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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 외 혈통 천재-1화 (1/488)

1-50 익명 업로더 작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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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 외 혈통 천재 ⓒ소울풍

1. 고백

내가 막 스물이 됐을 때, 아버지는 비밀을 고백하셨다.

"놀라지 말고 들어라."

"네?"

"사실 넌 불멸자다."

"……네?"

"내가 불멸자니, 그 피가 너한테도 이어졌을 거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라고 할 순 없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이십 년 동안 받은 교육이 내 주둥이를 잡았다.

"네?"

"너 안 죽는다고, 어지간해서는."

무슨 그런 말을 파를 사면서 해.

대파를 고르던 아버지가 슬쩍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아버지, 이미 여긴 마트 한복판입니다.

내가 주변을 둘러보자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조용히 말했으니 걱정하지 마라."

아, 이거 어쩐다.

"네 엄마도 모르는 사실이니, 알지?"

엄마한테 비밀, 남자만의 약속.

그럴 때 쓰는 말이다.

세상에는 인간 말고도 세 가지 종류의 특별한 종의 인간이 더 산다.

백인, 흑인, 동양인 상관없이 태어나는 이레귤러다.

비밀도 아니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은 정부 또는 각 부처에서 훈련받고, 특별한 일에 종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그걸 쉬이 밝힐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이비 종교, 미친 과학집단 등등.

불멸자를 노리는 이들은 참 많다.

실제로 정부에서 관리하는 이들의 명단은 기밀 중의 기밀이라고 한다.

숨어 사는 이들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군인, 공무원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 아버지는 공무원이다.

그것도 5급 행정 사무관이시다.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연봉이 높고 복지도 좋다.

그건 알지.

지금 사는 집도 정부에서 내준 아파트니까.

하여간 그런 이레귤러 중 첫째가 불멸자다.

죽지 않는 자들이다. 그 특징은 하얀 피부와 곱상한 얼굴인데.

"제가요?"

"이 아비를 많이 닮지 않아서 그런 거냐?"

솔직히, 네.

그래서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맞다. 넌 불멸자다."

아버지가 확인 사살을 끝마쳤다.

불멸자라니.

아무리 봐도 난 곱상한 외모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못난 얼굴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아, 잘생겼네’라고 말하는 딱 거기까지다.

적당히 잘생긴 얼굴.

그렇다고 연예인급은 아니다.

"스무 살 생일에 피를 각성할 거다. 네가 태어난 시간이니까 오늘 밤 열한 시쯤?"

너무 태연하게 말씀하셔서, 정말 별일 아닌 것 같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가 계속 말씀하셨다.

"아, 마늘도 사 오랬지?"

"네, 간 거 말고요. 직접 갈아서 쓰신다고."

"깐마늘 사 갈까?"

"아뇨, 껍질까지 있는 거요."

"이거 내가 까야겠지."

"확실히요."

"깐마늘 사고 싶다."

아버지는 그리 말하면서도 껍질이 있는 마늘을 고르셨다.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라. 네 엄마, 아빠 그런 사람인 거 모른다."

마트 계산대 앞에서 그리 말하니, 계산대 앞에 직원분이 힐끔 쳐다봤다.

"절대로, 알게 되면 이혼당할지도 몰라."

몹시도 우울한 얼굴로 말씀하시니, 직원 아주머니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아니, 그런 거 아닙니다.

바람 피운 걸 아들한테 걸린 거 아니에요.

"일단 가죠."

준비한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들었다. 음료수랑 맥주, 소고기와 채소, 꽤 무겁지만, 나한테는 거뜬했다.

들고 나서자,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아들 힘 좋네."

흰 피부와 곱상한 얼굴 외, 불멸자는 타고난 완력이 약하다고 한다.

대신 각성 후 시력, 청력 등의 감각이 무척 뛰어나고.

각성 전에도 완력이 약하다는 특징은 고스란히 갖기 마련인데, 난 아니다.

난 힘이 좋다.

그건 나한테 두 번째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번쩍 드는 걸 보고 아버지가 물었다.

"요즘 운동 열심히 했니?"

아니요.

적당히 해도 이럽니다.

두 번째 비밀은, 아니, 사실 이게 먼저다. 아버지 덕분에 비밀이 두 개가 됐다.

그리고 그 비밀은 어머니와 연관이 있었다.

