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0화
검강을 발현한 순간, 아더가 느낀 감각은 딱 이랬다.
‘와 어지러워.’
가슴이 꿀렁거리고, 세상이 핑핑 돌았다.
메스꺼운 무언가가 식도를 타고 올라오기도 했다.
그 원인을 아더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마나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현기증인데?’
아무래도 실전과 연습에서 발현하는 검강은 마나를 잡아먹는 양이 다른 듯 했다.
‘하긴, 아무리 힘을 아꼈다 하지만 그전까지 검기를 몇 번 쓰기도 했고 몸에 두르기도 했으니.’
그 탓에 오랜만에 마나의 부족함을 느꼈지만, 드러난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화아아악-!
검에서 달빛이 뿜어져 나왔다.
검기가 얇은 빛의 막이라면, 검강은 빛의 덩어리.
그 어떤 것으로도 비유 할 수 없는 달빛이 검면에 새겨져 있었다.
그 신비로운 힘을 잠시 지켜보던 아더가 중얼거렸다.
‘검강도 참격처럼 쏘아낼 수 있지 않을까?’
가능 할 것 같았다.
일정한 형태를 가지는 검기와 달리 검강은 형태라는 걸 가지지 않았다.
‘빛의 덩어리. 즉, 잘만 하면 내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거야.’
그 때 웬 괴성이 귓가로 파고들었다.
아더가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경악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달아나는 히트란과 마시우스가 보였다.
“거, 검강-!”
“어, 어떻게 소드마스터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가 눈빛을 빛냈다.
‘흠… 딱 좋은데?’
저렇게 달아나 버리면 휘두르는 것보단 쏘아내는 게 좋을 것이다.
결정을 내린 아더가 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렸다.
그와 동시에 호흡이 변했다.
두 시야도 자연스레 정면으로 향했다.
검을 잡은 두 손의 아귀는 몸의 중심에 맞게 변했다.
수천 번, 수만 번 검을 휘두르며 마침내 찾아낸 [아더 바이에른]만의 자세가 순식간에 완성된 것이다.
그 속에서 아더가 느릿하지만, 정확하게 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후웅.
동작에 맞추어 공기가 일렁였다.
세상도 따라 움직였다.
눈빛을 빛낸 아더가 아주 편안하게, 들어올린 검을 내리그었다.
그 순간.
화악-!
검강에서 뿜어져 나온 달빛이 세상을 갈랐다.
적어도 아더의 시선에서는 그렇게 보였다.
그와 동시에 히트란과 마시우스의 목에서 피분수가 일어났다.
“어?”
단발말의 비명을 내지른 그들이 멈칫거리다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
그 광경에 수색경찰들이 입을 벌렸다.
그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하며, 일격에 죽어버린 뒷거리의 두 거물을 바라보았다.
그 사이 내질렀던 검을 회수한 아더가 탄성을 흘렸다.
“아….”
짜릿한 전율이 온몸에서 일고 있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 황홀함 속에서 아더는 깨달을 수 있었다.
“또 다시 성장했구나.”
소드마스터를 달성하고 끝이라 생각했던 검의 세계.
허나 아니었다.
그 경지 너머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세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 사실에 아더가 두근거림을 숨기지 못하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역시 배움에 끝이란 없구나.”
* * *
살아남은 수색경찰들이 입을 벌렸다.
“이게 무슨….”
말을 흐린 그들은 경악을 숨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갑작스레 나타난 저 의문의 칼잡이가 한 때 캡틴이라 불리고, 지금은 아케인 경찰청장인 마시우스를 단 칼에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어떻게… 청장님이 단번에 죽은 거지?’
마시우스는 7서클의 칼잡이.
아케인에서 당해낼 자가 없는 지고한 경지에 이른 무인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작은 왕국의 기사단당직은 능히 수행할만한 검술 실력을 가진 자였다.
그런데 그런 남자가 단칼에 죽었다.
그것도 꼴사납게 등을 보이며 도망치다가.
