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3화
아더는 7년만에 보는 홀란의 모습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님?
제 아버지인 레오 바이에른과 절친한 친우.
제국에서 가장 강한 기사라 평가받는 소드마스터.
동시에 제게는 대부가 되는 그의 한쪽 팔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그 탓에 아더의 눈이 커진 그때, 홀란이 제 빈 소매를 툭 건드렸다.
“뭘 그리 놀래느냐?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홀란의 말에 정신을 차린 아더가 말을 더듬었다.
“어… 놀라는 게 정상 아닐까요? 대부님 한쪽 팔이 없어졌는데?”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7년만에 만난 친우의 아들이 갑자기 소드마스터가 되어 돌아오다니? 내 반평생을 살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었지만 지금이 가장 당혹스럽군.”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어… 그렇게 되는 건가요?”
“그런 셈이지.”
“어쩌다 한쪽 팔이 없어진 거예요?”
“칼잡이가 사지 하나 잘리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그 칼잡이가 소드마스터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요?”
홀란이 또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소드마스터라 해서 무적은 아니야. 명심해둬라, 아더.”
홀란의 조언에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할게요. 그런데 설명 좀 해주시면 안 돼요?”
아더가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 상황이 도통 이해가 안 되는데… 대체 레버쿠젠 가문과 대부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이 말에 홀란이 손에 들린 검을 칼잡이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왔으니 재촉하지 말거라. 그보다….”
말을 흐린 홀란이 성큼 다가와 아더를 불쑥 껴안았다.
그 포옹에 아더의 눈이 커진 순간, 홀란이 하나뿐인 팔로 아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살아 있었구나, 아더.”
“….”
“너보다 늦게 지옥에 가면 네 아버지를 무슨 얼굴로 봐야 할지 고민했는데 다행이야… 고맙다.”
아더가 홀란의 품 안에서 고개를 쏙 들어 올렸다.
“아버지 살아계시는데요?”
“그 재미없는 농담도 여전하구나.”
아더는 반박하지 않았다.
여기서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주장을 더 해봐야, 실랑이만 벌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신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너무 늦게 찾아봬서 죄송합니다, 대부님.”
이 말에 홀란이 울 것 같은 미소를 지었다.
* * *
아더와 홀란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부도 묻고, 그간의 근황도 짤막하게 나누었다.
허나 7년간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부족했다.
홀란이 몸을 돌리며 손짓했다.
“잠시 걷겠느냐?”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가시죠.”
홀란이 빈 소매를 휘날리며 방안을 빠져나갔다.
아더는 그 뒤를 소리없이 따랐다.
그렇게 시작된 달밤의 산책 속에서 홀란이 먼저 질문했다.
“네 이야기부터 듣고 싶구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아더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 질문을 하네요. 뭐, 당연한 거긴 하지만….”
말을 흐린 아더가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몇십 번이고 했던 설명이기에 핵심적인 내용만 간추려 이야기했다.
그 설명을 귀 기울여 듣던 홀란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말이 모두 사실이더냐?”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부 사실에요.”
“….”
홀란이 입을 다물고서 잠시 아더를 바라보았다.
그 침묵이 길어지려는 찰나, 홀란이 웃음을 터트리며 중얼거렸다.
“네 아버지, 레오도 항상 사건을 몰고 다니는 남자였지. 그 핏줄은 속일 수 없는 모양이구나.”
아더가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아버지도 꽤나 사고뭉치였다 들었는데, 맞나요 대부님?”
“사고뭉치? 그런 말로 포장될 게 아니야. 그 놈은 희대의 망나니였어.”
“…망나니요?”
“그래. 나쁜 의미에서의 망나니가 아니라 그 행동과 사고방식이 망나니였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홀란이 먼 추억을 되새기는 듯한 눈빛으로 설명하다 문득 사과했다.
“미안하구나, 아더.”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갑자기 웬 사과에요 대부님?”
“그런 일을 겪었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지 않느냐?”
“흠… 그렇기는한데 천재지변 같은 일에 대부님이 어떻게 도와주시겠어요?”
홀란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 천재지변마저도 막아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지… 그걸 나는 못 했고.”
홀란이 씁쓸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는 생각했다.
‘많이 약해지셨는데?’
7년 전 보았던 홀란은 강인했다.
아더가 보아온 그 어떤 사람보다 철두철미했고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게 쉽사리 정을 주지 않았다.
그 증거로 7년 전 제 비밀을 캐내기 위해 엘린과 대련까지 시켰던 사람이 홀란이었다.