삑삑삑.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아버지는 비밀임을 당부하셨다.

아, 어머니도 이러셨지.

그때는 열여덟 살 생일이었는데.

"왔어."

"왔어요?"

어머니가 앞치마를 두르고 부자를 맞아주셨다.

한눈에 미인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분이시다.

다만, 미인 앞에 ‘건강’이란 두 글자가 붙어야 더없이 잘 어울리겠다.

어머니는 강건하신 분이다.

취미는 웨이트 트레이닝, 마라톤, 수영 등이고.

지금 당장 철인 3종 경기를 나가면 씹어먹지 않을까 그리 생각한다.

아버지와는 완전 반대의 이미지다.

아버지는 평생 햇볕 한 번 안 본 것 같은 희멀건 한 스타일이시니.

팔뚝도 어머니가 더 두껍다.

"마늘 잘 사 왔지?"

"물론이지."

금슬이 너무 좋은 두 분이다.

마트 잠깐 다녀왔으면서 포옹에 쪽.

아들이 보고 있습니다. 두 분.

"정리해."

어머니가 눈웃음을 보이며 말씀하셨다.

난 주섬주섬 장바구니를 들고 정리했다.

고기와 채소를 한쪽으로 옮기며 고민했다.

난 아버지에게 오늘 비밀을 들었다.

내가 불멸자라고.

그리고 열여덟 생일 때는 어머니에게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광익아, 엄마가 오늘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아직도 그날이 눈에 선하다.

홈트레이닝으로 케틀벨을 내려놓으시며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미리 약속해야 할 게 있는데 절대로, 지금 하는 말을 아버지한테는 말하면 안 된다."

열여덟 살 생일 선물로 게임기 PL4를 받은 나는 어머니의 어떤 비밀도 지켜 줄 자신이 있었다.

"얼마든지요."

아버지는 출장 중이셨다. 하나뿐인 아들의 생일에 자리를 비운 걸 몹시 슬퍼하셨고.

"엄마가 사실, 음, 그러니까."

어머니는 평소답지 않게 말을 고르셨다.

난 어서 듣고 싶었었다. PL4가 날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엄마가 사실은 특수종이야."

"아, 그랬군요."

영혼 없는 대답을 하고 내 사랑 PL4를 향해 돌아선 뒤에야 어머니가 한 말이 머리에 들어왔다.

몸을 그대로 둔 채, 고개만 뒤로 꺾어 내가 입을 열었다.

"특수종?"

그때까지만 해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특수종, 그 첫째가 ‘불멸자’.

첫째가 있다면 그다음도 있다.

둘째는 ‘변신족’이다.

불멸자가 죽지 않는다면, 이들은 변한다.

"엄마는 변신할 수 있어."

엄마의 커밍아웃에 그때 나는 뇌가 3초간 멈췄었다.

"세일러문으로?"

나이는 있지만, 아직 미모는 뛰어나시니, 그리 흉한 외모는 아닐 거다.

"원한다면 천사 소년 네티도 할 수 있지."

어머니는 위트가 있으셨다.

세일러문을 네티로 받으시니.

그 이후, 어머니는 고백하셨다.

불멸자는 대부분 죽지 않는다는 특징으로 통일되어 있다.

그래서 단일종이라고 하기도 한다.

변신족은 조금 다르다.

이쪽은 늑대나 곰, 쥐 등의 특징을 몸에 담아 변한다.

쉬이 말하자면 늑대인간, 그래, 그거다.

옛날 이 특수종이란 인종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 밤에 사람들이 보고 상상해 만들어 낸 게 늑대인간이고 뱀파이어였다.

뭐, 이미 퍼진 소문을 묻을 수 없어서 이런저런 그럴듯한 전승까지 만들었다고 했다.

하여간 그 변신족이다.

어머니의 고백이었다.

"우리 아들 선물은 뭐 필요하냐?"

아버지의 목소리에 회상에서 빠져나왔다.

"아, 뭐."

딱히 생각나는 건 없다.

부유한 집이다. 어지간한 건 다 사 주셨고, 외동이라고 아낌없이 내주셨다.

가끔 얼굴도 못 본 외할아버지가 용돈이라고 백만 원 단위로 돈을 보낼 때도 있으시니.

"됐어요."

선물보다 두 분 입장 정리가 시급하다.

