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187화 (187/265)

제187화

카셀이 기사가 되었단 소식은 곧바로 바이에른 저택 전체로 퍼져나갔다.

“들었어? 가주님께서 며칠 전에 습격해왔던 암살범을 기사로 들이셨대!”

“뭐!? 암살범을 기사로 임명하셨다고!? 왜?”

“그야 나도 모르지… 소문으로는 둘이 전부터 알던 사이라는데….”

“아, 아무리 알던 사이라도 암살범을 기사 작위로 임명하는 거… 맞아?”

충격적인 소식이었기에 저택 어디를 가건 이 이야기로 떠들어 됐다.

간밤에 바이에른 혈족을 암살하기 위해 침입한 습격자.

그런 그를 새로운 가주가 된 아더 바이에른이 기사로 임명했다는 것이니.

그 속에서 바이에른 기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말도 안 된다!”

“도대체 가주님께서 무슨 생각이신건지 원….”

“암살범을 가문의 직속 기사로 들였다는 이야기가 소문으로 퍼지면 우리들의 명예는 어찌된다 말인가!”

바이에른 기사들이 똘똘 뭉쳐 이번 일에 대해 아더에게 항의했다.

허나 돌아온 답변은 간단명료하면서도 단호했다.

“카셀이 필요해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반대를 하더라도 기사로 임명해야겠어요.”

그 고집은 강철과 같아 결국 바이에른 기사들은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바이에른 혈족을 습격했던 카셀 브리드는 바이에른 기사로 임명되었다.

허나 시간이 흘러도 이 이야기로 바이에른 저택은 떠들석했고, 카셀은 그 저택의 정원을 홀로 돌아다니다 돌연 숨을 죽였다.

“이번 일은 가주님의 발목을 크게 잡을 것이야!”

“근본을 잃은 집단과 개인은 결코 큰 뜻을 이룰 수 없다!”

“기사로 들인 그 암살범이 언젠가 큰 사고를 칠 것이다!”

이야기를 엿들은 카셀이 혀를 찼다.

‘저게 싫어서 여기로 왔건만, 여기서도 저 이야기를 해대는 군.'

카셀이 한숨을 퍽 내쉬었다.

‘하지만 내 업보니 참야한다. 그래도 불편한 건 숨길 수가 없군.'

과연 이런 상태로 가문에 잘 녹아들 수 있을까.

카셀이 고민에 빠진 그 때, 누군가 어깨를 툭 두들겼다.

화들짝 놀란 카셀이 고개를 돌리니 아이린 바이에른이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카셀 경. 여기서 뭐하고 있으세요?”

아이린의 질문에 카셀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서 대답했다.

“그… 순찰을 돌고 있었습니다.”

“…정원에서 순찰을 돌아요?”

“…….”

정확한 지적에 카셀이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아이린이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진 카셀이 속으로 소리쳤다.

‘불편하다! 진짜 죽을 만큼 불편해!'

제 욕을 하는 사람들은 그럭저럭 참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신을 잃고서 암살하려들었던 바이에른 혈족과의 만남만큼은 참아낼 수가 없었다.

그들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

그것들은 제 면전에 대고 욕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편함보다 더욱 거북한 감정이었다.

그 탓에 카셀이 어떻게든 자리를 피하기 위해 급히 변명했다.

“순찰이라는 게 꼭 정해진 관문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정원도 하고 또 남들이 드나들지 않은….”

그 때 조금 전까지 제욕을 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시 들려왔다.

“가주님께서 미치신게 맞아!”

“이건 집단적으로 다시 한 번 항의해야 해!”

“암살범을 기사로 들였다는 소문이 돌면 바이에른의 명예가 실추 될 거야!”

그 이야기에 카셀이 흠칫 놀라고, 아이린의 눈동자가 커졌다.

“…….”

그 상태로 서로를 잠시 바라보던 그 때, 아이린이 화가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카셀을 두고 뒷담화를 하던 기사들이 움찔 놀라 중얼거렸다.

“레이디 아이린?”

아이린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제가 왜 당신들 레이디에요?”

“…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말 그대로에요. 제가 왜 당신들 레이디에요?”

아이린이 눈빛을 번뜩이며 경고했다.

“제가 아는 기사들은 뒷담화보다는 칼로 승부를 내는 사람들인데, 지금의 당신들은 기사가 아니라 장사치처럼 보이네요.”

기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시에 아이린의 옆에 서 있는 카셀을 뒤늦게 발견하고 아차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죄송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인 기사들이 민망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린이 혀를 찼다.

“배우신 분들이 왜 저럴까요… 불만이 있으면 당당하게 오라버니한테 따지던가 아니면 본인한테 문제를 제기해야지.”

이 말과 함께 아이린이 고개를 홱 돌렸다.

제 옆에 서서 어쩔 줄 몰라하는 카셀이 보였다.