허나 지금의 그는 세월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한 것인지 그 냉철한 모습이 많이 사그라진 상태였다.
‘시간이 대부님을 약하게 만든 걸까, 아니면 지금의 상황이 대부님을 약하게 만든 걸까.’
고민하던 아더는 둘 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소드마스터라 할지라도 결국은 인간이다.
시간과 상황은 제아무리 강인했던 인간이라 할지라도 나약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탓에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이야기를 좀 듣고 싶어요, 대부님. 대체 레버쿠젠 가문과 대부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아더의 말에 홀란의 눈빛이 낮게 가라앉았다.
“…….”
그렇게 잠시 아더를 바라보던 홀란이 예고 없이 입을 열었다.
“호위를 서는 와중에 거대한 힘이 느껴지더구나. 찬란한 달빛… 하지만 아직은 어딘가 부족한 달빛이. 그래서 잠시 바깥으로 나오니 그것이 네 기운이더구나.”
아더의 눈이 커졌다.
“호위요? 누굴 호위하는데요 대부님?”
“누구가 아니야. 물건이다.”
“…물건이요?”
“그래. 이미 저 성벽 너머, 들끓는 악마들을 보았겠지?”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인간을 닮은 괴물들이던데요?”
“맞아. 인간을 닮은 괴물. 그래서 악마라 불리는 그 놈들이 레버쿠젠 가문의 영지인 하트를 침공한 지 꽤 되었단다.”
“그럼 대부님께서는 그 악마들로부터 어떤 물건을 보호하고 있는 건가요?”
홀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악마들이 아니다.”
“그럼…?”
“그 악마들을 조종하는 자다.”
아더의 눈이 커졌다.
그 속에서 홀란이 제 빈소매를 가리켰다.
“이 팔도 그 놈한테 잡아 뜯긴거지. 그래서 나는 전쟁에 참여 할 수 없었단다.”
다시 정신을 차린 아더가 당황을 감추지 못하며 질문했다.
“도대체 그 자가 누구길래 대부님의 팔한쪽을 가져가고 악마들을 조종한다 말이에요?”
홀란의 시선을 좁히며 중얼거렸다.
“드래곤.”
“…!”
“정확히는 드래곤을 닮은 괴물이다. 놈은 스스로를 라(RA) 하르칸이라 부르더군.”
아더가 눈빛을 번뜩였다.
그도 그럴 게 홀란의 입에서 나온 그 라 하르칸이란 괴물은 이미 일찍이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셀의 영혼을 쪼개버린 원흉이자 하트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만난 적이 있던 괴물이잖아?’
그런데 그 괴물이 이제는 제 대부인 홀란의 오른 팔을 가져갔단 소리다.
그 사이 홀란이 설명을 이었다.
“지금 그 괴물과 난 서로를 견제 하는 중이다. 내가 움직이면 그 괴물이 하트의 심장을 부술 것이고, 그 괴물이 움직이면 나는 하트의 심장을 수호할 것이니깐. 그래서 내가 전쟁에 참여하지 못 했던 것이지.”
아더가 다소 성급히 질문했다.
“도대체 그 하트의 심장이라는 게 뭐길래 그래요 대부님?”
홀란의 눈빛이 진중해졌다.
“북부는 사자의 땅이다. 이곳에는 현세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악령과 귀신. 더불어 천 년전 사라진 몬스터와 네가 보았던 악마들이 도사리는 땅이지.”
이 말과 함께 홀란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검은 먹구름이 끼어있는 검은 밤하늘이었다.
“그 괴물들이 북부를 넘어 제국으로 넘어가면 어떻게 되겠느냐? 대륙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세상은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
“그걸 방지하는 것이 하트의 심장. 이 수호석은 '괴물'들을 북부에서 제국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결계지. 그리고 그 결계를 수호하는 것이….”
말을 흐린 홀란이 눈빛을 번뜩였다.
“우리 레버쿠젠 가문의 임무이다.”
아더가 다시 질문했다.
“그럼 그 수호석이라는 게 대체 뭐죠?”
“말 그대로 심장이다.”
“심장… 이요?”
홀란이 빙그레 웃었다.
“그래. 네가 아는 용어로는 드래곤 하트(Dragon heart)라 부르는 게 옳겠군.”
“……!”
“조금 더 설명하자면….”
말을 흐린 홀란이 제 심장이 손을 가져다 되었다.
“하트의 수호석은 최초의 '드래곤 하트'다. 이 세상을 지키는 첫번째 수호신의 심장.”