한쪽은 불멸자, 한쪽은 변신족.

아니, 그럼 난 뭐가 되는 거야.

변신족은 열여덟에 각성.

불멸자는 스물에 각성이다.

그래서 난 열여덟 살에.

아버지가 출장을 나가신 그 해에.

피똥 쌌다.

몸에 근육이란 근육이 다 끊어지는 것 같은 고통과 피를 몇 사발은 토했고, 손톱도 다 빠지고 머리카락도 다 빠졌다.

그리고 금세 다시 자라긴 했다.

열여덟에 민머리가 될 뻔한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지옥 같은 고통이었다.

전보다 풍성해진 머리칼과 더불어 탄탄해진 근육, 턱걸이 두 개도 간신히 하던 몸뚱이가 열다섯 개를 해도 숨이 그리 차지 않았다.

아, 그제야 어머니가 하신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난 특수종이구나.

그것도 변신족.

"진짜 필요한 거 없어?"

어머니가 물으셨다.

"낳아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아빠 닮아서 말을 참 예쁘게 해."

"아니지, 당신 닮아서 인성이 좋은 거야."

"둘 다 닮았다고 하죠."

하지 마요. 아들은 스물이 될 때까지 여자 손목 한 번 잡아 본 게 전부인데.

그 앞에서 꼭 이래야 합니까?

그나저나, 생각해 보니 급히 물어볼 게 있지 않나.

"저기. 아버지."

"응?"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내 부름에 어머니가 눈을 반짝였다.

"너 여자 생겼니?"

"아니요."

"그래, 나가서 얘기할까? 여보, 잠깐 나갔다 올게."

"그래요. 광익아, 임신은 안 돼. 알지? 피임은 철저히."

"아, 좀, 저 여친 없어요."

"그 얼굴에 왜 여친을 안 만드니?"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아버지는 허허 웃으시고는 앞장서 나가셨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아버지가 눈으로 물었다.

"아니, 음, 내려가서 말하죠."

여기서 나누는 대화가 안 들리려나?

각성 이후 전보다 청각이 조금 예민해졌다.

아파트 방화문은 방음벽이 아니니, 일단은 지킬 건 지켜야지. 그러니까 아버지의 비밀을 지키고 보자.

띵.

승강기가 오고 내려갔다.

1층에 나오니, 후덥지근한 여름밤 날씨가 아버지와 날 반겼다.

덥긴 무지막지하게 덥네.

이번에는 장마가 무슨 한 달 보름은 가더라.

그 습한 공기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아들?"

"아버지, 각성할 때 아파요?"

솔직히 말하겠다.

두 번 다시는 그 고통 겪고 싶지 않다.

이게 안 당해 본 사람은 모르겠지만, 아프다. 진짜 더럽게 아프다.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산고의 고통보다 더하다고 했었다.

오히려 애 낳는 게 더 쉬웠다고 하시니.

"응?"

"아파요?"

이미 변신족으로 각성했으니, 불멸자로는 각성 안 할지도 모른다.

나야 모르지.

그래도 혹시나 마음의 준비는 해야 할 거 아닌가.

"아빠는 그냥 그랬어. 갑자기 피가 뜨거워진다는 기분이 들었고, 그다음은 오히려 차갑게 식어 버리는 것 같았지. 조금 춥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오감이 전에 없이 예민해졌지."

불멸자는 예민한 오감.

변신족은 타고난 완력.

상반되는 특징이다.

물론 변신족도 보통의 인간보다는 감각이 예민하다. 하지만 불멸자는 그보다 더하다고 한다.

애초에 오감을 넘어선 육감과 직감의 영역까지 나아가는 수준이라니까.

"아프진 않네요?"

"응, 그렇지."

그럼, 그럼 정말 다행이다.

"그, 그러니까 엄마는 그냥 인간이잖아요. 꼭 각성할까요?"

사실은 변신족과 불멸자의 혼혈이 가능한지 묻고 싶었다.

"한다."

아버지는 확고하게 말씀하셨다.

왜요? 눈으로 묻자, 아버지가 입을 여신다.

"불멸의 피가 더 진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간단히 설명을 덧붙였다.

불멸의 혈통은 보통 인간의 피보다 더 강하고 진하게 흐르기 때문에 그렇단다.

유전학은 모르지만, 아버지는 당연히 그리되리라 믿고 있으셨다.

