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규격 외 혈통 천재-76화 (76/488)

76. 썸머 이즈 커밍

“유광익.”

사수가 날 붙들었다.

“정신 차려.”

눈을 돌렸다.

오밀조밀한 눈, 코, 입.

날 만지던 네 손길, 작은 손톱까지, 콱!

사수가 날 꼬집었다.

“아파요.”

“나 봐.”

똑바로 보자 사수가 눈을 마주친다. 그제야 정신이 또렷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뭐였지?

무진장 싸우고 싶었는데.

사수의 눈이 충혈된 게 보였다. 주륵, 그녀의 입가로 피가 흘렀다.

“사수?”

“혀 깨물었다.”

“왜?”

“정신 공격 타입이야.”

사수가 말했다.

응?

앞을 보니.

“약 빨아.”

팀장이 외치며 인젝션을 제 손등에 꽂는 게 보였다.

쭈우욱.

들어가는 약은 분명 칵테일 드럭. 그중에서도 마인드 칵테일의 하나일 것이다.

시발 팀장과 함께 보안 1팀도 전부 같은 행동을 보였다.

초능 협회는 뒤로 훌쩍 물러났다.

그들은 전부 쓰고 있던 헬멧을 조정했다.

지이잉.

육감이 그들의 헬멧에서 기묘한 파장이 뿜어내는 걸 느꼈다.

“정신 방벽 유지해.”

협회 특수부대장이 말했다.

엑스큐라시도 마찬가지다.

불멸과 초능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신 공격을 이겨 내는 것과 같다.

엑스큐라시 쪽 몇 명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몇 명은 멀쩡했다.

그 분간은 쉬웠다. 대부분 변신족은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

멀쩡한 이들이 나머지의 뺨을 때렸다.

짝!

충격에 정신을 차린 변신족 하나가 중얼거렸다.

“염병, 뇌까리에 약을 부은 기분이잖아.”

나도 같은 기분이었다. 누가 뇌를 흔들어 재낀 것 같다.

“저 이런 거 처음이에요. 사수.”

“이제 숫총각 딱지는 벗었네.”

사수가 답했다.

임시 명칭, 불가사리, 넘버링 3 슬라임의 네임드 형태.

후, 보는 것만으로 뇌를 저릿하게 울렸다.

놈은 빠르지 않았다.

묵묵히 홀 안에서 제 몸을 빼낼 뿐이었다. 크고 묵직한 빨판을 지닌 반투명 젤리가 슬금슬금 현세에 제 몸을 밀어 넣었다.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났다.

다시 달려들고 싶었다.

짝.

내 손으로 내 볼을 갈겼다. 찰진 소리가 났다.

“말해. 내가 때려 줄게.”

사수는 친절했다.

“괜찮아요.”

말하고 눈을 깔았다. 보는 것만으로 이유 없는 살의와 적의를 불러온다.

공포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덤비게 만드는 효과라니.

특이한 능력이다. 그래도 이 능력 하나뿐이라면.

네임드도 별거 아니지 않나?

“갈겨.”

시작은 엑스큐라시다.

두두두두두두둥!

아까까지의 레이저 사출 무기가 일반 소총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응축해서 쏘아 내는 압축 로켓이었다.

뻐버버버벙!

지하철 천정에 숭숭 구멍이 뚫렸다. 파지직- 하고 스파크가 튀었다.

곳곳에 열기의 구멍이 생겼다. 회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드드드.

불가사리의 몸에는 구멍이 나지 않았다.

이게 뭐야? 레이저가 뚫지 못하고 허공에서 퍼지고 흩어진다. 폭발이 생겼지만, 그 여파가 안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베리어다.”

엑스큐라시 소속 불멸자가 말했다.

“깎아!”

두두두두두둥!

다시 레이저 다발이 날아간다. 눈이 멀 것 같은 빛의 향연이다.

예전에 TV에서 레이저 쇼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것보다 배는 화려했다.

뻐버버버벙!

레이저는 불가사리를 연신 때렸다.

그때까지도 난 저 네임드 새끼가 나무늘보 같은 새끼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바꾸는 데는 1초면 충분했다.

펑.

흐릿한 그림자가 날아와 바닥을 찍었다.

“끄아아악!”

미처 피하지 못한 엑스큐라시 대원 하나가 비명을 내질렀다.

자신의 허벅지를 붙잡고 데굴데굴 구른다. 허벅지 밑으로 피가 콸콸 쏟아졌다.

다리가 있던 자리가 허전하게 비었다.

불가사리는 몸이 별과 같았는데, 그 별의 모서리 중 하나가 날아와 꽂혔다.

거기에 걸려 다리가 날아간 거고.