상식적으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에 수색경찰들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릴 때였다.
아더가 입을 열어 중얼거렸다.
“어우… 피곤하네요.”
“…?”
“검강을 발현해서 그런가, 힘이 별로 안 들어가요. 그러니깐 수색경찰 여러분.
아더가 방긋 웃어보였다.
“서로 힘빼지 말고 가만히 있어 줄래요? 최대한 편안하게 보내드릴게요.”
“…….”
아더의 말에 수십 명의 수색경찰들이 뒤늦게 소리쳤다.
“이런 미친!!!”
“가만히 있겠냐, 이 괴물 새끼야!”
“도망쳐!!! 저놈을 향해 피해서 달아나!”
그 외침과 함께 수색경찰들이 혼비백산해 달아났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더가 머리를 긁적였다.
“쩝. 도망쳐도 소용없을 텐데, 괜히 힘을 빼게 만드시네.”
이 말과 함께 아더가 비스트를 치켜들려는 찰나였다.
낯선 인기척이 등 뒤에서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귀쟁이가 눈을 치켜뜨고 있었다.
“오. 지니. 언제 왔어요?”
아더의 인사에 지니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방금요. 그런데….”
말을 흐린 지니가 입을 다물었다.
돌아간 시선 끝에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마시우스가 보였다.
그 광경에 지니가 놀람을 숨기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죽였다고? 그 마시우스를 이 짧은 사이에?”
설마 환각이라도 빠진 걸까?
7서클 칼잡이인 그가 이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는데?
그 때 아더가 입을 열어 말했다.
“잘 됐네요, 지니. 혹시 뒤처리 좀 해줄 수 있어요?”
정신을 차린 지니가 대답했다.
“뒤처리요?”
“네. 조금 전에 20명 정도 되는 수색경찰 분들이 도망쳤거든요.”
“…공자님은 어디로 가시게요?”
지니의 질문에 아더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윌렛 어르신을 찾으러요.”
“…!”
“저 너머에서 윌렛 어르신의 냄새가 맡아져요. 얼른 데리고 나올 테니깐,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지니가 깜짝 놀라 벌리고 있던 입을 다물며 눈빛을 빛냈다.
“물론이죠. 얼른 가 봐요. 뒤처리는 제가 할게요.”
아더가 미소 지었다.
“그럼 믿고 잠시 자리 좀 비울게요.”
이 말과 함께 아더가 저 건너편으로 달려나갔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지니가 시선을 돌렸다.
아더의 말대로 곳곳으로 숨어든 수색경찰의 기척들이 느껴졌다.
어차피 이 지하감옥을 빠져나갈 탈출구가 단 한곳 밖에 없다는 걸 고려하면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저런 무식한 놈들이 이제껏 아케인을 좀먹고 있었다니….’
잠시 혀를 찬 지니가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였다.
바닥에 쓰러져 죽은 마시우스가 다시 한 번 눈에 띄었다.
그런 그를 잠시 바라보던 지니가 중얼거렸다.
“…진짜로 죽었네. 그 마시우스가.”
저 사내 때문에 아케인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던가?
용병들은 물론이고, 평범한 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부귀영화를 누린 남자.
하지만 지니가 생각하는 이 남자의 진짜 죄는 그게 아니었다.
‘도르문트에게 아케인을 팔아먹은 개새끼.’
만약 이 남자가 아케인의 성문을 열어주지 않았더라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지도 몰랐다.
도르문트에게 점령당하지 않은 채 여전히 기회의 땅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미래를 이 남자가 차버렸다.
그 사실을 떠올린 지니가 중얼거렸다.
“…그런 배신자가 이렇게 허망하게 죽다니.”
하지만 다르게 보면, 이 남자에게 있어 가장 치욕스러운 결말일지도 몰랐다.
저런 관심종자에게는 이런 소리없는 죽음이 더 수치스러울 테니.
그 탓에 지니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또 전설이 하나 만들어졌네.”
홀로 아케인의 지하감옥에 들어선 침입자.