그럼 안 될지도 모르겠네.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이쪽 변신족 피가 아주 살벌한 직계를 두고 있다고 하셨으니까.

"그리고 아버지는, 음, 아니다. 이건 상관없겠다."

말하다 말면 똥 싸다 끊은 것만큼 불쾌합니다. 아버지.

그런데 얼굴을 보니 차마 묻지 못하겠다.

스무 해 정도 살다 보니 다른 사람 표정을 살필 줄도 알게 되는 법 아니겠나.

아버지의 표정이 그랬다.

이제 브론즈에 올라온 게이머에게 마스터 급의 센스를 바랄 수 없는 그런 표정.

그러니까 아직 어리기만 한 나에게 무거운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은 거다.

거기에 오늘은 내 생일이고.

난 속 깊은 아들이었다.

"올라가요."

아프지만 않으면 됐다.

뭐, 거기에 각성 안 할지도 모르고.

오히려 각성 안 하면 더 문제겠는데.

아버지한테 뭐라고 핑계를 대지.

생일은 조촐했다.

다만, 차린 건 조촐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과정이 조촐한 거지.

미역국, 한우 살치살 구이 9kg, 밥 세 공기.

갖은 밑반찬은 패스다.

이리 차려야 배가 든든하다.

난 엄청나게 잘 먹으니까.

이것도 변신족 특징이란다.

애초에 근섬유의 밀집도 변화로 신체 자체가 변해, 몸이 원하는 에너지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아버지도 드시긴 참 많이 드셨다.

어머니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 셋은 전부 대식가다.

이래 놓고 서로 이상하다고 의심조차 안 한다고? 그럴 수도 있지. 뭐.

잘 먹는다고 바로 ‘너 특수종이냐?’ 이러는 건 억측이다.

그리 먹고 케이크에 촛불 붙이고 노래 부르고.

"잘자, 아들. 생일 축하해."

두 분의 축하를 받고 침대에 누웠다.

각성하려나?

나도 궁금한 참이다.

피곤하진 않지만, 난 머리만 대면 자는 타입인지라, 금세 잠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난 몸 안의 모든 피가 확 뜨거워졌다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끄으으."

이게 안 아프다고?

온몸을 휘도는 피가 뜨거워졌다가 차가워지는데 안 아파?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다.

개미가 전신을 물어뜯는 것 같았다.

끔찍했다.

신음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버티고 버티다 보니, 몸이 그대로 얼음 속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거 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몸의 자유가 돌아오고 고통이 가셨다.

아프지 않았다.

대신 어두운 방의 정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절로 탄성이 나왔다.

처음 느낀 건, 시력의 변화다.

불멸자의 시각이다.

나이트 비전 수준의 밤눈이구나.

올빼미 저리 가라네.

그게 끝이 아니다.

청각도 예민해졌다. 밖에서 우는 매미 소리가 귀에 쨍하니 울렸다.

"윽."

반사적으로 귀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도 난 변신족으로서 몸을 컨트롤해 본 적이 있었다.

불멸자의 오감 컨트롤도 비슷했다.

의식적으로 귀를 멀리하듯이 두면 된다.

그럼 소리도 같이 멀어진다.

시각과 청각도 비슷하다.

익숙해지면 단 몇 초 만에 모든 걸 바꿀 수 있다.

아, 이제 좀 괜찮네.

미각, 촉각, 후각.

모든 게 달라졌다.

아니, 후각은 그대로 같은데.

다른 감각은 몰라도 후각만큼은 변신족도 탁월하게 뛰어난 듯싶다.

각성했네.

아버지의 이론대로라면 변신족의 피가 진하면 안 될 줄 알았는데.

그런데 혼혈이 나뿐일까?

그렇진 않을 것 같다.

불멸자나 변신족 중 서로 눈맞은 사람이 어찌 나의 부모뿐일까.

근데 왜 두 분은 서로 그거 숨기시는 걸까.

이 궁금증을 풀려면 비밀을 밝혀야 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왜 비밀이냐고 물으면 답을 회피하시니.

생각해서 뭐하겠나.

급격하게 피로도가 몰려왔다.

눈꺼풀이 무겁고 몸이 축 늘어진다.

땀 흘리고 시트 젖었는데.

모르겠다. 일단 자자.

그렇게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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