아더의 입이 경악해 벌어졌다.
* * *
홀란의 설명에 아더는 탄성을 터트렸다.
‘세상에… 드래곤의 심장이 북부의 괴물들을 억제하고 있었다니.’
여태 껏 수많은 전설과 비전을 들었지만 지금 들은 이야기만큼의 충격적이지 않았다.
드래곤 하트.
그것도 최초의 드래곤이 남긴 심장이 북부의 괴물들을 억제하고 있었다니?
동시에 모든 상황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렇구나… 이제야 앞뒤 아귀가 맞아 떨어져.’
라 하르칸이라 불리는 괴물.
그 괴물은 카셀에 기억에 의하면 드래곤들을 사냥하고 다녔다.
드래곤들의 심장을 열어 드래곤 하트를 먹어치우고, 그 힘을 늘리려 했으니.
‘그래서 라 하르칸이 하트를 공격하는 거구나.’
홀란의 말이 진짜라면 이 성에는 놈의 목적인 드래곤 하트가 있다.
그것도 최초의 드래곤 하트라 불리는 심장이.
라 하르칸의 입장에서는 그 심장이 탐이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최초라 해서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좋은 거겠지?’
그렇게 모든 상황을 이해한 아더가 턱을 쓰다듬었다.
‘흠… 일이 흥미롭게 돌아가네.’
라 하르칸의 습격.
라 하르칸과 도르문트의 관계.
동시에 카셀과의 원한까지.
모든 중심에 그 사악한 괴물이 서 있었다.
그 속에서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제야 이해가 가네. 어쨰서 내가 미래 엘린과 홀란 대부님의 생사를 몰랐는지.’
현재 엘린의 말에 의하면 북부의 성은 알 수 없는 결계에 의해 고립되어 있었다.
그 누구도 북부에 들어올 수 없고, 나갈 수도 없는 상태.
자연스레 이들의 소식을 바깥에 있는 그 누구도 알지 못 할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레버쿠젠은 서서히 죽어간 것이다.
홀로 외로히 괴물들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것이다.
‘만약 내가 북부로 오지 않았다면 그 미래처럼 이번에도 레버쿠젠은 괴물에 의해 멸문당했겠지… 하지만.’
엘린과 홀란이 살아있고 성이 아직 건재하다.
그 참혹한 미래를 바꿀 기회가 아직 있다는 소리다.
눈빛을 빛낸 아더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제가 도와야겠네요. 대부님. 이번 일은 바이에른도 연관이 없지 않아요. 그 괴물과 손을 잡은 세력이 저희와 대적하는 세력….”
홀란이 고개를 저으며 그 말을 끊었다.
“아니 아더. 네가 해야 할 일은 다른거다.”
“…네? 그게 무슨 소리세요?”
“엘린을 대리고 이 성을 탈출해라. 그게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이다.”
“…!”
아더의 입이 경악해 벌어졌다.
“…그게 무슨 소리세요 대부님? 갑자기 성을 버리고 탈출하라니요?”
홀란의 눈빛이 낮게 가라앉았다.
“놀랄 일이 아니야. 원래 계획되었던 일이다.”
“…계획되었던 일이라고요?”
“그래. 엘린에게 아직 전하지 않았지만, 이미 결정이 난 사항이다. 그 과정에서 네가 포함되었을 뿐이야.”
아더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이해가 안 가네요. 왜 싸우기도 전에 포기를 하는 거에요 대부님?”
이 말에 홀란의 시선이 낮게 가라앉았다.
“포긴하게 아니야. 포기 할 수 밖에 없는 거다.”
“….”
“난 보았다. 이 성너머, 저 칠흑같은 숲속에 도사리고 있는 수 천, 아니 수 만의 괴물들을.”
아더의 눈이 커졌다.
“수 천… 아니 수만이라고요? 괴물들의 숫자가?”
“그래. 악마들은 물론이고 드라칸 더 나아가 악마 거신병이라 불리는 괴물까지. 그런 놈들의 숫자가 수 만에 달한다.”
“……!”
홀란의 설명에 아더가 입을 다물었다.
‘수 천도 아니고 수만이라고?’
상식에 벗어난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인간의 군대가 수 만이라 해도 한 나라의 저력이라 부를 수 있는데 괴물의 숫자가 수만이면 그건 재앙 그 자체였다.
그 사이 홀란이 제 빈소매를 가리켜며 말했다.
“그 드래곤을 죽이러 오는 놈들이 도사리는 '검은 숲'에 갔을 때 봤던 광경이지.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아무리 발악해도 놈들을 막지 못하겠구나.’
