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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미친놈-129화 (129/265)

제129화

마법사의 강함은 수련한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10년을 수련한 마법사는 불꽃을 일으켰고,

50년을 수련한 마법사는 불꽃을 쏘아낼 수 있다.

100년을 수련한 마법사는 불꽃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1000년을 수련한 마법사는 과연 어떨까?

던져진 질문에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인간의 수명이 1000년이나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대마도사도, 고작해야 200년이 안 되는 세월을 살았으니.

하지만 혹자는 말한다.

인간이 만약 천 년을 살고 그 천년 동안 마법만 수련했다면, 그 실력이 [드래곤]에 필적하지 않겠냐고.

그럴 듯한 가정이지만, 역시나 의미가 없었다.

그 어떤 인간 마법사도 천 년을 살지 못했으니깐.

* * *

아더는 눈앞에 선 흰 수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해볼 만한데?’

처음 만났을 때의 흰 수염은 검을 들 생각조차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여전히 거대한 벽이지만, 넘어서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고 두려움보다는 호승심이 일었다.

그래서 아더는 망설임 없이 검을 뽑아들었다.

키링-!

붉은 검신이 어둠을 잡아먹는다.

그 기이한 불꽃을 흰 수염이 자신도 모르게 넋놓고 바라볼 때, 아더가 입을 열었다.

“시작할까요, 흰 수염 씨?”

정신을 차린 흰 수염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자넨 참… 많이 독특하군.”

“흰 수염 씨 한테 그 말을 들으니깐, 기분나쁘네요.”

“…나한테 들으니깐 기분이 나쁘다고?”

“네. 천 년이나 살아오신 분이 더 독특한 거 아닌가요?’

아더의 질문에 흰 수염이 눈을 끔뻑였다.

“흠… 그것도 그렇군?”

고개를 주억거린 흰 수염이 빙그레 웃었다.

“그럼 그 천 년 동안 살아온 마법사는 과연 어느 정도일 것 같나?”

이 말과 함께 신전이 뒤흔들렸다.

쿠크크크-!

딛고 있는 지면이 거칠게 떨리고, 벽화가 새겨진 벽면에서 오래된 먼지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그 이변 속에서 아더는 가볍게 날아올랐다.

탕-!

쏘아져 나간 비스트의 탄환이 흰 수염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손가락 한 마디를 남겨두고 멈추어 섰다.

‘뭐지? 특수한 마법 같은 건가?’

고개를 갸웃거린 아더가 재차 마검을 휘둘렀다.

채찍처럼 쏘아져 나간 마검이 흰 수염의 목을 노렸다.

“어이쿠.”

흰 수염이 앓는 소리를 내며, 가볍게 목을 움직였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마검의 일격이 빗나갔다.

그 광경에 아더의 미간이 좁혀진 그때, 강한 열기가 느껴졌다.

시선을 돌린 아더가 꺼진 땅바닥에서 부글거리는 용암에 눈을 치켜떴다.

“따끔할 걸세.”

흰 수염의 경고와 함께 지옥불이 치솟아 올랐다.

화르르륵-!

그 광경을 느긋이 지켜보던 흰 수염은 생각했다.

‘죽지는 않았을 테고, 이번에 뭘 보여주려나.’

저번에 봤던 트롤의 혈통으로 몸을 재생시키고 있으려나?

그 사이 지옥의 업화가 꺼지고, 재가 휘날렸다.

시선을 좁혀 지켜보던 흰 수염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붉은빛 피가, 아더의 몸을 배리어처럼 감싸고 있었다.

“그래… 그걸 잊고 있었군. 뱀파이어 로드의 혈통!”

흰 수염의 말에 아더가 몸에 묻은 재를 털며 물었다.

“이 혈통에 관해 알고 있으신가요?”

“그럼 알고 있지. 모든 뱀파이어들의 왕, 어둠의 지배자. 이 세상에서 왕이란 호칭이 어울리는 몇 안 되는 존재의 피인데.”

아더가 탄성을 내질렀다.

“흰 수염 씨가 그 정도로 말할 정도면, 엄청난 피군요?”

“그렇지… 드래곤 블러드, 용의 피 다음으로 귀한 혈통이니깐.”

아더의 눈꼬리가 휘었다.

“흠… 그렇게 말씀하시니 기대되네요. 자 다시 가볼까요?”

