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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미친놈-207화 (207/265)

제207화

바이에른 기사들이 막사를 떠나 평야를 내달렸다.

갑작스러운 악마들의 습격에 위기에 빠진 하트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그 뒷모습을 레버쿠젠 막사의 끝에서 지켜보던 홀란이 중얼거렸다.

“…저들에게 너무 큰 짐을 지어주었군.”

이 말에 옆에 있던 부관이 조심스레 거들었다.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 저들이 먼저 나서서 선택한 거지 않습니까.”

“그게 더 문제야.”

“…?”

“차라리 내가 시켜 하트로 향했더라면, 죄책감이라도 덜할텐데… 저들은 자기 의지로 전장에 나아가는 거지 않나?”

“….”

부관이 침묵했다.

인정하긴 싫지만 홀란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저들은 놀랍게도 가장 위험한 전장에 스스로 나서기를 자처했다.

수 백의 악마들에게 습격을 받는 하트에 단 30명의 인원으로 지원을 나선 것이었다.

어쩌면 조금 뒤에 악마들의 본대와 격전을 펼칠 이곳 본대보다 하트로 달려나가는 저 기사들이 더 위험할지 몰랐다.

그 탓에 바이에른 기사들에게서 눈을 떄지 못하는 홀란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 부관이었지만, 본대를 지휘해야 할 최고 사령관을 이대로 둘 수 없는 일.

부관은 낮은 목소리로 홀란을 위로하며 재촉했다.

“이제 가셔야합니다 가주. 조금 있으면, 악마들과의 마지막 결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말에 홀란이 바이에른 기사들에게서 시선을 땠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수십년간 자신을 보좌한 부관을 지긋이 바라보며 질문했다.

“…이번 전쟁에서 승리 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부관이 단호히 대답했다.

“수 십년간 수백번의 전쟁을 치르었지만, 가주와 함꼐 한 전쟁에서 패배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홀란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이네.”

“그 예외가 오늘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나에 대한 믿음이 두텁군?”

“그러지 않았다면, 수십년간 가주를 보좌하지 않았겠지요.”

홀란이 이번에는 웃음을 터트렸다.

황혼을 바라보는 노인의 웃음이 바람결에 실려 기분 좋게 울려퍼졌다.

“그래… 맞아. 이번 전쟁에서는 반드시 이겨야지.”

고개를 돌린 홀란이 부관의 어꺠를 두들겼다.

“내가 없더라도, 지금과 같이 레버쿠젠에 충성해주게.”

“……?”

“엘린. 그 아이가 잘해주고 있지만 경험이 적어. 그 부족함을 자네의 연륜으로 채워주게.”

부관이 눈이 동그래졌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가주?”

“유언이라 말하면 심각해지는 상황인가?”

“….”

“농담이네. 하지만 또 모를 일이지 않나? 이번 전쟁에서 누구든 죽을 수 있으니깐. 그리고 나는 살 날보다 죽을 날이 더 가까운 사람이지.”

부관이 인상을 찌푸렸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하지마십시오. 가주께서는 살아서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끄실 겁니다.”

부관의 말에 홀란이 말없이 웃었다.

그 미소에 부관이 불안해져, 다시 입을 열려 했지만 먼저 입을 연 홀란이었다.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네.”

이 말과 함꼐 북쪽을 바라본 홀란이 눈빛을 번뜩였다.

“놈들이 먼저 움직이는 군. 우리도 슬슬 마중을 나가보자고.”

* * *

3일간 치러진 전쟁에서 레버쿠젠의 병사와 기사는 도합 500명이 죽었다.

죽인 악마들의 숫자는 그 배를 훨씬 넘으니, 괄목할만한 성과였지만 숫적의 차이가 너무많이 나 그렇게 큰 체감이 되지 않은 대승이었다.

허나 레버쿠젠 군대의 사기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가주께서 앞장서신다-!”