그 한심한 모습에 아이린이 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리고 카셀 경. 당신도 문제가 있어요.”

카셀이 어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제가 문제가 있다니요?”

“저런 소리를 피해서 이곳에 숨어든거에요?”

“…….”

“당신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저들은 더 반발할거에요. 그럼 당신을 뽑으면 오라버니 체면이 뭐가 되겠어요?”

카셀의 눈이 커졌다.

그 사이에도 아이린의 잔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오라버니를 위해서라도 더 떳떳하게 어깨를 펴고 다녀요. 당신에게 불만을 가진 저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카셀이 입술을 뻐끔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이야기 새겨 듣겠습니다.”

카셀의 대답에 아이린이 그제야 표정을 풀며 농담을 던졌다.

“좋아요. 이제 그럼 정원 순찰이 아니라 진짜 임무를 수행하러 가셔야죠?”

카셀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재치있는 농담이시군요.”

“어머? 진담인데요?”

“…알겠습니다. 즉시 현장으로 복귀하겠습니다.”

이 말과 함께 카셀이 몸을 돌려 정원을 벗어나려 할 때였다.

문득 든 의문에 카셀이 다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레이디 아이린. 혹시 질문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아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이요? 흠… 네. 제가 말할 수 없는 것만 아니면 대답해드릴게요.”

아이린의 허락에 카셀이 눈치를 보며 질문했다.

“당신은 제가 불편하지 않습니까?”

“…불편하다니요?”

“당신을 암살하려 했던 인간이 기사 작위를 받은 게 말입니다. 그 사실이 불편하지 않습니까?”

이 말에 아이린의 눈이 커졌다.

동시에 그녀의 표정에 약간의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그 미세한 감정 변화를 놓치지 않은 카셀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역시 불편한가보군.'

하지만 뒤이어 들려온 말에 그 내려앉았던 심장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불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

“하지만 오라버니의 결정을 믿어요.”

아이린이 표정에 깃든 공포를 몰아내며 살며시 미소지었다.

“오라버니가 아무런 이유없이 당신에게 기사작위를 내렸을 리가 없으니깐요. 그러니 저는 당신이 무섭지 않아요.”

그 화사한 미소를 지켜보던 카셀이 입을 벌렸다.

동시에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부럽군.'

누군가에게 이토록 두터운 신뢰를 받을 수 있다니.

카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신기한, 아니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더에게 약간의 시셈을 느꼈다.

‘…부럽군 아더 바이에른.'

저런 강인한 여자에게 신뢰를 받다니.

처음으로 아더가 부러워진 카셀이었다.

* * *

아더는 손가락을 툭툭 두들기며 고민했다.

‘흠… 어떻게 할까.'

새로운 바이에른 가주의 자리에 오르면서 해야 할 일도 처리해야 일도 늘어났다.

그런 와중에 북부로 가서 레버쿠젠 가문과 협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몸이 하나인 상태에서는 이 모든 일을 다 처리하는 건 불가능한데… 쩝. 바이에른 시험 때 아버지에게 그 분신술이라는 걸 배워둘 걸 그랬나?'

몸이 여러개면 모든 작업이 한결 쉬워질텐데.

아더가 아쉬움을 담아 혀를 찼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앞으로 이런 상황을 수도 없이 맞이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 일일히 불평을 하며 상황을 탓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뭘 먼저 처리할지, 우선순위에 둘 게 뭔지. 그것부터 정해야 해.'

눈빛을 빛낸 아더가 잡다한 업무들을 모조리 뒤로 밀어버렸다.

‘이런 건 나중에라도 할 수 있어. 그리고 지금 급한 것도 아니고.'

그러자 자연스레 레버쿠젠 가문과의 동맹 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북부로 같이 갈 사람은… 카셀과 지니.'

카셀은 북부산맥에 잠들어 있다는 그 괴물을 위해.

지니는 급한 상황에서 제 손발이 되어줄 사람.

그렇게 동행을 정한 아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레버쿠젠 건부터 처리하자. 이게 제일로 급하니깐.'

결정이 내려지자 다음은 속전속결이었다.

아더는 곧바로 헤이치를 불러 이 일을 지시했다.

바이에른의 고성의 골렘은 이야기를 듣고서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가주님!!! 제정신입니까! 이 수많은 업무를 제쳐두고 북부로 가신다는 게!?”

그의 질문에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은 이런 잡다한 업무를 처리할 때가 아니에요.”

“그럼 뭘 해야 한단 말 입니까!”

“레버쿠젠 가문으로 가서 동맹을 제안해야죠.”

헤이치가 코끝을 벌렁거리며 설명했다.

“그렇다 해도 가주로서의 일은 처리하고 가셔야죠! 이 일은 그럼 누가 합니까!”

“헤이치가 있잖아요.”

“제가 가주입니까!”

“그럼 가주 대리 하실래요?”

“……?”