이 말과 함께 아더가 사라졌다.

지켜보던 흰 수염은 주문을 외워 배리어를 둘렀다.

캉-!

아더의 마검과 흰 수염의 배리어가 거칠게 격돌했다.

그 힘겨루기 속에서 아더는 정신을 집중했다.

‘이안이 변했던 괴물이 어떻게 싸웠더라?’

분명 피를 이용해 싸웠던 것 같은데?

그 기억을 떠올린 순간, 마검의 검날을 타고 무언가 치솟아 올랐다.

그 이변에 아더의 눈이 커진 순간, 마검이 찌르르 거칠게 떨렸다.

‘오? 내 피가 마검의 검날을 뒤덮었네?’

그런데 이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검의 검날에 제 피가 뒤덮이자 놀랍게도 흰 수염의 배리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눈을 치켜뜬 아더는 깊게 고민하지 않고,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휙-!

하지만 일찌감치 몸을 뒤로 빼버린 흰 수염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끼에에엑-!

기괴한 울음소리를 토해낸 허연 무언가가 아더를 덮쳤다.

‘유령 귀신?’

고개를 갸웃거린 아더가 훌쩍 뛰어올랐다.

허나 흰 수염의 지팡이에서 쏘아져 나온 허연 무언가는 끝까지 아더를 쫓아왔다.

‘닿으면 위험해.’

본능이 보내오는 경고를 아더는 무시하지 않았다.

가슴팍의 고리를 회전시킨 아더가 검기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제 뒤를 쫓아오는 허연 무언가를 일 자로 베어냈다.

끼에에엑!

검기에 베어진 허연 무언가가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흰 수염이 이번에도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검기! 느껴지는 마나를 보니 이제 6서클이군!”

조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모습에 아더가 머리를 긁적였다.

“까다롭네요. 흰 수염 씨.”

“그럼 까다로워야지.”

“하긴 그렇네요.”

고개를 끄덕인 아더가 솟구쳤다.

지켜보던 흰 수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달라졌군. 진심인가?’

그 의문과 함께 검기가 둘린 아더의 검이 쇄도했다.

흰 수염은 이번에도 여유롭게 피해내려 했다.

하지만 아더의 검이 먼저였다.

사륵-!

흰 수염의 어깨에 두르고 있던 로브가 잘려 나갔다.

그 이변에 흰 수염의 눈이 커진 순간, 아더가 속삭였다.

“제가 언제까지 모를 줄 알았어요?”

흰 수염이 다급히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솟구쳐 나간 거대한 파장이 아더의 고막을 터트렸다.

그 덕에 순간적으로 시야가 핑 돌았다.

하지만 뻗어낸 검은 멈추지 않았다.

촤륵-!

결국 흰 수염의 어깨를 베어낸 아더가 반대편에 착지했다.

제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바라보던 흰 수염이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어떻게 알았나? 내가 시간을 조작한다는 것을?”

그의 질문에 아더가 마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닿아야 할 일격들이 계속 닿지 않더라고요.”

흰 수염이 눈꼬리가 올라갔다.

“고작 그걸로, 내 마법을 파악했다고?”

“칼잡이에겐 그 정도면 충분하죠.”

이 말과 함께 아더가 마검을 치켜들었다.

“다음엔 목이에요 흰 수염 씨. 조심하세요.”

아더의 경고에 흰 수염의 입가에 걸려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무표정이 된 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벌레가 짜증 나게 하는군.”

* * *

아더의 검이 휘둘러졌다.

검기와 뱀파이어 로드의 피로 덮여진 마검이 흰 수염의 배리어를 거칠게 두들겼다.

쩌쩌쩍-!

금이 간 배리어가 빛의 알갱이가 되어 떨어져 내렸다.

그 상태로 흰 수염은 날아올랐다.

‘씁… 공중전은 조금 그런데?’

공간도약 혈통을 잃어버려, 허공에 떠 있을 수 있는 시간에 한계가 있었다.

그때 마검이 찌르르 울렸다.

그 이변에 아더가 눈을 치켜뜬 순간 몸이 저절로 허공에 떠올랐다.

“오?”

탄성을 내지른 아더의 몸이 의지에 상관없이 허공에 떠오른 흰 수염을 쫓기 시작했다.

‘설마 뱀파이어 로드 혈통의 힘인가?’