제국이 자랑하는 소드마스터.

대륙에 존재하는 칼잡이들 중 가장 강한 사나이.

레버쿠젠을 대표하는 기사.

그 모든 수식어를 가진 사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을 올려라-!”

“깃발을 높이 쳐들어 레버쿠젠의 위엄을 드높여라!”

“절대 놈들의 사기에 밀려서는 안 된다! 함성을 질러라!”

그 굳건한 믿음은 악마라는 미지의 존재와의 전투를 앞두고도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그런 존재와 싸우기에 홀란 레버쿠젠이란 기사의 존재는 더 없이 든든했다.

그 높아진 사기 속에서 홀란이 칼을 쳐들어올렸다.

“……!”

눈을 치켜뜬 레버쿠젠 군대가 일제히 시선을 모았다.

그 분위기를 잠시 살핀 홀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우리는 마지막 전쟁을 치른다.”

“……!”

홀란의 선언에 레버쿠젠 군대가 숨을 죽였다.

그 사이 홀란이 재차 입을 열었다.

“너무 많이 죽었고, 다쳤고, 지쳤다. 우리는 더 이상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

깜짝 놀란 레버쿠젠의 군대가 입을 벌렸다.

홀란 레버쿠젠.

군의 총사령관의 입에서 전쟁의 패배를 암시하는 말이 나온 탓이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터져나온 그 때 홀란이 강하게 힘주어 말했다.

“그러니 우리는 여기서 승리해야 한다!”

“……!”

“지금 우리의 고향! 하트가 공격받고 있다! 저 간악한 악마들이 군대를 나누어 기어코 우리의 고향까지 건들이고 있다!”

이 말에 미리 소식을 알고 있었던 군의 간부를 제외한 모두가 눈을 치켜떴다.

그 속에서 홀란이 다시 한 번 강하게 소리쳤다.

“우리에겐 더 이상 시간도 패배할 여유도 없다! 지금 코앞에 닥친 눈앞의 전투를 승리하지 못하면 모든 걸 잃게 된다!”

그 외침과 함께 뽑아든 칼을 치켜든 홀란이 고리를 진동시켰다.

우우웅-!

공명을 시작한 10개의 고리가 달빛을 흩뿌렸다.

그 아름다운 빛에 레버쿠젠 군대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뺴앗긴 순간 홀란이 치켜든 검으로 평원끝을 가리켜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 이 전투를 이기면, 우리는 다시 돌아갈 수 있다! 우리의 삶, 우리의 고향, 우리의 가족! 그 모든 걸 지키며….”

말을 흐린 홀란이 웃었다.

“모든 걸 거머 쥘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승리해야 한다 제군들.”

이 말에 레버쿠젠 병사들이 혼란스러운 정신을 하나 둘 수습했다.

“…….”

그 속에서 모두가 지금 홀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깨달았다.

물러설 수 없는 상황.

코앞에 닥친 전투.

그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할 이유를, 지금 홀란은 말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병사들은 눈빛을 빛내며 거친 함성을 내뿜었다.

“와아아아-!”

“그래! 마지막 전투다!”

“할 수 있다! 여기까지 버텼어!”

“여기서 이기고 고향을 구하자!”

의기투합한 병사들이 각자의 병장기를 바닥으로 두들겼다.

쿵! 쿵! 쿵!

일정한 간격으로 두들겨지는 그 웅장한 울림 속에서 홀란이 마지막으로 선언했다.

“날 믿어라 제군들.”

제국 최고의 기사가 군의 가장 선봉에 섰다.

“나는 오늘, 그대들을 승리로 이끌겠다. 내 목숨을 받쳐서라도.”

이 말과 함께 홀란이 검강을 두른 검을 평원의 끝을 향해 가리켰다.

그 순간 기괴한 음성이 설원에 울려퍼졌다.

[…끼엑?]

악마.

인간을 닮은 괴물의 군대가 세상 끝에서 등장한 것이었다.