“…….”
“결국 하트는 무너지고, 드래곤 하트는 놈에게 빼앗길 것이다. 허나 그 과정에서 죄없는 영지민들과 레버쿠젠 가문의 가신들이 희생 될 이유는 없지.”
이 말과 함께 홀란이 아더를 바라봤다.
“그러니 아더 부탁하마.”
“…….”
“엘린과 레버쿠젠 가문의 식솔을 데리고 하트의 영지를 빠져나가거라. 이미 하트과 레버쿠젠 가문은….”
말을 흐린 홀란이 애써 웃었다.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 우리 가문의 임무는 여기서 끝이다.”
이 말과 함께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
그 침묵 속에서 아더와 홀란의 시선이 교차됐다.
한쪽은 황혼을 바라보는 칼잡이.
한쪽은 이제 떠오르는 태양이 된 칼잡이.
둘다 절정의 경지에 올랐지만 그들이 시선은 많이 달랐다.
그 간극을 둘다 느꼈고, 먼저 입을 연 건 아더였다.
“흠… 대부님의 생각은 잘 알겠어요.”
홀란이 입을 열었다.
“미안하구나. 끝까지 못난 대부가 되서.”
“아뇨. 제가 대부님이라도 그런 선택을 했을 거에요. 대부님의 말대로 수만마리의 괴물이 있다면 어느 누가 성을 지킨다는 선택을 하겠어요.”
홀란의 입술이 달싹였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아더가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대부님. 전제가 잘못됐어요.”
홀란의 눈이 커졌다.
“전제가 잘못됐다고?”
“네. 대부님께서 그러셨죠. 라 하르칸이라는 괴물과 대부님은 서로를 견제 중이라고.”
홀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상식을 벗어난 괴물이라 할지라도 소드마스터의 칼날….”
말을 흐리던 홀란이 입을 다물었다.
그 반응을 지켜보던 아더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그 괴물이 무서워하는 소드마스터가 또 한 명 더 늘었네요?”
홀란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안 된다! 그 괴물은 네가 감당 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 드래곤보다 더 사악한 힘을 가진 그 그야말로 재앙….”
“아뇨. 대부님. 감당 할 수 있어요.”
“아더!”
“오히려 일이 간편해져서 다행이에요. 제가 그 괴물을 죽이면 모든 게 해결되는 거였네요. 나쁘지 않아요.”
홀란이 미간을 좁히며 경고했다.
“고집을 부리겠다면, 힘을 써서라도 막겠다.”
그것이 허언이 아니라는 듯, 거친 기세가 그의 몸에서 피어올랐다.
그 기세는 아더가 한 번도 느껴본적 없는 엄청난 위압감이었다.
과연 절정의 경지에 다다른 소드마스터.
제국이 자랑하는 기사의 기세다웠다.
허나 딱히 위협적이지 않았다.
아더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진실이의 손잡이에 올렸다.
그 순간.
“……!”
아더의 몸에서도 똑같이 거친 기세가 피어올랐다.
깜짝 놀란 홀란이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리고 그 사실에 크게 놀라 입을 벌렸다.
‘내가 칼의 손잡이에 손을 올려둔 것만으로 놀라 뒷걸음질쳤다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그의 벌어진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다.
그 사이 아더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부님이 뭘 걱정하는지 알겠어요. 그런데 이건 아셔야 해요.”
이 말과 함꼐 아더의 고리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저는 옛날의 아더가 아니에요. 14살짜리 꼬마가 아니란 소리죠.”
그 진동과 함꼐 아더가 진실이를 뽑아들었다.
“저는 이미 그 괴물을 잡기로 마음 먹었어요. 그런데 그 앞길을 힘으로 막는다면, 대부님이라 할지라도 쓰러트리고 가겠습니다”
“……”
“감당 가능하시겠어요 대부님?”
아더의 말에 홀란이 벌어진 입을 다물었다.
“…….”
그 상태로 아더를 잠시 노려보던 홀란의 눈빛에서 서서히 생기가 피어올랐다.
그 생기와 함꼐 황혼이 젖어있던 칼잡이가 다시 빛이 내뿜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아더의 입꼬리가 올라간 그 때, 홀란이 입을 열었다.
“건방지구나. 아직 너의 시대가 오려면 멀었다. 아더.”
그 순간 새시대와 낡은 시대.
그 중심에 서 있는 두 칼잡이가 똑같이 칼을 뽑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