려드는 오크 놈의 발등을 밟고, 어깨로 밀쳤다.
선두에 오던 놈의 몸이 멈춘다. 그 상태 그대로, 소총의 개머리판으로 반원을 그리며 올려쳤다.
쩡. 뿌직.
턱이 부서지는 느낌이 생생히 손에 남았다.
까만 이빨과 피가 페이스 가드 위로 튀었다.
한 놈의 안면을 박살 내는 사이, 다른 놈들이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 사이로 길쭉한 뭔가가 복부를 노리기도 했다.
왼쪽에서 날아드는 돌도끼는 왼손바닥으로 받고 흘린다.
공격 흘리기, 팀장의 특기 중 하나다.
한 번에 공격한 오크의 숫자는 셋.
도끼의 숫자도 셋.
두 번째 도끼는 오른손등으로 쳐 냈다.
쩡, 끼잉!
충격을 받은 장갑이 제 할 일을 했다.
은하수 필드가 발동해 우측에 별빛의 장막을 펼쳤다.
장막에 세 번째 도끼가 카가각 소리를 내며 허공에 불똥을 튀겼다.
마지막 배를 노린 꼬챙이를 피해 옆으로 몸을 날렸다. 재차 찌르기에 연신 피했다.
날 노린 꼬챙이는 트롤의 무기였다.
어느새 내 위치는 오크 셋의 중앙.
트롤이 의도한 위치였다.
뭐, 나도 의도한 위치다.
노린내와 썩은 내가 코를 찌른다. 변신족의 후각은 예민하기에 냄새 공격은 정말 괴롭다.
“좀 씻고 다녀라.”
말과 함께 난 정글도를 뽑았다.
발도와 동시에 공격.
일격에 오크 셋의 몸을 삼등분시킨다.
후아악.
피가 회오리치듯 몰아쳤다.
휘두른 칼날에 따라온 바람이 피바람을 뿌렸다.
정글도를 수납함과 동시에, 왼쪽 어깨 뒤에 있던 산탄총을 남은 오크 한 마리의 머리통에 대고 쐈다.
꽝!
머리통이 터졌다.
대가리에 구멍이 숭숭 난 오크가 바닥에 쓰러지는 사이, 다른 한 놈이 뒤에서 날 안으려 했다.
난 왼팔 겨드랑이 뒤로 샷건의 총구를 밀어 넣고 방아쇠를 당겼다.
꽝.
“꿱!”
오크가 비명을 질렀다.
왼쪽 옆구리에 구멍이 나서 피를 질질 흘리는 오크의 목을 향해 다시 정글도 발도.
슈컥.
그사이, 트롤이 위로 뛰어서 날 향해 꼬챙이를 내리꽂았다.
급한 대로 샷건을 들어서 막았다.
콰직.
총기 중간에 멋진 구멍이 생겼다.
총은 버려 버리고 와이어 나이프를 꺼냈다.
트롤은 고속 재생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꼬챙이는 오른손, 왼손은 빈손.
트롤의 그 빈손은 곧 주먹이 되어 내 머리를 노렸다.
법칙이나 기술이 없는 무식한 주먹질이지만, 맞으면 매우 아플 게 분명했다.
고개를 숙이고 피하며 앞구르기.
트롤의 발치를 지나자, 놈이 발을 휘둘렀다.
그 또한 피했다.
구르고 피하며, 와이어 나이프를 뽑아 트롤의 아킬레스건 한쪽을 그었다.
서걱.
칼날 한번 자알 든다.
한쪽 다리에 힘이 빠져 균형을 잃은 놈의 반대쪽 다리오금을 긋고.
놈의 몸을 나무 타듯 올라가며 힘줄, 대동맥, 경동맥 따위에 칼집을 내줬다.
곧 놈이 흘리는 녹색 피가 내 전신을 적셨다.
팅.
손잡이를 비틀어 와이어를 꺼낸 뒤 놈을 포장했다.
힘줄이 잘린 놈은 반항하지 못했고.
난 놈을 칭칭 감은 채, 와이어를 고정하고 당겼다.
우드드득.
옷으로 덮여 있어서 안 보이지만, 팔뚝에 힘줄이 돋았을 거다.
그 상태 그대로 당기자, 놈의 몸이 잘리기 시작했고.
힘을 줘서 마저 당겼다.
푸왁.
느껴지던 저항감이 사라지고, 와이어가 피를 뚝뚝 흘리며 바닥에 그물처럼 떨어졌다.
손잡이 버튼을 눌러 와이어를 회수하며 조각난 트롤의 사체를 확인했다.
난 놈을 오체분시했다. 물론 다섯 조각보다 더 잘게 조각내긴 했다.
“후우.”
숨을 한 번 내쉬는 거로 상황 종료.
“너…….”
호남이 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러모로 놀란 얼굴이긴 한데, 지금 그렇게 놀랄 때가 아니란 말이지.
“네, 1급 사원 유광익. 뒤를 보시죠. 2차로 옵니다. 퇴각을 염두에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정호남이 고개를 돌렸다.
선두로 온 여섯이야 내가 조졌지만, 아직 인베이더는 꽤 남았다.
여전히 근접 거리 허용은 위험하고.
호남은 숨을 고르더니, 페이스 가드를 내리고 허리춤에 있던 총을 꺼냈다.
황금색으로 도금된 리볼버였다.
“지금부터…….”
