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177화 (177/265)

제177화

연회장이 피로 물들었다.

“자, 잠깐! 공자! 나는 절대 배신자가…!”

탕.

“살려주시오! 배신자가 아니…!”

탕.

“사람 말 좀 들으시오!! 당신 미친 것이…!”

탕.

질문과 대답이 오갈 때마다, 총성이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바이에른 방계들의 미간에 구멍이 뚫렸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모두가 경악해 입을 벌렸다.

그 와중에 요넬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혼절했다.

“…이건 꿈이야.”

“어머니!”

옆에 있던 아이린이 혼절한 요넬을 안아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물론 그 사이에도 숙청은 계속 됐다.

아더는 바이에른 방계와 후원자들을 내놓은 답에 따라 착실히 방아쇠를 당겼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망설임은 없었다.

‘바이에른의 방계들… 언젠가 한 번 정리 했어야 했지.’

지금이 아닌 과거.

이들은 바이에른의 멸문하기 직전 도르문트에게 가문을 팔아넘긴 장본인들이었다.

‘방계들은 바이에른의 사업을 관리하는 중요한 사람들. 하지만 그 사업을 담보 삼아 바이에른의 멸문을 도와버렸지.’

그 이유야 뻔했다.

케인 도르문트가 건네주는 권력과 부.

그것에 못 이겨 가문을 팔아넘긴 것이다.

그래서 아더는 언제고 한 번 이들을 정리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었다.

‘큰 일을 앞두고, 가문 내부가 소란스러워야 되겠어?’

그 때가, 지금이 될 줄은 몰랐지만 현재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취임식 덕분에 바이에른의 방계가 모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일일이 찾아가지 않고 단번에 일을 처리하다니… 운이 좋은 걸?’

씩 미소 지은 아더가 총질을 멈췄다.

“사, 살려주시오. 난 도르문트의 첩자가 아니오!”

마지막으로 대답을 한 이가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다.

아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은 진실이네요. 고마워요. 바이에른을 배신하지 않아서.”

아더의 말에 마지막 방계가 털썩 자리에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시선을 돌린 아더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

취임식에 참석한 이들 중 과반수가 넘게 죽은 상태였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신을 찾기도 했는데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더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이제야 청소가 좀 됐네요.”

“……”

“큰 일을 도모하려면, 내부 단속부터 해야 하는 데 의외로 쉽게 끝났어요.”

이 말과 함께 아더가 피에 젖은 비스트를 휘리릭 돌려 허리춤에 꽂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다시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 광경을 연회장에 모인 사람들이 멍하니 지켜볼 때였다.

다시 단상 위에 오른 아더가 입을 열었다.

“많이들 당황스러우시죠?”

이 질문에 취임식을 위해 모인 사람들 전원이 움찔 놀랐다.

‘다, 당연히 당황스럽지!’

‘그걸 말이라고 하나!”

‘완전히 미쳤어! 아더 바이에른 저 자는 완전히 미쳤다고!’

그 때 아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황스러울 거예요. 취임식 장에서 대뜸 총질을 하다니… 그 누가 이런 일을 상상이나 했겠어요?”

아더가 눈빛을 번뜩였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어요.”

“…?”

“제일 먼저 죽으신 알렉스 제이 공의 말처럼 지금은 가문 내부를 정비해야 하죠. 그럼 가장 효과적인 정비가 무엇일까요?”

아더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가문 내부의 배신자들, 스파이들, 첩자들. 그들을 솎아 내는 일이죠.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바깥에서도 새는 법이니깐. 그래서 조금 전 많은 분들이 제 손에 죽으신 거예요.”

아더가 낮은 중저음으로 단언했다.

“그들 모두가 배신자이자 스파이 첩자였으니깐. 그러니 너무 당황하지들 마세요, 여러분.”

“…!”

“이제야 저희는 하나가 된 거에요. 몇 십년만에 바이에른이란 이름 하나로 모인 것이죠.”

광기에 찬 설명이 끝난 순간, 모두가 눈을 치켜떴다.

‘…그럼, 조금 전 죽은 자들이 모두 배신자이자 스파이였다고?’

‘허… 그 알렉스 제이 공을 포함해서, 바이에른의 3방계의 가주까지?’

‘그럴 리가 있나! 아니, 그렇다 하더라도 정확한 증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총질을….’

당황과 혼란.

그 복합된 감정 속에서, 연회의 귀빈은 물론이고 바이에른 가신들도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할지 고민 할 때였다.

한 남자가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쳐 물었다.

“그, 그 증거가 있습니까!?”

그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아더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향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샌님 같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이, 이런 처형을 결정하는 데 있어 확실한 증거가 있습니까! 아더 바이에른 공자!”