고민하던 아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온에 말에 의하면 뱀파이어 로드는 뛰어난 마법사라고도 했으니깐…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네.’

슬며시 입꼬리를 올린 아더가 무릎을 굽혔다.

탕-!

허공임에도 마치 발판이 있는 것처럼 쏘아져 나간 아더가 마검을 휘둘렀다.

무표정이 된 흰 수염이 그런 아더의 일격에 손을 휘둘렀다.

그 순간 허공으로부터 쏘아져 나온 수십 개의 칼날이 아더의 마검을 막아냈다.

그그극-!

잠시 시작된 힘겨루기 사이에서 아더가 폴짝 뛰어올랐다.

그리고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검을 쳐낸 뒤, 흰 수염의 목을 노렸다.

‘처음은 느리게, 그다음은 빠르게.’

시간을 조작하는 흰 수염 앞에서 일반적인 공격은 소용이 없었다.

‘흰 수염의 마법을 벗어난 변칙을 섞어야 해.’

그 생각과 함께 아더의 검이 흰 수염의 목을 노리는 순간이었다.

배를 뚫고 무언가 튀어나왔다.

검은색 촉수였다.

“억?”

신음을 흘린 아더의 몸이 멋대로 흔들렸다.

복부를 뚫은 촉수가 멋대로 뒤흔드는 것이었다.

피를 왈칵 토해낸 아더가 마검의 방향을 돌려 그 촉수를 잘라냈다.

서걱-!

예상외로 촉수는 쉽게 잘려 나갔다.

허나 흰 수염의 그림자를 타고 솟구쳐 오른 촉수는 하나가 아니었다.

촤악-!

조금 전 복부를 꿰뚫은 수십 개의 촉수가 창과 칼이 되어 아더를 향해 쇄도했다.

혀를 찬 아더가 입가에 흘러내리는 피를 낼름 받아먹고서 비스트를 치켜들었다.

쾅-!

쏘아져 나간 탄환과 함께 매캐한 매연이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흰 수염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나오거라 문어야.”

그의 주문과 함께 그림자로부터 거대한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전, 흰 수염의 말처럼 문어를 닮은 기괴한 괴수였다.

물론 그 크기는 일반 문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오….”

탄성을 흘린 아더가 빌딩 하나는 거뜬히 집어삼킬 수 있을 듯한 괴수를 바라보며 눈을 끔뻑였다.

“진짜 크네요, 이거. 도대체 뭘 먹었길래 이렇게 큰 거예요?”

아더의 질문에 흰 수염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위를 막고 있는 천장을 마법으로 뚫어낸 뒤, 훌쩍 솟구쳐 올랐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아더는 생각했다.

‘마법사에게 시간을 줘서 좋을 게 없겠지.’

아더는 곧바로 두 정령을 소환했다.

[으익!?]

[세, 세상에… 저게 뭐야?]

아더의 부름을 받고 현세에 모습을 드러낸 운디네와 노움이 눈앞의 괴물을 바라보며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두 정령을 향해 아더가 명령했다.

“문어 좀 요리하고 있어 줘. 노움 운디네.”

그의 동시에 괴수가 노움과 운디네를 향해 덤벼들었다.

[…으아아악!]

울려 퍼지는 노움의 비명 소리와 함께 아더가 흰 수염의 뒤를 뒤쫓았다.

탁-!

뚫린 천장을 통해, 다시 지하 도시로 돌아온 아더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허공에 떠올라 눈을 감고 있는 흰 수염이 보였다.

‘이번에는 반드시 벤다.’

그 생각과 함께 아더가 마검을 휘두른 순간, 무언가 솟구쳐올랐다.

캉-!

일격을 가로막힌 아더의 눈이 커졌다.

놀랍게도 흰 수염의 엉덩이에서 튀어나온 꼬리가 제 마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 사이 감고 있던 눈을 뜬 흰 수염이 중얼거렸다.

“…오랜만이군 이 모습은.”

이 말과 함께 그의 등 뒤로 두 장의 검은 날개가 솟구쳐올랐다.

“…오?”

탄성을 내지른 아더가 비스트를 치켜들어, 흰 수염을 겨냥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뒤흔들린 시야에 그만 허공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말았다.

“어라?”

고개를 갸웃거린 아더가 핑핑 돌기 시작한 시야를 억지로 붙잡으려 했다.