그 침입자에 손에 죽은 수백 명의 수색경찰과 아케인의 경철청장.
소설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이 이야기는 전설이라는 말로도 부족해보였다.
‘어쩌면… 그래서 전설이라 불릴지도.’
생각을 끝마친 지니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 이야기가 전설로 남으려면 목격자가 있어서는 안 됐다.
그렇게 아직 살아남은 수색경찰들을 지니가 정리하기 시작했을 떄, 아더는 어두컴컴한 지하감옥을 내달리며 중얼거렸다.
‘윌렛 어르신… 잘 계시려나.’
7년이란 시간은, 이미 반 백살 가깝게 살아온 그에게 있어 더욱 큰 세월일 것이다.
중년이었던 그는 어쩌면 이 시간 동안 노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
물론 윌렛 자체가 뛰어난 무인이라 그렇게 갑자기 나이를 먹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또 모르는 일이었다.
‘놀스 교수님도 많이 늙으셨었지… 고생을 해서 그런 것 같은데, 윌렛 어르신도 마찬가지겠지?’
반군의 리더까지 맡았으니, 놀스 교수보다 훨씬 더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아더는 변해버린 그를 상상하다 곧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곧 있으면 만날 테니깐, 어떤 인사를 건넬지나 생각해보자.’
어떻게 해야 윌렛 어르신이 그 특유의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좋아할까?
‘사실 귀신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엄청 놀라시려나?’
은근히 겁이 많은 사람이니 어쩌면 진짜로 귀신으로 믿어버릴지도 몰랐다.
피식 웃음을 터트린 아더가 이런저런 궁리를 하던 그때였다.
코끝으로 또 하나의 냄새가 맡아졌다.
“?”
잠시 눈을 끔뻑인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피 냄새?”
지하 감옥 안이니 피 냄새가 맡아지는 건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만 해도 지하 감옥 안에 치워지지도 않은 시체에서 썩은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으니.
문제는 그 피 냄새가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는 거였다.
“이건… 윌렛 어르신의 피냄새잖아?”
눈을 치켜뜬 아더가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그와 동시에 오만가지의 잡생각이 머릿속을 점령했다.
윌렛 어르신은 죄수니깐, 고문을 받아서 피를 흘린 게 아닐까?
아니면 지하감옥 바닥이 딱딱하니 피부가 찢어져 나는 상처일까?
어느 쪽이건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별로 좋지 못한 가능성이었다.
그 탓에 아더의 표정이 살며시 굳어진 찰나, 역한 쓰레기 타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자연스레 달리던 속도를 늦춘 아더는 눈을 끔뻑였다.
“…어라?”
입을 벌린 아더가 허리를 숙였다.
그 순간 2평도 채 되지 않은 작은 공간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두 팔이 보였다.
아더는 그 팔을 바라보다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윌렛 어르신?”
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두 팔.
그곳에서 희미하지만, 아주 익숙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윌렛 크레스톨.
아주 근사한 노신사의 은은한 향내였다.
* * *
윌렛 크레스톨.
한 때 뒷거리의 전설로 불리던 남자.
지금은 반군의 리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산 그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여긴… 어디지?’
던져진 질문에 윌렛은 대답하지 못했다.
머릿속의 사고가 끊어진 실마냥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탓에 목소리라도 내보려 했지만,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은 가느다란 숨소리뿐이었다.
그 상황 속에서 누군가 중얼거렸다.
“드디어 일어났군. 윌렛 크레스톨.”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윌렛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 순간 평범한 인간의 외형에서 많이 벗어난 3개의 머리가 보였다.
윌렛은 그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제 이름을 부른 자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도… 르문트… 의 개군.”
“개~군? 아직 덜 쳐 맞았구만. 이 반란군 새끼가.”
견이 곰을 연상케 하는 제 발바닥을 들어 윌렛을 후려쳤다.
