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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미친놈-188화 (188/265)

제188화

아더의 북부행 소식은 금방 퍼져나갔다.

요넬과 아이린은 놀람을 감추지 못하며 말을 건넸다.

“아더. 지금 꼭 가야겠니? 이제 막 가주가 되었는데, 처리해야 할 일들은 하고 가야지.”

요넬의 조언에 아더가 고개를 저었다.

“처리해야 할 될 일이 많긴 하지만, 이게 더 급해요 어머니.”

“…레버쿠젠 가문으로 가는 일이 더 급하다고?”

“네. 케인 도르문트가 잠잠하잖아요?”

“…!”

요넬이 놀라 눈을 치켜떴다.

그 사이 아더가 눈빛을 번뜩이며 설명했다.

“그 남자 성격 상,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텐데 이상하리 마친 조용해요.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에요.”

요넬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서 질문했다.

“그 꿍꿍이가 너는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아더가 단호히 대답했다.

“전쟁.”

“…!”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도르문트 백작도 더는 망설이지 않겠죠. 분명 바이에른을 멸족 시키기 위해 군을 끌고 쳐들어올 거예요.”

이 말과 함께 아더가 선언했다.

“그 일을 막아내려면 레버쿠젠 가문과 동맹을 맺어야 해요. 그러니 어머니. 저는 지금 북부로 가야 해요.”

정신을 차린 요넬이 입을 다물고서 생각했다.

‘모든 걸 염두에 두고 이번 북부행을 결정지은 거구나.'

전후사정을 알게 된 요넬이 힘주어 말했다.

“알겠다. 그럼 네가 북부로 가 있는 동안, 가문의 일은 헤이치 씨를 도와 내가 처리하마.”

아더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감사해요, 어머니.”

“감사는 무슨.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그렇게 요넬의 허락까지 맡은 아더가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했다.

북부 행을 위한 필요한 짐 그리고 티켓.

그 외 필요한 서류들을 단번에 처리했다.

그렇게 카셀과 지니까지 대동한 채, 에덴 영지를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바이에른의 사자 마크를 단 기사들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안 됩니다, 가주님-!”

결렬한 외침과 함께 기사들이 눈빛을 번뜩였다.

“북부로 가시려면, 저희도 무조건 데리고 가셔야 합니다-!”

* * *

앞을 가로막은 기사들의 모습에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다들? 북부로 가려면 여러분을 데리고 가야 한다니요?”

바이에른의 기사들이 단호히 대답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가주님이 가시는 길은 곧 저희의 길! 그러니 북부로 가실 거면 저희를 데리고 가십시오!”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북부로 여러분을 데려가야 하는 이유인가요?”

“이유가 아닙니다! 이건 저희의 명예입니다!”

“명예요?”

“예! 가문의 기사가 가주를 호위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 일을 하지 못하면 기사로서 가문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거기다….”

말을 흐린 바이에른 기사들이 아더의 옆에 서 있는 카셀을 의도적으로 흘겨보았다.

“외부인들에게 가주의 호위를 맡기는 건 더더욱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러니 동행에 함께 할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아더가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흠…제가 딱히 호위를 받을 만큼 약한 건 아닌데.”

하지만 곧 어꺠를 으쓱이며 허락했다.

“좋아요. 이번 기회에 여러분들하고 알아가는 것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동행이겠네요. 북부로 같이 가시죠.”

아더의 말에 기사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반대로 카셀은 남몰래 혀를 찼다.

‘불편한 여정이 되겠군.'

하지만 그 이상의 감정을 티 내지 않았다.

그가 가문에 속한 것은 부나 명예가 아닌 아더 바이에른 때문.

그가 허락한 일이면, 자신 또 한 허락해야 했다.

그렇게 바이에른 기사들까지 동행한 30명의 무리들이 북부행 기차에 올라탔다.

레버쿠젠 영지까지 직행으로 연결된 역이 없기에, 도중에 하차한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설원을 마주 할 수 있었다.

“이곳이 제국의 북부…”

말을 흐린 바이에른 기사들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제국을 넘어 대륙에서 제일로 험난한 지형을 자랑한다는 제국의 북부.

그 명성이 허언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거대한 산맥과 눈으로 덮인 절벽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사이 아더도 제국의 북부 경관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제 예상보다 훨씬 험난하네요, 이곳.”

옆에 있던 지니가 어느 사이엔가 꺼내든 귀마개를 아더의 귀에 씌워주며 말했다.

“괜히 제국의 북부가 사자(死者)의 땅이라 불리는 게 아니죠. 어떤 이들은 이곳이 세상의 끝이라 말해요.”

“아, 지니 고마워요. 근대 이곳이 세상의 끝이라 불린다고요?”

“네. 온갖 망령과 악귀들이 이곳에 득실거리거든요.”

아더가 놀라 눈을 치켜떴다.

“이곳에 망령과 악귀가 돌아다닌다고요?”

