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139화 (139/265)

제139화

아더는 눈을 끔뻑였다.

‘흠… 귀가 뾰족한 걸 보니, 지니 씨가 맞는 것 같은데 복장이 왜 저러지?’

검은 색 가죽 바지에 새하얀 와이셔츠.

입고 있는 옷만 보면 크게 이상 할 건 없지만, 악세서리가 문제였다.

손가락에는 금반지를 끼고 있고, 목에도 웬 금목걸이까지 두르고 있었다.

지금 꼴만 보면, 어디 깡패 조직 두목이라 봐도 무방 할 정도.

그 탓에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린 그 때, 눈앞의 여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찾았네. 내 미친놈.”

아더의 눈이 커졌다.

선글라스를 벗으니,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눈앞의 여자는 지니 데이븐.

엘프의 혈통을 가진, 뒷거리의 용병이자 제 집안의 메이드였다.

그 탓에 아더가 반갑게 인사하려는 찰나, 지니가 아더의 멱살을 쥐어잡았다.

“오?”

탄성을 내지른 아더가 고개를 숙였다.

스산한 미소를 짓고 있는 지니가 보였다.

“뺨 한대만 때리고 시작해도 될까?”

“뺨이요?”

“그래. 그러지 않고서야 분이 안 풀릴 것 같거든.”

그녀의 말에 아더가 머리를 긁적이다, 고개를 내밀었다.

그 행동에 지니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걸로 분이 풀린다면 때리세요, 지니 씨.”

지니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7년 전 사라진 아더 바이에른도, 의문의 연구소에서 제 뒤통수를 때린 뒤 똑같은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걸 보니 아더 바이에른 맞네.’

잠시 고민한 지니가 붙잡고 있던 아더의 멱살을 놔버렸다.

아더가 구겨진 옷 맵시를 가다듬으며 질문했다.

“안 때리세요 지니?”

“…나중에 때릴 거야.”

“흠… 그럼 질문 하나만 해도 돼요?”

“뭔데?”

“지니 씨 왜 그렇게 변했어요?”

지니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뭘로 변했는데?”

“깡패 두목이요.”

“…깡패 두목 아니고 마피아야.”

“아하. 요즘은 깡패 두목이 아니라 마피아라 부르는 모양이죠?”

아더의 말에 옆에 있던 마피아들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마피아를 보고 깡패라 말하는 건 그렇다 치고, 보스인 지니 데이븐한테 저렇게 무례하게 굴다니?

그 사이 지니가 설명했다.

“깡패는 맞는데, 신사적인 깡패야. 우리가 삥을 뜯는 건, 시민들이 아니라 아케인 수색 경찰이거든.”

“오? 그럼 정의의 깡패네요.”

“그런 셈이지.”

아더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예고 없이 지니를 덥썩 안아들었다.

그 갑작스러운 포옹에 마피아 직원들이 경악하고, 지니도 놀라 입을 벌렸다.

그 속에서 아더가 지니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많이 보고 싶었어요 지니 씨.”

“…….”

“이렇게 보니 진짜 반갑네요. 당신 생각 엄청 많이 했거든요. 아마 수백 번 떠올렸을 거예요.”

아더의 말에 지니가 입을 뻐끔거리다,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렇게나 제 얼굴을 떠올린 사람이 왜 이제야 왔어요.”

“사정이 있었어요.”

“그 사정이, 7년이나 말없이 사라져 있어야 했던 일이에요?”

아더가 포옹을 푼 뒤, 대답했다.

“네. 지금 설명드릴까요?”

지니가 아더의 어깨에 고개를 숙였다.

“아뇨. 나중에 설명해주세요. 지금은 보는 눈이 많으니깐.”

그녀의 말끝이 살짝 떨렸다.

아더는 그 흐느낌을 일부러 모른 척 하며 대답했다.

“그럼요. 깡패 두목이 체통을 지켜야죠.”

* * *

[귀쟁이]파 소속, 마피아들이 눈을 굴렀다.

