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196화 (196/265)

제196화

엘린은 부끄러움에 차마 눈을 뜨지 못했다.

“….”

레버쿠젠 가문의 영지인 하트.

그 도심 한복판을 아더와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레버쿠젠 가문의 단 한 명뿐인 후계자가 외간 남자와 거리를 걷고 있으니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놀람과 경악.

그리고 의문이 가득한 그 시선들이 엘린의 목덜미를 쿡쿡 찔렀다.

불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오, 부끄러움과 수치심은 덤이었다.

허나 정작 옆에 있는 사내는 그 시선이 개의치 않은 모양이었다.

“흠… 북부 건축 양식은 독특하네요. 층이 높지 않고 대부분 낮은데다 색도 통일되어 있다니.”

여유 가득한 말투로 하트의 풍경을 감상하는 아더 바이에른.

그 모습에 엘린은 순간적으로 욱해 중얼거렸다.

‘그래… 나만 부끄럽다 이 말이지?’

레버쿠젠 가문이 군사 가문이긴 하지만, 자신도 어엿한 귀족가의 영애다.

외간 남자하고 이렇게 거리를 걸어보는 건 난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남자는 이 일이 매우 익숙하다는 듯 여유롭기 짝이 없었다.

자신에게는 첫경험인 일이 아더에게는 첫경험이 아니라는 이 사실에 엘린은 뭔가 분한 마음이 들었다.

그 탓에 지금이라도 다시 레버쿠젠의 내성으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던 그 때, 아더가 고개를 불쑥 숙였다.

깜짝 놀란 엘린이 물러섰지만, 그 거리만큼 아더가 다가왔다.

결국 참지 못한 엘린이 소리쳤다.

“왜, 왜! 또 왜 얼굴을 들이미는 건데!”

목소리의 음이 이탈했다.

속된 말로 삑사리가 나버렸다.

허나 엘린은 그 사실도 느끼지 못 했다.

그 사이 그런 엘린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아더가 턱을 쓰다듬었다.

“엘린.”

“그,그래! 그래 왜!”

“혹시 지금 상황이 불편한가요?”

아더의 질문에 엘린의 말문이 턱 막혔다.

‘불편하지 그럼!’

지금 상황이 불편하지 않을 이유가 또 뭐가 있단 말인가!

엘린은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지 않으며 대답했다.

“너, 넌! 저 시선이 안 느껴져? 다, 다들 우리를 빤히 바라보고 있잖아!”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야 당연하죠. 엘린은 레버쿠젠 가문의 후계자고, 저는 바이에른의 가주인데.”

“……?”

“저런 시선이 안 느껴지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닐까요? 평소에는 보기 힘든 사람들이 거리에 나왔잖아요.”

엘린이 입을 뻐끔였다.

“…너 모르는 척 하는 거지?”

“뭘요?”

“솔직히 말해!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아더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놀리는 거라뇨. 저는 항상 진심이라고요.”

엘린이 부르르 떨었다.

저건 놀리는 거 맞다.

지금 아더 바이에른은 자신을 놀리고 있다.

그 사실에 엘린이 뭐라 소리치려는 그 때, 아더가 눈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엘린. 오늘 예쁘네요.”

“…?”

“원피스 잘 어울려요. 머리색하고 똑 닮았네요?”

“….”

벌어졌던 엘린의 입이 다시 다물어졌다.

그와 동시에 귀며 얼굴이며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이 달아올랐다.

허나 이미 몸을 돌린 아더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대신 새하얀 설원 위에 지어진 하트의 장엄한 풍경을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럼 다시 관광을 시작하죠. 이번에는 저 언덕으로 가보고 싶어요.”

엘린이 뭐에 홀린 듯 대답했다.

“…그래. 너하고 싶은 대로 다 하자.”

* * *

하트에서 거의 평생을 자란 엘린이었지만, 오늘 만큼 하트를 돌아다닌 적이 없었다.

이런 곳이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법한 장소도 아더와 함께 방문했고 새로 생긴 맛집도 들렸다.

그 탓일까.

