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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미친놈-146화 (146/265)

제146화

회의가 종료되고 의병군들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회담장을 벗어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젤리나가 나직한 감탄을 터트렸다.

‘저자들이 이렇게 말없이 물러선 게 얼마만이지?’

곰곰이 고민하던 안젤리나의 눈이 커졌다.

반군이 결성되고 저들의 후원받은 뒤로,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묘한 기분을 느낀 안젤리나가 살짝 입을 벌렸을 때, 아더와 지니의 목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역시 공자님이에요!”

“…제가 뭘 했길래, 그런 소리를 하는 거예요, 지니?”

“뭘 하긴요! 상황을 해결해주셨잖아요!”

“…?”

정신을 차린 안젤리나가 시선을 돌렸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지니와 아더의 모습이 보였다.

그 광경을 잠시 지켜보던 안젤리나가 눈빛을 빛냈다.

‘지금이 아니면, 내 안의 의문들을 해결 할 수 없겠지.’

결심을 한 안젤리나가 아더에게 다가가 물었다.

“공자, 잠시 이야기 좀 하실 수 있죠?”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허락에 안젤리나는 줄곧 품어왔던 의문들을 질문했다.

정말로 흰 수염을 만났냐.

아케인의 용병으로써는 언제 활동했냐.

도대체 그 검술과 권총을 뭐냐.

한 번 물꼬를 턴, 질문들은 거침없이 쏟아져나왔다.

아더는 그 질문을 귀 기울여 듣다 최대한 성실히 대답했다.

그렇게 질문과 대답이 오가기를 한참.

마침내 대화가 끝이 나고 안젤리나가 눈을 끔뻑였다.

“…진심이세요, 공자?”

“네. 진심인데요?”

“…….”

안젤리나가 입을 다물었다.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하지?’

분명 대화가 오가고 아더 바이에른이 성실히 대답했다.

그런데 의문이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복잡해졌다.

그중 가장 믿기지 않은 것은 역시나 아더 바이에른이 전설적인 용병이었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아케인 대학에 막 왔을 때부터 활동을 했다고?’

그때의 아더 바이에른은 17살 아니던가?

그럼 17살 때부터 용병 일을 하면서 흰 수염도 마주치고 해적과 칠황에게 싸움을 걸었다고?

‘…그게 말이 되나?’

어떻게 17살 소년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사실에 안젤리나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일 때였다.

옆에 있던 지니가 입을 열었다.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시장님?”

그녀의 말에 안젤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죠? 지니?”

“간단하게 생각하자는 거죠. 저희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캡틴 마시우스와 도르문트 견을 죽일 칼잡이가 있다.”

“…!”

“일단은 그렇게 생각해보는 게 어때요? 나머지 의문들은 그 뒤에 차차 생각하고.”

안젤리나가 더듬거리며 중얼거렸다.

“너무… 간단하지 않나요?”

“그런데 지금 중요한 건 그거잖아요?”

“…….”

지니가 방긋 웃었다.

그 미소에 안젤리나가 입을 다물고서 생각했다.

‘…어쩌면 저게 맞을 수도?’

이미 아더 바이에른이 나타난 시점부터 상식에서 어긋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것을 따지기보다는 지니의 말처럼 간단하게 생각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그 탓에 안젤리나가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줄곧 침묵하던 아더가 입을 열었다.

“안젤리나 시장님? 혹시 부탁 하나 드려도 되나요?”

아더의 질문에 안젤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무슨 부탁이에요 공자님?”

“아! 시장님한테 꼭 받고 싶은 게 있거든요.”

“저한테요?”

“네. 혹시 괜찮을까요?”

안젤리나가 턱을 쓰다듬었다.

‘부탁이라… 흠. 뭐, 괜찮을지도?’

사실 조금 전 했던 질문은 아더 바이에른 입장에서 난감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도 그럴 게 그가 줄곧 지켜왔던 은밀한 비밀들을 물은 거 아닌가?

‘물론 성실히 대답한 것치고, 얻은 건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대답 자체는 성실하게 해줬으니깐.’

이쪽도 그에 맞는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

생각을 끝마친 안젤리나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부탁이요 공자님?”

“아, 다른 게 아니고 시장님 피 좀 얻을 수 있을까요?”

“……?”

안젤리나가 눈을 끔뻑였다.

옆에 있던 지니는 입을 벌려 경악했다.

그 사이 아더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시장님 피가 있으면, 윌렛 어르신의 구출이 좀 쉬워질 것 같거든요. 혹시 안 될까요?”

* * *

안젤리나가 심하게 당황했다.

하지만 아더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많이도 아니고 한 움큼도 안 될까요?”

“…….”

부탁을 하는 아더 바이에른의 표정이 진지한 걸 넘어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안젤리나가 결국 헛웃음을 터트리며 질문했다.

“진짜 진심이네요, 공자?”

“…그럼 진심이죠?”

아더의 대답에 안젤리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요… 이런 상황에서 제 피가 무슨 소용이겠어요?”