허나 이미 의지를 벗어난 몸은 말을 듣지를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흰 수염이 중얼거렸다.

“본래 인간은 제 상식선에 있는 것만을 받아들이기 마련이지.”

그의 말에 아더가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온몸이 붉은색로 뒤덮인 괴물이 된 흰 수염이 보였다.

턱을 덜덜 떨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더는 생각했다.

‘악마.’

지금의 흰 수염은, 놀랍게도 그렇게 보였다.

그때 흰 수염이 속삭였다.

“그런데 상식 밖의 것을 보면 어떻게 될까? 한번 생각해본 적 있나 아더 바이에른?”

* * *

아더의 시야로 보이는 흰 수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흉측한 괴물이 된 그가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아더는 거친 현기증과 배를 뒤집어 놓는 구토가 올라오는 걸 느꼈다.

‘괴물로 변한 이안을 봤을 때랑 비슷한데?’

문제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는 거였다.

그때는 움직일 수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때 흰 수염이 입을 열어 질문했다.

“상식 밖의 것을 보면 어떻게 될까? 한번 생각해본 적 있나 아더 바이에른?”

아더가 간신히 입을 열어 대답했다.

“아뇨? 그런데 상식 밖의 것이 있나요?”

“지금 자네 눈앞에 보고 있지 않나?”

“…….”

“지금 내가… 뭐로 보이는가?”

흰 수염의 질문에 아더가 간신히 대답했다.

“악마… 아닌가요?”

아더의 질문에 흰 수염이 빙그레 웃었다.

“그래 악마지.”

“그래서 제 시야가 이렇게 흔들리는 건가요?”

“맞아. 보통 인간은 미지의 존재를 바라보게 되면 겁을 먹지. 자아가 붕괴 되고 미쳐버려. 그건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야. 인간이란 종이 타고난 한계지.”

그의 설명과 함께 흰 수염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동시에 세상도 일그러졌다.

쾅-!

몰려드는 어둠이, 한기를 만들어내고 빛을 잡아먹었다.

지하 도시의 천장에는 먹구름이 모여들어 붉은색 벼락을 내리쳤다.

그 기이한 현상에 아더의 입이 벌어진 순간, 흰 수염이 웃음을 터트렸다.

“끝이네 아더 바이에른.”

이 말과 함께 흰 수염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자네라도… 그 상태에서 뭘 할 수는 없을 거야. 결국 자네도 인간이니깐.”

그의 말에 아더가 생각했다.

‘악마를 마주해서 내가 못 움직이는 거구나.’

정확히는 상식 밖의 존재를 봐서 못 움직이는 거였다.

여기까지 생각한 아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저게 상식 밖의 것인가?’

잠시 고민한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저건… 옛날에 매일 같이 봐오던 괴물 아니야?’

미쳐버린 시절.

도르문트 인간들을 죽일 때면, 몇몇 자들이 저런 외형으로 변해 있었다.

그 탓에 아더의 입장에서는 사실, 그렇게 썩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도르문트 인간들을 마주칠 때마다 숱하게 봐온 괴물에 두려움을 먹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몸이 움찔 떨렸다.

지켜보던 흰 수염도 놀라 움찔 몸을 떨었다.

그 사이 탄성을 내지른 아더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

“…오? 제대로 움직이네?”

착각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말을 듣지 않던 몸은 물론, 흔들리던 시야도 다시 제대로 잡히기 시작했다.

그 탓에 아더의 입꼬리가 올라간 순간, 흰 수염이 경악해 입을 벌렸다.

“자, 자네! 어떻게 움직이는 거야?”

그의 질문에 아더가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흠… 글쎄요. 저도 아직 잘 모르겠는데, 확실한 건 그 모습을 처음 본 게 아니에요, 흰 수염 씨.”

“뭐? 이 모습을 처음 본 게 아니라고?”

“네.”

흰 수염이 당황해 눈꼬리를 올렸다.

“자네가… 악마를 봤다고? 대체 어디서 봤다는 말인가?”

그의 질문에 아더가 빙그레 웃었다.

“매일요.”

“…?”

“매일 보던 거예요. 그 모습. 그래서… 음. 딱히 놀랍지는 않네요.”

아더의 말에 흰 수염이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는 눈을 치켜떴다.

“…….”

천 년을 산 흑마법사 흰 수염.

그와 만난 뒤로, 처음으로 그가 살짝 공포에 질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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