처음에는 무척이나 신경 쓰였던 사람들의 시선이 천천히 무뎌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저지른 일.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기에는 지금의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언제 다시 전쟁을 시작할지 모르는 지금, 엘린은 조금이라도 이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중에 가서는 엘린이 나들이를 주도했다.

“이번에는 저기로 가자!”

“오? 빵집이네요?”

“항상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못 가봤던 곳이야!”

“그런데 조금 전에 밥 먹었잖아요?”

“디저트 먹을 배는 남겨뒀지!”

아더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그러죠. 저도 북부의 빵이 궁금하기는 했으니깐.”

그렇게 하트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에서 제일 잘 나가는 빵을 하나씩 손에 든 아더와 엘린이 다시 거리를 걸었다.

“아더.”

“네?”

“이제 이야기 좀 해줘.”

“무슨 이야기요?”

“네 이야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 거리를 걸으며 아더와 엘린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지루하면 도중에 멈춰달라고 해주세요. 제법 이야기가 길거든요.”

“아니. 전부 듣고 싶어.”

“전부요?”

“응. 네 이야기 전부.”

7년이란 공백은 아더에게나 엘린에게나 컸다.

그 시간이 단순한 대화로 메꿔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에게 공감했다.

그 속에서 엘린은 아더의 사정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7년 동안 실종됐을 수밖에 없네.’

대륙 최악의 흑마법사, 흰 수염의 저주에 갇혔다 돌아왔다니?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아더가 돌아온 것이 신기한 일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아더를 얼마나 원망했더라.’

진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원망했다.

그 철부지 시절의 자신이 떠오르자 엘린은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때 옆에 있던 아더가 탄성을 터트렸다.

정신을 차린 엘린이 고개를 드니, 환하게 웃고 있는 아더가 보였다.

“엘린. 노을이 지는데요?”

아더의 말에 엘린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수평선 너머에 걸린 붉은 태양이 보였다.

새하얀 설원과 그 광경이 합쳐지자 장관도 이런 장관이 없었다.

엘린은 잠시 그 풍경을 넋 놓고 지켜보다 중얼거렸다.

“…그렇네. 어느새 하루가 끝났어.”

아쉬움에 말끝이 살짝 떨렸다.

아직 밤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 시간은 이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이제 더는 아더와 이런 시간이 즐길 수 없는 것이다.

‘적어도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말을 흐린 엘린이 갑자기 치밀어오르는 울적한 감정에 중얼거렸다.

‘나 조울증인가? 갑자기 울다 웃고 화내고… 이게 뭐야.’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아더가 입맛을 쩝 다셨다.

“아쉽네요. 오늘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깜짝 놀란 엘린이 고개를 들었다.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검은 머리칼의 사내가 보였다.

그 모습을 남몰래 훔쳐보던 엘린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가라앉히며 중얼거렸다.

오늘이 아쉬워?

그렇다면 아더도 지금 이 시간이 좋았던 걸까?

고민하던 엘린이 결국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오늘이… 아쉬워?”

“아쉽죠. 엘린과 오랜만에 이렇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엘린이 터져나오려는 탄성을 애써 숨기며 대답했다.

“그, 그래? 나, 나도… 좋았어 아더.”

“흠… 그래도 아직 남은 시간이 많이 있잖아요?”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네. 이제 헤어질 일이 없잖아요?”

“……!”

아더의 말이 엘린이 눈을 치켜떴다.

‘헤어질 일이… 없어?’

그 말은 앞으로도 자신과 함께 한다는 말일까?

아니면 더 이상 사라지지 않겠다는 말일까?

고민하던 엘린이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시간이 과연 많이 남아 있을까.’

이 전쟁이 어떻게 될지, 어떤 결말로 끝날지.

지금도 예측이 안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아더에게 남은 시간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불의의 사고를 당해 그 시간을 누릴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 순간 엘린이 저도 모르게 또다시 울적한 기분을 느낄 때였다.

이마에 작은 충격이 느껴졌다.

눈을 끔뻑인 엘린이 고개를 들자, 손가락을 말아쥐고 있는 아더가 보였다.

“…뭐 하는 거야?”

“정신 좀 차리라고 딱밤 좀 때렸어요.”

“…?”