* * *

악마들의 등장에 레버쿠젠 장군들이 다급히 명령을 내렸다.

“전군! 날개를 찢는다!”

그 명령과 함꼐 5천을 훌쩍 넘기는 병력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그 속에서 레버쿠젠의 기사단이 선봉으로 나서며 두 갈래로 나뉘어진 병력을 이끌었다.

“기수들은 날 따라라-! 지금부터 적들을 교란한다!”

명령과 함께 말을 탄 수 백명의 기마병들이 기사단을 따라 악마들을 향해 돌격했다.

그리고 그 뒤를 흥분으로 도취된 레버쿠젠의 병사들이 뒤따랐다.

“와아아아-!! 간다!”

두 갈래로 나뉘어진 레버쿠젠의 군대가 오른쪽과 왼쪽에서 악마들을 향해 찔러들어갔다.

그 양동작전에 세상의 끝에서 등장한 수 천의 악마들이 머리를 긁적였다.

[끼엑?]

그들은 양방향으로 나뉘어 돌격하는 레버쿠젠의 전술에 의문을 품었다.

앞뒤도 아니고, 양옆으로 치고 들어오는 것에 의미가 있나?

이쪽이 훨씬 더 숫자가 많은데?

그 탓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이어 등장한 드라칸.

드래곤을 닮은 도마뱀의 명령에 머릿속의 의문은 곧 지워졌다.

[끼에에엑-!]

괴물의 재촉에 악마들이 거칠게 울부짖었다.

흥분 상태에 이르른 악마들이 양쪽에서 치고들어오는 레버쿠젠의 군대에 맞서 거침없이 달려나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레버쿠젠의 장군들이 눈빛을 번뜩였다.

“전원 정지-!”

“기사단과 기마병만 우회해 옆을 잡아라-!”

“적들은 독 안에 든 쥐다! 당황하지 말고 오는 달려드는 놈들을 향해 창을 찔러넣어라!”

내려진 명령과 함께 레버쿠젠의 보병들이 일제히 정지했다.

그와 동시에 달려오던 악마들이 하늘을 날았다.

“…!”

정확히는 뛰쳐오른 것이었지만, 그 도약이 워낙 높아 하늘을 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 악마들을 잠시 지켜보던 레버쿠젠의 병사들이 기합을 내질렀다.

“흐하하핫-!”

그 순간 내질러진 창이, 하늘로 떠오른 악마들의 배를 꿰뚫었다.

터져나오는 검은 피와 함께 내장이 후드득 쏟아졌다.

허나 안심 할 수 없었다.

배를 꿰뚫린 악마들을 뒤로한 채, 또 다른 악마들이 덤벼들었다.

그 광경에 숨죽여 지켜보던 레버쿠젠 장군들이 다시 소리쳤다.

“지금!”

내려진 명령과 함꼐 양옆으로 빠져 기다리던 기사단이 출발했다.

그들은 양갈래로 나뉘어진 레버쿠젠의 병사들과 달리, 또 다시 옆으로 빠져 악마들을 노렸다.

설마 또 다시 옆으로 치도 들어올 줄 몰랐던 악마들이 그 돌진에 당황해 멈칫했다.

그리고 그 잠시의 틈은 기사단에게 있어 충분했다.

“레버쿠젠에 찬란한 영광을-!”

빛을 내뿜는 검기과 함께 기사들을 등에 태운 군마가 거침없이 악마들을 짓밟았다.

악마들이 괴성을 지르며 반격하려 했지만, 한 번 질주를 시작한 기사들은 멈출 수가 없었다.

“속도를 늦추지마라! 이대로 적의 중심부까지 달려나간다!”

대규모 전쟁에서 기사단의 위력은 적의 중심부에 파고들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말을 타고 검기를 두른 그들은 그 어떤 마법보다 위협적이었고, 그 파괴력은 무기 하나 들지 못한 악마들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기사단의 칼날에 수 십마리의 악마의 목이 떨어진 순간, 레버쿠젠의 보병들이 다시 움직였다.

