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142화 (142/265)

제142화

현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

그 기묘한 기류 속에서 모두가 눈을 끔뻑였다.

그 누구보다 악랄한 치안 감독인 코뿔소.

그가 놀랍게도 단칼에 목이 잘려 죽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해적들이 놀라 소리쳤다.

“가, 감독님!!!”

“뭐야!! 감독님이 왜 죽은 거야!”

그 외침 속에서 정신을 차린 지니가 낮은 탄성을 터트렸다.

“허… 아더 바이에른 맞네.”

항상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남자.

그 남자가 가장 빛이 날 때는 누군가를 죽일 때였다.

그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코뿔소라는 거물급 간부가 죽자 다시 떠올랐다.

아케인의 전설적인 용병.

동시에 공작가의 미친놈.

그 아더 바이에른이 다시 돌아왔다.

입꼬리가 하늘로 승천한 지니가 거칠게 소리쳤다.

“뭐해 이 새끼들아!!”

“……?”

“언제까지 얼 타고 있을래? 적의 간부가 죽었잖아! 이 기회를 놓칠 거야!?”

지니의 외침에 귀쟁이파 직원들은 물론이고, 아케인의 반군들의 눈이 치켜떠졌다.

“…와아아아아-!”

“시발 뭔지 모르지만, 코뿔소가 죽었다!”

“가자!! 저 새끼들 족쳐버려!”

반군의 외침과 함께 다시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 속에서 아더가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아더의 질문에 놀스 교수의 입이 뻐끔거렸다.

“아더… 바이에른?”

“넵. 아더 바이에른입니다.”

아더가 예의 바르게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에 놀스 교수가 놀람을 숨기지 못했다.

‘진짜… 아더 바이에른이라고?’

7년 전 사라진, 공작가의 후계자.

그 후계자가 왜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단 말인가?

그 탓에 놀스 교수가 믿지 못하고서 중얼거렸다.

“자, 자네가… 정말로 아더 바이에른이라고? 아니 어떻게….”

말을 흐리는 그의 모습에 아더가 중얼거렸다.

‘놀스 교수님 많이 늙었네.’

7년 전의 그는 옹고집을 가진 외골수의 칼잡이.

이 말이 딱 어울리는 중년의 사내였는데 지금의 그는 머리가 새하얗게 샌 힘없는 노인이었다.

그 탓에 그간 그가 받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그 새하얗게 샌 머리에서 알 수 있었다.

‘윌렛 어르신도 이렇게나 많이 늙으셨을까?’

어쩌면, 놀스 교수보다 훨씬 더 많이 늙었을 수도 있었다.

그는 놀스 교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으니깐.

여기까지 생각한 아더는 놀스 교수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으켰다.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난 그를 향해 아더가 질문했다.

“다른 분들은 어디에 있어요?”

“다른 분들?”

“네. 이곳에 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들었는데.”

아더의 말에 정신을 차린 놀스 교수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

그 상태로 아더를 잠시 바라보던 놀스 교수가 한 폐건물을 가리켰다.

“저쪽 옥상에 있는 회담장에 있을 걸세.”

아더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잠시 자리 좀 비울게요.”

이 말과 함께 아더가 몸을 돌렸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놀스 교수가 한 박자 늦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뭔지 모르겠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7년 전 사라진 공작가의 후계자가 등장했다.

그런데 그 후계자가 해적의 고위급 간부인 코뿔소를 쓰러트렸다.

여기까지도 말이 안 되는 데 아더 바이에른은 놀랍게도 검기를 깨부쉈다.

‘어떻게? 다른 건 우연이라 쳐도, 어떻게 검기를 부순다, 말인가?’

그 의문에 놀스 교수의 미간이 살며시 찌푸려질 때였다.

머릿속으로 불현듯, 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아더 바이에른과 엘린 레버쿠젠.

자신이 본 그 어떤 칼잡이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소년과 소녀의 대련이었다.

