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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미친놈-226화 (226/265)

제226화

거대한 행렬이 대륙을 관통했다.

“쉬지 마라-!”

“오늘 중으로 북부의 영역에 도달해야 한다!”

“엔진에 불이 나도록 열을 올려라-!”

그 행렬의 규모는 한 나라의 전력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군수, 물자, 식량.

그것들을 빼곡히 채운 차량들이 줄을 지었고 그 뒤를 말을 탄 칼잡이들이 호위했다.

그 뒤로는 수백에 달하는 용병.

그 외 사람들까지 합치면 족히 수천에 달하는 인원들이 움직였다.

전쟁을 불사케 하는 그 대규모 전력에 같은 길을 움직이던 행상인들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건… 아케인 깃발 아니야?”

“뭐!? 그럼 저 행렬이 아케인에서 온 거라고?”

“대륙 최고의 상업 도시의 사람들이… 제국 한복판에서 왜 저렇게 몰려다닌데?”

깃발의 주인은 놀랍게도 아케인이었다.

대륙 최고의 상업 도시.

모든 물자와 돈은 아케인을 거쳐간다는 말이 있는 전설적인 상업지구.

그곳의 주인들이 한데 뭉쳐 제국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것이었다.

‘대륙 어느 곳에서나 보이는 아케인 깃발이 보이는 거야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저 정도로 많은 인원이 움직인다니 대체 무슨 일이지?’

‘더군다나 제국의 수도로 향하는 것도 아니고… 이곳은 북쪽이잖아?’

제국의 모든 지역, 모든 도시들이 다른 타 왕국에 비해 발전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 해서 제국의 중심지역은 특별한 면이 있었다.

제국의 수도를 비롯해 모든 주요도시들이 그곳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케인의 저 행렬은 꽤나 이상한 일이었다.

저 정도 물자를 소비할 수 있는 마땅한 도시가 지금 이곳 북쪽에는 없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꼽으라면 제국의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

하트 정도가 있지만 현재 그곳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었다.

‘제국의 반역자… 아더 바이에른이 머무는 곳 아니야?’

그렇다면 설마 아케인이 제국의 반역자를 지원하기 움직인 건가?

고민하던 행상인들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에이… 그게 말이 되나.”

“아케인의 장사치들이 미친 것도 아니고… 제국에 반기를 드는 짓을 한다고?”

“이 근처에서 새로운 돈놀이라도 발견한 모양이네. 아더 바이에른에게 갈 일은 결코 없으니.”

어깨를 으쓱인 행상인들이 몸을 돌려 제 갈 길로 향했다.

그 사이 북쪽을 지긋이 바라보던 윌렛이 중얼거렸다.

“쥴리. 앞으로 며칠을 더 걸어야 할 것 같으냐?”

옆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행렬의 일을 처리하던 쥴리가 이 질문에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한 일주일을 더 가야 할 걸요. 어르신?”

“흠… 일주일이라. 너무 길군.”

“어… 일주일이면 딱 적당한 수준 아닌가요?

윌렛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무 늦어… 적어도 3일 이내로 도착해야해.”

이 말에 쥴리가 빤히 윌렛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최근 보기 드문 근심이 진 얼굴을 한 윌렛이 보였다.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쥴리가 히죽 입꼬리를 올렸다.

“아하. 알겠어요.”

고심에 빠져있던 윌렛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갑자기 뭘 알아?”

“어르신이 왜 북부로 빨리 가려는지요.”

“……?”

윌렛이 눈을 끔뻑였다.

“…그 이유가 뭐라 생각하는데?”

“아저씨가 빨리 보고 싶어서 그러잖아요!”

“…?”

“아더 바이에른 아저씨요! 너무 오랜만에 보는 거니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쥴리의 활기찬 대답에 윌렛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건 내가 아니라… 너일 것 같구나 쥴리.”

“물론 저도 빨리 보고 싶죠! 하지만 안 되는 걸 앞당길 수 없으니 참고 있는 거죠!”

“…….”

“그러니 어르신도 좀만 더 참아요. 아무리 아더 바이에른 아저씨가 보고 싶어도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겨서 사고가 생기는 것 보단 낫잖아요!”

윌렛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그래.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 낫지. 하지마 조금 더 빨리 움직일 수 있게 재촉은 하거라.”

“네! 어르신!”

고개를 돌린 쥴리가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제 할일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윌렛이 생각했다.

‘쯧쯧… 며칠 전부터 아더 바이에른, 아더 바이에른… 노래를 부르더니. 그렇게 고 놈이 보고 싶을까.’

