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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미친놈-253화 (253/265)

제253화

아더가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진심이세요, 흰 수염 씨?”

비스트가 찌르르 진동했다.

[그럼 진심이지. 설마 농담이라 생각했나?]

“어… 솔직히 말하면 농담이라 생각했어요.”

[자네도 대단하군. 이런 상황에서 내가 농담을 할 생각을 한다는 게.]

아더가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마드리드의 불꽃으로 된 창이 휘날리는 머리털을 스치고 지나갔다.

허나 아더는 방심하지 않고서 검을 쳐들었다.

마드리드의 마법은 피한다고 해서 끝이 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콰직-!

조금 전 스치고 지나간 마드리드의 불꽃으로 된 창이 분열을 시작했다.

하나였던 창이 2개로 늘어나고 2개였던 창이 4개로 늘어났다.

그렇게 점점 숫자를 늘려나간 마드리드의 불꽃 창이 이내 하늘을 뒤덮었다.

“계속 피하는 데, 피할 각도를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마드리드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늘어난 하늘을 뒤덮은 불꽃의 창이 아더를 향해 쏘아졌다.

날개를 펄럭이던 아더가 시선을 좁혔다.

‘피할 각이 없어. 쳐내거나 소멸시켜야 해.’

생각과 함께 아더가 손에 쥔 칼의 손잡이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정면을 향해 날아오는 불꽃의 창 하나를 정확히 반으로 갈라버렸다.

쾅-!

폭음과 함께 불씨가 휘날렸다.

그 상태로 아더가 몸을 휘리릭 돌려 옆구리에서 쳐들어오는 또 다른 창을 잘라내려 할 때였다.

등뒤에서 뜨거운 기운이 훅 하고 올라왔다.

“어라?”

눈을 치켜뜬 아더가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 반으로 가른 불꽃이 제 날개를 불태우고 있었다.

깜짝 놀란 아더가 황급히 손을 휘저었다.

허나 마드리드의 마법은 손을 휘젓는다고 끌 수 있는 마법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타오른 마드리드의 불꽃이 날개를 넘어 아더를 집어삼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드리드가 중얼거렸다.

“체크메이트?”

이 말과 함께 마드리드가 팔짱을 꼈을 때였다.

타오르던 불꽃에서 핏줄기가 솟구쳐올랐다.

눈을 치켜뜬 마드리드가 이번에는 탄성을 흘렸다.

“오호… 뱀파이어 로드의 혈통. 그걸로 내 마법에서 벗어난 건가?”

이 말에 핏줄기에서 솟구쳐 오른 아더가 대답했다.

“생각보다 제 혈통에 대해 잘 아시네요?”

“당연히 잘 알 수 밖에. 그 뱀파이어 로드란 놈을 쫓아낸 게 바로 나니까.”

아더가 흠칫 놀랐다.

‘뱀파이어 로드를 죽인 게 마드리드였다고?’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뱀파이어 혈족을 멸종시킨 것도 마드리드란 소리였으니깐.

허나 곧 곰곰이 고민한 아더는 그럴 수 있다 판단했다.

‘생각해보니 이상할 게 없네? 마드리드 본인이 이 대륙에서 인간을 제외한 종족 전부를 말살시켰다 했으니까.’

고개를 끄덕인 아더가 곧 상념을 지웠다.

뱀파이어 로드 혈통 덕에 되살아 나기는 했지만,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드리드의 마법이 사각없이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이대로면 그의 목을 베기는커녕 자신의 목이 먼저 떨어질 것이다.

잠시 고민한 아더가 눈빛을 반짝였다.

‘흰 수염 씨. 자신있는 거에요?’

이 말과 함께 아더가 비스트를 치켜들었다.

‘정말 제가 죽음에 이르면 마드리드의 마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에요?’

비스트가 찌르르 진동했다.

[장담까지는 못하고 그럴 확률이 높지. 모든 마법은 기적. 허나 그 어떤 기적도 죽음은 어쩔 수 없네. 그건 신의 권한이니깐.]

흰 수염의 목소리에 웃음이 깃들었다.

[하지만 자네가 죽음에 이른다면 저 천사의 마법이라 할지라도 어찌 할 수 없을 걸세. 진정한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기적도 소용이 없으니깐.]

아더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오랜만에 간이 부들부들 떨리네요.’

[오? 죽을 생각인가?]

‘그게 유일한 방법이라면, 그래야겠죠?’

이 말과 함께 아더가 흠칫 어깨를 떨었다.