그리고 그 대련을 지켜보던 옛날의 자신이 확신에 차 소리치고 있었다.

‘저 소년이야말로, 소드 마스터가 될 자격을 갖춘 칼잡이다!!’

그 기억을 떠올린 순간, 놀스 교수의 눈이 커졌다.

“설마….”

놀스 교수가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허나 이미 아더 바이에른은 사라진 뒤였다.

대신 조금 전 보았던 일격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검기를 깨부수는 회색빛의 무언가를 천천히 되새기던 놀스 교수가 웃음을 터트렸다.

“미치겠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새로운 소드 마스터가 탄생했다.

그것도 7년이나 사라져있던 자신의 옛 제자 중에서.

* * *

아더는 놀스 교수가 가리킨 곧바로 폐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죽여-!”

“죄질을 따질 것도 없는 반란군 놈들이다!”

“단번에 목을 쳐!”

거친 외침과 고성.

그리고 짙은 피비린내가 그 순간 맡아졌다.

그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아더의 시선이 재빨리 주변을 훑었다.

다른 곳은 모두 막혀 있었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은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그 길목을 아케인의 반군과 수색경찰이 뒤엉켜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더는 폴짝 날아올랐다.

한창 격렬한 싸움을 벌이던 중인 반군과 수색경찰이 정체불명의 괴성을 내질렀다.

“억!”

“윽?”

“엥?”

잠시 눈을 끔뻑인 그들이 제 머리를 징검다리 삼아 달려나가는 사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뭐야?”

“저놈 저거 누구야?”

그들의 중얼거림과 함께 단번에 2층으로 올라온 아더가 시선을 좁혔다.

“흠?”

3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이, 이질적인 철벽에 의해 막혀 있었다.

덕분에 수십 명의 수색경찰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는데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더는 중얼거렸다.

‘마법이네? 그것도 꽤 수준 높은.’

잠시 턱을 쓰다듬은 아더가 시선을 돌렸다.

아쉽게도 2층은 1층과 똑같은 구조였다.

그 탓에 천장을 뚫어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이미 먼저 온 수색경찰들이 시도를 해보았는지 싸늘한 시체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트랩이구나. 저 길이 아니라 다른 곳을 뚫고 들어가려면, 발동되는 함정이네.’

아더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생각보다 재미난 마법이면서, 수준 높은 마법이었다.

그 탓에 이 마법을 발현한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곧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은 이런 궁금증보다, 저 위에 갇힌 사람들이 중요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아더가 가로막은 철벽을 뚫으려 애쓰는 해적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깜짝 놀란 해적이 놀라 소리쳤다.

“뭐야 네 놈은!”

아더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더 바이에른인데, 잠시 길 좀 비켜주실래요? 여기 앞을 지나가야 해서.”

해적들이 눈을 끔뻑였다.

‘…여기 앞을 지나가야 한다고? 지원군인가?’

그런데 왜 소속을 안 밝히고 이름을 말하는 거지?

고개를 갸웃거린 그들이 잠시 고민하다 질문했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이 철벽을 뚫어야 하는 데 뭔 수가 있소?”

아더가 턱을 쓰다듬다 중얼거렸다.

“흠… 가능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아더가 대답하는 대신 비스트를 꺼내들었다.

쾅-!

폭음과 함꼐 철벽이 산산조각났다.

그 광경에 해적들이 입을 벌려 경악했다.

“구, 권총으로 철벽을 날려버렸다고?”

그 탄성과 함께 그들이 시선을 돌렸다.

눈앞의 잘생긴 청년이 씩 웃고 있었다.

호쾌함이 가득한 그 미소에 해적들이 신이나 질문했다.

“…죄송한데, 그 소속이 어디십니까?”

“소속이요?”

“넵! 혹시… 중앙 감시본부, 도르문트 일가에서 나오신 분입니까?’

그들의 질문에 아더의 눈이 커졌다.

“아닌데요. 바이에른 일가인데요?”

“…바이에른이요?”

“네 바이에른.”