“헤이치 씨 능력은 믿을만 하니깐 딱 좋네요. 제가 자리를 비울 때 동안 가주 대리로서 업무 좀 처리해주세요.”

헤이치가 입을 뻐끔거렸다.

“진심… 이십니까?”

“그런 진심이죠?”

헤이치가 뻐금거리던 입을 다물며 중얼거렸다.

‘진심이다 이 바이에른 혈족놈!'

정말로 가주로서의 업무를 일개 골렘인 자신에게 맡길 생각이다.

그 탓에 헤이치가 헛웃음을 터트리는 그 때, 아더가 제안했다.

“업무를 맡아주시면, 바이에른 고성의 재정을 30% 더 늘려드릴게요.”

“……예?”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울 때 동안 업무를 잘 처리하시면 고성의 재정을 30% 더 늘려드릴게요. 어때요? 이 정도면 해볼만 하지 않나요?”

헤이치가 눈을 끔뻑였다.

“어… 음….”

설마 아더가 이런 제안을 해올 줄몰랐던 그가 고심에 빠졌다.

‘재정의 30%로면 진짜… 큰데?'

그 정도 돈이면 잡다한 인부들도 더 고용 할 수 있고, 어쩌면 성에 깔린 카페트도 새걸로 싹 교체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뿐일까?

항상 신경쓰이던 유리창도 새걸로 싹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내가 가주 대리로서 업무를 처리하기엔….'

자신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막중한 책임 탓에 헤이치가 망설였다.

그 사이 이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아더가 중얼거렸다.

‘헤이치 씨. 진짜 머릿속에 고성 생각 밖에 없네.'

재정을 30%늘려준다는 것만으로 저렇게 망설이다니.

아더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한 번 제안했다.

“40%로면 어때요?”

“……!”

“이 정도면 해볼만 하죠?”

고성의 골렘이 고민을 끝내고 대답했다.

“큼… 그 정도면 거절 할 수 없는 액수긴하군요.”

“좋아요. 그럼 자리를 비울 때 동안 잘 부탁합니다 헤이치 씨.”

“나중에 뭔일이 생겨도 저는 모릅니다 가주님.”

“괜찮아요. 제가 다 책임질게요.”

헤이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출발 준비를 마친 아더는 곧바로 카셀과 지니를 불렀다.

“가시죠. 여러분.”

아더의 말에 카셀과 지니가 질문했다.

“어딜요 가주님?”

“제국의 북쪽이요.”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속에서 지니가 질문했다.

“어..그곳엔 왜 가는 건가요 가주님?”

“레버쿠젠 가문과 동맹을 맺기 위해서요.”

“..동맹이요?”

“네. 전쟁을 위한 동맹.”

지니의 눈이 커졌다.

그 속에서 아더가 눈빛을 번뜩이며 선언했다.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동맹이에요. 그러니 두 사람도 각오를 다져두는 게 좋을 거에요.”

보기드문 아더의 말에 두 사람이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그 사이 고개를 돌린 아더가 북쪽을 바라보았다.

‘지금 갈게요. 엘린, 홀란 대부님.'

그 순간 착각인지 몰라도 북쪽의 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치는 듯 했다.

그 속에서 대륙의 북쪽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바람을 가장 먼저 맞는 성벽 위.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칼을 가진 여자.

엘린 레버쿠젠이 입술을 꺠물며 중얼거렸다.

“전사자는?”

“30명입니다.”

“부상자는?”

“아직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100명이 넘어갑니다.”

엘린이 벽면을 후려쳤다.

쾅-!

얼음이 낀 벽에 금이 가며 후드득 쏟아져 내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부관이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하며 중얼거렸다.

“장군… 이대로 가면 레버쿠젠의 심장이라 불리는 '하트'를 포기하셔야 될 수도….”

“그건 절대 안 돼!”

거친 외침과 함께 엘린이 눈빛을 번뜩였다.

“선조께서 대대로 지켜온 성이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한다!”

이 말에 부관이 말을 흐렸다.

“…그러다 모두 죽을 수도 있습니다.”

“설령 그게 운명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이곳을 지켜야한다.”

엘린의 단호한 의지에 부관은 더 이상 권유하지 않았다.

그는 짧은 거수경계를 박은 뒤 물러났다.

“예스 마이 제너럴. 당신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부관이 물러나고, 엘린이 시선을 돌렸다.

홀로 남은 성벽 위.

차디 찬 북풍이 산맥 너머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산맥 아래에는 수많은 피와 시체들이 즐비해 있었다.

모두 레버쿠젠의 이름을 단 병사들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엘린이 눈에 핏대를 세우며 숲속 너머.

이쪽을 노려보는 괴물을 바라보았다.

[…끼헤헤헤!]

말로 설명하기 힘든 괴물들 수 백마리가 어금니를 번뜩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린이 중얼거렸다.

“절대 네 놈들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악마(Devil)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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