그 속에서 윌렛이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원이 보였다.

거리를 짐작해보면 오늘 하루 종일 움직여도 닿지 못할 거리였다.

그랬기에 문제가 되었다.

‘전쟁이란 본디 물자나 병력… 돈으로 하는 싸움이 아니다.’

시간.

모든 승리한 전쟁은 시간이 많은 쪽이었다.

‘공세를 취하는 쪽도… 수성을 하는 쪽도… 시간이 많은 쪽이 유리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쟁을 승리 하는 쪽도 시간이 많은 쪽이겠지.’

하지만 현재의 아더 바이에른에게는 그 시간이 부족하다.

‘물자 병력 군수… 돈. 그 모든 걸 준비하기에는 그 아이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적다.’

반면 제국은 그 시간을 넘치도록 가지고 있었다.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물자 병력 돈.

전쟁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가지고 있으니 그들은 이 남는 시간을 이용해 다른 것들을 준비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 전쟁은 시작하나 마나 결과가 정해져 버릴 것이다.

‘아더 바이에른의 패배… 그러니 우리라도 빨리 도착해 그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

하지만 급한 마음에 비해 먼 거리는 영좁혀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탓에 윌렛의 얼굴에는 근심이 졌다.

아더 바이에른을 위해 아케인의 모든 전력이 움직였다.

전 시장인 안젤리나부터 시작해 아케인 대학.

그 밖의 모든 상권 용병.

그를 위해 아케인의 전부가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데 그런 전력을 움직이고도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단순히 아더 바이에른의 패배로 끝이 날 일이 아니었다.

‘아케인의 멸망… 그 일이 현실이 되겠지.’

그래서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아더 바이에른에게 배팅을 해서는 안 됐다.

차라리 제국 쪽에 지원을 해 승기를 굳히는 게 낫지.

하지만 자신도 그렇고, 아케인의 그 누구도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

‘짐승도 은혜를 갚을 줄 안다는데… 아케인의 장사치들이 그 은혜를 배신해서야 되겠어요?’

전 아케인의 시장.

안젤리나 베이비가 속삭였다.

‘아더 바이에른에게 진 빚을 갚을 때가 왔어요. 아케인을 지원하세요, 윌렛 시장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때의 윌렛은 대답을 망설였다.

‘승리가 불투명합니다. 상대는 그 제국입니다. 이번 일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들은 옳고 그름을 바꿀 줄 아는 힘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제국 쪽에 붙으실 거예요?’

‘…저는 아더 바이에른, 그 아이에게 갈 겁니다. 하지만 아케인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안젤리나 전 시장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윌렛 시장님. 그거 아세요?”

‘…뭐를 말씀입니까?’

‘장사치들이 목숨보다 귀중하게 여기는 거.’

윌렛이 눈을 끔뻑였다.

장사치들이 목숨보다 귀중히 여기는 거?

그건 돈 아닌가?

하지만 안젤리나 시장의 입에서는 전혀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신용이에요. 돈을 벌어다 줄 신용.’

‘…!’

‘만약 여기서 아케인이 제국을 지원하면 저희는 신용을 잃을 거예요. 그리고 그 신용을 잃은 아케인을 제국이 가만히 둘까요?’

윌렛이 대답하지 못했다.

그 사이 안젤리나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결국 이번 싸움은 아더 바이에른의 싸움이 아니에요. 신용을 건… 아케인의 싸움이기도 하죠.’

안젤리나가 방긋 웃었다.

‘그 신용을 당신이 가장 아끼는 용병과 함께 지켜주세요. 이게 제가 부탁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의뢰일 거예요.’

그 미소를 잠시 되새기던 윌렛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참 재밌는 여자야.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어라? 어르신 여자 생겼어요?”

“…?”

윌렛이 눈을 끔뻑였다.

뭐지?

갑자기 왜 환청이 들리지?

여기서 들릴 리가 없는 아더 바이에른의 목소리가 왜…

“…!”

윌렛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허나 그 물러선 거리만큼 갑작스레 나타난 아더가 다가왔다.

“누구에요? 제가 없는 사이 윌렛 어르신의 옆자리를 차지한 그 여자 대체 누구에요?”

눈빛을 반짝이며 추궁하는 아더의 모습에 윌렛이 턱을 덜덜 떨었다.

“네, 네가 왜 여기있어!”

“저요?”

“그래! 지금 하트에 있어야 하잖아!”

아더가 어깨를 으쓱였다.

“먼 곳에서 손님이 온다길래 마중 나왔죠.”

아더의 대답에 윌렛이 숨을 참았다.