“지금이다! 기사단을 엄호한다!”

내려진 명령과 함께 대기하던 보병들이 출발했다.

그 돌진에 악마들이 당황해 비명을 질렀다.

[끼에엑-!]

뒤쪽에는 기사단이 진영을 헤집고 있고, 앞쪽에는 창을 든 인간들이 몰려오고 있다.

오로지 인간만이 쓸 수 있는 전술에 악마들이 제 본분도 잊은 채 당황했다.

그리고 그 승기를 놓치기 않기 위해 레버쿠젠의 기사와 보병들이 더욱 거칠게 악마들을 압박하려는 순간 거친 괴성이 울려퍼졌다.

[크와와와왁-!]

드래곤을 닮은 도마뱀.

드라칸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직한 것이다.

그 광경에 기사단의 돌격이 처음으로 주춤거렸다.

'저 놈들이 벌써 움직일 줄이야!'

드라칸의 비늘은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도 검기가 통하지 않았다.

그 탓에 기사단의 돌격이 느슨해지고, 그 느슨함은 곧 악마들에게 틈을 주었다.

[끼에에엑!]

다시 정신을 차린 악마들이 날랜 기사단 대신 보병들을 노렸다.

무기를 쥐지 않은 대신, 맹수에 버금가는 육체적 힘을 지닌 악마들의 발톱이 레버쿠젠의 병사의 목을 노렸다.

“…!”

그 돌진에 보병들이 잠시 넋을 잃은 채, 죽음을 기다릴 때였다.

환한 달빛이 전장을 감쌌다.

화악-!

그 순간 기사단을 막아서던 드라칸이 일제히 쓰러졌다.

레버쿠젠의 병사들을 노리던 악마들의 목도 일제히 떨어져나갔다.

그 광경에 악마들이 경악하고, 기사단도 놀라 입을 벌렸다.

그 속에서 홀란이 소리쳤다.

“멈추지 말고 달려라! 레버쿠젠의 용들이여!”

기사단이 어깨를 움찔 떨며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 후 시선을 돌려, 전장의 맨 앞열에 선 제국 최고의 기사를 잠시 바라보았다.

'…가주님께서 지켜주신다.'

살며시 미소지은 기사단이 다시 돌격했다.

그와 동시에 악마들의 전열도 다시 무너져내렸다.

그 광경에 레버쿠젠의 병사들이 거친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 이길 수 있다!”

마지막 전투.

그 전투에서 잡은 승기.

전장의 중심에 있기에, 그 누구보다 그 흐름을 잘 파악한 레버쿠젠의 병사들이 승리를 부르짖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함성은 곧 희망이 되어 모두에게 전염되었다.

이번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이번 전쟁만 이기면 모든 게 끝이난다.

그 부풀어 오른 희망이, 모두의 발을 가볍게 한 순간이었다.

하늘이 갈라지며, 재앙이 내려왔다.

…쾅-!

예고도 없이 쏘아진 불꽃에 레버쿠젠의 병사들도 기사도.

심지어 악마조차 반응하지 못했다.

오로지 홀란이 기다렸다는 듯, 칼끝에 마나를 모아 그 불꽃을 향해 쏘아냈다.

…쾅-!

소드마스터의 칼끝에서 뿜어져 나온 달빛이 하늘에서 내려온 불꽃와 정면에서 충돌했다.

그 순간 거대한 후폭풍이 일며, 악마와 인간의 전투가 강제로 멈추었다.

그 속에서 거대한 존재가 하늘에서 내려와 속삭였다.

[드래곤을 지키는 기사야. 마지막이구나.]

라 하르칸.

드래곤을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그 괴물의 등장에 홀란이 눈빛을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그래 마지막이구나. 드래곤을 잡아먹는 괴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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