그들은 갑작스럽게 포옹하는 아더와 지니를 바라보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보, 보스가 울어?”

‘도대체… 저 남자가 뭐길래 우는 거지?’

‘설마 숨겨둔 애인인가?’

귀쟁이 파의 보스.

지니 데이븐이 어떤 사람인가?

몇 년 사이, 이 뒷거리 골목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암흑가 조직의 보스이자 이제는 실실적인 뒷거리의 왕이 되어버린 엄청난 거물이었다.

그런 여자가 외간 남자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리다니?

그 탓에 마피아 직원들이 당황을 숨기지 못할 때, 총성이 울려퍼졌다.

“잡아-!”

“저쪽에 귀쟁이 파 보스, 지니 데이븐이 있다!”

총성과 함께 분주한 발거음 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아더가 지니와 포옹을 풀고서 말했다.

“만남의 회포는 나중에 푸는 게 좋겠죠?”

지니가 붉어진 눈가를 쓰다듬다 대답했다.

“풀어야지. 어떻게 당신하고 만났는데.”

“그렇게 보고 싶었어요?”

“그럼 안 보고 싶겠어?”

아더가 입맛을 다셨다.

그 모습에 지니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을 떄였다.

방문 앞을 막고 있던 마피아 직원들이 소리쳤다.

“보스-! 수색경찰 놈들이 올라옵니다!”

표정을 굳힌 지니가 소리쳤다.

“단번에 빠져나간다! 모두 비켜!”

이 말과 함께 지니가 상급 정령, 실프를 소환했다.

“실프, 앞을 뚫어줘!”

[알겠어 지니!]

그 순간 솟구친 거친 돌풍이, 1층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수색경찰들을 덮쳤다.

“쿠에에엑-!”

“구,귀쟁이의 마법이다!”

“모두 조심해!! 저년은 상급 정령술사다!”

그 사이 마피아 직원들이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것을 확인한 지니가 아더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날아갈 거니깐 꽉 붙잡아!”

이 말과 함께 지니가 아더의 손을 붙잡은 채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저기다!!!”

“귀쟁이 파의 보스다!”

수색경찰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하늘로 날아오른 지니와 아더를 붙잡지는 못했다.

결국 수색경찰들이 발만 동동 구르며, 날아오른 지니와 아더를 멍하니 바라볼 때였다.

제손을 붙잡은 지니를 바라보던 아더가 생각했다.

‘흠… 지니 씨 혈통은 그대로네?’

그 탓에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왜 노움과 운디네의 계약이 끊겼지?’

정령과의 계약이 끊긴 이유가, 지니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걸까?

그 탓에 아더가 고민에 빠져들 때, 지니가 천천히 비행의 고도를 낮추었다.

다시 정신을 차린 아더가 고개를 돌리니, B구역이 아닌 C구역의 뒷골목이 보였다.

지니가 붙잡고 있는 아더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

“이쪽이야.”

그녀의 말에 아더가 질문했다.

“지니 씨 본거지에요?”

“맞아요.”

“흠… 그런데 아까 전 부하 분들, 놔두고 와도 되는 거예요?”

“알아서 잘 빠져나갈 거야.”

아더가 고개를 끄덕이려다 멈칫했다.

“그런데 지니 씨.”

“왜?”

“아까부터 존댓말하고, 반발을 번갈아 쓰는 데 왜 그러는 거예요?”

“…….”

아더의 지적에 지니가 두 귀를 쫑긋 거렸다.

“…헷갈려서 그래.”

“뭐가 헷갈리는데요?”

“당신하고 내 관계.”

아더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메이드하고 주인님 관계 아니에요?”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럼 뭐, 달라진 게 있어요?”

“…?”

“7년이 지났다 해서, 저희 관계가 달라질 이유가 없잖아요.”

아더의 대답에 지니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건 맞지만, 생각 할 시간을 좀줘… 나는 아직도 지금 상황이 안 믿기니깐.”

그녀의 말에 아더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 사이 걸음을 옮기던 지니가, 한 폐건물로 들어갔다.