그럼에도 남자는 확실히 제 목소리를 내어 소리쳤다.

그 모습에 몇몇 자들이 감탄을 터트릴 때 아더가 빙그레 웃었다.

“네 증거가 있습니다.”

이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그 수많은 사람들을 처형시킨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허. 그러면 실로 무서운 자 아닌가?’

‘취임식을 핑계로 확실히 죽이기 위해 이곳으로 불러들이다니….’

‘그런데 이 수많은 사람들이 배신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그 때 조금 전 질문했던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증거가 무엇인지… 조금만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아더 바이에른 공자!”

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

내려앉은 침묵 속에서 아더를 지켜보던 이들의 목울대가 출렁거렸다.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아더 바이에른은 광기에 찬 폭군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학살을 벌인 미친놈이다.’

그 기로 속에서 모두가 아더의 대답을 기다릴 때였다.

아더의 입이 마침내 열렸다.

“제 눈이요.”

“…?”

“제 눈이 그 증거입니다.”

아더가 방긋 웃었다.

“제 눈이 그들의 대답이 거짓이라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들을 죽였습니다.”

모두의 입이 경악해 벌어졌다.

* * *

소란과 경악.

바이에른의 새 가주의 취임식에서 있었던 사건은 빠르게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들었어? 이번에 새로 취임한 바이에른 가주가 취임식 장을 피바다로 만들었다더군!”

“뭐? 자기 취임식장을, 왜 자기 손으로 피바다로 만들어?”

“그게… 가문의 후원자와 방계들이 스파이라 그랬다던데?”

안 그래도 바이에른의 새 가주의 취임식에 이목이 쏠려있던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일어난 대사건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바이에른의 새 가주를 두고, 욕을 했다.

“아니 미친 거 아니야?”

“갑자기 자기네 방계와 후원자들을 첩자로 몰아가며, 처형하다니!”

“새 가주가 아니라, 희대의 살인마가 탄생해버렸군!”

바이에른의 새 가주가 자기네 가문의 방계와 후원자들을 첩자로 몰아간 증거가 제 눈이라 밝혔기 때문이었다.

그 얼척이 없는 이유에 수많은 사람들이 바이에른의 새 가주를 비난 할 때였다.

바이에른의 성명문이 신문 기사에 실렸다.

[바이에른의 썩은 실태!]

[바이에른의 방계들이 저지른 수많은 권력형 비리들!]

[바이에른의 이름을 쌓아올려 만든 부와 권력?]

그 성명문과 함께 밝혀진 것은 놀랍게도, 바이에른 방계들이 저지른 수많은 범죄 행각이었다.

동시에 바이에른의 새 가주를 욕하던 여론이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허? 아니, 제국의 법으로 노예는 금지인데 노예시장까지 다루었다고?”

“바이에른 방계들 미친 거 아니야!”

“이 놈들 악질이군! 바이에른의 이름을 방패삼아, 이런 짓들을 저지르다니!”

그런데 놀라운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제국의 새로운 소드마스터가 탄생했다.]

바이에른이 또 다른 성명문.

그 안에는 수많은 소문으로 떠돌던 아더 바이에른의 정체가 마침내 공식으로 공표가 된 것이다.

“뭐!? 아더 바이에른이 소드마스터라는 게 헛소문이 아니었다고?”

“허… 그자의 나이가 몇이었지?”

“못해도 스물 중반 아닌가?”

“그런데 그 젊은 나이에 소드마스터의 자리 올랐다고?”

제국 전역이 이 사실에 들썩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무려 제국을 넘어 대륙을 통틀어도 단 10명밖에 없는 소드마스터의 자리에 새로운 칼잡이가 탄생한 것이다.

그 탓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두고 혀를 내둘렀다.

“허허… 바이에른이 진짜로 부활한 건지도 모르겠군.”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칼잡이라니….”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누군가 던진 의문 속에서 모두가 도르문트 가문을 바라보았다.

“바이에른과 도르문트… 두 가문이 벌일 전쟁의 승패 말이야.”

한쪽으로 기울어졌던 균형의 추가 다시 팽팽해지는 순간이었다.

* * *

헤이치가 욕설을 내뱉었다.

“망할 바이에른!”

“…….”

“사고를 칠거면 좀 얘기라도 해주고 하던가! 일을 그 따위로 진행시키고 아랫사람한테 다 떠맡겨!?”

옆에 있던 안나가 차마 부정하지 못한 채, 한숨을 내쉬었다.

‘공자님… 아니 각하의 욕이라 참으면 안 되는데 이건 인정 할 수 밖에 없네.’

새로운 가주로 등극한 아더 바이에른.

그는 제 취임식 때부터 거한 사고를 쳐버렸다.