“……?”

해적들이 눈을 끔뻑였다.

동시에 아더가 비스트를 들이밀었다.

저 권총의 위력을 알고 있던 해적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자, 잠깐!”

하지만 아더의 방아쇠가 먼저였다.

쾅-!

쏘아져 나간 탄환이 건물을 흔들었다.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해적을 바라보며 아더가 투덜거렸다.

“아니, 어떻게 날 보면 도르문트라 착각할 수 있지?”

혹시 조금 전 해적분들, 눈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기분이 나빠진 아더였지만, 이미 하늘나라로 가버린 사람에게 화풀이를 할 수는 없었다.

화를 삭힌 아더가 3층으로 향하니, 긴 통로가 보였다.

그리고 그 통로의 끝에는 고급스러운 문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더는 망설이지 않고 그 고급스러운 문으로 향했다.

그 순간 거친 고함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버텨!”

“아래 쪽에서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절대로 물러나면 안 돼!”

아더의 시선이 자연스레 돌아갔다.

넓은 원형 공간.

그곳에서 두 무리가 대치 중이었다.

해적들로 보이는 자들과, 반군으로 보이는 자들이었다.

그 중 특이한 사람이 있었는데, 도마뱀의 얼굴을 한 반인반수였다.

그 반인반수가 피를 흘리며, 쌍검을 든 해적과 힘겹게 대치중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더가 상황에 개입하려다 멈칫했다.

“오?”

놀랍게도 반군의 무리 중 친분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

‘세상에… 안젤리나 시장님이잖아?’

7년 전, 아케인의 시장으로써 멋진 레스토랑을 소개해준 여자.

동시에 대마도사라는 호칭을 가진 여자기도 한 그녀가 피를 흘리고 있었다.

* * *

해적과 반군들 사이에서 거친 외침이 터져나왔다.

“캬하하하-!”

“그만 포기하시지! 이미 이곳은 우리가 점령했으니깐!”

“쌍검의 삐에로! 우리 첸 경감님한테 감히 대항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해적의 외침에 반군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특히 안젤리나 베이비.

한 때 아케인의 시장을 지냈던 그녀가 특히 그랬다.

‘안 된다… 여기서 우리가 붙잡히면, 모든 게 끝이야.’

그 탓에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상황은 최악이었다.

도마뱀 인간.

정확히는 아케인 대학의 교수 중 한 명이 버티지 못하고 결국 쓰러진 것이다.

“교수님!”

안젤리나의 외침에 자리에 쓰러진 도마뱀 인간이 숨을 몰아쉬었다.

“괜… 찮습니다…. 시장님….”

이 말과 함께 도마뱀 인간이 다시 일어나려 했지만, 곧바로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안젤리나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도마뱀 인간의 상처를 더듬었다.

‘세상에….’

뻥 뚫린 복부로부터, 피가 철철 새어나오고 있었다.

만약 그가 특별한 혈통을 지닌 인간이 아니었다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처였다.

그 탓에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을 떄, 첸이란 이름을 가진 해적이 걸어나와 이죽거렸다.

“그만 포기하시지 [전]시장.”

“….”

“마법이 봉인된 네년이 뭘 할 수 있겠어? 안 그래?”

첸의 도발에 안젤리나가 이를 악물었다.

그 모습에 첸이 묘한 흥분을 느꼈다.

‘캬… 이거 죽이는구만.’

뒷골목 인생을 전전하던 자신이, 한 때는 아케인의 시장까지 올라갔던 여자를 핍박하다니?

그 짜릿한 쾌감 속에서 첸이 칼끝을 혀로 핥았다.

“지금이라도 살려달라면 목숨만큼은 살려주지.”

“….”

“물론 공짜는 아니야. 내 발밑을 기던가, 아니면 내 신발을 핥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몸으로라도 좀 때워주던가.”

그의 말에 옆에 있던 해적들이 야유를 보냈다.

“진짜 첸 경감님은 미친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딴 생각이나 하는 겁니까!”