안젤리나가 제 손바닥을 가볍게 찢었다.

줄줄 흘러내리는 그녀의 새빨간 피에 아더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 사이 흘러내리던 안젤리나의 피가 테이블에 놓여 있던 컵으로 향했다.

‘오. 생각보다 많이 담아주시는데?’

살며시 입꼬리를 올린 아더를 향해 안젤리나가 제 피가 담긴 컵을 건네주었다.

그 잔을 받아든 아더는 안젤리나한테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오망성의 눈동자…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는 아주 특별한 눈동자라 했지?'

완벽히 그 힘을 일깨우면, 타인의 생각도 훔쳐볼 수 있다고 했다.

‘만약 맞다면 진짜로 좋은 능력인데?”

상대방의 거짓말을 파악할 수 있다는 건, 목숨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 아더가 안젤리나의 피를 꿀꺽 들이켰다.

“…고, 공자!?”

깜짝 놀란 안젤리나가 입을 벌렸다.

그 사이 안젤리나의 피를 단번에 들이켠 아더가 탄성을 터트렸다.

“오… 시장님 피 맛있는데요?”

“…….”

“바나나 맛이 나네요. 흠… 이런 피는 또 처음이네.”

안젤리나가 입을 뻐끔거리다, 뒤로 털썩 쓰러졌다.

옆에 있던 지니가 인상을 찌푸리며 아더를 타박했다.

“공자님! 그렇게 앞에서 피를 들이켜면 어떻게 해요!”

“…뭐 문제 있나요, 지니?”

“그럼요! 마시더라도 몰래 숨어서 마셔야죠!”

“…오? 그런 건가요?”

“그렇죠! 처음 보는 분이 그런 모습을 보면, 얼마나 놀라겠어요!”

지니의 말에 자리에 쓰러진 안젤리나가 진한 현기증을 느꼈다.

‘물래 숨어서 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마시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니야!?’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아저씨-!”

싸움이 끝난 뒤, 줄곧 기절해있던 쥴리였다.

그녀의 등장에 아더가 손을 흔들었다.

“쥴리. 깨어났어요?”

쥴리가 말없이 달려와 아더에게 안겼다.

“…어디 갔었어요. 한참 찾았어요.”

“아, 회의에 참석 중이었어요.”

“회의요?”

“네. 시장님과 의병군 분들하고 앞으로의 일을 논의했어요.”

아더의 말에 쥴리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뒤늦게 이쪽을 바라보는 안젤리나와 지니의 시선을 깨닫고서 당황했다.

“어,어… 안녕하세요. 시장님 지니 언니.”

쥴리의 인사에 지니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쥴리. 공자님 때문에 우리는 눈에도 안 들어왔나 봐.”

“…놀리지 마요 지니 언니.”

지니가 낄낄 웃음을 터트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사이 쥴리가 안젤리나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죄송해요, 시장님… 어제 전투에 너무 무리해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쥴리의 말에 안젤리나가 간신히 대답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어제는 다들 놀라고 경황이 없었으니깐….”

“네. 그런데 회의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쥴리의 질문에 안젤리나가 아더를 바라보았다.

“…다소 사건과 사고 있었지만, 무사히 통과 되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쥴리가 눈빛을 빛냈다.

“이번 주 내로 윌렛 크레스톨을 구출할 생각입니다. 더불어 아케인 총독부를 공격 할 예정이에요.”

안젤리나의 말에 쥴리가 입술을 오므렸다.

“…결국 결정됐군요.”

쥴리가 잠시 고민하다 품속을 뒤져, 신문 한 장을 꺼내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충격적인 이야기가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윌렛 어르신의 처형일이 앞당겨졌어요.”

“…!”

“아무래도 적들이 이번 일로 경각심을 느꼈나 봐요.”

쥴리의 이야기에 안젤리나가 입을 벌려 질문했다.

“앞당겨졌다고요? 그럼 언제 처형식이 열린다는 거예요?”

아더의 말에 쥴리가 벌어진 입을 다물었다.

그 상태로 한참을 바라보던 쥴리가 중얼거렸다.

“…꼭 돌아오겠다고 이번에는 약속해주세요.”

“이틀 뒤, 아케인 광장에서 열린다고 해요. 이대로 가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하루밖에 없을 것 같아요.”

* * *

쥴리가 가져온 충격적인 소식에 안젤리나가 손톱을 깨물었다.

“…아무래도 함정 같군요.”

그녀의 말에 지니도 중얼거렸다.

“그런 것 같아요. 윌렛 어르신은 우리들에게도 중요하지만, 적들에게도 상징적인 인물이죠.”

지니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런 사람을 이렇게 쉽게 처형 할 리가 없죠. 아무래도 우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 같아요.”

그녀의 이야기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윌렛 크레스톨은, 도르문트의 지배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반기를 든 인물.

그런 상징적인 사람의 처형을 갑자기 앞당길 리가 없었다.