잘린 부위에서 흰 연기가 났다. 부식도 진행 중이란 소리다.

“빠진다.”

엑스큐라시 부대장은 냉정했다.

다리 잘린 사람이 바닥을 기었다. 바닥에 흥건하게 피가 흘렀다.

불멸자였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불행이라고 해야 하나.

뻗었던 촉수? 손? 하여간 제 몸뚱이 일부를 회수한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이저포를 쏴도 뚫지 못한다. 배리어는 일부 네임드에게 볼 수 있는 초능력이다. 몸 위에 친 방어막은 물리적인 힘으로 깨야 했다.

포기한 대원 위로 불가사리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놔두면 죽는다. 아까 달려들고 싶었던 건 내 의지가 아니다. 아니, 내 의지에 저놈의 의지가 더해진 거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이번에는 오롯이 내 의지다.

놔두면 죽는다. 내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싶진 않았다.

오롯이 그 이유 하나뿐이었다.

땅을 박찼다.

“안 돼.”

뒤에서 사수의 목소리가 아련히 흘러갔다.

불가사리는 영리했다. 놈은 다리를 잃은 대원을 단숨에 죽이지 않고 천천히 다가왔다.

와서 구하라는 거였다.

난 놈을 보지 않고 달렸다. 대신 오감을 끌어올렸다.

“미친 새끼야.”

들리는 목소리를 외면한다. 팀장이었다.

난 내달렸다.

훙.

오감의 영역 밖에서 육감을 찢으며 적의 공격이 날아온다.

딱 그 순간, 고개를 들었다.

이 새끼 더럽게 빠르다. 그런데 보이긴 했단 말이지.

아까 그 일격, 내 눈에는 흐릿하게나마 보였다.

기회는 한 번뿐.

호흡을 참고 힘을 모은다.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 놈이 뻗은, 창과 같은 붉은 덩어리가 보였다.

뾰족한 송곳 같기도 했다.

시간을 쪼갠 틈에서 난 오른 팔뚝을 밑에서 위로 올려쳤다.

불멸자의 전투 교본 하나.

“팔은 방패다.”

과외 선생부터 회사에 들어온 지금까지 수없이 들었던 말이었다.

난 그렇게 했다.

펑!

어깨 아래부터 끔찍한 통증이 밀려온다. 놈의 공격을 막으면 왼손을 뻗었다.

왼손 집게손가락에 다리 잃은 친구의 옷깃이 걸렸다.

퉁.

맞은 충격에 몸이 뒤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척추 몇 개가 엇나가는 기분이었다.

새끼, 힘 더럽게 세네.

그리고 내가 비운 자리에서 무수히 많은 은색의 실이 허공에 흩날렸다.

아니, 그냥 선이 아니다.

레이저 강선?

피비비비비비비비빙!

레이저 강선이 그물처럼 엮여, 적의 두 번째 공격을 막았다.

투두두두두둥.

현악기의 현이 단숨에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베리어가 육안으로도 보였다.

육각형이 무수히 겹친 형태가 반투명하게 허공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꽝!

그게 보이자마자 팀장은 허리 뒤에서 소드 오프 샷건을 꺼내 갈겼다.

표준 장비가 아니다. 커스터 마이징한 샷건이다. 폭발력이 남달랐다.

방벽에 쩌저적 하고 금이 간다.

총격의 반탄력을 이용해 뒤로 날아간 팀장이 말했다.

“니들은 노냐? 하여간 도둑놈의 새끼들. 시이발.”

저 입은 죽는 그 날까지 걸레를 물고 있을 것이다.

난 확신한다.

“잡아!”

협회가 움직였다. 고위 염동력자 다섯이 집중하자, 허공에서 끼이이잉 하는 소리가 났다.

염동은 곧 무형의 힘.

무형의 힘이 압축되고 또 압축되어 네임드의 사방을 옥죄는 그물이 된다.

질끈.

그사이 사수가 다가와 어깨 위를 묶었다.

“맞은 부위가 조금 높았으면 핏덩이가 됐을 거다.”

그녀가 말했다.

“다 계산된 행동이었죠.”

사실 반은 도박이었지.

하하하, 그래도 성공하면 그 도박이야말로 성공한 계획이 되는 게 아닌가.

사람을 살렸다.

그러기 위한 불멸특수대다.

적어도 난 그렇다.

“후으. 불특대?”

간신히 목숨을 구한 친구가 눈을 깜빡였다.

“별말씀을.”

“음?”

“고맙다고 할 거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앞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한창이었다.

그리고 난 처음으로 팀장의 실력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레이저 강선이 문제가 아니다.

허공에 수십으로 나눠진 기척.