“…마중을 나와? 지금 바쁠 때 아닌가?”

“바쁘기야 하죠. 하지만 제가 할 일은 딱히 없어서요.”

윌렛이 참았던 숨을 토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가볍게 포옹했다.

“그리고… 어르신이 오신다는 데,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안 그래요?”

이 말에 윌렛이 화를 내려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후 아더의 등을 가볍게 쓸어 넘기며 중얼거렸다.

“나한테는 자네가 가만히 있는 게 도움 되는 거야. 옛날부터 움직이기만 하면 사고를 쳐서는….”

“에이. 제가 언제 사고를 쳤어요?”

“몰랐나? 자넨 내가 데리고 있던 용병들 중에서 제일로 사고뭉치였어.”

“그건 다른 아더 바이에른이네요. 제가 아는 아더 바이에른은 세상에서 제일 말 잘 듣는 용병이었는데.”

두 사람이 똑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 때 거친 바람이 불어왔다.

휘잉-!

그 바람에 두 사람의 머릿결이 가볍게 쓸어넘겼다.

그 속에서 아더와의 포옹을 끝낸 윌렛이 말했다.

“마침 잘 오긴 했군. 안 그래도 빨리 하트에 도착해야 했는데.”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절 보고 싶어서요?”

“…그게 아니라 빨리 준비를 해야 할 거 아닌가?”

“준비요?”

“그래. 준비.”

이 말과 함께 윌렛이 손가락으로 아케인의 행렬을 가리켰다.

“저 많은 물자와 돈 군수장비. 그것들을 소화하려면 족히 3일 많게는 일주일이 걸릴 수도 있어. 그러니 빨리 도착해야 가져온 것들을 버리지 않고 써먹을 수 있지.”

윌렛의 설명에 아더가 낮은 탄성을 터트렸다.

“시간을 아껴야 한다?”

“말 귀 하나는 여전히 잘 알아들어먹는 군.”

“사람 말인데 잘 들어먹어야죠. 흠… 그게 문제라면 잘 됐네요. 안 그래도 데리고 온 귀하신분들이 그런 쪽에 좀 특화되어 있거든요.”

윌렛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리고 온 귀하신 분들이 그런 쪽에 특화되어 있다고?

“…뭐, 마법사라도 데리고 왔나? 이 먼 거리를 갑자기 단축시킬 수 있다고?

윌렛의 말에 아더의 눈이 커졌다.

“어라 어떻게 알았어요?”

“…?”

“마법사를 데리고 왔거든요. 그것도 세계 최고의 마법사를. 이야… 역시 윌렛 어르신의 감은 속일 수가 없네요.”

윌렛의 입이 작게 벌어졌다.

“자네… 지금 그게 무슨 말….”

그 때 조금 전까지 불어오던 바람이 돌풍이 되었다.

“……!”

깜짝 놀란 윌렛이 물러선 그 때, 하늘을 뚫고 무언가 내려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윌렛의 작게 벌어진 입이 크게 벌어졌다.

“저, 저건….”

“네 맞아요.”

아더가 방긋 웃었다.

“세계 최고의 마법사. 드래곤 님들이랑 같이 왔어요. 저분들 마법이라면 순식간에 하트에 도착 할 수 있을 거예요.”

이 말에 하늘에 떠 있던 붉은 빛 비늘을 가진 드래곤이 대답했다.

[수많은 인간들을 봐왔지만 드래곤을 말로 이용하는 인간은 처음이군.]

드래곤의 말에 윌렛이 생각했다.

‘…이 미친놈.’

대체 안 본사이에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

지금 저 말 대로 드래곤을 말처럼 부려먹다니?

그 사이 아더가 아케인의 긴 행렬과 경악한 윌렛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케인은 무사히 도착했어.’

불리한 전쟁.

그 전쟁을 뒤엎을 소중한 인연 하나가 무사히 도착했다.

‘이제 남은 인연은 하나.’

아더가 눈빛을 빛내며 남쪽을 바라보았다.

‘바이에른… 의 병력과 깃발. 그들만 도착하면 모일 사람은 대충 다 모이겠어.’

생각과 함께 아더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바이에른 쪽 사람들도 아마 안전하게 도착할 것이다.

가장 믿음직한 사람을 보내났으니깐.

그리고 이 판단은 정확했다.

“…….”

아이린 바이에른이 눈을 끔뻑였다.

그 속에서 바이에른 기사단을 이끌고 나타난 카셀이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모시러 왔습니다. 레이디, 아이린 바이에른.”

아이린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어느새 바이에른 기사단의 캡틴이 된 거예요? 못난이 카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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