가슴팍을 정통으로 맞은 윌렛이 피를 토해냈다.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숨도 쉬기 어려웠는데, 그 사이 다가온 견이 윌렛의 머리칼을 낚아챘다.
“자 다시 말해봐라. 아케인의 새로운 [시장]이자 [총독]. 견님이라고.”
그의 말에 윌렛이 감기려는 눈을 억지로 뜬 채, 가래침을 툭 하고 내뱉었다.
피가 섞인 가래침을 전통으로 맞은 견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시발 새끼가.”
“…넌 개새끼 아닌가?”
“그런 꼴이 되서도, 입은 아주 잘 살아있군.”
“그러게 혀부터 뽑아버리지. 왜 팔을 잘라냈나.”
윌렛의 말에 견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거친 고문의 흔적이 한 노인의 몸에 새겨져 있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잘려나간 양팔이었다.
그 모습에 피식, 비웃음을 터트린 견이 중얼거렸다.
“혀를 잘라내면 죽어버리잖아. 네 놈은 공개적으로 죽어줘야 하는 데. 그리고….”
견이 비열함이 가득 담긴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칼잡이인 네놈에게 있어, 양팔을 잘라내는 것만큼 확실한 고문이 있을까?”
견의 도발에 윌렛의 눈꼬리가 살며시 떨렸다.
허나 그 이상의 감정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그 흔들림 없는 모습에 견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씹새끼… 이런 꼴에도 아직 자존심이 남아있다 이 말인가.”
그래서 더 괴롭혀 주고 싶었지만 이 이상 건드리면 윌렛 크레스톨.
반란군의 리더인 이 노인네가 정말로 죽어버릴지도 몰랐다.
그건 견의 입장에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반란군의 리더인 그는 아케인의 대표하는 [희망]이다.
‘도르문트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 그러니 절대로 곱게 죽으면 안 되지.’
아케인 시민. 더 나아가 반군 놈들까지.
이 자의 죽음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야, 그 희망이 꺼져버릴 것이다.
생각을 끝마친 견이 윌렛의 머리채를 다시 휘어잡았다.
그와 동시에 거칠게 소리쳤다.
“문을 열어라-! 지금부터 형을 집행한다!”
그 외침과 함께 닫혀 있던 철문이 열리고 밝은 햇살이 쏟아져 나왔다.
그 덕분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윌렛이 눈을 치켜떴다.
‘아… ’
지하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케인의 풍경이 코앞에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입을 뻐끔거린 윌렛이 그 풍경을 한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에 힘을 줄 때였다.
윌렛을 끌고서, 철문 바깥으로 나왔던 견이 허리를 숙인 채 속삭였다.
“이봐, 윌렛 크레스톨. 저기 보이나?”
“…?”
“저기 너의 처형장면을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 말이다. 저자들이 보이나?”
견의 말에 윌렛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의 말대로 거대한 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견이 그 사람들을 가리켜며 말했다.
“난 지금부터 저 놈들을 학살할 생각이다.”
“…!”
“애새끼 노인 여자 장애인… 뭐하나 빠짐없이 말이다. 그냥 닥치는 대로 총을 쏘라 명령 할 거야.”
견의 난데없는 협박에 윌렛이 눈을 치켜 뜬 채 생각했다.
‘진심? 협박?’
곰곰이 고민하던 윌렛은 둘 모두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굳이 이 상황에 와서 협박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윌렛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명분도 참 좋아… 광장 안에 모인 반군 놈들을 색출하기 위한 소탕 작업이었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희생이 뒤따랐다… 안 그런가?”
불필요하게 늘어놓는 헛소리에 윌렛이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게… 뭐냐?”
윌렛의 말에 견이 눈빛을 빛냈다.
“인정해라.”
“…인정?”
“그래. 네 놈의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내게 무릎을 꿇어라.”
윌렛의 눈이 커졌다.
그 사이 견의 입꼬리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네 놈의 같잖은 그 긍지를 버리란 소리다. 그러면 저 시민들의 목숨만큼은 살려주마. 윌렛 크레스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