그 탓에 지니는 한숨을 퍽 내쉬었다.

‘눈에 뻔히 보이는 함정이지만 무시할 수가 없어….’

만약 윌렛 크레스톨이 처형된다면, 그를 따르던 수많은 용병들은 물론이고 그를 평소 흠모하던 반군들 모두가 흔들릴 가능성이 컸다.

‘놈들도 이걸 노리고 이런 처형식을 앞당긴 거겠지?’

그래서 난감한 상황이었다.

처형식이 이틀 뒤에 열린다면, 준비할 수 있는 고작 하루.

그 하루 만에 아케인의 지하감옥으로 들어가, 윌렛을 구하기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놈들이 함정을 파놓을 것까지 예상하면….’

그 탓에 지니의 표정이 어두워지려는 찰나, 아더가 손을 들었다.

“…여러분. 왜 고민하는 거예요?”

“…?”

“오히려 잘된 일 아니에요? 윌렛 어르신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앞당겨진 거잖아요.”

아더의 말에 지니의 눈이 커졌다.

옆에 있던 쥴리는 심하게 당황했다.

“아, 아저씨! 이건 놈들의 함정이에요! 윌렛 어르신을 인질 삼아 저희를 소탕하는 함….”

“그래서요 쥴리?”

“…네?”

“그 함정이 뭐가 문제에요?”

아더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 함정도 뚫어버리고 윌렛 어르신을 구출하면 되죠.”

“…!”

“그렇게 되면 함정을 파놓은 해적과 도르문트 분들도 죽일 수 있고 오히려 좋은 거 아니에요?”

쥴리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그 사이 아더의 말을 곰곰이 새겨듣던 지니가 탄성을 흘렸다.

“…생각해보니 그렇긴 하네요. 함정이건 뭐건, 그냥 다 박살내고 윌렛 어르신을 구하면 디는 거였어요.”

지니의 말에 아더가 씩 미소지었다.

“역시 지니 씨는 뭘 좀 아시네요.”

“…칭찬 같은 데 뭔가 좀 그렇네요 공자님.”

“왜요?”

“점점 공자님에게 물들어 간다는 거잖아요.”

“그거 좋은 거 아니에요?”

“…….”

입을 다문 지니가 어색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그 사이, 줄곧 침묵하던 안젤리나가 시선을 돌려 아더를 바라보았다.

아주 느긋한 태도와 표정으로 앉아있는 젊은 사내가 보였다.

그 표정과 태도에서 묻어나오는 자신감을 확인한 안젤리나가 중얼거렸다.

“…아더 바이에른 공자.”

“네 시장님.”

“정말… 지하 감옥으로 가서, 윌렛 어르신을 구출할 자신 있나요?”

아더가 방긋 웃었다.

“네.”

짧지만 단호한 대답.

오망성의 눈동자를 통해, 조금 전 대답이 진심이라는 걸 깨달은 안젤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하죠.”

안젤리나가 잠시 심호흡을 내쉰 뒤, 선언했다.

“아더 바이에른 공자와 함께 아케인 감옥을 습격 하러갈 기습조.”

“…!”

“그리고 이틀 뒤, 처형식에서 도르문트 총독부를 공격 할 본대.”

안젤리나가 눈빛을 번뜩였다.

“이렇게 두 조로 나누어서, 한 번에 기습을 감행하죠.”

안젤리나의 말에 쥴리가 경악해 반박했다.

“하, 하지만 시장님! 그렇게 되면 아케인 지하감옥으로 향하는 기습조가 너무 위험해집니다!”

쥴리의 말에 안젤리나가 아더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아더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쥴리를 바라보았다.

시선을 마주친 쥴리가 움찔 몸을 떨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안 돼요, 아저씨. 그 위험한 곳에 아저씨를 보낼 수 없어요.”

그녀의 대답에 아더가 방긋 웃었다.

‘어딘가 그리운 말이네.’

잠시 고민한 아더가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쥴리와 시선을 마주친 아더가 입을 열었다.

“쥴리 기억나요?”

“…?”

“우리 그때, 처음 만났을 때.”

쥴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만났을 때요?”

“네. 그 때의 쥴리도 이런 말을 했었죠. 아레스 아레키스는 엄청나게 위험한 마법사다! 그러니 어서 도망쳐라!”

쥴리의 눈이 커졌다.

그 사이 아더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데 그 아레스 아레키스가 어떻게 됐죠?”

“…….”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쥴리.”

자리에서 일어난 아더가 쥴리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윌렛 어르신을 구출하고, 아케인을 괴롭힌 나쁜 분들을 처리하고 올게요.”

아더의 말에 쥴리가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온 아더의 말에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때처럼 믿어줄 수 있죠?”

쥴리가 코끝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안 사라지시고 돌아오실 거예요?”

“물론이죠.”

아더가 방긋 미소지었다.

“돌아오는 것뿐만이 아니라 윌렛 어르신도 데려올게요. 그러니 절 믿고 기다려줘요, 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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