그중에서 숨은 기척이 다시 여덟 개.

무슨 짓을 해야 이런 게 가능한 거지?

팀장은 그 기척 사이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네임드 불가사리의 코앞이었다.

그는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네모난 통 같은 걸 던졌다.

아니, 무슨 도시락 폭탄이냐고.

생긴 것과 달리 효과는 뛰어났다.

파아악.

터진 폭탄통은 흰 연기와 빛을 뿌렸고.

“개조된 백린탄.”

내가 구한 친구가 중얼거렸다.

실혈이 심했는지 안색이 파리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블러드 젝 없습니까?”

내가 물었다.

블러드 젝, 긴급 수혈기는 불멸특수대의 개발품이지만, 전 세계 보급품이기도 하거든.

“여기.”

있었다. 목숨을 건진 엑스큐라시 대원이 원통 인젝션을 건넸다.

원통형 뚜껑을 열어 침을 허벅지에 꽂아 눌렀다. 인젝션 형태에서 압축된 블러드 캡슐이 깨지며 피를 공급한다.

전신에 갑자기 훅하고 열기가 일어났다.

이마가 뜨거웠다.

긴급 수혈팩의 부작용이었다. 그래도 잠깐이면 충분했다.

금세 몸이 본래의 체온으로 돌아왔다.

다리 잘린 친구가 한쪽 다리로 서는 게 보였다.

난 잘린 팔을 확인했다.

어깨 뿌리부터 팔이 자라는 중이었다.

보고 있는 게 딱히 좋은 기분이 아니기에 시선을 돌렸다.

염동력자 무리가 앞으로 나아갔다.

염동의 힘은 거리에 비례한다. 그들은 불가사리의 공격 영역까지 다가갔다.

“이런 시발.”

그걸 본 검은 도끼 정동찬이 몸을 날렸다.

나도 내달렸다.

“가지 마.”

사수가 경고했다. 무시했다.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각 팀에서 뽑아온 정예가 싸우는 중이다.

염동력자 앞에 도달한 순간. 불가사리는 자신을 방해하는 힘의 원천을 알았다.

놈은 삼형과 같이 젤리 몸통을 총알처럼 쐈다.

투두두두둥.

“내가 좌측!”

동찬이 외치고 도끼를 휘둘렀다.

난 급한 김에 바닥에 손가락을 박고 땅을 들어 올렸다. 땅거죽 일부가 들렸다. 그게 곧 내 방패였다.

콘크리트 먼지가 흩날렸다.

퍼버벙!

그 위로 놈이 쏜 탄환이 박혔다.

감각을 예민하게 달구며 공격 여파를 확인했다.

콘크리트 방패의 얇은 부분이 뚫린다. 관통된 탄은 몸으로 막았다.

퍼버벅 하고 몸에 구멍 몇 개가 생겼다.

염동력자는 멀쩡했다.

블러드 젝을 써서 다행이지.

잃은 피는 캡슐이 터지며 보충했다.

약이라도 빨면 좋겠지만, 그럴 겨를이 없다.

다시 놈의 총탄이 날아왔다.

“이거 써!”

누군가 경찰 방패를 던졌다.

“하나 더.”

내가 말하자, 다시 누가 또 방패를 던져 줬다.

난 두 개의 방패를 들고 풍차처럼 돌리다가 앞을 향해 후려쳤다.

놈이 쏘아 내는 탄은 총탄만큼 빠르진 않다. 다만 방금 받아내 본 결과, 힘은 좋다. 투포환을 아주 빠르게 던지면 이렇게 될 것 같았다.

정면으로 받으면 특수 제작된 방패라고 해도 금세 부서질 것이다.

그럼 비껴낸다. 난 그렇게 했다.

퉁, 퉁, 퉁, 퉁.

쳐 내고 또 쳐 낸다.

쿵.

뒤에서 염동력자 하나가 쓰러졌다.

무리한 탓에 코피를 줄줄 흘리다 기절한 거다.

남은 이들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중 하나는 피눈물을 줄줄 흘렸다.

“으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한계 이상의 힘을 뿜어내는 거로 보였다.

난 그사이에도 날아오는 탄을 쳐 내기 바빴다.

이런 괴물 새끼.

느리고 별거 없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불가사리는 영리했다.

일부러 느린 것처럼 보이게 움직였고.

가진 능력은 정신 계통만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 했다.

놈은 넘버링 3 슬라임 능력을 모두 갖췄다.

원하면 주변 모든 것을 부식시켰고.

원하면 젤리 형태 탄환을 쐈다.

원하면 몸의 일부를 늘려 압도적인 물리적 충격도 줄 수 있었다.

자폭까지 하면 완벽하겠네. 시발.