그는 말을 끊고 리볼버의 노리쇠를 당겼다.
철컥.
가끔 무기에 도금 따위를 하거나 독특한 기어를 쓰는 이들이 있었다.
순전히 기분을 내기 위해서는 아니다.
사수에게 캐쉬 히포가 있듯이, 자신의 무기에 애정을 두고 익숙해지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기어는 특히나 더 그렇고.
호남이 형의 무기도 기어다.
보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고.
내 직감을 틀리지 않았다.
노리쇠를 뒤로 당긴 채, 전방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퉁.
격발음치고는 가벼운 소리.
그와 함께 리볼버가 겨눈 곳은 인베이더가 달려드는 앞쪽의 땅.
팡.
탄은 땅을 맞췄다.
까드드드드득.
땅 위가 언다. 하얀 서리가 내려앉더니, 순식간에 빙판을 만들었다.
적과의 거리 100m 안쪽.
반탄석을 든 오크가 용맹하게 달려오다가 미끄러지며 머리부터 바닥에 처박았다.
“특이종 사냥을 시작한다.”
말함과 동시에 오거를 향해서 총구를 겨누고 쏜다.
1초의 주저도 없었다.
첫 탄은 빙결이었지만, 다음 탄은 달랐다.
퉁.
광구가 날아간다. 불멸자의 감각이 날아가는 광구의 궤적을 쫓았다.
광학 무기의 일종, 형태를 이룬 원구의 에너지 탄이었다.
오거는 당황했다. 놈은 뒤로 물러났고 동시에 양옆에 있는 스톤 비스트와 오크 한 마리를 쥐고 앞으로 던졌다.
퍽, 퍽.
소음은 작았다. 하지만 광탄의 위력은 여실히 보여 줬다.
그대로 두 마리의 인베이더의 구멍을 내주고 오거의 왼 손목을 날렸다.
“우워!”
오거가 괴성을 내질렀다.
다시 피어다.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냐.
미리 대비하면 피어도 견딜 수 있는 법이다.
다들 배에 힘을 주고 버텼다.
오거를 제외한 인베이더 무리가 달려들었다. 반탄석을 내던지고 미친 듯이 내달렸다.
“커맨더, 퇴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애주가 과장이 말했다.
거듭 말하지만, 둘러싸이면 답이 없다.
난 달려드는 놈들의 숫자를 가늠했다.
대략 백 마리.
어쩔까.
작정하고 싸운다면, 약간의 틈만 있다면, 저 광구탄이라면.
특이종 오거 새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한창 머리를 굴리는 중인데.
“쿨럭.”
기남이 기침을 토하며 일어났다.
이 새끼는 피어 한 번에 왜 허약 체질이 돼서는.
기남은 호흡을 고를 틈도 없이 칼칼한 목소리가 말했다.
“뒤에 더 옵니다.”
예민함.
그것은 때론 전장을 넘어 불길함의 영역을 예측한다.
기남은 그렇게 했다.
그리고 나도 봤다.
오거의 뒤편.
“……개미 떼 같네.”
무지막지한 숫자였다.
숫자가 가늠이 안 된다. 눈앞을 까만 무리가 가득 채웠다.
밤의 어둠을 밝히는 안광이 수백 개가 넘었다.
“기지를 습격할 작정이었구나.”
이순창 대리가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오거는 고작 초소 습격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놈은 초소로 병력을 보내고 돌아오는 동료가 없자, 대규모 무리를 모아 단숨에 진격할 생각이었나 보다.
여기서 직선으로 내달렸을 때, 기지까지 사흘이면 충분했다. 아니, 인베이더의 속도라면 이틀도 가능하다.
천 이상의 굶주린 인베이더 무리라.
“막을 수 있을까요?”
내가 물었다.
기지의 잔존 병력이 합류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무리야.”
애주가 과장이 말했다.
방위 불가.
이대로 놈들이 짓쳐들어오면, 일부는 화이트홀을 통해서 돌아가기도 전에 찢겨 죽을 것이다.
기지에는 불멸자만 있는 것도 아니니,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겠지.
그렇다고 여기서 막을 수 있는 규모도 아니었다.
특이종 오거 놈이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게 보였다.
무엇보다 저놈이 문제였다.
인베이더를 규합하는 존재.
“이순창 대리. 저격.”
호남이 외치듯 읊조렸다.
이순창 대리는 주저하지 않고, 저격 라이플을 들어 겨누고 쐈다.
탕, 탕, 탕.
볼트 액션이 아니라 연사식 라이플이다.
세 발의 탄 중 하나가 오거를 맞췄다.
놈의 오른쪽 어깨에 피가 흘렀다.
관통이 아니라, 스친 수준이다.
근접 거리에서 백린탄이나 산탄총을 갈기지 않는 이상에야, 치명상은 무리다.
오거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공격할 수단이 제한된다는 걸 아는 것처럼 우리를 빤히 보더니, 입꼬리를 비튼다.
맹세코, 태어나서 인베이더가 웃는 건 처음 봤다.
그것도 저리 비웃는 낯짝이라니.
놈이 쪼갰다.
“저 개새가.”
애주가 과장이 놈의 웃음을 신랄하게 평가했고.
난 왼팔을 들어 검지와 중지로 총구 모양을 만든 채, 놈의 머리통을 겨눴다.
오거, 특이종, 놓치면 기지 멸망.
그럼 잡아야지.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