그 흔들림에 흰 수염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자네도 죽음이 긴장되나?]

‘당연하죠. 제가 아무리 죽었다 한 번 되살아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죽음이란 건 무서우니깐.’

[…?]

흰 수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번 되살아났다니?

이게 무슨 소리지?

설마 아더 바이에른은 이미 한 번 죽은 몸이라 소리인가?

그 때 아더가 떠는 것을 멈추고 비스트를 휘리릭 돌려잡았다.

“도박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기서는 제 모든 걸 걸어봐야겠네요. 그게 설령 제 목숨이라 할지라도.”

이 말과 함께 아더가 뛰쳐올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드리드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학습이 안 되나 아들?”

마드리드가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의 손에서 기적이 펼쳐졌다.

말로 형용 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들이 아더의 전신에서 덮쳐왔다.

그것들을 검강으로 재빨리 베어낸 아더였지만 모든 일격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아더의 신체에 상처가 하나 둘 쌓여갔고, 그 상처가 곧 아더의 신체 기능을 떨어트렸다.

그 빈틈을 놓치지 않은 마드리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리 같은 날개를 가졌다고는 해도 살아온 세월이 다르다 아들아.”

이 말과 함께 마드리드가 손을 다시 한 번 휘저었다.

그 순간 아더의 발밑으로 구멍이 열렸다.

그 구멍에서 뻗어나온 무수한 손들이 아더의 다리를 붙잡았다.

날개짓을 하며 벗어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구멍에서 뻗어나온 손들 중 하나가 아더의 오른 다리를 와락! 씹어 삼켜 버렸다.

신음을 흘린 아더가 고민하다 칼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제 남은 왼발을 붙잡고 있는 무수히 많은 손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직-!

무언가 잘린 느낌과 함께 아더의 신체가 다시 자유로워졌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흰 수염이 나직한 탄성을 터트렸다.

[허허… 이 미친놈. 제 왼발을 그렇게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잘라?]

이 말에 아더가 마드리드를 향해 다시 날갯짓을 시작하며 말했다.

“뭘 이 정도 가지고. 지금부터 더한 걸 할 건데요.”

[이보다 더한 거라면 자살밖에 없는데?]

“어라? 어떻게 아셨어요? 지금부터 자살을 할 생각인데?”

[……?]

흰 수염이 눈을 끔뻑였다.

이 미친놈이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아까전에는 죽음에서 되살아났다 하더니, 이번에는 자살을 할 거라고?

그때 아더가 몸을 핑그르르 돌렸다.

화악-!

그와 동시에 시작된 날갯짓이 아더의 몸에 속도를 붙여줬다.

순식간에 하나의 섬광이 된 아더가 마드리드를 향해 날아갔다.

그 무모한 돌진에 마드리드가 웃음을 터트렸다.

“고작 생각해낸 게 제 발을 잘라가며 내게 날아오는 것이냐?’

이 말과 함께 마드리드가 손을 휘저었다.

가벼운 손짓과 함께 또 한 번 기적이 발현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한 십자가가 아더의 온몸을 구속한 것이다.

세상이 짓누르는 듯한 엄청난 압박 속에서 아더가 검을 휘둘렀다.

번적인 달빛이 하늘에서 내려온 십자가를 잘라냈다.

그와 동시에 고개를 돌린 아더가 마드리드를 찾았지만, 조금 전까지 시야에 보이던 천 년묵은 천사는 보이지 않았다.

눈을 치켜뜬 아더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입가에서 피가 왈칵 터져 나왔다.

“체크 메이트(Checkmate).”

마드리드가 살며시 미소 지으며 아더의 뱃속에 찔러넣은 바이에른의 검을 돌렸다.

“제 아무리 너라 할지라도 이 검에 찔린 이상 되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아들아.”

이 말에 아더가 제 배를 뚫고 나온 마드리드의 검을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그러네요, 끝이네요.”

“지금이라도 살려 달라하면 살려줄 수도 있다.”

“그건 거절할게요. 적에게 목숨을 구걸할 바엔 죽음을 맞이하는 게 나으니깐.”

마드리드가 피식 비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죽음을 맞이해야 되겠구나. 나로서는 아쉽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이게 너의 운명이라면 달게 받아들일 수밖에.”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죽음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거죠. 하지만….”

말을 흐린 아더가 비스트를 치켜들었다.

그 모습에 흠칫 놀란 마드리드가 생각했다.

‘설마 제 목숨을 미끼로 날 노리려 하는 것인가?’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다.