“재미 보시면 그 다음에는 양보 좀 하십쇼!”

쏟아지는 음담패설과 모욕적인 언사에 안젤리나가 표정을 굳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첸이 휘파람을 불며 소리쳤다.

“그래도 전 시장이라 이거네! 케켁! 그럼, 그 예쁜 얼굴, 내가 잘 따서 우리 청장님께 바쳐주마!”

이 말과 함께 첸이 폴짝 뛰어올랐다.

그 광경에 안젤리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저주의 반동을 이겨내고서라도 마법을 쓸 수밖에.’

그 다짐과 함께 그녀가 발현을 발현하려는 순간이었다.

허공으로 날아오른 첸의 얼굴이 갑자기 잘렸다.

“……?”

그 광경에 안젤리나의 눈이 치켜떠지고, 해적들이 입을 벌렸다.

동시에 잘려진 첸의 얼굴이 데구르르 바닥을 굴렀다.

축구공마냥 굴러가던 그의 얼굴이 누군가의 발밑에서 멈추어섰다.

갑작스레 현장에 난입한 그 누군가가 첸의 얼굴을 집어들며 말했다.

“시장님한테 못 하는 말이 없네요, 이분.”

“……?”

“이래서 사람은 교양이 있어야 돼요. 안 그래요, 해적 여러분?”

그 모습에 해적들이 눈을 끔뻑였다.

“너, 너… 누구야?”

그들의 질문에 아더가 대답했다.

“아더 바이에른이요.”

“…?”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해적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아더의 손에 들린 제 상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반응을 잠시 지켜보던 아더가 비스트를 들어올렸다.

콰앙-!!!

고막을 얼얼하게 만드는 광음과 함께 수십 명의 해적들이 사라졌다.

그 광경에 안젤리나가 입을 벌리며 경악을 토해냈다.

“무, 뭐? 저게 권총의 위력이라고?”

그 사이 아더가 손에 들린 첸의 얼굴을 옆구리에 낀 채, 안젤리나를 향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시장님?”

그 인사에 흠칫 놀란 안젤리나가 뒤로 물러났다.

“다, 당신… 누구야!”

“저 아더 바이에른인데요?”

“……?”

“기억 안 나세요? 저희 밥도 두 번이나 같이 먹은 사인데?”

아더의 설명에 안젤리나의 눈이 커졌다.

아더 바이에른?

7년 전 사라진 공작가의 후계자가 나타났다고?

그때 그녀의 두 눈이 아릿한 통증을 보내왔다.

“…!”

오망성(五芒星)의 눈동자.

아주 특별한 혈통으로써,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게 해주는 눈동자였다.

그 눈동자의 힘을 통해 눈앞의 사내의 말이 진실임을 깨달은 안젤리나의 입이 벌어졌다.

“…아더 바이에른? 진짜 아더 바이에른이라고?’

그런 그녀의 반응에 아더가 씩 웃어보일 때였다.

안젤리나의 발치 앞에 쓰러진 도마뱀 인간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 기묘한 웃음에 아더가 시선을 돌리자, 도마뱀 인간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정말… 아더 바이에른… 입니까?”

“어… 네. 아더 바이에른입니다.”

“…놀랍군요. 당신이… 그 아더 바이에른이라니.”

도마뱀 인간의 말에 아더의 눈이 커졌다.

‘어라? 뭔가 좀 익숙한 말투인데?’

묘하게 늘어지는 발음이 웬지 모르게 친근했다.

그 탓에 아더가 고민하던 그 때, 불현 듯 한 사람이 떠올랐다.

눈을 치켜뜬 아더가 중얼거렸다.

“…치즈이 교수님?”

아더의 말에 도마뱀 인간.

치즈이 교수가 웃음을 터트렸다.

“7년이나 지나서 돌아오다니 제 조교가… 그렇게 하기 싫었던 겁니까? 아더 바이에른 학생?”

아더의 입이 경악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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