무려 제 취임식을 축하해주러 온 귀빈들을 상대로 피의 숙청을 벌인 것이다.

‘처음엔 우리 공자님이 미친 줄 알았지….’

그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제 취임식을 축하해주러 온 귀빈들을 상대로 총을 쏘다니?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가지 않고서야,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대형 사고였다.

하지만 밝혀진 진실은 그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일부 납득시키게 만들었다.

‘헤이치 씨가 빠르게 조사단을 파견해 그들이 배신자라는 증거를 잡아냈지….’

놀랍게도 아더가 죽인 사람들 전부가 그 말대로 배신자거나 스파이였던 것이다.

덕분에 이번 사고는 빠르게 수습 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닌 바이에른 방계와 후원자들 사이에서 아더 바이에른이란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효과도 낳게 되었다.

‘…새 가주는 완전 미쳤어.’

‘아무리 배신자라고 해도 즉결처형이라니?’

‘절대 꼬투리 잡히면 안 돼… 무슨 명목으로 총질을 할 줄 몰라!’

바이에른의 이름을 써먹지만, 그 누구보다 바이에른을 무시하던 방계와 후원자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준 것이다.

설마 이 대형사고가 이런 식의 방향으로 나아갈 줄 몰랐던 안나는 감탄 할 수밖에 없었다.

‘행운의 여신이… 우리 공자님의 손을 들어주는 거 아닐까?’

물론 그 과정에서 바이에른의 고성을 책임지는 1급 관리사.

헤이치의 능력이 빛이 났다.

그는 아더가 저지른 사고를 뒷수습을 한 것도 모자라, 포장까지 해줘버렸으니.

‘공자님이 소드마스터라는 사실을 밝혀버렸다지?’

소드마스터란 직함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그 자체만으로 1인 군단이라 불리는 칼잡이가 무려 한 가문의 가주가 되었단 소리니.

덕분에 바이에른의 영지 에덴은 물론이고 제국 전역에서 바이에른의 이름이 들썩이고 있었다.

‘소문에는 소문으로… 괜히 바이에른의 고성을 책임지는 관리사가 아니구나.’

물론 그 모든 일을 해낸 헤이치는 썩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크아아아악! 아더 바이에른! 네 놈 덕에 내 수명이 줄어든다!”

“…….”

안나가 그런 헤이치를 어떻게 위로 할까 고민 할 때였다.

요넬의 병문안을 갔던 아더가 불쑥 방안으로 들이닥쳤다.

“어 헤이치 씨. 저 불렀어요?”

깜짝 놀란 헤이치가 입을 다물었다.

그는 몹시 당황하다, 비굴한 미소를 띄웠다.

“오, 오셨습니까? 공작 각하?”

“네. 그런데 제 이야기 하지 않으셨어요?”

“그, 그럴 리가요! 제가 어찌 공작 각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겠습니까!”

헤이치의 말에 안나가 눈을 끔뻑였다.

‘…와. 그 능력 있는 집사도, 공작 각하의 칼과 총 앞에서는 겁을 먹는구나.’

그 때 아더가 우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머니가 많이 놀라신 것 같더라고요. 취임식 때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 못 하세요.”

안나가 눈을 치켜뜨며 질문했다.

“네? 설마 기억상실증에 걸리신 거예요?”

“그건 아닌데… 흠. 일시적인 충격에 기억을 잃으신 것 같아요.”

안나가 탄식을 터트렸다.

‘하… 전 가주님. 어지간히도 놀라신 모양이구나.’

하긴, 그런 장면을 보았는데 놀라지 않는 게 이상했다.

제 아들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런 대형사고가 터져버렸으니.

그 탓인지 몰라도 아더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각하께서도 마음이 쓰이시는 모양이구나.’

자신 때문에 어머니가 기억을 잃으셨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안나가 위로를 하려던 순간이었다.

아더가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렸다.

“…후우. 그 아까운 장면들을 어머니가 기억 못하시다니 너무 속상하네요.”

“……?”

“바이에른의 좀 먹던 분들을 처단한 순간인데… 어머니를 그토록 괴롭히던 사람들을 말이에요.”

안나와 헤이치가 눈을 끔뻑였다.

“……,”

둘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곧 정신을 차리고 질문했다.

“진심이십니까, 각하?”

“…그런 진심이죠?’

헤이치와 안나가 낮은 탄식을 터트렸다.

설마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게 그런 이유였다니.

그 때 아더가 불쑥 질문했다.

“헤이치. 이제 그럼 들어가도 되죠?”

헤이치가 눈을 끔뻑였다.

“어딜 말입니까 각하?”

“어디긴요. 바이에른의 지하실이죠.”

“……!”

아더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제 슬슬 손에 넣고 싶어요. 그 바이에른의 진짜 힘이라는 걸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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