“네. 소문인지 헛소문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듣기로 그랬어요. 거기다 천년 전에 사라진 몬스터들도 몇몇 등장한다던데요?”

아더가 눈빛을 반짝였다.

‘몬스터라… 신기하네. 혈통보다 보기 드문 게 몬스터인데.'

그런데 생각해보니 또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당장 제 옆에 있는 카셀만 하더라도, 이곳에서 괴물에 가까운 드래곤을 찾지 않았던가?

그걸 고려하면 몬스터 몇 마리쯤 등장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흠… 이렇게 되면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은 크게 두 가지네.'

하나는 레버쿠젠 가문과의 동맹.

또 다른 하나는 카셀을 이 꼴로 만든 정체불명의 괴수에 대한 조사.

그렇게 북부에서 해야 할 일을 정리 할 때 기사들이 말했다.

“가주. 여기서 더 이상 지체하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이런 설원에서의 야영은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하면 동사에 걸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조속히 움직여 쉴 곳을 찾아야 될 것 같습니다.”

기사들의 조언에 아더가 탄성을 터트렸다.

“오… 그것도 그렇긴 하겠네요. 그럼 다들 움직여 볼까요?”

아더의 말에 30명의 기사와 지니, 카셀이 각자의 짐을 들었다.

아더도 아버지가 넘겨준 제2의 운철검을 허리춤에 찬 뒤 말했다.

“레버쿠젠 영지까지 걸어서 3일 정도 걸린다하니, 빨리 움직이죠.”

이 말과 함께 아더가 걷기 시작했고, 그 뒤를 기사들과 지니 카셀이 뒤따랐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흘렀을 때였다.

아더의 뒤를 따르던 기사들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이런 미친.”

입술이 덜덜 떤 그들이 정면에서 불어오는 강풍에 입술을 깨물었다.

눈밭에 푹푹 파이는 두 발은 벌써 동상이라도 걸린 듯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의 한계에 끝에 도달했다 알려진 기사의 육체임을 고려하면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 탓에 기사들이 경악을 숨기지 못하며 중얼거렸다.

‘이,이러다 야영을 하기도 전에 얼어 죽겠는데?'

동시에 몇몇 기사들이 아더의 눈치를 봤다.

조금만 쉬고 가자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는데 정작 맨 앞장서 걸어가는 아더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뒤따라 오는 일행들이 오기 편하게 눈밭을 치워주기도 하고 위험한 나뭇가지나 돌덩이들을 휙휙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역시 소드마스터는 다르구나….'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기사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지니와 카셀에게로 향했다.

허나 놀랍게도 두 사람 모두 아더와 상태와 별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눈이라 그런지 몰라도, 기분이 좋은데?”

두 귀가 쫑긋한 여인은 아더와 나란히 보폭을 맞추며 주변 경치를 감상했고.

“…뭔가 좀 심심하군. 안 그런가 아더?”

암살자 주제에 바이에른 기사가 된 후레자식은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가주에게 던지고 있었다.

그 탓에 기사들이 입술을 악물며 소리쳤다.

‘저 여인은 몰라도, 암살자 놈한테는 질 수 없다!'

오기가 생겨난 기사들이 추위를 억지로 몰아내며 아더의 뒤를 뒤따랐다.

그렇게 다시 걷기를 한 시간.

설풍이 이제는 폭풍이 되어 일행을 덮쳤다.

화악-!

눈보라가 아니라 기사들의 절기라 불리는 검기가 피부를 토막내듯 듯한 기분이었다.

입술을 덜덜 떨던 기사들이 결국 버티지를 못하고 하나둘 쓰러졌다.

그 광경에 아더가 흠칫 놀라며 말했다.

“어라? 여러분 괜찮아요?”

아더의 질문에 기사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은 보라색으로 변한 입술로 덜덜 턱을 떨기만 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저체온증, 동상, 혈색도 안 좋고… 이러다가 죽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

결국 행군을 멈추기로 한 아더가 주변을 둘러봤다.

새하얀 눈밭 위에는 일행들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곳에서 야영을 할 수는 없어.'

그러니 야영을 할 곳을 만들어야 했다.

아더는 곧바로 노움을 소환했다.

[응? 여기는 어디야 아더?]

아더가 대답하는 대신 재촉했다.

“노움. 설명은 나중에 할게요. 지금은 저들부터.”

아더의 말에 노움의 눈이 커졌다.

뒤늦게 추위에 벌벌 떨고 있는 기사들을 발견한 것이다.

[…무슨 상황인지 알겠네. 기다려봐.]

이 말과 함께 노움이 제 능력을 발동시켰다.

그 순간 눈밖에 없던 대지 위에 거대한 토굴이 생겨났다.

그 광경에 기사들의 입이 떡하고 벌어진 그때, 아더가 손짓했다.

“빨리 들어와요! 설마 이런 눈밭 위에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는 거겠죠!?”

아더의 외침에 바이에른 기사들이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왔다.

토굴에 의해 설풍이 막히자, 그나마 숨통이 턱하고 트였다.