미개발 구역인, C구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건물이었다.

그렇게 폐건물의 들어선 지니가 방향을 돌려 지하로 내려갔다.

그 순간 아더가 탄성을 터트렸다.

“오호…?”

커다란 광장.

그곳에 수십 명의 남정네들이 칼을 갈거나, 총을 정비하고 있었다.

그 광장 너머에는 마치 개미굴 처럼 여러 개의 방이 있었다.

‘깡패조직의 소굴치고, 뭔가 체계적인데?”

그 탓에 아더가 눈앞의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때, 뒤늦게 지니를 발견한 수십 명의 사내들이 거칠게 소리쳤다.

“오셨습니까 보스-!!”

그들의 인사에 지니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살살 좀 인사해! 다들 화통을 삼아먹었나….”

“저희는 살살 인사했는데, 보스 귀가 커서 크게 들린 거 아닙니까?”

“…죽고 싶냐? 내 귀 가지고 놀리지 말랬지!”

“어이쿠! 이게 왜 놀린 겁니까? 저는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지니가 총을 꺼내들더니, 농담을 한 사내의 발밑을 겨냥해 쏴버렸다.

탕-!

깜짝 놀란 사내가 뒤로 자빠졌고, 나머지 사내들이 휘파람을 불었다.

“우리 보스가 오늘 기분이 좋은가봐!”

“다른 때라면, 팔 하나 정도는 박살 내 줘야하는데!”

그 모습에 아더가 중얼거렸다.

‘흠… 마피아라 해서, 그냥 깡패인 줄 알았는데 꼭 그런건 아닌 것 같은데?’

범죄자 특유의 인상이라는 게 있었다.

그 관상은 쉽사리 지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지니와 농담을 따먹는 사내들의 관상은 범죄자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더군다나 지니 씨 자체가 범죄를 저지를 만한 사람들도 아니고… 그럼 이 마피아들은 누굴까?’

그 사이 지니가 걷던 걸음을 멈추고 한 방안으로 들어갔다.

무채색의 가구들이 잘 배치된, 사무실이었다.

“앉아… 요. 일단.”

지니의 권유에 아더가 순순히 앞에 놓인 의지에 앉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니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하… 이거 아직도 안 믿기네. 진짜 아더 바이에른 맞나?”

그녀의 말에 아더가 어깨를 으쓱였다.

“확인시켜줄 까요?”

“…어떻게?”

“음… 목이라도 잘라서 다시 붙여 보면 어떨까요?”

“…….”

“지니 씨 그런 광경 많이 봤잖아요? 그런데 이런 일을 또 다른 사람들은 함부로 못하니깐 좋은 방법이지 않아요?”

지니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미친 소리 하는 거 보니깐, 아더 바이에른 맞네.”

“이게 왜 미친 소리예요?”

“…됐어. 그것보다 이제 설명해봐.”

지니가 아더의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았다.

“대체 왜 7년이나 말없이 사라졌던 거야?”

지니의 질문에 아더가 고민했다.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까나.’

그 고민 끝에 아더는 아버지와 만났던 일은 빼기로 했다.

말해줘 봐야, 어차피 믿지 못할 사실이고 굳이 말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설명 속에서 지니의 눈이 커졌다.

“…흰 수염? 그 흑마법사가 널 데려갔다고?”

“네. 그래서 한동안 저주 속에서 갇혀 지냈지 뭐에요?”

“저주?”

“음… 이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그냥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라 보시면 돼요.”

“…….”

“그런 곳에서… 이쪽 세계로 7년. 그 공간으로 따지면 50년 정도를 혼자 갇혀 지내다 왔어요.”

지니의 입이 벌어졌다.

“5, 50년?”

“네. 정확히 세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쯤 되는 것 같아요.”

아더의 대답과 함께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

지니는 입술을 달싹였고, 아더는 그런 지니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던 지니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럼 조금 전… 날 만났을 때 내 생각을 했다는 건.….”