“아무리 전쟁 중이라도 그렇지, 엘린도 그렇고 대부님도 그렇고 왜 이리 다들 부정적으로 변했어요?”

엘린의 눈이 커졌다.

그 사이 아더가 설원 너머 수평선에 걸린 노을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황이 안 좋은 건 인정해요. 하지만 그 안 좋은 상황에 짓눌러봐야, 나아질 게 뭐가 있겠어요?”

아더가 빙그레 미소지었다.

“좋은 생각, 좋은 정신, 좋은 육체. 그것들을 억지로라도 유지해야 상황이 나아지죠. 그러니 엘린, 너무 부정적인 생각 하지 말아요.”

아더가 손을 움직여, 엘린의 붉은 머리칼에 묻은 눈송이들을 가볍게 털어냈다.

“모든 게 다 잘 풀릴 거에요. 제가 그렇게 만들 거고요. 믿음직스럽지 못하지만 한 번만 믿어주세요.”

엘린이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정말… 할 수 있어?”

“그럼요.”

“우리 할아버지도 못한 일을?”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대부님보다 제가 더 강해요.”

“우리를 괴롭히는 그 괴물보다?”

아더가 씩 미소 지었다.

“네. 그 괴물이 신이건 드래곤이건 제가 죽여줄게요. 그러니 울상짓지 말고 웃어요 엘린.”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과하다 느껴지는 말이었다.

허나 엘린은 부정하지 못했다.

지금의 아더는 정말로 그 일을 해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때도… 날 구하러왔잖아.’

가장 위험한 순간, 동화 속 왕자님처럼 나타나 하트와 자신을 구원해줬다.

그런 아더라면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또 다시 해낼지도 몰랐다.

그 사실을 인정한 순간 엘린은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 맞아.’

14살의 엘린 레버쿠젠도 이래서 눈앞의 남자를 좋아하게 됐다.

‘날 처음으로 이긴 남자.’

검으로 패배를 모르던 자신에게 처음으로 격차를 느끼게 해준 남자.

처음에는 그 남자를 원망하고 다음에 만달 떄는 반드시 이길 것이란 승부욕을 불태웠지만 곧 그 감정은 달리 변하게 되었다.

다시 만나게 된 그는 자신의 예상보다 더 멋지게 변해있었다.

그 넘치는 자신감이며 몸에 밴 듯한 따뜻한 배려.

그리고 무엇보다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검의 격차까지.

그래서 14살의 엘린 레버쿠젠은 아더 바이에른을 좋아하게 됐다.

그 어떤 여자가 자신보다 강한 남자에게 빠져들지 않는다 말인가?

그 사실은 7년이 지난 지금도 다르지 않았다.

눈앞의 남자는 더욱 강해졌고, 자신감이 넘쳤다.

어쩌면 이 남자야말로 레버쿠젠을 구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사실에 엘린은 울음을 터트렸다.

깜짝 놀란 아더가 황급히 물었다.

“어… 엘린? 설마 울어요?”

아더의 말에 엘린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로 소리 없이 중얼거렸다.

‘아아….’

여전히 좋아한다.

눈앞의 남자를 여전히 사랑한다.

잊었다 생각한 첫사랑은 지독한 감기처럼 또다시 재발되어 몸과 정신을 괴롭혔다.

그 속에서 엘린이 이번에는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아더 바이에른을 좋아하는 건 여전하다.

하지만 14살의 엘린 레버쿠젠도, 지금의 엘린 레버쿠젠도 겁쟁이였다.

7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녀는 아더에게 제 마음을 고백할 용기를 갖지 못했다.

그런 자신이 무척이나 원망스러운 엘린이었지만, 한 걸음 나아가기로 했다.

몸을 움직인 엘린이 아더를 가볍게 껴안았다.

그 갑작스러운 포옹에 아더가 움찔 놀란 그 때, 엘린이 중얼거렸다.

“고마워 아더.”

열기에 찬 목소리가 아더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이곳에 와줘서 고마워. 나의 왕자님.”

* * *

칠흑 같은 어둠.

그곳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여기는 어디지?’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남자는 그 사실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봤다.