아, 염병.

염동력자가 전부 쓰러졌다.

앞쪽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이대로 막기만 한다고 이 사람들 전부 살릴 수 있나.

아니, 죽는다. 반도 못 살릴 것이다.

그거 되게 싫은데.

‘불멸특수대는 뭐 하는 사람입니까?’

누군가 나한테 이렇게 묻는다면 난 뭐라고 답할 것인가.

‘사람 살리는 곳이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방패를 던졌다.

“형아, 시간 벌어 줘!”

“모르는 사람이라며!”

내 말에 동찬이 외쳤다.

자식아, 치사하게 굴지 마라.

내가 아까 그런 건 애교지.

몸을 날려 쓰러진 염동력자 다섯의 옷깃을 채고 던졌다.

적어도 불가사리의 공격 영역 밖으로 던져야 의미가 있다.

그러니까 탄환 공격이 닿지 않는 곳, 지상이다.

계단은 무너지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지하철 역사가 폭삭 가라앉을 것 같지만.

지금은 아니다.

흐압.

난 염동력자의 옷깃이 튼튼하길 빌었다. 다행히도 그랬다.

던진다. 비스듬한 계단 위로.

훙. 훙. 훙. 훙. 훙.

다섯을 던지고 다시 뒤를 돌아봤다.

아니, 이 새끼들, 뒈질 것 같으면 좀 튀어라.

또 쓰러진 놈이 있네.

난 내달렸다. 방법이 없다. 달리고 날아오는 탄환은 피한다. 날 노린 불가사리의 손질도 피한다.

퉁퉁퉁.

내 머릿속에 아까 팀장이 보여 준 움직임이 남았다.

될까? 안 되면 되게 한다.

기척 속이기.

여러 개의 기척을 사방에 뿌리고.

그 사이 기척을 숨긴다.

정확히는 숨긴 기척을 다시 뿌리는 거다.

명도가 다른 똑같은 그림 여러 개를 보이는 것과 같다.

어릴 때 ‘월리를 찾아라’를 해 본 적 있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과 같았다.

이 기척 사이로 날 찾아 봐라.

불가사리의 공격이 헛된 곳을 가르는 사이, 난 쓰러진 놈을 하나하나 들고 뒤로 달렸다.

“그만해, 미친놈아.”

사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시했다. 달리고 다친 사람을 뒤로 던진다.

정신이 없었다.

“유광익.”

팬더 대리의 얼굴이 보였다. 아니, 불멸특수대 인원 얼굴이 늘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모른다. 난 지금 할 일을 할 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잘린 왼 다리를 잘린 부위에 대고 급히 붙인 뒤, 재생한 오른팔로 바닥을 찍고 몸을 날렸다.

쓰러지는 사람, 죽기 직전의 인간, 미처 피하지 못한 요원.

난 하나하나 감각으로 파악하고 내달리기 바빴다.

울컥.

피를 토했다. 너무 무리했나.

그래도 괜찮아. 난 불멸자다.

안 죽어.

바닥을 반쯤 구른 뒤, 다시 적의 공격을 감지하는데.

어깨가 가벼웠다.

뭐지? 이제까지 몸을 옥죄던 묵직한 압박이 안 느껴졌다.

이런 경우가 왜 생기더라?

떠올랐다.

“새로운 형태의 공격 예상.”

배운 대로 변하는 상대의 움직임을 브리핑했다.

막 다시 움직이기 전이었다. 내 어깨에 누군가가 손을 올렸다.

몸이 덜컥 멈췄다.

솔직히 말하면 더 움직일 힘도 없었다.

“뭡니까?”

그 자리에 한쪽 얼굴이 갈린 팀장이 보였다. 안구 한쪽을 잃어 휑한 구멍이 생겼다.

“끝났다.”

팀장이었다.

“시발.”

나도 모르게 말하자.

“뭐 이 새끼야?”

“반사적으로 나온 말입니다.”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런데 뭐가 어떻게 된 걸까.

“이겼어요?”

정신을 잃기 전, 물었다. 대답이 듣고 싶었다.

팀장은 묵묵히 날 바라봤다.

빨리 대답 좀 해 주지.

“안 졌다.”

팀장이 답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 줄 몰랐다.

하지만 하나는 알았다.

난 오늘 쓰러진 사람 중 단 하나도 죽게 놔두지 않았다는 거다.

난 눈을 감았다. 그대로 시야가 까맣게 물들기 시작했다.

6월 11일.

여름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의 발단이었다.

새로운 네임드의 출현.

그리고 특수종 세계에서는 이걸 이렇게 말했다.

썸머 이즈 커밍.

여름이라 이름 붙인 악몽이 다가오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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