지금까지 아더 바이에른은 매우 신중히 자신에게 접근해왔다.

허나 조금 전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접근이 아닌 돌격을 해왔다.

그 무모한 모습에 의아함을 느꼈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생각을 끝마친 마드리드가 혀를 찼다.

“고작 생각해 낸 게 네 목숨을 미끼로 날 노리는 것이냐, 아들아?”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누가 누굴 노려요?”

“그 권총으로 날 쏘려는 거 아니냐?”

“어라? 너무 잘못 짚으셨는데요?”

마드리드가 눈길을 좁혔다.

날 쏘려는 게 아니라고?

그럼 이 지근거리에서 누굴….

그때 총성이 울려퍼졌다.

탕-!

귓가가 얼얼할 정도의 거친 총성이 한 차례 지나가고 핏줄기가 튀었다.

그 속에서 마드리드가 놀람을 감추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뭐? 자살을 했다고?”

아더 바이에른의 탄환이 향한 곳은 놀랍게도 자신이 아닌 제 이마였다.

즉 제 권총으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그 사실에 마드리드가 당황을 감추지 못하며 중얼거렸다.

‘뭐지? 이런 결말은 예상 못 했는데?’

설마 아더 바이에른이 자살을 하면서 이 종막을 끝내버리다니?

그때 익숙하면서 낯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군. 그런 거였어.]

흰 수염.

천 년을 산 흑마법사였다.

[기적은 살아있기에 발현되는 것. 하지만 둘 모두가 죽어버리면 의미가 없지.]

마드리드가 흠칫 놀라며 소리쳤다.

“흰 수염? 그게 무슨 소리냐?”

[…말 그대로입니다. 천사, 아니 제게 흑마법을 가르쳐준 악마시여.]

흰 수염이 거친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당신은 죽은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왜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마드리드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하지 않다고?

그게 무슨 개소리….

쿵-!

묵직한 소음이 울려 퍼진다.

그와 동시에 마드리드의 생각도 끊겼다.

정확히는 제 신체가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느라 생각이 강제로 끊겨버린 것이다.

그 원인은 자살을 한 아더의 몸에서 짙은 어둠이었다.

쿠크크크크-!

아더의 미간에 난 구멍에서 시작된 어둠이 아더는 물론이고 아더의 등 뒤에 있던 마드리드도 집어삼켰다.

그 압축은 한 번에 너무 한 번에 진행되어 마드리드도 전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어둠으로 빨려 버린 두 천사가 작은 탄환이 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흰 수염이 작은 탄성을 터트렸다.

[재밌군 재밌어… 설마 이런 식으로 죽음에 이를 줄이야.]

마법은 기적이다.

그 기적을 이길 수 있는 건 죽음뿐이다.

그리고 죽음이란 곧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그래서 아더 바이에른은 죽음에 이르는 척하면서 이 세상을 떠나버린 것이다.

[이 압축된 탄환의 세계는 현재의 세상과는 다른 곳… 즉 마드리드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다른 세계란 소리지.]

웃음을 터트린 흰 수염이 다시 탄환을 바라보았다.

[정말 대단하군… 설마 이런 발상을 통해서 죽음에 이를 줄이야.]

죽음에 이르는 척하면서 설마 마드리드를 다른 세상으로 끌어내다니.

그 재치는 흰 수염도 인정 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궁금해지기 시작한 그였다.

아더 바이에른.

이 미친놈이 정말로 천사 마드리드를 죽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었다.

‘내가 본 그 어떤 마법사보다 위대한 마법사를?’

그렇게 된다면 검이 마법을 이기는 것인가?

잠시 고민한 흰 수염이 웃음을 터트렸다.

[검이 마법을 이기는 건… 조금 그런데… 흠. 누굴 응원해야 할지 모르겠군.]

이 말과 함께 마드리드가 눈을 떴다.

“…!”

움찔 몸을 떤 그가 주변을 황급히 둘러보았다.

여기는 대체 어디지?

왜 이곳에 내가 있는 거지?

짧은 의문이 지나간 그때 무언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다시 한번 몸을 움찔 떤 마드리드가 중얼거렸다.

“시체?”

어둠에 휩싸인 허공을 떠다니는 건 놀랍게도 시체였다.

그것도 한두 구가 아닌 수십, 수백 구의 시체가 허공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 기괴한 광경에 마드리드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난 그때 누군가 중얼거렸다.

“오… 안면이 조금 익숙한 시체들이 있는데요?”

자신을 이 지옥 끌고 온 미친놈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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