허나 있는 것이라고는 캄캄한 어둠뿐.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벌컥 소리를 질렀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여기가 대체 어디야!’

소리없는 비명과 함께 남자가 몸부림 칠 때였다.

갑자기 어둠이 갈라지며 어두운 동굴이 등장했다.

‘……?’

눈을 치켜뜬 남자가 발작을 멈추었다.

그 사이 어두운 동굴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만나네요. 이안.]

이안?

그 사람이 누구더라?

익숙한 이름인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 때 또다른 목소리가 동굴 너머로 울려퍼졌다.

[아더 바이에른. 네가 왜 여기에 있지?]

이번에도 익숙한 이름이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인상을 찌푸린 남자가 벌컥 화를 냈다.

‘뭐냐! 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를 않는 것이냐!’

그 사이 동굴 너머로 들려오는 두 목소리가 대화를 시작했다.

[당신을 죽이겠어요 이안.]

[나야 말로 널 죽이겠다 아더 바이에른.]

그 대화와 함께 동굴 너머의 풍경이 바뀌었다.

검은 머리칼의 사내와 차가운 인상의 사내가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수준 높은 검무가 이어지고, 차가운 인상의 사내가 무언가 결심한 듯 중얼거렸다.

[어차피 여기서 죽을 거라면, 금단의 힘을 쓰겠다.]

이 말과 함께 사내의 외형이 뒤바뀌었다.

차가운 인상의 얼굴은 괴물이 되었고 낮게 가라앉은 눈동자는 기괴한 파충류의 눈으로 변했다.

그 속에서 검은 머리칼의 사내와 괴물로 변한 차가운 인상의 사내가 다시 격돌했다.

치열한 격전 끝에 검은 머리칼의 사내가 괴물로 변한 사내의 가슴 팍에 검을 꽂아넣었다.

그 순간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가슴팍으로부터 진한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지?’

왜 괴물이 죽었는데 이런 통증이 느껴지는 거지?

남자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 그때, 괴물에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사내가 중얼거렸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수 없다.]

처절한 한 마디와 함께 사내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는… 이곳에서 죽어서는… 안된다. 나는….]

말을 흐린 그가 오열을 토해내며 한 사람을 부르짖었다.

[아버지… 아버지의… 꿈을… 이뤄드러야 한다.]

그 순간 남자의 전신이 찢어졌다.

‘……!’

정확히는 전신이 찢어지는 고통이 머리와 뇌를 지배했다.

그 끔찍한 고통 속에서 남자는 모든 걸 떠올렸다.

이안.

자신이 사랑해마지 않은 장남.

언젠가 자신이 이룬 모든 걸 물려받고, 자신이 이룬 업적보다 더 위대한 업적을 세울 영웅.

그 사실을 떠올린 순간 남자.

케인 도르문트는 비명을 질렀다.

그 끔찍한 비명과 함께 그의 정신이 녹아내리는 그 때, 검은 머리칼의 사내가 중얼거렸다.

[드디어 갔네요 이안.]

“……!”

[참 질긴 인연이었어요. 천국에 가라는 말은 못 해주겠네요.]

이 말과 함께 검은 머리칼의 사내가 히죽 웃음을 터트리며 동굴을 빠져나왔다.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케인은 중얼거렸다.

‘아더… 아더 바이에른.’

검은 머리칼의 사내의 이름을 떠올린 케인이 분노에 차 소리쳤다.

‘네 놈이!! 네 놈이 내 아들을 죽인 것이었느냐!’

7년만에 마주하게 된 진실.

그 진실과 함께 케인의 정신은 붕괴되고 개조되었다.

동시에 달빛이 반짝였다.

화악-!

검게 물든 달빛이 케인을 내리쬤다.

그 달빛에 몸을 맡긴 케인이 맹세했다.

‘아더 바이에른… 반드시 이 원한을 갚아주마.’

너만이 아니라 너와 연관된 모든 사람.

그 사람들을 죽여 내 아들의 혼을 달랠 것이니라.

그 순간 어둠이 물러나고 케인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검은 달빛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잠시 지켜본 케인이 중얼거렸다.

“아더 바이에른. 지금 널 죽이러 가마.”

복수를 맹세한 남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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