기사들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어쉰 그때, 아더가 지니에게 말했다.

“여길 좀 지키고 있어줘요 지니.”

“어디 가시게요 공자님?”

“불이라도 피워야죠. 적당히 땔감으로 쓸만한 것들을 주워 올게요.”

아더의 말에 기사들이 놀라 소리쳤다.

“아, 안 됩니다 가주님! 그런 일은 저희가….”

“쓸데없는 소리들 마시고, 여러분들은 자기 몸이나 관리 잘하세요.”

“…….”

“이런 곳에서 병들어서 앓아눕는 것만큼이나 골치 아픈 일이 없어요. 그러니 다들 쉬고 계세요.”

이 말과 함께 아더가 훌쩍 토굴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니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가주가 되도 저런 건 변함이 없네.”

항상 솔선수범하는 사람.

그 점은 위치가 바뀌어도 똑같은 듯 했다.

생각과 함께 지니가 시선을 돌려 앓아 누운 기사들을 보살피는 사이 아더가 토굴로 다시 돌아왔다.

“어휴… 저는 눈이 참 좋은데 이렇게 사방이 눈이니 갑자기 싫어지네요.”

투덜거린 아더가 한 아름 가져온 땔감들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쥴리의 벼락 혈통을 일으켜 간단히 불을 피웠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기사들의 입이 또 다시 작게 벌어졌다.

‘대단하신 분인 건 알았지만, 곁에서 보니 이건 뭐….'

명문가의 가주가 아니라, 야전 사령관을 곁에서 모시는 기분이다.

그만큼 아더가 지금 보여주는 행동은 일반적인 가주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었다.

그 사이 지니와 카셀이 적당히 저녁 거리를 준비했다.

따뜻한 수프와 땅.

이런 설원에서 먹는 음식치고 사치품이었다.

그래서 더욱 맛이었고, 기사들의 안색은 음식이 들어가자 점점 제색을 찾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이제 다들 괜찮아 보이시네요. 하지만 내일 또 걸어야 하니 일찍들 주무세요.”

이 말에 기사들의 눈이 커졌다.

“하, 하지만 가주. 불침번을….”

“불침번은 저희 3명이 돌아가면서 설 거에요.”

“…그것만큼은 절대 안 됩니다!”

“왜 안 돼요?”

“그야 저희는 가주를 모시는 기사….”

아더가 한숨을 퍽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사니 가주니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하, 하지만!”

“상태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불침번을 서는 게 맞지, 상태가 안 좋은 사람이 불침번을 서는 게 맞아요?”

아더의 말에 기사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상식적으로 아더의 말이 맞았지만, 그가 가진 위치에서 저런 말이 나오니 놀랍기 짝이 없었다.

한 가문의 가주.

그것도 바이에른의 가주 쯤 되는 자가 불침번을 자처해 서다니?

그 탓에 기사들이 진심으로 놀란 눈빛으로 아더를 바라봤다.

허나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가주를 지켜야 할 기사들이 오히려 보호를 받는 것은 명예를 떠나 목숨을 끊어야 할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기사들이 고집을 부리며 애원했다.

“…저희의 명예에 걸린 일입니다, 가주. 제발 불침번 만큼은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그 강경한 태도에 결국 아더가 입맛을 쩝 다시며 물러섰다.

“진짜 꽉 막히신 분들이네.”

옆에 있던 지니가 씩 미소 지었다.

“그러니 기사라 불리는 거죠. 명예 때문에 목숨까지 내버릴 수 있는 칼잡이, 기사.”

“어후… 그건 기사가 아니라 바보 아니에요?”

“떄로는 신념이 중요 할 때도 있죠. 뭐… 지금은 바보 같아 보이지만.”

이 말과 함께 지니가 아더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그러니 공자님도 얼른 주무세요. 그래야 남은 사람들도 자죠.”

지니의 말에 아더가 머리를 긁적이다 그러기로 했다.

토굴에 모인 기사들의 눈치를 보니 자신이 자기 전까지 절대로 잠이 들 생각이 없어보였다.

결국 아더가 이부자리를 먼저 펴고 자는 시늉이라도 내려 할 때였다.

제 칼을 껴안은 채, 벽면에 기대어 있던 카셀이 움찔 어깨를 떨었다.

“…아더!”

그 외침에 아더가 고개를 돌렸다.

“왜요 카셀?”

“온다! 아주 위험한 뭔가가!”

이 말에 아더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뒤늦게 카셀과 마찬가지로 그 무언가를 감지했다.

‘뭐지 이게?'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동물도 아니다.

아주 기괴한 뭔가가 이쪽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표정을 굳힌 아더가 토굴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쾅-!

그와 동시에 울려 퍼진 폭음과 함께 어둠이 내려앉은 설원 너머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다.

그 광경을 제2의 운철검을 뽑아들면서 지켜보던 아더가 놀라 중얼거렸다.

“…드래곤(Dragon)?”

어둠에 가려진 무언가.

그것은 놀랍게도 드래곤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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