“네, 맞아요. 그 공간에서 지니 씨 생각을 하면서 버텼죠.”

“…….”

“진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거든요. 기껏 돌아온 제정신인데 다시 미치지 않으려면 뭔가를 해야 했어요.”

아더가 살며시 미소 지었다.

“그 때마다 아케인에서의 일을 떠올렸어요. 그러니 지니 얼굴이 가장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

“아무래도 같이 말을 일을 한 사이다 보니깐 자연… 응?”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지니가 엉엉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더가 머리를 긁적이며 질문했다.

“아니, 지니? 안 본 사이에 조울증이라도 걸렸어요? 왜 이렇게 자주 울어요?”

지니가 코를 훌쩍이며 버럭 소리쳤다.

“그, 그런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안 울어!”

“…제가 뭔 실수라도 했나요?”

“몰라! 그냥 닥쳐 좀….”

이 말과 함께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낸 지니가 중얼거렸다.

“그럼 지금 흰 수염한테 쫓기는 거야?”

“아뇨? 그 분은 이미 죽었어요.”

“…죽었다고?”

“네.”

“…누구한테?”

“제 손에요.”

“…….”

지니의 입이 벌어졌다.

그녀는 흐르던 눈물도 멈춘 뒤, 당황해 중얼거렸다.

“그, 그 천년을 산 흑마법사를 네가 죽였다고?”

“그렇죠? 쉽지 않았지만 일단 죽이긴 했어요.”

아더의 말에 지니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말을 믿어야 하나…?’

흰 수염이 누구인가?

천 년을 산 흑마법사이며 전설로만 전해지는 괴담 속의 주인공 아니던가?

그 탓에 지니가 쉽사리 믿지 못하고, 눈만 뻐끔 거릴 때 아더가 질문했다.

“이제 지니가 설명을 좀 해봐요.”

“…….”

“갑자기 왜 마피아가 된 거에요? 제가 아는 지니 씨는 돈은 좀 밝혀도, 돈을 갈취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정신을 차린 지니가 입술을 삐죽였다.

“…날 뭘로 보고 있었던 거야 대체?”

“음… 돈 밝히는 귀쟁이?”

“…….”

“농담이에요. 욕쟁이 엘프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지니가 한숨을 퍽 내쉬었다.

그리고 제 서랍을 뒤적거려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그 모습에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 때, 익숙한 무언가가 등장했다.

“오!”

탄성을 내지른 아더가 눈빛을 빛냈다.

“세상에… 이건 비스트잖아?”

그런 아더의 모습에 지니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널 수색하다가, 우연히 찾은 물건이야.”

“…어디에 있었어요?”

“아케인 근처 평야에 떨어진 걸, 어느 상인이 집어다가 판 모양이야. 그자 말로는 저주에 걸렸다던데?”

“저주요?”

“총을 집자마자, 강도를 만나고 소매치기를 당했다나 뭐라나….”

아더가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 맞아요. 이 권총 저주 받았어요.”

“…….”

“이 총의 전 주인들이 모두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었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주받은 마탄이라 불렀다나?”

지니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그런 권총을 대체 왜 쓰는 거야?”

“성능이 좋거든요. 이놈만큼 사람을 잘 죽이는 놈을 못 봤어요.”

지니가 탄성을 터트렸다.

“아더… 다운 이유네.”

“그런데 이걸 누가 주운 거예요? 지니 씨에요?”

“아니. 윌렛 어르신.”

“…?”

지니가 제 책상에 놓인 서류 몇 장을 건네주었다.

그 서류를 읽어 내려가던 아더의 눈이 커졌다.

“어? 이건….”

“맞아.”

지니가 턱을 괸 채 씩 미소 지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 깡패 조직이 아니라 반군(反軍)이야. 아케인을 탈환하기 위한. 그리고….”

아더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시선을 마주친 지니가 눈빛을 빛냈다.

“그 반군의 대장이 윌렛 어르신이야. 반군들은 윌렛 어르신을 따르는 아케인의 용병이고.”

아더의 입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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